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뇨리따 2018-06-25
서럽게 아팠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서럽고 나서야, 말미잘을 찾는걸까요. 그동안은 사실 꽤 살만했습니다. 충실하게 바빴고, 비관을 조금 버렸고, 삶이 조금은 더 가치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사는 중에는 예술이 싫고, 글이 싫고, 우울이 싫고, 어쩌면 말미잘의 그 장미같은 문장들도 싫었었나 봐요. 붙들리면 그 아름다운 우울에 발이묶여, 다시는 움직일 수 없을거라는 두려움도 조금.
몸에 통증이 있고서야, 다시 침대에 틀어박히고서야, 머리속에서 제련되는 수많은 잡생각들을 마주하고서야, 나는 어쩌자고 말미잘을 찾았을까요.
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네요. 나의 우울을 기댈수 있었던, 나보다 어둠이 깊어 내가 기대도 상처입을거 같지 않던 말미잘과에게 저는 그저 이기적이고 방종스러운 어리광을 부릴 뿐이었고, 말미잘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줬네요. 그렇게 저는 한번도, 말미잘과 기쁨을 나눈적은 없었네요.
이 통증이 조금 가시고 나면, 우울하지 않게되면, 양지로 나가게 되면 그때는 조금 기쁜 화두를 들고 올게요.
올해는 말한 적 없었네요. 상처를 감추려고 발악하는 답잖은 글들 속에서, 언제나 말미잘의 글만이, 어떤 상처는 아름답게 흉질수도 있다고 말해줘서 위로가 돼요. 말하지 않은 수많은 순간에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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