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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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더를 알기까지 괴테가 과연 무슨 얘길하는지, 왜 이런 집필태도를 가졌고, 또 파우스트에 이리도 집착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헤르더와 괴테가 공유한 방황과 진보의 사상이 내겐 이런 의문에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답변을 주었다. 파우스트는 왜 계속 헤매고 다니나? 그것이 인간 보편적 탐구와 삶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괴테의 삶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가, 정치가(관리?), 화가, 기술자(과학자?)의 편력과 같이 파우스트는 인간 삶의 해답을 원하며 헤맨다. 해답은 놀랍게도 나선형의 진보적 방황 자체다. 결코 마지막 부분의 볼테르적인 황무지개척이 해답이 아니다. (사실 그는 거기서조차 농지합병을 반대하는 노부부와 나그네 살해의 배후가 된 자신에게 괴로와 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재미가 있다. 어떤 택일적 결론이 아닌 변증적 발전의 한가운데 개인은 방향감각을 잃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제대로 살고 있다는... 기승전결로 역사는 진행하지 않으며 이런저런 방황을 해서 훌륭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아름답다... 뭐 그런거다. 고전주의도 낭만주의도 아닌 태도를 견지하는 변증적 태도도 그렇고(헬레나와 파우스트의 산물, 오이포리온. 자기 한계를 벗어난 이 예술의 총화는 그러나 자멸한다), 물로 인한 생성도 불로 인한 생성도 아닌 만물의 생성원리도 그렇다.  인간오성의 상징 호문쿨루스가 갈라테아의 옥좌에 부딪쳐 진리를 드러낸다. (사면은 온통 불에 싸여 흘러내리네요...물이여 만세 불이여 만세) 인간은 해답을 모른다. 알 수도 없다. 이유도 없는 인생. 그래서 이 주인공은 죽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살아남은 파우스트가 발견한 인생은 [찾으려 노력하는 그 자체에서 변증적 이유를 획득하는 삶]이다. 현실세게의 파우스트, 괴테의 83년은 그래서 치열하고 정처없어 보이기까지하다. 그가 이런 진보적 방황의 삶을 보이고자, 전세대에서 질서파괴적 탐구자로 그려졌던 파우스트를 그 주인공으로 삼은 점은 그래서 기가 막히게 놀라운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접근도 재미있다. 파우스트의 방황을 괴테 삶과 맞추어보는 거다. 인생의 이유가 쾌락인가? [즐기는게 인생야]  젊은 시절의 괴테다.  정치가 모든 문제의 열쇠인가? [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장년의 괴테다. 고전과 낭만의 조화 [예술의 세계가 우리에게 삶의 궁극적 이유를 보여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괴테다. 삶의 이유는, 묻지말고 남에게 득이 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인가? [ 자신에게 주어진 땅을 일구라.볼테르] 계몽시대와 나폴레옹으로 인한 살상 그리고 반동의 시대에 노년을 살아간 괴테다. 변증적 파우스트는 이 모든 것이 다 틀렸다고 반기를 들면서도, 그래도 결론은 성공이라고 선포한다. 

  헤르더 책을 읽고 썼던 독후감이다.

  [그래서,  이제 실수와 방황이 있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는한 역사의 흐름은 승리를 보장한다. 인간성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기술의 발명은 실수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다듬어져 진보를 이룰것이다. 이성과 정의가 승리한다. 방황은 있으나 패배는 없다는거다] 

  이것이 파우스트에게도 잘 어울리는 결론인 듯하다.  변증적으로 인생이 설명될 수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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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11
J.G. 헤르더 지음, 강성호 옮김 / 책세상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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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더가 헤겔과 괴테 등 당시 인물에게 준 역사철학의 영향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막상 그의 역사철학에 관한 책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겨우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 전체 20장중 한장인 15장 [역사발전의 법칙]이다. 역사철학이 우리나라 현대사에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것이 해방 60년의 우리 현주소임을 어찌할까... 번역은 사회 전반의 의식 발전에 양식이지만, 우리는 아직 배고프다. 60 페이지이지만 중요한 장인 15장의 헤르더 번역으로 허기를 면해보자. 

헤르더 역사의 목적지이자 방법은 [인간성의 실현]이다. 역사는 무질서에서 질서로 발전해 왔으며, 그 원리는 보편적 인간성이다. 방향이 없이 헤매지 않는다... 보편적 인간성에 호소하므로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모든 시도에 대한 자극은 인간의 마음속에, 그 본성 속에 들어있다]. [신에게 제한 받지 말고 오성을 촉진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이제 실수와 방황이 있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는한 역사의 흐름은 승리를 보장한다. 인간성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기술의 발명은 실수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다듬어져 진보를 이룰것이다. 이성과 정의가 승리한다. 방황은 있으나 패배는 없다는거다.  

護白論이라 할 만큼 유럽인의 역사를 옹호하고자 하는 생각도, 이런 이성의 근거가 이윤의 원리나 기술의 발달인 점도 18세기를 살았던 그에게 무리는 아닌 듯하다. 한편으론, 그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괴테의 방황과 진보의 사상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실마리를 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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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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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트헨 비극으로 대표되는 파우스트의 1부이다. 초고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낸 직후인, 그의 나이 26세인 1775년 완성되었다. 그러다 정작 이것이 실러의 권고로 마지막 탈고 된 것은 그의 나이 59세인1808년이었다. 1부의 완성에만도 초고 후 33년이 걸린 셈이다.

마지막 원고에는 사실상 2부의 방향을 보여주는  [천상의 서곡]이나 [감옥]이 들어갔으니, 1부의 탈고는 그 후 또 24년 후에나 완성될 2부의 방향이 결정된 후에야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1부는 그가 어린 시절 인형극으로 보았던, 역수입된 영국의 파우스트, 크리스토퍼 말로가 쓴  [파우스트박사의 비극적 이야기, 1587-1593]와,  2부에서 그가 보여주고자하는 괴테만의 파우스트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다.

말로의 파우스트가 르네상스 이후 근대인간형에 대한 비판으로, 기존 질서의 틀에서 본 교만이라는 인간죄악에 대한 심판이라면, 괴테의 파우스트는 [좋은 결말]의 복선으로 시작한다. 욥의 천상서곡의 패러디인 첫부분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절대자의 우호에 가득찬 선언으로, 결국 기존의 질서와 종교의 틀을 박차고 진리를 추구한 인간이 결코 멸망 당하지 않을 것임을 독자에게 암시한다.

하지만, 1부에서 파우스트의 추구는 인생의 방향도 현실의 즐거움도 찾지 못하고, 괴로움과 죄책감만 더하는 것이었음을 드러내며 끝난다. 파우스트의 방종은 여기서 젊은 시절 괴테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당시 독일의 상황과 그의 첫 결혼을 보여주는 듯한 그레트헨의 임신과 죽음.  괴테의 젊은 날의 [고백록]과도 같다. 그는 일치감치 성적 방종의 끝을 보여주고 2부의 새로운 방황을 준비한다.  하지만 노력하는 인간에게 이미 이 방황에 대한 절대자의 허락은 떨어져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발전지향적 근대인간에 대한 괴테의 긍정이다.  고통을 통과하게 되나 궁극적으론 승리를 하게 된다는... 절망하고 다시 시도하고, 또 절망하나 그치지 않는 인간, 그는 파우스트가 아니라 괴테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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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AS POUSSIN 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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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프랑스사 시공 아크로 총서 1
콜린 존스 지음, 방문숙 외 옮김 / 시공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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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미덕은 풍부하고 다양한 자료 그림, 일목요연하게 그림만으로 많은 것을 설명하는 도표와 지도들, 그리고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의 다각적 조망이다(몇 리뷰에서 이 점은 충분히 지적된 듯하다).

특히 박스로 다룬 몇몇 인물과 사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이런 역사서술에서 놓치기 쉬운 재미까지 더하고 있다. 영국사람이 쓴 프랑스사라는 점도 재미있다. 일본사람이 쓴 한국사와도 같다고 할까? 여성의 지위와 그 역할의 변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도 이 책만의 미덕이다.

안타까운 점은 그림과 상세한 기술을 담다보니 취약해진 조망이다. 일괄적 조망과 틀을 잡는데 리비에르의 책이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그 틀안에 이 책의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소 앞뒤를 오가는 내용을 정리하는건 이 책에서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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