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손안의 고전(古典)
황종원 옮김 / 서책 / 2010년 10월
절판


논어에 이르기를,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외출할 때건, 여행갈 때건 읽을 책 한 권 정도는 버릇처럼 항상 챙기곤 한다. 하지만 단행본이란 것이 가끔씩은 무게나 부피 때문에 짐이 될 때도 있어 아쉬울 때가 많기는 하다. 특히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나로서는 여행짐의 부피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어서, 책의 무게가 때론 부담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논어-손 안의 고전>은 ‘들고 다니며 배우고 때로 익히기 좋은’책이 아닌가 싶다. 책이 배송되어 오던 날, 매번 택배로 오던 책이 우편함에 들어 있길래 무심코 꺼냈다가 나도 모르게 ‘어머! 이게 책이야?’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책이 어찌나 작고 깜찍하던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사이즈에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마침 외출하던 길이어서 나가는 길에 펼쳐보니 그 작은 속에 담을 것은 다 담고 있으니 더욱 고마웠다.
여기서는 원전<논어>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원전 내용에 대한 부분은 다른 분들이 이미 많이 설명해주시기도 했고, <논어> 자체에 대한 논의는 별도로 해야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논어> 원전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논어-손 안의 고전> 이 책의 외형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겠다.

처음 이 책을 찾게 된 것은 <논어>를 제대로 읽어볼까 해서였다. 대동문화연구원에서 나온 <경서(經書)> 원전은 가지고 있지만, 대학 때 스터디를 하면서 드문드문 몇 페이지 읽었을 뿐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고전을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들던 요즘이었다. 하지만 한문 원전을 읽어본 지도 워낙 오래인지라, 원전만으로 다시 시작하기는 부담스럽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니 무척이나 반가왔다. 손 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에 논어의 내용은 다 담고 있으니 일차적으로 만족했고, 한문 밑에 음과 해석을 달아서 필요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점 때문에 처음 읽는 사람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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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문화 지형도 -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개정판 코디 최의 대중을 위한 문화 강의 1
코디 최 지음 / 안그라픽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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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대충 훑어보았을 때 느낌은 ‘20세기 모더니즘 문화이론을 잘 정리한 책’이구나라는 것이었다. 또한 ‘대학 교재로 쓰면 적당 하겠다’라는 생각도 함께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뉴욕대학교에서 저자가 강의했던 내용과 2002년 초빙교수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문화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문화지형도’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책이라 서두에 밝히고 있다.

   이 책은 2006년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20세기 문화 지형도”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것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에서는 당시 부족한 내용과 생략된 설명에 대한 아쉬움을 다소간 보충하였고, 각장 마다 연대표를 정리하여 보여주었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야기로 나뉠 수 있다. 모더니즘은 근간을 17세기 이성주의에 두고 그 흐름은 마르크스 사상에 잇닿아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새로운 사회와 혁명적 태도’가 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모더니즘, 즉 시대정신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았다. 이는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모더니즘이 정치이념으로 활용되며 이데올로기화 되었고, 미국에서는 전쟁과 자본주의의 흐름을 타고 미국적 모더니즘으로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미래주의 정신을 활용한 무솔리니, 루스벨트의 대중적 영합주의로 흘러 마르크스가 원했던 깊고 새로운 역사로 사회가 바뀐 것이 아니라, 새롭긴 하지만 가볍기 짝이 없는 표면적인 모습의 자본주의 대중 사회의 탄생을 가지고 온 것이다.

   포스트모던 그리고 대중문화 형성도 이러한 바탕에서 비롯되는데, 이 책에서는 장 리오타르, 롤랑 바르트, 미셸 푸코 등 초기 포스트구조주의자를 비롯하여, 오리엔탈리즘의 에드워드 사이드, 스피박, 호미 바바의 후기식민지 연구 그리고 퀴어이론(동성애자 등 소수자들의 사상적 바탕이 된 이론)까지 포함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또 다른 세계의 시작과 가설들’이란 제목으로 현재 사회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하이퍼문화가 갑작스레 등장한 것이 아닌 1948년 동물과 기계의 의사소통 문제를 다룬 “사이버네틱스”, “미디어 이론”의 근거를 마련한 마셜 맥루한, 쥘 들뢰즈, 가타리의 포스트모던 이론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바탕에서 많은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사회학적 방법론에 기술하다보니 작품보다는 문화이론이나 이론가가 중심으로 나타난 쉽게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앤디 워홀이나 투팍 사쿠르와 같은 소개가 보이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예가 많았더라면 이해가 좀 더 쉽지 않았을까싶다. 결국 모더니즘이나 포스모더니즘도 담론이 아닌 현상 속에서 쉽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나타난 현상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로 스치는 듯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문가들에게는 20세기 문화이론의 흐름을 정리하는 의미로, 일반 독자에게는 전문적 책을 읽기 위한 입문서 역할을 하는 의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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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 걷기여행 -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녹색연합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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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당신이 지금 서울에 살고 있다면, 다음 중에 모르는 지명이 있는지 꼽아봤으면 좋겠다. 숭례문(남대문), 남산, 장충체육관, 흥인지문(동대문), 낙산 혹은 대학로, 숙정문, 인왕산, 경교장 혹은 서대문… 굳이 서울 사람이 아니어도, 이 중에 아는 지명이 하나도 없지는 않으리라. 지도를 펼쳐놓고 이 지명들을 이어보면 하나의 선으로 쭉 연결된다. 바로 서울 성곽길이다. 

   서울토박이로 서울에서 계속 살고 있는 나는, 정동에서 고교를 졸업했고, 직장 생활도 남대문 부근에서 했으니 성곽길 주변을 계속 ‘지나다니기’는 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그 때는 특별히 서울 성곽길이라고 따로 있지는 않았고, 그래서 대부분의 서울 사람처럼 나 또한 서울성곽길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걸어본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요즘 서울성곽의 많은 부분들이 복원되고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으니, 그 길이 그저 새롭고 고맙다.
   막바지 여름이 한창이던 어느 날,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친구들과 함께 서울성곽길을 걸어보았다. 이번에 걸은 길은 3코스의 일부인 혜화문에서 말바위 쉼터까지다. 원래는 숙정문을 거쳐 창의문까지 걸을 예정이었으나, 태풍 곤파스로 인한 상처 때문에 숙정문 방향은 입산이 통제되었다. 그래도 내려와서 길상사와 이화마을을 들르니, 아쉬움이 조금 달래진다. 혼자서도 좋을 길이지만, 이렇게 여럿이 걸으면 더 정감어리고 좋은 길― 바로 서울성곽길이다.

   내가 <서울 성곽 걷기 여행>을 읽은 것은 그렇게 성곽길을 다녀온 뒤의 일이다. 책을 받아들고는, 며칠 전 다녀온 곳부터 하나씩 되짚어가며 읽다보니 느낌이 남다르다. 며칠 전 다녀온 그 길이, 성곽길 중 아이들과 친구들, 연인들이 걷기에 가장 좋은 길이란다. 그러고 보니, 그 날따라 꼬마 친구들이며 연인들을 꽤나 많이 만났던 생각이 난다.  거기에 덧붙여 NGO와 장수마을 이야기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성곽길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접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하는 아쉬움이 더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성곽길이 하나로 이어져서 머릿속에 그려진다.

   <서울 성곽 걷기 여행>은 서울을 다시 보게 해준다. 그래서 18.6㎞에 이르는 성곽길을 짚어가다 보면, 우리가 오늘도 지나다니는 그 길에 서울의 역사와 문화, 상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번을 지나다닌 남산이고, 청계천이고, 동대문일까마는 익숙한 지명이고 수시로 지나다니는 길이라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길에 수많은 사연들이 들어있고, 게다가 가을 하늘을 물병 한 가득 담아낼 수 있는 멋진 곳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서울의 골목길이 왜 구불구불한지, 왜 ‘숭인문’, ‘흥례지문’이 아니고 ‘숭례문’, ‘흥인지문’이어야 하는지 이해가 된다. 혹은 촬영 장소로도 종종 등장하는 남산 식물원 주변이 실은 일제의 신궁으로 짓눌려 있었던 아픈 역사를 알게 되어 그 장소가 새삼스럽다.  

   이 책은 성곽길 주변의 돌아볼만한 곳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남산 한옥마을, 독립문, 길상사, 수연산방, 최순우 옛집 등 대부분 성곽 여행길에서 멀지 않은 곳들이다. 성곽을 돌아보며 땀도 식힐 겸, 잠시 들러보면 좋은 장소들이다. 

   ‘지나다니는 것’과 ‘제대로 걸어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이 책은 서울 성곽을 ‘제대로 걷는 방법’을 말해주는 책이다. 성곽길 여행에 동행하기 쉽도록 책도 작고 휴대하기 좋게 만들어졌다. 다음 번 성곽길 여행에는 주머니에 챙겨넣고 하나씩 하나씩 짚어가며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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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25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 - 유망 투자지역이 한눈에 보이는
한국비즈니스정보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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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나라라고 부동산이 없을까마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유독 대단하다. 한정된 땅덩어리 안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그런 것도 있고, ‘그래도 집 한 칸은 있어야지’하는 의식도 꽤 작용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거기에 덧붙여 부동산이 거주의 개념 외에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기에,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다. 우리나라 직장인 33.2%가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 취득을 꼽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이를 뒷받침해 준다.

   ‘부동산 불패 신화’라고 할 만큼, 부동산의 투자 가치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던 시절도 있었다. 투자라기보다는 투기 광풍이 불어, 사놓기만 하면 언젠가는 오른다고 무조건 너도나도 부동산을 사들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것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나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으면서 부동산 투자가 꼭 안전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난 듯하다. 또한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 더욱 신중을 기하고 정보 수집과 분석에 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11~2025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는 그런 개인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각 지역의 부동산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내용은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상업시설, 유망 주거지, 문화 ․ 관광 시설 등 주변 개발 호재, 계획도시, 철도 ․ 도로 계획 등 투자자들이 궁금해 할 사항들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분석하고 있다. 각각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지역의 상황이 현재 어떤 상태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부지면적과 시행자 등 기본 사항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조감도와 지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의 숫자가 말해주듯 이 책은 현재 시점에서 ‘2011~2025년의 부동산 전망’이라는 시의성에 주목한 책이다. 사실 나는 부동산에 전혀 문외한이기도 하거니와 투자할 여력도, 배짱도 없는 사람이다. 게다가 책 한 권 읽는다고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이해될 것도 아니고, 어차피 판단은 개인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르는 분야라고 전혀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부동산이 아닌가 싶다. 뿌연 안개 속을 걷듯 불투명한 부동산 투자에 대해 좀 더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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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절판


중요한 건 음식이겠지만, 어쨌건 같은 음식도 담는 그릇에 따라 느낌은 전혀 다르다. 그릇에 따라 맛있는 음식이 더 맛깔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그릇의 선택’에서부터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다고 맛이 썩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결론적으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선택이 되고 말았다.
국내외의 여행기가 쏟아지다시피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수많은 여행서 중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선 저자들의 다양한 면모 때문이었다. 방송 작가, 기자, 잡지 편집장 등 글에 대해 일가견이 있을만한 저자들과 싱어송 라이터, 칼럼니스트, 대기업 연구원 등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저자들까지…… 그들 대부분은 여러 권의 여행서를 발간한 베테랑들이다. 게다가 그들이 선택한 여행지는 기존의 여행지에서 조금 더 현지에 가까이 다가간 색다른 여행지였다. <여행자의 유혹>이라는 제목처럼, 그러한 다양성과 특이함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셈이다.

저자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생활을 모두 접고 여행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잠깐의 여행이야 비교적 쉽게 나설 수 있지만,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길 위에 선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자신의 일상을 모두 접고 훌쩍 떠난 그들의 용기가 부럽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그렇게 모두 버리고 떠났기 때문일까? 그들이 소개하는 여행지는 일반적인 여행지와는 많이 다르다. 짐바브웨, 에스토니아 등 이름으로라도 알고 있는 나라는 둘째 치고, 다람살라, 잔지바르, 니일스야드 등 이름만 들어서는 도대체 어디쯤에 있는지 선뜻 짐작이 안가는 곳들이 많다. 그런만큼 개성과 흥미로 독자를 유혹할 수도 있었을 여행서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선 목차의 순서부터 기준이 없어 독자로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역별로건, 작가별로건 구분이 되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12명의 필자는 각각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체계가 없이 각자의 얘기만 풀어놓다 보니 전체적으로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케이프타운에 있다가 바로 러시아로, 다시 하노이로 정신없이 건너뛴다. 지명도 깨알같은 글씨로 한 쪽 구석에 써있어서, 본문을 읽기 전에는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래서 독자로서는 공감을 하기 보다는, 마치 바쁜 일정의 버스 안에서 잠들었다가 무작정 내려서 어리둥절한 이방인이 될 뿐이다.

한 편 한 편의 여행기를 봐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여러 권의 여행서를 낸 저자들인만큼, 내용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글의 흐름도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너무 짧은 분량으로 끊어서 쓰다 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나오다가도 금방 끝을 맺고 말아, 읽는 입장에서는 허무할 때가 많다. 여행지에서 겪을 수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얘기해서 이어질 다음 사건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냥 그랬다구. 그게 다야…’하고 어이없이 말문을 닫아버리는 식이다.
이 책의 결정적인 단점은 사진이다. 135×200㎜의 판형인데다가 사진의 크기가 너무 작게 들어가 있어, 여행지의 매력이 제대로 전달되지를 않는다. 책소개에서 보여준 선명하고 시원한 사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폭포의 웅장함이나 사막의 광활함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를 않는다. 원래의 사진은 분명 멋있었을텐데, 책의 여백은 많이 두고 사진은 작게 넣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진다.
여행기에서 글과 사진이 음식이라면 책의 편집이나 체제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이 어울리는 예쁜 그릇에 담겼을 때, 그 음식은 “맛있는 유혹”이 될 것이다. 이번 <여행자의 유혹>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읽기만 해도, 보기만 해도, 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맛있는 유혹”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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