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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여관
임철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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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느새 나는 덫에 걸려 있었다. 대상도 모를 분노와 절망, 그것이 그 덫의 이름이었다. 그 캄캄한 분노와 슬픔의 강물속으로 무작정 자맥질해 들어가다 막막한 심연의 바닥에 문득 발이 닿았을 때, 비로소 어렴풋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어차피 삶이란 다만 견디어내야 할 뿐이라는 것.

-역자후기중


역사가 개인들에게 남겨준 상처가 아니었던들, 한평생을 죄책감과 괴로움으로 살아가지는 않았을 주인공들.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고통속에서 역사와 싸우며 지나간 세월들.

요즈음은 과거는 역사가 평가하게 놔두자는 말을 홀연히 흘리는 사람과 이미 역사를 망각의 숲에서 지워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백년여관의 주인공들의 기억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괴로움을 안고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또한 망자들은 기억될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며 사는게 최소한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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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대한 명상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2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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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의 시인..시를 잘 모르지만, 유하 등과 함께 유명했던 시인의 대표작을 읽어보았다.

나는 90년대에 20대를 보냈는데, 내가 느낀것과 비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진지함을 가장한 내세움이었던걸까 라는 반성도 든다.

90년대를 알고 싶으면, 장정일님을 알고 싶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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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대한 명상_ 장정일

 

-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

옛날에 나는 금이나 꿈에 대하여 명상했다
아주 단단하거나 투명한 무엇들에 대하여
그러나 나는 이제 물렁물렁한 것들에 대하여도 명상하련다

오늘 내가 해보일 명상은 햄버거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나 손쉽게, 많은 재료를 들이지 않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명상
그러면서도 맛이 좋고 영양이 듬뿍 든 명상
어쩌자고 우리가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족속> 가운데서
빠질 수 있겠는가?
자, 나와 함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행하자
먼저 필요한 재료를 가르쳐 주겠다. 준비물은

햄버거 빵 2
버터 1½큰 술
쇠고기 150g
돼지고기 100g
양파 1½
달걀 2
빵가루 2 컵
소금 2 작은 술
후춧가루 ¼작은 술
상추 4 잎
오이 1
마요네즈소스 약간
브라운소스 ¼컵

위의 재료들은 힘들이지 않고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믿을 만한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슈퍼에 가면
모든 것이 위생비닐 속에 안전히 담겨 있다. 슈퍼를 이용하라―

먼저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곱게 다진다.
이 때 잡념을 떨쳐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 명상의 첫단계는
이 명상을 행하는 이로 하여금 좀더 훌륭한 명상이 되도록
매우 주의깊게 순서가 만들어졌는데
이 첫단계에서 잡념을 떨치지 못하면 손가락이 날카로운 칼에
잘려, 명상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장치되어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곱게 다졌으면,
이번에는 양파 1개를 곱게 다져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넣고
노릇노릇할 때까지 볶아 식혀 놓는다.
소리내며 튀는 기름과 기분 좋은 양파 향기는
가벼운 흥분으로 당신의 맥박을 빠르게 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이 명상에 흥미를 느낀다는 뜻이기도 한데
흥미가 없으면 명상이 행해질 리 만무하고
흥미가 없으면 세계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끝난 다음,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 빵가루, 달걀, 볶은 양파,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골고루 반죽이 되도록 손으로 치댄다.
얼마나 신나는 명상인가. 잠자리에서 상대방의 그곳을 만지는 일만큼
우리의 촉각을 행복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순간은,
곧 이 순간,
음식물을 손가락으로 버무리는 때가 아니던가

반죽이, 충분히 끈기가 날 정도로 되면
4개로 나누어 둥글납작하게 빚어 속까지 익힌다.
이때 명상도 따라 익는데,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반죽된 고기를 올려놓고 1분이 지나면 뒤집어서 다시 1분 간을 지져
겉면만 살짝 익힌 다음 불을 약하게 하여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 가스레인지가 필요하다― 뚜껑을 덮고 은근한 불에서
중심까지 완전히 익힌다. 이때
당신 머리 속에는 햄버거를 만들기 위한 명상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머리의 외피가 아니라 머리 중심에, 가득히!

그런 다음,
반쪽 남은 양파는 고리 모양으로
오이는 엇비슷하게 썰고
상추는 깨끗이 씻어놓는데
이런 잔손질마저도
이 명상이 머리 속에서만 이루고 마는 것이 아니라
명상도 하나의 훌륭한 노동임을 보여준다.

그 일이 잘 끝나면,
빵을 반으로 칼집을 넣어 벌려 버터를 바르고
상추를 깔아 마요네즈 소스를 바른다. 이때 이 바른다는 행위는
혹시라도 다시 생길지 모르는 잡념이 내부로 틈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므로 버터와 마요네즈를 한꺼번에 처바르는 것이 아니라
약간씩, 스며들도록 바른다.

그것이 끝나면,
고기를 넣고 브라운 소스를 알맞게 끼얹어 양파, 오이를 끼운다.
이렇게 해서 명상이 끝난다.

이 얼마나 유익한 명상인가?
까다롭고 주의사항이 많은 명상 끝에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이 만들어졌다

시집 - 햄버거에 대한 명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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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리더십 - 현장형 리더가 알아야 할 리더십의 모든 것 팀장 시리즈 3
밥 애덤스 지음, 임태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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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부장이 아는척을 하며, 벌써 리더십 관련 책을 읽냐고, 리더가 되고 싶냐고 얘기를 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같은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고..

10년후 15년후 당신같은 리더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부터 공부해두고 싶다고..

사실 리더십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리더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한 존경의 의미다. 결국 존경받는 사람으로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리더십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은 일반적인 내용이지만 리더십에 대한 모든 구성요소들을 한꺼번에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아서 읽기에 편했다.

"현대인이 선망하는 리더의 전형적인 모델은 스스로 노력해서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따라서 누구든지 리더가 되기를 열망할 수 있으며, 또한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

"리더쉽은 자신을 헌신하며, 교육을 통해 부족함을 채우고 실수에서 배우면서 형성된다."

직장생활이라는게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어렵다고 느껴진다.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하고,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려움을 더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훌륭한(?) 직장인과 직장선배가 되기 위해 나 스스로 변화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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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깨뜨리지 않고 유쾌하게 이기는 법 68
이정숙 지음 / 나무생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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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내의 여성인이 쓴 처세술 관련 책을 읽었다.

저자는 KBS 공채 3기 아나운서로 출신으로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국제전문가 과정 중 국제관계 및 스피치 이론 3년 과정을 수료했다고 한다.

이런 전공을 하고 이런 류의 책을 저술하기까지 한 저자는 얼마나 똑똑한 여자일까? 책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둘째하고 우선은 저자가 너무 부러울 뿐이다.

제목이 맘에 들었다. 이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깨뜨리지 않은 상태에서..것도 유쾌하게..이길수만 있다면 사회생활이 너무 즐거울 것 같다.

번역서가 아니기에 더 구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항상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산다는 느낌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 마음속에 담아두고 스스로 괴로워하는 나쁜 습성. 이 책의 내용이 다 맞는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전문성도 다소 부족하지만,  항상 살면서 "그때 이렇게 말할걸.." 이라는 후회를 안고 사는 나에게 있어서는 읽는 순간만큼은 즐거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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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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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으로 김영하님의 소설 데뷔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에게 나를 파괴할 권리라는게 과연 있는 것일까?

나는 기독교인도, 생명을 중시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나 스스로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의 논리에는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김영하님의 초기 소설작이라서 그런지 신세대 작가의 자유로운 글쓰기 형태라고 느껴진다.

 

사실 나는 나이기 전에 우리집의 첫째딸이며, 회사원이며, 사랑하는 사람이며, 친구이다.

이런 관계를 쉽게 끊고 나 스스로 자살할 권리는 없는것 같다.

 

물론 소설은 쉽게 읽혀졌고, 소설속의 주인공들의 자유로운 생각들에 대해서는 여러 부분 공감도 했고, 김영하님의 글솜씨에 대해서도 존경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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