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난골족 : 백석 시전집 한국문학을 권하다 31
백석 지음, 김성대 추천 / 애플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석(白石)’이라고 하면 마치 대구(對句)처럼 나타샤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로 시작하는 백석의 대표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때문이다. 그만큼 널리 사랑받는 대표작이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행복한 일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버리는 부담도 생긴다. 이는 독자도 마찬가지여서 한 시인의 작품 세계를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로만 이해하는 위험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번에 백석의 시집 <여우난골족>을 읽게 된 것은 그런 한계와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여우난골족>한국문학을 권하다시리즈의 31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제목 정도만 알고 대개는 읽지 않고 지나친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들을 읽기 쉽게 구성하였다고 한다.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제목만 알던 한국문학 대표작품들을 몇 개월간 탐독한 적이 있었다. 이 시리즈의 구성을 보니 거의 대부분 그 때 읽었던 작품들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당시에 백석은 정지용과 마찬가지로 O', 'O지용하는 식으로 조심스레(?) 읽힐 때라 그의 작품들을 많이 접할 수는 없었다.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이제라도 그의 아름다운 시어들을 널리 만날 수 있으니 참 다행이지 싶다. 다른 작품들 또한 워낙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라 다시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1912년 평북 정주에서 출생한 백석은 오산학교를 졸업하고, 1930년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그 모()와 아들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장한다. 조선일보 후원으로 일본 유학을 마친 백석은 조선일보에 입사해 편집과 교정 등을 맡는다. 이후 함흥 영생고보의 교사를 거쳐 만주국 세관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1945년 해방이 되자 고향인 정주로 돌아와 작품 활동에 매진한다. 이후 조선작가동맹 기관지 편집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말년에 몇 가지 논쟁과 자아비판에 시달리면서 일체의 문학적 활동을 중단하게 된 백석은 1996년 삼수군 관평리에서 사망하였다.

 

백석은 오산학교 6년 선배인 김소월을 동경했다고 하는데 그의 시어 역시 방언과 토착어를 많이 사용하여 정감 있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시냇물이 버러지 소리를 하며 흐르고

대낮이라도 산 옆에서는

승냥이가 개울물 흐르듯 운다.

- 산지(山地), p.23

 

흙담벽에 볕이 따사하니

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초동일(初冬日), p.44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의 시 여우난골족에는 그의 친가가 있던 마을 여우 난 곬에 친척과 사촌들이 오랜만에 모여 명절을 지내는 훈훈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에 산다는 신리 고모네 딸들, 눈물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모네 아들들, 반디(밴댕이)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촌과 삼촌엄매, 사촌누이와 동생들, 새 옷 내음새 나는 그들과 어울려 밤이 어둡도록 고리잡이도 하고, 조아질(공기놀이)도 하며 북적하니 노는 모양새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백석의 시를 읽으면 현대로 넘어오는 동안 우리가 때로는 잊고, 때로는 무시하며 버렸던 고운 언어들, 가슴 아리도록 그리운 장면들이 곳곳에서 되살아난다. 그의 시를 읽는 동안 몇 번씩이나 맞아, 이런 단어가 있었지, 이런 풍경이 있었지하며 잊고 있던 추억과 기억들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여우 난 곬같은 풍경이 그리워질 때, 가끔씩 꺼내 다시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