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세뇨리따 2018-06-25  

서럽게 아팠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서럽고 나서야, 말미잘을 찾는걸까요.

그동안은 사실 꽤 살만했습니다. 충실하게 바빴고, 비관을 조금 버렸고, 삶이 조금은 더 가치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사는 중에는 예술이 싫고, 글이 싫고, 우울이 싫고, 어쩌면 말미잘의 그 장미같은 문장들도 싫었었나 봐요. 붙들리면 그 아름다운 우울에 발이묶여, 다시는 움직일 수 없을거라는 두려움도 조금.


몸에 통증이 있고서야, 다시 침대에 틀어박히고서야, 머리속에서 제련되는 수많은 잡생각들을 마주하고서야, 나는 어쩌자고 말미잘을 찾았을까요.


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네요. 나의 우울을 기댈수 있었던, 나보다 어둠이 깊어 내가 기대도 상처입을거 같지 않던 말미잘과에게 저는 그저 이기적이고 방종스러운 어리광을 부릴 뿐이었고, 말미잘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줬네요. 그렇게 저는 한번도, 말미잘과 기쁨을 나눈적은 없었네요.


이 통증이 조금 가시고 나면, 우울하지 않게되면, 양지로 나가게 되면

그때는 조금 기쁜 화두를 들고 올게요.


올해는 말한 적 없었네요.

상처를 감추려고 발악하는 답잖은 글들 속에서,

언제나 말미잘의 글만이, 어떤 상처는 아름답게 흉질수도 있다고 말해줘서 위로가 돼요.

말하지 않은 수많은 순간에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2018-07-02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뇨리따 2018-08-1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서 내 글의 비밀글인데 안보일까요..ㅡㅡ 저번에도 얼핏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혼내는 말이었을까요. 아니면 또 감동적인 위로였을까요. 다시 찾고보니 또 우울하기 때문이네요.

다음주에 어쩌면 좋은일이 있을것도 같아요.
그때는 일이 되든 그렇지 않든 꼭 와서, 이제는 긍정적일때 더 오고싶어지는 곳으로 삼을겁니다.!

2018-08-13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3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뇨리따 2016-09-23  

바빠요.
사색을 빙자한 잡생각따윈 한치도 허락받지 못할만큼 헐떡이며 살고있죠. 여기엔 치열하게 사는 낭만을 그리워 하던 백수를 그리워하는 월급쟁이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랬어요. 낭만은 방관자의 전유였어요

막연하게나마 기약했던 계절은 의식할 새도 없이 지나갔네요. 때 늦은 인사지만 명절은 잘 보내셧는지.

낭만따위 없이 살다보니, 까막눈처럼 글을 잊었어요. 읽어도 글자와 의미는 명백히 다른방향으로 조합되는 와중에, 퇴근길 뇌리에서 코에걸린 재채기처럼 간질거리는 노래가사 하나에 골몰했더랬죠. 근 몇주간 처음있는 문학활동이었어요.

기억해내고 보니 정경화의 지상에서 영원으로.
어릴때 뭣모르고 전율했던 가사의 참의미를 곱씹었죠. 꼭꼭 씹었어요. 쌀은 씹을수록 감칠맛을 더한다는대 간만에 느낀 문학적 환희에 귀가 떫도록 반복해 들었죠. 참 잘 지은 글은 바쁘다는 핑계가 무색하게 감동을 주는구나. 그런데 왜 이런 문학적 영감의 끝은 항상 말미잘의 서재일까요? 길들여진건가 싶기도 하고..

뭐 여하간 그렇게 일해서 쓸 시간도 없이 사는대 무얼했는고 하니, 치미는 뽐뿌를 이기지 못해 시계를 질렀네요. 엤날에 덕질할때는 기계식 시계의 아날로그틱 감성에 개똥철학을 칠해서 열변을 토하며 그 값어치에 대한 자가변호를 하기 바빴는대, 뭐 다들 알잖아요. 사치죠 사치

선생님들 글월이나 그럴듯하게 배끼는 꼴에 미문이 아니면 눈치에 두지도 않는다거나, 남들은 진작에 노후대책이다 뭐다 시작하는 판국에 꾸역꾸역 모아도 살둥 말둥하는 월급쟁이가 주제 모르고 월급보다 비싼 시계를 산다거나 하는거.

참 예쁜대 거기서 부들거리는 저를 보다가 아 이런 고민도 사치구나 싶더라구요. 죽는것에 비하면야 사는것도 사치잖아요. 그냥 그렇게 살아보려고요. 나중 걱정은 나중의 내가 해결하지 않겠나요.

죽을때 아 참 사치스러운 인생이었다 하고 뿌듯하게 죽을수 있기를. 말미잘의 신랄한 비문을 선물받는 사치도 누릴수 있기를. 뇌가 익어가는 중에 필터없이 나오는 헛소리를 말미잘이 잘 필터링해서 미문으로 답장해줄거라 알기때문에,
저는 늘 여기서 마음놓고 똥을 싸죠.

요지는 그러니까..
'명절은 잘 보내셧는지..?'
 
 
뷰리풀말미잘 2016-09-2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뭐 명절이랄 게 없습니다. 오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내내 책이나 읽고 뒹굴거리다가 명절음식으로 타르트나 몇 개 만들어 먹는 정도죠. 제가 에그 타르트를 기가 막히게 만드는데요. 먹어 본 사람들은 인생타르트라며 다들 울먹울먹해요. 레시피 올려서 요리 블로거로 거듭나 볼까요? 하지만 올해는 치즈 타르트를 만들었다가 폭망해서 조금 우울했어요. 역시 사람이 한 우물을 파야되나봐요.

시계라. 그거 참 덕질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분야라고 하더군요. 이천만원짜리 시계와 분리불안장애를 겪는 친구를 하나 알죠. 저는 시계를 전혀 하지 않아요. 전에는 귀도 세 개나 뚫고, 반지에 팔찌에 목걸이에 악세사리를 주렁주렁 하지 않으면 어색했는데, 심플라이프에 경도된 삶을 살다보니 옷 말고 뭐가 피부에 걸쳐져 있는 게 어색하더라고요. 가급적 스마트폰만 하나 가지고 다닙니다. 하지만 뭔 패션잡지 같은 거 보면 그 내부의 파츠가 노출된 그런 거 있잖아요 왜. 스켈레톤 스타일. 그런 거 보면 막 홀리고 그럴 때도 있어요. 예쁜 건, 예쁜 거예요. 예쁜 걸로 충분하죠. 사치 인정합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정경화의 지상에서 영원으로. 들어보겠습니다. 최근에 가입한 벅스로. ㅎㅎ 전 비 오면 링크의 비가와 듣는데 이 노래를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반사적으로 듣게 되는거 같아요.

글고요. 팔월은 마음속에 있는 겁니다. 팔월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팔월인거예요.
 


세뇨리따 2016-06-29  

보고싶은데 볼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 할때나, 그 사람처럼 아주 예쁜게 보고싶을 때나, 글이 고픈데 도처에 널린 글은 영 입맛이 아니거나, 위스키에 어울리는 안주가 없거나,그냥 아무 생각도 안들때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 서재에 오는 것인지, 이 서재에 오려고 이유를 만드는 것인지 모를 지경까지 왔네요.

뭐더라?
아, 휴대폰으로 서재에 글남겨보기는 처음이예요. 불과 1년전만 해도 스마트폰 같은 건 선구적인 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온 반문명적인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이제 제법 문명인의 흉내를 낼 수 있게 됐어요. 여전히 노트북의 시원시원한 자판과 큼직한 화면으로 미잘의 서풍을 감상하는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다지 하고싶은 말이 있는건 아니었어요. 그보단 용건이 있긴 한데, 얼마전에 말미잘이 촉수가 닳도록 예찬한 그분이라던가 그외에도 자기만 보려고 꽁꽁 숨겨놓고 미식해온 필자들의 글을 볼수있는 링크 목록을 공유해 주십사..

변심한 것은 아니에요.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니 잘못한 것은 사실 말미잘이기도 하고..우리 사이엔 말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인 계약사항 하나가 있잖아요. "나는 읽을테니 미잘은 쓰거라." 링크가 풍부하게 달리면 이번주 할당량의 글은 눈감아 줄게요.

비유하자면 저는 삼장법사 수준으로 인내를 터득한 편집장이고 말미잘은 손오공 수준으로 말을 안듣는 작가니까, 링크 몇개정도로 경을 외지 않고 넘어가 줄 수 있어요.
어서, 내 식감을 만족시켜줄 문학계의 사오정과 저팔계를..

추신
아, 참고로 7월은 확신이 없고, 8월엔 휴가가 있어요.
해있는데는 인나가는 주의지만 (저를 포함해 해가 두개 뜨거든요) 그정도 고통은 기껍게 감내할 수 있어요.
 
 
세뇨리따 2016-07-05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굴이 안보요......... 왜지

2016-07-05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뇨리따 2016-07-0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요. 뭐라고 쓴거예요?

뷰리풀말미잘 2016-07-08 14:15   좋아요 0 | URL
두번째 단 댓글에 똑같이 적었어요. 그건 보이죠? 날씨가 엄청나게 덥네요. 더위 안 타는 체질인데도 더워요. ㅠ_ㅠ 잘 지내고 계신가요?
 


무해한모리군 2015-07-21  

미잘 어디갔어요? ㅠ.ㅠ

 
 
 


세뇨리따 2014-12-19  

얼굴은 나날이 빛을 더하고, 몸은 나날이 갈라지고,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시간은 고스란히 쌓이는데, 이상하게 글은 멎네요. 얼어붙었어요. 뭔가 쓸라치면 글의 마디마디에서 수증기가 올라오고 문장은 미끄러지지 않게 위태롭게 부여잡고 전개해 나가죠.


푸념하러 온 것은 아닌데, 서재에 글도 뜸하시니 괜히 심술이 나네요!

그렇게 분발해 달라고 부탁드렸건만..



저는 아름다우신 미잘님 서재 들르면 글도 글이지만, 항상 사진 카테고리를 먼저 지나쳐 와요.

특히 지하의 허름한 책방이나, 낡고 부서진 콘크리트의 정글이나, 뒷모습이 익숙한 사내에 대한글은 볼때마다 심취하죠. 뷰말님이 담는 겨울도 보고싶어졌어요. 사진이 주연이고, 멋들어진 명품 조연의 코멘트가.. 참 부러운 감성이다 싶어요. 저는 좀처럼 셔터가 익술칠 않아 휴대폰의 카메라 아이콘도 방치되기 일쑤인데요.



요즘은, <여자없는 남자들> 을 읽고 있어요.


읽을때마다 느끼지만, 하루키는 썩 유려하진 않는데 사람을 몰두하게 하는 재능이 있나봐요.

항상 재밌다고 느끼지도 못하면서 거리낌없이 완독하게 된다니, 정말이지 골치아픈 작가예요.

그러니 그냥 읽어야지 어쩌겠어요 :)



없는 요점을 찾자면..

춥다고 실내에만 있지 마시고, 어서 사진기 들고 밖으로 밖으로!


 
 
뷰리풀말미잘 2014-12-2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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