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만약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면, 탁 트인,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다이아 링이다. 눈 감아 봐요. 하고 손바닥에 살짝.

 

Will you marry me?

 

워커힐 클락식스틴. 음식은 푸아그라를 올린 미디움 스테이크에 에스카르고. 가볍지 않은 레드와인.

 

#. 2

 

정신병원에서 내 옆에 있겠다고 떼쓰던 그 녀석은 살겠다고 했다. 축구는 그만뒀다고.

 

#. 3

 

사이렌이 울렸다. “실제상황입니다. 반복합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나는 장입된 모든 좌표를 점검했다. 곧 적들의 머리 위에 미사일이 퍼부어질 것이다. 내 손으로 죽일 목숨들을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0%에 수렴되는 나의 생존 확률을 생각했다. YTN을 틀자 연평도에서 까맣게 포연이 올라오고 있었다. 들볶이고 다그쳐진 병사들은 겁을 먹었다. 통신반장이 달려와 외부로 나가는 모든 통신선을 끊었다고 보고했다.

 

새벽까지 작전지도를 개정했다. 잠들 여유가 없었다. 동부전선에 적 병력이 증강되었고, 평양 근교에서 공군기가 활발하게 출격하기 시작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창우에게 전화가 왔다. 저, 연평도 들어갑니다.

 

죽이라고 말해야 할지, 살라고 말해야 할지, 죽이는 것이 사는 것인지, 죽이지 않고 사는 것이 죽이고 사는 것 보다 나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보고 싶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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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찰은 세 번, 검찰은 한 번이었다. 주옥같아라. 폭행, 공문서 위조, 명예훼손. 그 중 한 건이 변희재 덕분이었고 '혐의없음'으로 방송되었다. 덕분에 나의 옥고, ‘변비어천가’는 아직 서재에 건재하다. http://blog.aladin.co.kr/Escargo/7094854 

 

이제 와서 말이지만, 야, 니가 훼손될 명예는 있냐? 

 


#. 2

 

피부과 예약했다.

더 예뻐져서 사랑받고 싶다.

쿨한 척, 속내는 만성적 애정결핍.

 


#. 3

 

작년에 50평 아파트를 장만했다. 방은 네 개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부동산이 좋아진다는 문자를 받고, 공인중개사에 들러 집을 본 뒤, 계약금을 보내기까지 30분 좀 더 걸렸다. 가히 슈퍼에서 맥주 한 캔 사오는 시간이었다. 집값이 이미 절정을 찍을 무렵이라, 어이없을 정도로 오르지 않았지만 월세는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다. 세입자 녀석, 하루라도 밀려보라지. 


만에 하나 결혼도 못하고 외톨이로 늙게 된다면 방 세 개는 가난한 아티스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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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0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방 한 칸 예약 좀(굽신).... 아무래도 저는 이번 생에선 알거지로 살다 갈 거 같아서ㅋㅋㅋ 아티스트 기준이 높은 건 아니겠죠!?!?

뷰리풀말미잘 2018-05-04 18:02   좋아요 1 | URL
그렇잖아도 내정되어 있었죠.(거부해도 잡혀오실 운명이었습니당) 두 명. 이제 두 명만 채우면 되겠네요. 염두에 두는 알라디너가 하나 있긴 한데 모진 매질이 없이는 다루기 어려울 것 같아 저어되는군요. 힘든건 싫어서..

AgalmA 2018-05-04 18:09   좋아요 0 | URL
오. 그 한 명 누군지 알 거 같아서 심히 두렵당ㅋㅋ
잡아 들여서 감옥으로 만들면 아니 되오!! ㅎㅋㅎ;;;

뷰리풀말미잘 2018-05-04 18:19   좋아요 1 | URL
뭐..잘 길들이면 되니까요.^^
 

#. 1

 

이 카테고리에 쓰는 이야기의 3분의 1은 허구다.

 

수줍음을 타는 편이니까.


 

#. 2

 

의사는 폐쇄병동을 권했다. 거부할 수 있나요? 내 상상 속 폐쇄병동은 한니발 렉터를 가둔 FBI감옥 같은 곳이었다. 더는 스트레스를 수용할 여유가 없었다. 의사는 장고 끝에 일반 병실을 허용했다. 대신 늘 다량의 약물을 복용해야했기 때문에, 머릿속은 늘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살면서 가장 죽음과 가까운 시기였다.

 

환자들은 나를 동정했다. 미잘이, 내 동생이 미잘이 나인데 말 놔도 되지? 오짬 두 개 사왔는데 노나 먹을까? 저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잡혀왔어요. 옆에 있어도 되나요? 자네, 바둑은 좀 두나? 참외를 왜 껍질째 먹어? 왜 거기에 혼자 앉아 계세요? 어두운데.  

 

“거 좀 놔두지!” 맞은 편 침대를 쓰던 그가 일갈했다. 정강이까지 문신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무도 그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흩어진 오후에 은밀히 접근을 해서는 이은하 노래를 핸드폰에 넣어달라고 했다. 나는 그것을 모종의 거래라고 생각하고 응낙했다. 덕분인지 나는 꽤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는 낮 시간동안 재활을 위해 병실 밖을 출입했고, 저녁에 돌아와서는 딱딱한 주황색 종이를 삼각형으로 접어 풀로 붙였다. 그러면 시간이 잘 간다고. 해볼래? 난 고개를 저었다. 어느 날, 그는 한 달 내내 만들던 걸 내게 안겨주고 자리를 떴다. 단단한 항아리. 두 손을 모아서 쥐어도 쏙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볼륨이었다. 잊힐 때 쯤 연락하지. 그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두 해 전, 카톡에서 그의 자리가 젊은 여자의 사진으로 바뀌었을때, 나는 딱딱하고 단단한 질감이었을 어떤 죽음을 직감했다.

 

이은하의 ‘봄비’가 재생되고 있다. 비 오는 봄날에. 

 


#. 3

 

우리 회사 회장님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낀 적이 있다. 휴. 이 분야에 있어서 나는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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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0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망진창ㅋㅋ 지난번 바이섹슈얼 나왔던 글과 오버랩이 되어 또 눈물이;ㅁ;)...
존 파울즈 <만티사> 생각나는 글이네요.

뷰리풀말미잘 2018-05-04 18:06   좋아요 0 | URL
그는 병원에서 눈을 뜬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 누워 있는지,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그는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며, 아내가 말해 주는 아이들 이름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젊은 여의사 델피는 그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데... 섹스 치료라고?

뷰리풀말미잘 2018-05-04 18:06   좋아요 0 | URL
섹스치료라..

뷰리풀말미잘 2018-05-04 18:08   좋아요 1 | URL
..흠.. 주문완료
 

#. 1 

 

애 낳는 꿈을 꿨다. 번화가에 있는 상가 2층의 허름한 산부인과였고, 접수실과 진료실과 수술실이 같았다. 나는 출산용 의자에 앉았다. 뱃속의 아이는 시기를 놓쳐 18개월이나 컸다. 의사는 낳을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가 건네준 엑스레이 필름으로 본 아이의 윤곽은 생각보다 또렷했다. 휴.  

 

아이는 수월하게 나왔고, 나는 강보에 쌓인 애를 안고 병원에서 나왔다. 출산한 몸을 이렇게 휘둘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이 막 가벼웠다. 아이의 눈은 물기를 엄청나게 머금었는데, 울지는 않았다. 보고 있으려니 가슴 속에 뭐가 막 뿌듯하게 차올랐다.

 

무릇 애기란 똥 만드는 기계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이상한 꿈이다.

 

 

#. 2

 

‘잼 라이브’는 라이브 퀴즈쇼 애플리케이션이다. 12문제를 맞추면 위너들이 상금을 나눠갖는다. 거의 다 맞추는 편인데, 꼭 한 문제쯤 틀린다. 하. 언제 모아서 재벌이 된담. 대단한 빨갱이인 척 하는 나는 솔까말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말이 좋아 경제적 자유지, 돈 되는 거라면 뭐든지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비록 더러운 일이라도 말이다.

 

 

#. 3 

 

나는 사실 바이섹슈얼이다. 어느 쪽으로도, 상당히 문란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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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8-04-17 2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올랐는데, 예전에 형수님이 아이 앞에서 아이를 대상으로 삼지는 않은 채, 전에 없이 누구라도 들으라는 듯 과도하게 화를 내던 모습을 목도한 기억이 나네요. 왜 그러느냐고 묻지 않았는데- 뭔가 알 것 같았습니다. 이게 좋은 예인 것 같지는 않은데 이를테면 저는 며칠 전에 여느 때처럼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재채기가 계속 나와서 결국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혼자 누구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듯 화를 낸 적이 있었거든요? 뭐, 그런 종류의, 급격히 외부로 흩뿌려져야만 하는 어떤 감정이 아니었을까, 이제나마 늦었지만 생각해 봅니다.

써 놓고 보니 생뚱한 댓글이네요.

아무튼 글 잘 읽었습니다.

일전에 댓글 싹퉁머리 없게 달고(농담이었지만), 그렇게 달지 말걸 이내 후회했는데 글을 수정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일말의 물의를 빚은 게 아닐까 생각한 후 로그아웃했던 기억이 나네요.

헤아려 주시길 바랄게요. (꾸벅)

뷰리풀말미잘 2018-04-18 12:42   좋아요 1 | URL
음.. 급격히 외부로 흩뿌려야 했던 감정의 종류라기 보단 무심했던 스스로에 대한 일말의 관심이랄까요. ㅎㅎ

왕래한지가 몇 년인데 수철님 글의 뒷면을 못 보겠습니까. 물의는 무슨. 더욱 날뛰어 주세요. 덕분에 좀 길게 쓰긴 했음.

AgalmA 2018-04-18 0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프고 웃겨요ㅜㅋㅜ....
돈 되는 거라면 뭐든지 한다에 엮여 사랑받는 거라면 뭐든지 하기 때문에 바이섹슈얼이 된 듯한 연결.... 슬푸다(일부러 맞춤법 틀리게 쓴 거임. 내 맘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8-04-18 12:46   좋아요 1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기 때문은 아니지만..

뷰리풀말미잘 2018-04-18 12:46   좋아요 1 | URL
괜찮습니다. 아무도 아갈마님의 맞춤법을 지적하지 않아요. ㅠ
 

예비군을 다녀왔다. 산마다 벚꽃이 흐드러졌다. 결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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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2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0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2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7 0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수철 2018-04-1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돚나 짧은 글이네 흥

뷰리풀말미잘 2018-04-13 09:47   좋아요 0 | URL
죄송해여.. 요새 포스의 힘이 부족해서..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