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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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트헨 비극으로 대표되는 파우스트의 1부이다. 초고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낸 직후인, 그의 나이 26세인 1775년 완성되었다. 그러다 정작 이것이 실러의 권고로 마지막 탈고 된 것은 그의 나이 59세인1808년이었다. 1부의 완성에만도 초고 후 33년이 걸린 셈이다.

마지막 원고에는 사실상 2부의 방향을 보여주는  [천상의 서곡]이나 [감옥]이 들어갔으니, 1부의 탈고는 그 후 또 24년 후에나 완성될 2부의 방향이 결정된 후에야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1부는 그가 어린 시절 인형극으로 보았던, 역수입된 영국의 파우스트, 크리스토퍼 말로가 쓴  [파우스트박사의 비극적 이야기, 1587-1593]와,  2부에서 그가 보여주고자하는 괴테만의 파우스트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다.

말로의 파우스트가 르네상스 이후 근대인간형에 대한 비판으로, 기존 질서의 틀에서 본 교만이라는 인간죄악에 대한 심판이라면, 괴테의 파우스트는 [좋은 결말]의 복선으로 시작한다. 욥의 천상서곡의 패러디인 첫부분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절대자의 우호에 가득찬 선언으로, 결국 기존의 질서와 종교의 틀을 박차고 진리를 추구한 인간이 결코 멸망 당하지 않을 것임을 독자에게 암시한다.

하지만, 1부에서 파우스트의 추구는 인생의 방향도 현실의 즐거움도 찾지 못하고, 괴로움과 죄책감만 더하는 것이었음을 드러내며 끝난다. 파우스트의 방종은 여기서 젊은 시절 괴테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당시 독일의 상황과 그의 첫 결혼을 보여주는 듯한 그레트헨의 임신과 죽음.  괴테의 젊은 날의 [고백록]과도 같다. 그는 일치감치 성적 방종의 끝을 보여주고 2부의 새로운 방황을 준비한다.  하지만 노력하는 인간에게 이미 이 방황에 대한 절대자의 허락은 떨어져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발전지향적 근대인간에 대한 괴테의 긍정이다.  고통을 통과하게 되나 궁극적으론 승리를 하게 된다는... 절망하고 다시 시도하고, 또 절망하나 그치지 않는 인간, 그는 파우스트가 아니라 괴테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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