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산책 페이퍼! 그동안 책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 썼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건만.... 그건 아니고 책을 한 번에 왕창 사던 패턴에서 두세 권씩 찔끔찔끔 사는 패턴으로 바뀐 데다, 받자마자 금방 읽고 100자평을 올리다 보니 산책 페이퍼를 굳이 업로드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튼 꾸준히 샀고, 꾸준히 읽었고, 이번 주엔 좀 왕창 샀다. 그래서 이미 100자평을 올린 책만 제외하고 11월 1일부터 어제까지 산 책을 싹 모아 올려보기로. 산책 페이퍼 안 올리니까 마니아 숫자가 잘 안 올라감.... 아니 뭐 마니아에 그렇게까지 연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재의 달인 메달도 받은 마당에 100은 좀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먼저 소설!
책상 뒤에 창문이 보이는 김에 하는 말. 전에 암막커튼을 떼고 나서 창문의 맞은편에 정면으로 위치한 책장의 책들이 햇빛에 바랠까 봐 걱정된다고 한 적이 있다. 책장을 창문 옆 벽면으로 옮겨야지 옮겨야지 하면서도 고된 작업이 될 게 겁나 몇 주 미뤘지만 결국 옮기는 데 성공! 책장을 옮기려면 책상까지 옮겨야 해서 책상은 창문과 마주보게, 책장은 책상의 오른쪽 벽면에 붙였다. 옮겨놓고 보니 자연광을 듬뿍 받는 책상에서 뭔가를 하는 기분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진작 이렇게 해놓고 살 걸 싶더라. 이제 진짜 산책 얘기 해야지.
1. 밀란 쿤데라, <불멸>
<농담>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완전 내 취향이야!" 외쳤던 밀란 쿤데라. 소설 초보인 나는 경험해 보고 싶은 작가들이 너무나 많은 까닭에 한 작가가 맘에 들었다 해도 그의 책을 연속으로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불멸>도 찜해만 두고 미루던 참이었는데 요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
2. 이탈로 스베보, <제노의 의식>
잠자냥 님 서재에서 보고 존잼각이다 싶었던 책. 뒤표지에 제일 크게 적힌 문구가 "나의 하루하루는 넘쳐나는 담배와 되풀이되는 금연 계획으로 끝이 났다"다. 넘쳐나진 않지만 되풀이되는 금연 계획은 똑같네.... "어느 강박증 환자의 고해성사" "심리소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전쟁과 인간성 상실을 목격한 사람들의 실존적인 문제와 모더니티의 위기가 준 충격은 제노가 항상 추구했던 건강과 돈, 힘이 부질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키워드랑 주제만 봐도 내 취향이다!
3. 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
소설고자(?) 소설에이스(?) 소설불감증(?) 시기에도 서머싯 몸의 소설에는 감응했다. <달과 6펜스>는 거의 난생처음 재밌게 읽은 고전문학이고, <면도날>은 재미도 재미거니와 주인공 '래리'한테 푹 빠져서 지금도 래리가 등장한 많은 장면들을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좋아한다. <인생의 베일>은 앞의 두 작품보다는 덜 인상적이긴 하지만 서머싯 몸이 쓴 거라 역시 재밌음. 서머싯 몸은 믿고 읽는 작가가 되었고 그래서 <인간의 굴레에서 1-2>도 진작에 구입해 둔 터인데 이건 너무 두꺼워 오래도록 손을 못 대고 있다. 아마 <케이크와 맥주>를 먼저 읽게 되지 않을까.
4.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강 언니도 세 작품 읽었고 내 취향이라 앞으로도 계속 읽어볼 작정. 저렴한 책 한 권 같이 끼워서 결제하려고 저가격순으로 보다가 눈에 들어와서 이참에 구입했던 것 같음.
5. 제시카 아우,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엄마와 딸의 여행 그리고 대화라는 소재가 맘에 들어왔다. "어느 해 10월 엄마와 딸이 도쿄, 오사카, 교토를 여행하며 나눈 대화, 감정, 기억." "그 사이사이로 엄마와 딸의 대화, 화자인 딸의 기억과 상념, 서로에게 가닿으려 하나 실패할 뿐인 옅은 낙담과, 그럼에도 그 마음을 이어보려는 애씀의 시간이 고요히 교차한다." 갑자기 엄마 보고싶음.
6. 이치카와 사오, <헌치백>
9명의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선정한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저자가 중증 장애인 작가이고, 중증 척추 장애인인 주인공이 남성 간병인에게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엔을 줄게요"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어떨지 궁금.
그리고...
<속보> "북플 입성 1년 된 은오, 요새 비소설보다 소설이 더 땡겨"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저를 소설의 세계로 인도해준 알라딘 언니들께, 특히 소설 덕후 잠자냥 님께 이 영광과 뽀뽀를 전합니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그렇다고 소설 한 권 끝내고 바로 또 소설 읽는 것보다는 소설-비소설 돌려가며 읽는 게 좋다. 그래서 다음은 비소설 책탑!
7. 박권일, <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이미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은 바 있지만, 한국만 한정해서 이야기하는 국내 저자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다. 부제가 흥미로움.
8. 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그냥 사면 되는 것이니 사족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슬슬 힘들어진 거 절대 아님....
9. 퀴브라 귀미샤이, <언어와 존재> - 언어는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만들고 처세와 정치를 결정하는가
언어는 항상 내 주요 관심사 중 하나. 그래서 이 책도 출간되자마자 제목만 보고 일단 담아뒀다. 책 소개랑 목차도 흥미로워서 이번에 구입완료.
10. 피터 싱어, <마르크스>
책 읽다 보면 마르크스가 너무 자주 나오니까 마르크스 관련 책 한 권쯤은 읽어야지 싶다가도 두꺼우면 어차피 사놓고 안 읽을 거잖아? 그래서 일단 얇은 걸로 샀다.
11. 리사 펠드먼 배럿,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예전에는 심리학이나 뇌과학쪽 책 많이 읽었는데 어느 시기부터는 내 밖으로, 사회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안 읽은 지도 오래됐고 거의 다 팔려나가 책장에도 별로 없다. 그런데 요즘 또 바깥 들여다보는 게 좀 지겨워진 터라 오랜만에 안쪽 좀 들여다볼 겸 뇌과학 지식 업데이트도 할 겸 샀다. 이 책 전반적으로 평이 좋음.
12. 배상복, <문장 기술>
문장 기술을 배워보자!
13.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나 빼고 이미 다 읽지 않았을까 싶은 책. 출간됐을 땐 그냥 넘겼는데 이번에 갑자기 궁금해져서 샀다.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네....
14. 크리스티앙 보뱅, <환희의 인간>
<인셀 테러> 읽고 상한 비위 보뱅 문장으로 정화하려고 구입했는데 아직 못 읽었다. 보뱅은 <가벼운 마음> 읽고 반해서 <작은 파티 드레스>, <흰옷을 입은 여인>까지 읽었고 이거 읽고 나면 <그리움의 정원에서>까지 읽게 될 듯?
이거 정리하다가 현타와서(읽은 책은 뺀 게 이거라니....) 오늘 금요일인데도 책지름 참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읽기도 많이 읽었다는 거? 17권 읽었다. 아니 다행이 아니라 미친 공부 좀 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