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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명성이 자자한 <동물농장>을 지금사 읽는 건 아무래도 쑥스럽다. 해서 집에서만 이 책을 읽었는데, 읽고나니 예전에 읽었다면 이 책이 그토록 통쾌하게 다가왔을 것 같지 않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지금 읽기 잘했다.
도정일에 따르면 이 책은 러시아 사회주의를 비판한 거란다. 혁명 이후 자신만의 치부를 위해 사는 나폴레옹은 스탈린, 권력다툼 끝에 그에게 밀려난 스노볼은 트로츠키, 혁명의 이론을 제공한 메이져(이상 모두 돼지)는 칼 마르크스. 나머지는 다음과 같단다.
전 농장주인 존즈: 러시아 황제
나폴레옹을 추종하는 부하 돼지들: 볼세비키
‘나폴레옹은 늘 옳다’며 믿고 사는 말 복서: 프롤레타리아트
동물반란: 러시아 혁명
나폴레옹의 언행을 대중들에게 설득하는 돼지 스퀼러: 러시아 기관지 프라우다 지
나폴레옹을 지키는 사나운 개들: KGB
나폴레옹과 적대적이지만, 기득권을 위해 힘을 합치는 필킹턴 농장: 영국
위와 비슷한 프레드릭 농장: 독일
전 주인 존즈와의 전투인 외양간 전투: 연합군 침공
동물들이 만드는 풍차를 인간들이 부순 풍차전투: 독일의 러시아 침공
나폴레옹이 동물들을 혹사시키며 만들기를 염원했던 풍차: 소비에트 5개년 계획
하지만 조지 오웰의 이 발랄한 소설은 비단 소련 사회주의 뿐 아니라 권력의 일반적인 속성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동물반란의 결과 집권한 나폴레옹이 자신의 배를 채우며 동물들을 더 모질게 탄압하듯, 혹독한 독재가 끝나고 찾아온 민주화의 과실을 차지한 것은 바로 언론권력이다. 위의 비유처럼 나도 책의 주인공들을 작금의 상황에 맞춰 봤다.
전 주인 존즈: 박정희/전두환
새 주인: 조선일보 사주
이론가 메이져: 월간조선 조갑제
새주인을 추종하는 부하 돼지들: 조선일보 극렬기자들(이한우, 진성호..)
동물반란: 87년 6월 항쟁
조선 사주의 언행을 대중들에게 설득하는 돼지 스퀼러: 송복 같은 어용학자
나폴레옹을 지키는 사나운 개들: 한나라당
언제나 조선은 옳다고 믿는 말 복서: 조선일보 극렬독자들
판매부수를 위해 싸우는 듯하지만, 기득권 옹호에는 한목소리를 내는 농장들: 중앙일보, 동아일보
동물재판: 근거없는 추측으로 1면 도배하기
외양간 전투: 안티조선운동
풍차전투: 친일 진상규명
새 주인이 만들기를 염원했던 풍차: 친미반공국가
돼지 나폴레옹의 독재는 대중들의 무지를 토대로 유지된다. “반란 초기의 농장이 지금보다 더 살기 좋았던 것인지...기억해 보려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스퀼러가 읊어대는 통계 숫자를 보면 언제나 모든 게 더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조선일보의 힘은 사실 판매부수의 힘, 거기에 힘을 실어주는 독자들은 과연 깨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