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번역은 최재서 작품이 만점…번역본 573종 평가
셰익스피어의 ‘햄릿’,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영미문학의 고전 36편에 대한 국내번역본의 옥석이 가려졌다. 국내 영어영문학자들의 학술단체인 ‘영미문학연구회’는 광복 이후 2003년 7월까지 발간된 번역본 573종을 평가해(별점 3개 만점) 이 중 별점 2개 반 이상이 나온 작품을 ‘좋은 번역서’로 최근 추천했다.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사업에는 김영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등 ‘영미문학연구회’ 소속 44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평가대상이 된 작품 36편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 등 영문학계에서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는 작품이다. 평가 기준은 원문의 의미를 충실히 전했는가에 대한 ‘충실성’과 우리말로 읽기 쉬운가 하는 ‘가독성’ 등이었다.

별 셋 만점을 받은 작품은 모두 5편. 최재서 역 ‘햄”’(연희춘추사), 이상옥 역 ‘젊은 예술가의 초상’(민음사/박영사), 김진만 역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정음사), 김영희 역 리처드 라이트의 ‘토박이’(한길사/창작과비평사), 김진경 역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문학과지성사)다.

별점 두개 반의 추천작은 23편이었다. 모두 10종의 추천작이 나온 ‘햄릿’ 등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추천이 많았다. 그러나 ‘로빈슨 크루소’ ‘오만과 편견’ ‘위대한 유산’ ‘일곱 박공의 집’ ‘백경’ ‘허클베리 핀의 모험’ ‘무기여 잘 있거라’ ‘무지개’ ‘여인의 초상’ ‘음향과 분노’ ‘아메리카의 비극’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호밀밭의 파수꾼’ 등 13편은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는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편의 추천작도 내지 못했다.

이번 평가 결과 드러난 문제점은 다른 국내 번역본을 표절한 작품이 전체 573종의 54%에 이르는 310종에 이른다는 것. 특히 소설(30편)의 경우 추천 가능한 번역본이 6%에 불과할 정도로 번역의 충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사업 간사인 충남대 오길영 교수는 “남의 번역을 그대로 표절한 작품이 많아 충격적이었다”고 밝힌 뒤 “이번 연구를 영미문학 전체 번역에 대한 평가로 보기보다는 역대 고전 번역본 중 우수작을 가려내는 작업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영미고전문학 번역평가에 의한 주요 추천작
작품 역자 출판사
귀향 정병조 을유문화사(1960,1988)
노인과 바다 황동규 샘터사(1975)
더블린 사람들 김정환·성은애 창작과비평사(1997)
등대로 김종운 삼성출판사(1976,1979)
박희진 솔(1996, 2001)
분노의 포도 김병철 삼성출판사(1975,1992)
노희엽 학원출판공사(1983,1999)
실낙원 조신권 삼성출판사(1976,1985)
최창호 박영사(전권:1978,1982, 후권:1980)
아들과 연인
정상준 민음사(2002)
암흑의 핵심 이상옥 민음사(1998)
올리버 트위스트 윤혜준 창작과비평사(1996)
위대한 개츠비 김욱동 민음사(2003)
젊은 예술가의 초상 이상옥 민음사(2001, 2002),박영사(1976)
김종건 고려대학교출판부,한림출판사,학원사,범우사
홍덕선 문학과 지성사(1997, 2002)
제인 에어 유종호 동화출판공사(1970),동화출판사(1973)
주홍글씨 최재서 을유문화사(1953,1958)
이장환 범우사, 양문사, 서문당
캔터베리 이야기 김진만 정음사(1963)
이동일·이동춘 한울(2001)
테스 김보원 서울대학교출판부(20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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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2004-02-2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ExLibris께서도 한겨레에서 올리신 적이 있는데 더 자세한 것 같아서...

비로그인 2004-02-2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영미 문학을 선택할 땐 대부분 메이저 출판사판을 자연스레 골라 읽어 왔는데, 아니었군요.... 참고 잘 하고 갑니다! ^^

카를 2004-02-22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 목록 중 현재 구할 수 있는 책은 민음사와 창비 정도군요

stella.K 2004-02-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그게 문제라니까요. 독자들이 잘 안 사 본다 싶으면 더 이상 찍지 않아 금방 절판되는 것. 그 사정이야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정말 갖기 원하고, 필요한 사람은 난감해지곤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