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 - 예의 바르게 상대를 제압하는 결정적 한마디
가타다 다마미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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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가끔씩 도대체 왜 저럴까?’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같은 말이라도 꼭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만 하는 사람, 자기가 잘못하고도 도리어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마구 할퀴어대는 사람, 남이야 상처를 받든 말든 자기만 불편하지 않으면 만사 오케이인 사람 등등. 그런 사람일수록 정작 자기를 향한 말이나 상처는 유독 못 견뎌할 때가 많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의 모습으로 혹은 직장 동료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모습이나 상황은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런 성향의 사람으로 인해 내 안의 상처가 더욱 깊어진다는 점이다.

 

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들이 대체로 무례하거나, 이기적이거나 혹은 지독하게 자기 주관적인 사람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껏 겪은 경험으로는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거나 안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인 시각이 결여되어 있다 보니 상대방의 입장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대부분 부족하다. 본인은 나는 다혈질이라서 그래’, ‘대신 나는 뒤끝이 없어라고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는다면 한번쯤 자신을 뒤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건 그들에게 맡겨야겠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런 사람들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이 라는 것이다. 그들의 언어폭력에 일일이 대꾸하기 싫거나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오거나 혹은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매번 참아주고 피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상처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그들이 무례한 말로 억지를 부릴 때, 그 앞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뒤늦게 아휴,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하고 몇 번씩 곱씹고 되뇌지만 그래봤자 이미 상황은 끝난 후다. 때로는 상처 자체보다 그렇게 무례한 사람 앞에 아무 대꾸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있었던 내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스스로에게 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상처를 준 사람은 벌써 다 잊고 태연하게 지내는데, 뒤에 남은 나는 그들이 던진 상처를 오래도록 다독이며 스스로를 달랠 뿐이다.

 

이 책은 이렇듯 계속 상처를 받아온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상대의 타입을 8가지로 구분하고 그에 맞는 상황별 표현들을 예로 들어준다. 상대방은 때로는 폭력적인 말로, 때로는 선망의 모습을 가장하고 비수와 같은 상처를 던져대지만, 저자는 그런 상대방에게 일일이 휘둘리지 말고 그들이 기대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말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언어폭력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상처를 받아온 사람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조언과 대응 방법을 알려준다.

 

내가 조금 더 배려하면 보통은 상대방도 같이 배려하게 마련이라 그런 사람들과는 계속 친분이 유지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부류의 사람들은 배려와 양보를 고마워하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기고 무례함의 강도만 더욱 높여갈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참아줄 필요도, 당해줄 필요도 없다. 상처를 받을 때마다 매번 , 그때 이렇게 말할 걸하고 번번이 후회하던 터라 하루아침에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의 바르게 상대를 제압하는 결정적 한 마디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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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글쓰기 수업
배학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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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대부분 어렵다. 거미줄을 뽑듯 술술 풀어져 나오면 참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보통은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거나 혹은 그러기도 전에 아예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도 그런 과정에 조금 더 익숙하고, 단련이 되었을 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역시 큰 부담이다.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글쓰기를 가르치기가 어렵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글쓰기는 대개 오랜 동안 시간과 노력이 쌓여야 하는 일이라 단번에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글쓰기 자체도 어렵지만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도 어려우니 글쓰기라면 대부분 어려운 일로 치부되고 만다.

나 자신도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글쓰기 강의도 하고 있지만, 글쓰기 관련 책을 자주 읽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조금 더 쉽고, 조금 더 친숙하게 나눴으면 하는 이유랄까? “퇴근길 글쓰기 수업이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퇴근길에 가볍게 읽으며 글쓰기와 친해질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우선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철학을 전공했다는 저자는 세 개의 장에 걸쳐 글쓰기의 새로운 방법, 에세이와 창조적 논픽션을 쓰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예문을 통해 에세이와 자기 소개서, 영화 및 무용 비평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글쓰기에 대해 두루 언급을 한다. 에세이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언급한 반면, 글쓰기 책에서 잘 다루지 않는 무용 비평을 다룬 점이 좀 의아했는데, 저자 소개를 보니 저자가 어딘가에 무용 평론을 연재 중인 모양이다.

글쓰기는 수영과 같다거나 첫 문장에 독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낚싯바늘 문장’, ‘배경정보 문장’, ‘논지진술’, ‘논점문장-지원문장-종결문장라던가 설명에세이’, ‘설득에세이등 일반적이지 않은 저자의 용어는 무척 생소했다. 마치 설명을 위해 설명을 덧붙인 옥상옥(屋上屋)’ 같은 용어들이다. 때로는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글쓰기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용어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그 부분을 몇 번 다시 읽기도 했다.

 

예문들도 대부분 저자가 언급한 내용에 맞는 적절한 예가 되지 못했다. 특히 리드lead’에 대한 설명과 예문은 조금 오해의 소지도 있었다. 저자는 리드는 글의 처음에 나오는 몇 개의 문장입니다라고 했지만, 리드는 단지 글의 처음에 나오는 몇 문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글의 처음은 단지 도입부일 뿐, 리드는 몇 줄만으로 글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글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문장이다. 신문, 잡지에서 제목과 본문 사이에 본문보다 큰 글씨로 몇 줄 언급된 것이 바로 리드이다.

앞서 글쓰기와 친해질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배우고 싶었다고 했는데, 결과를 얘기하자면 나름의 소득은 있었다. 때로는 타산지석에서 더 많이 배우기도 하니까. 다만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거나 글쓰기를 쉽게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책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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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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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거나 학교, 집 등 환경이 바뀌면 흔히 새로운 결심을 하게 마련이다. 그럴 때면 대개 새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다짐을 한다. 하지만 계획과 함께 이내 따라오는 것은 작심삼일이라는 말.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해야지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을 세우는 그 순간에도 이번에도 역시 이 계획을 다 지키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곤 한다. 무리한 계획도 아니고, 계획한대로 이루고 싶은 마음은 늘 진심이고, 절실한데 무엇이 문제일까?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런 궁금증 때문이었다. 특히 저자가 이론만으로 하는 뻔하고 공허한 조언이 아니라, ‘습관의 힘으로 혼수상태에까지 빠졌던 자신의 삶을 극복한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다. 재능 있는 고교야구선수였던 저자는 큰 사고로 인생의 나락에 빠지지만, 오랜 재활 끝에 결국 대학 최고의 남자 선수로 선정되고, ESPN 전미대학 대표선수로 지명된다. 그를 다시 일으킨 계기는 그가 일상에서 행했던 사소하고 작은습관들이었다. 그는 혼수상태에 빠진 날부터 대표선수가 될 때까지 단 한순간도 극적인 전환점이란 없었다고 말한다. 오로지 오랜 시간 자잘한 승리들과 사소한 돌파구들이 모여서 점진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한다. 작은 습관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은 큰 결과를 이뤄낸 셈이다.

 

이 책은 습관에 대한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 행동 자체를 바꾸기보다 왜 그런 습관이 유지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에 따라 습관을 더 유지할지 개선할지 방향을 잡아가는 방식이다. 저자는 습관을 세우는 과정을 신호, 열망, 반응, 보상이라는 네 단계로 나누고, 습관을 광범위한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최소화한 단위로 개선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는 습관이란 분명하고, 매력적이고, 쉽고, 만족스러워야 달라진다고 말한다.

 

습관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좋은 습관도, 나쁜 습관도 하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 된 경우도 많다. 공들여 세운 계획이 대개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것은 습관이 변화되기까지 꾸준히 하지 못하고 낙담의 골짜기에 빠져 멈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습관 변화의 성배holy grail는 단 한 번의 1퍼센트 변화가 아니라 수천 번의 1퍼센트 변화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습관은 큰 한 걸음이 아니라 작지만 꾸준하고 오랜 걸음이 쌓여 만들어진다. ‘사소하고 작지만좋은 습관들을 계속 하다보면 원하던 계획도 결국 이뤄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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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로먼 겔페린 지음, 황금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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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해야 할 일하고 싶은 일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마련이다. 해야 할 일은 언젠가는 해야 하고, 중요한 일인 경우가 많아 그 일부터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머리로는 해야 할 일이 우선임을 알면서도 마음은 하고 싶은 일부터 쉽고, 즐겁게먼저 하고 마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룬다고 일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마감에 맞춰 써야할 글이 있다면 글을 쓰지 않는 동안에도 머릿속 어느 한 쪽에는 그 글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게 노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지내다 보면 내가 너무 게으른 것은 아닌가하고 종종 자책을 하기도 한다. 물론 짬짬이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두는 것은 나름의 방편이기도 하고, 글쓰기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의 여유를 갖고 쓰면 더 좋을 것을 희한하게도 매번 마감 시한이 코앞에 닥쳐서야 부랴부랴 글을 쓰곤 한다. 글 뿐 아니라 숙제로 여겨지는 일에 대해서는 대부분 그렇다.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의 원제목은 <중독, 미루기, 게으름 Addiction, Procrastination, and Laziness>이다. 자기 계발 관련 책은 잘 읽지 않는데, 이번 책은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은심리가 너무나 공감되는 제목이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할 일을 내일로 미루거나 헬스장을 시작해놓고 발길을 끊거나 담배, 게임, 잠의 유혹에 빠져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해야 할 일에 대해 그저 일단 시작하라는 식의 단순한 조언을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어떤 일에 대해 왜 하고 싶은지혹은 왜 하기 싫은지에 대한 심리를 일상적인 말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을 쾌락과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하고 있다. , 해야 할 일에 우선순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이 더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즐거운 일을 먼저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야 할 일, 중요한 일이 있다면 억지로 하기보다는 몸이 알아서 움직이도록 즐거움의 요소를 구조적으로 조금씩 만들어가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해야 한다는 믿을 수 없는 자신의 정신력을 믿기보다는 유혹의 요소를 차단하고, 해야 할 일을 하게끔 만드는 심리와 구조를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일을 하는데 있어 최고의 동기부여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그 일을 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쾌락인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최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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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난골족 : 백석 시전집 한국문학을 권하다 31
백석 지음, 김성대 추천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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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白石)’이라고 하면 마치 대구(對句)처럼 나타샤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로 시작하는 백석의 대표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때문이다. 그만큼 널리 사랑받는 대표작이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행복한 일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버리는 부담도 생긴다. 이는 독자도 마찬가지여서 한 시인의 작품 세계를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로만 이해하는 위험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번에 백석의 시집 <여우난골족>을 읽게 된 것은 그런 한계와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여우난골족>한국문학을 권하다시리즈의 31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제목 정도만 알고 대개는 읽지 않고 지나친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들을 읽기 쉽게 구성하였다고 한다.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제목만 알던 한국문학 대표작품들을 몇 개월간 탐독한 적이 있었다. 이 시리즈의 구성을 보니 거의 대부분 그 때 읽었던 작품들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당시에 백석은 정지용과 마찬가지로 O', 'O지용하는 식으로 조심스레(?) 읽힐 때라 그의 작품들을 많이 접할 수는 없었다.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이제라도 그의 아름다운 시어들을 널리 만날 수 있으니 참 다행이지 싶다. 다른 작품들 또한 워낙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라 다시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1912년 평북 정주에서 출생한 백석은 오산학교를 졸업하고, 1930년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그 모()와 아들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장한다. 조선일보 후원으로 일본 유학을 마친 백석은 조선일보에 입사해 편집과 교정 등을 맡는다. 이후 함흥 영생고보의 교사를 거쳐 만주국 세관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1945년 해방이 되자 고향인 정주로 돌아와 작품 활동에 매진한다. 이후 조선작가동맹 기관지 편집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말년에 몇 가지 논쟁과 자아비판에 시달리면서 일체의 문학적 활동을 중단하게 된 백석은 1996년 삼수군 관평리에서 사망하였다.

 

백석은 오산학교 6년 선배인 김소월을 동경했다고 하는데 그의 시어 역시 방언과 토착어를 많이 사용하여 정감 있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시냇물이 버러지 소리를 하며 흐르고

대낮이라도 산 옆에서는

승냥이가 개울물 흐르듯 운다.

- 산지(山地), p.23

 

흙담벽에 볕이 따사하니

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초동일(初冬日), p.44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의 시 여우난골족에는 그의 친가가 있던 마을 여우 난 곬에 친척과 사촌들이 오랜만에 모여 명절을 지내는 훈훈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에 산다는 신리 고모네 딸들, 눈물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모네 아들들, 반디(밴댕이)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촌과 삼촌엄매, 사촌누이와 동생들, 새 옷 내음새 나는 그들과 어울려 밤이 어둡도록 고리잡이도 하고, 조아질(공기놀이)도 하며 북적하니 노는 모양새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백석의 시를 읽으면 현대로 넘어오는 동안 우리가 때로는 잊고, 때로는 무시하며 버렸던 고운 언어들, 가슴 아리도록 그리운 장면들이 곳곳에서 되살아난다. 그의 시를 읽는 동안 몇 번씩이나 맞아, 이런 단어가 있었지, 이런 풍경이 있었지하며 잊고 있던 추억과 기억들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여우 난 곬같은 풍경이 그리워질 때, 가끔씩 꺼내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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