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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열네 살(이래서 ‘포틴’이고)인 네 명의 중학생(그래서 ‘4틴’이다) - 나(데츠로)와 준, 나오토, 다이의 일 년간을 여덟 개의 연작 단편으로 그려 놓은 단편소설집이다.

작가인 이시다 이라에 대해서는 원래는 전혀 몰랐었는데, 일본드라마 IWGP의 원작가라는 서문을 보고 나서야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IWGP는 내가 일본드라마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게 해준 첫 드라마이고, 일본을 방문했을때 이케부쿠로에 꼭 가보고프게 만든 드라마였다. 사실 지금 다시 보면 그때만큼 재미있을까 싶긴 하지만..

이 소설은 129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나오키상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십대들의 심리와 일본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옮긴이의 말 (스포일러의 경고!!)

14세는 멍청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어딘지 모르게 멍해 보일 때가 많다. 그건 자신들이 뭘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자신의 음식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없는 수혜자의 멍함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흙 상태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가능태의 진흙. 그래서 때로 그 나이의 아이들이 어떤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버리면 무섭다.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그 나이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아는 영악한 어른들은 그런 위험을 막을 양으로 수많은 금제를 제조해낸다.
어느 나이가 되면 어느 등급의 학교에 의무적으로 진학해야 하고, 그곳에서 정해진 내용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철저히 패션을 규제받는다.
14세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스스로 뭔가를 결정할 아무런 권한도 능력도 없으므로.

그러나 순수한 진흙 상태의 14세의 내면은 그리 평탄하지 않다. 비록 현실적으로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사회적 존재이지만, 그 내면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사고는 깊은 곳으로 닻을 내리고, 꿈은 하늘 끝까지 피어오르고, 초점이 맞지 않는 듯한 눈은 어른 사회의 모든 유치함을 연민한다.
그들의 사고와 상상력 그리고 감각은 아직 어른 사회의 좁아터진 가치의식에 물들지 않았기에, 대상을 쿨하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생래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또 하나의 강력한 육체적 징후가 있다. 발정의 시기에 이른 것이다.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원초적 욕망이다. 모든 것을 규제하고 이끌어주는 어른이지만, 이것만큼은 손대지 못한다. 발정한 14세에게 여자(남자)를 구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14세의 여행은 시작된다(이 소설은 거의 남자를 다루고 있다).

조로증에 걸려 벌써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나오토의 생일에 14세들은 여자를 선물한다. 말 그대로 원조교제인데, 어느 쪽이 어느 쪽을 원조해주는지 모를 이상한 관계다. 병실에서 벌어질 그 현장의 핸드폰 생중계를 가슴 두근거리며 경청하던 14세들은, 이미 섹스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친구의 고백과 그를 위로하는 여고생의 대화를 엿듣고 조용히 핸드폰을 끈다. 한 여자로서(여고생) 남자(나오토)의 아픈 가슴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성숙함이 감동적이다.

장기결석생 루미나는 거식증과 폭식증 사이를 오가는 14세다. 기타가와는 같은 반인 그 루미나와 첫키스를 나누는 연인 사이가 된다. 거식증으로 25킬로그램의 날씬한 몸매로 학교에 나타났어야 할 루미나는, 기타가와와의 만남 이후 생기를 되찾고 폭식을 한 결과, 다시 풍만한 원래의 몸이 되어 학교에 나온다. 다시 등교한 첫날 루미나는 억제할 수 없는 식욕으로 점보 슈크림 빵 6개를 먹어치우고 그 자리에서 토하지만 네 명의 14세가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준다. 왕따의 위기에 처한 친구를 구하는 날렵한 솜씨!

연예인이 되고 싶은 유즈루. 남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모르는 눈치없는 엉뚱한 아이. 늘 이벤트를 만들어 남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아이. 반 친구의 장난스런 부추김에 그냥 4층 교실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린다. 날기 위해서. 한순간, 모든 것이 귀찮아져서 그냥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져버린 14세다. 다리가 부러져 입원한 병실에서도 또 다른 이벤트를 기획한다. 14세는 그렇게 모두 하늘에 떠 있는 것이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준. 사랑의 열병에 빠졌다. 그것도 유부녀와의 불륜(?). 그 유부녀는 늘 남편에게 두드려 맞는다. 어느 날, 준은 의도적으로 그 남편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만난다. 두들겨 맞는다. 참는다. 그 순간, 여자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한다. 때리는 자가 참으로 나약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유부녀)에게 준은 섹스 상대가 아니었다. 키스는 했다고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14세 구원의 천사에게 보내는 참으로 경건한 키스였을 것이다.

14세들은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좋은 한 공장 뒷마당에서 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말기암 환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혼자 조용히 죽고 싶어한다. 가족들은 전단지를 뿌리며 환자를 찾는다. 죽음 앞에 선 인간과, 그를 찾으려는 살아갈 자들의 갈등관계. 14세들은 죽을 자와 살아갈 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시소게임을 한 끝에, 균형감각을 발휘하여 하나의 도덕적 결단을 내린다. 환자는 조용히 죽고, 가족도 빠른 시간에 유해를 찾는다. 조로증 나오토는 그때, 죽음 앞에선 인간의 자유를 이해하고, 그를 돕는다. 그의 조용하고 자유로운 죽음을 위해서.

14세의 카즈야는 게이다. 반 최고의 미인에게 프러포즈 받고 당황한다. 결국, 그는 스스로 게이임을 고백하고, 그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반 아이들의 존경어린 시선을 받는다. 미인들의 친구가 되고, 연애의 상대가 딜지도 모를 남자 14세들과 친해진다. 큰 관심사인 섹스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당당하게 밝혀 일약 스타가 된 한 14세 이야기.

14세의 다이의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어느날, 다이와 동생은 그 아버지를 죽인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다이는 솔직하게 친구들에게 말한다. 아버지가 죽어서 다행이라고. 충격적인 그 사건을 대하는 14세들의 태도는 의연하고 신념에 가득차다. 다이에 대한 믿음이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다이를 구원하는 14세들. 죽기 전에 아버지가 남긴 멋진 하늘색 산악자전거 앞에서 우는 다이. 자전거는 죽은 자와 산자를 화해시키는 매개물이 되어, 이 소설 끝부분에 이르면, 통과의례와도 같은 여행길에서 다이의 몸을 싣고 신주쿠를 향해 달린다.

14세들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도심지 신주쿠로 포르노 숍에 가서 쇼핑을 하고, 스트립쇼를 보고, 클럽에 가서 가출한 여고생들을 만난다. 그녀들을 재워주고, 임신한 여고생에게 진단시약을 사주고, 다이는 기꺼이 태어날 아기의 아버지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그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14세들은 각자의가슴속에 간직한 말들을 고백한다. 그들은 앞으로의 삶은 전망하여 불안해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매일 학교에서 그리 즐겁게 떠들고 살았는데, 알고보니 모두 가슴에 하나씩의 불안과 응어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14세는 통과의례의 시기일것이다. 옛날이라면 그들은 공동체의 엄격한 계율에 의해 축복을 받으며,사막이나 산이나 바다로 통과의례의 여행을 떠나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그런 통과의례를 위한 특정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길을 떠나거나, 부모가 죽을 때까지 아니면 사회의 시스템이 요구하는 대로 보호막에 둘러싸여 살아야 한다.
그런 현대의 문화이고 보니, 나이를 잔뜩 먹고서도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가 많다. 다이의 아버지가 그런 경우고, 준의 불륜 상대였던 유부녀의 남편이 그런 사람이다.
이 소설 속의 아니 모든 14세들은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14세는 그렇게 어리지 않다. 폭력을 당하는 여인을 구원하고, 임신한 여고생에게 희망을 주고, 흔들리는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줄 안다. 진흙 상태이기에 쿨한 눈길로 사회와 어른을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어른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어른 스럽다는 것은 자신을 대상화하여 멀리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이런 시선을 가지기 힘들다. 살아가다보면, 좁은 이익공동체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버리기 떄문이다. 따라서 14세는 어른을 구원할 수 있는 힘과 시선을 가진 나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신발과 머리 모양과 패션에 대한 자유가 없다. 머릿속에 쑤셔넣어야 할 지식도 어른에 의해 방향이 설정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14세는 잘 알고 있다. 알면서 당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젊은 세대는 어른의 희망인 것이다.


2004년 5월

양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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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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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화한다.
우리는 잃어버리기 위해 갖고 있다.
그래서 이미 울 준비가 되어있나 보다..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온갖 과자를 섞어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 주머니입니다.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합니다.

"나는 인간 모두가 자기 의지대로 커다란 몸짓으로, 자기 인생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렷하고 결정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말한 사람은 프랑수아즈 사강입니다.

사람들이 만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늘 이 세상에서 처음 있는것이고, 한번뿐인것이라서 놀랍도록 진지하고 극적입니다.

가령 슬픔을 통과할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거기에 있었겠죠.

작가 후기 中

에쿠니 가오리의 새 소설은 사랑이 끝난 자리에 서 있습니다.
소설속의 결혼했거나 결혼할 여자들은 한결같이 고독에 몸부림치다 새로운 사랑과 혼자임의 자유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돌아와 또 자신만의 고독에 갇히곤 합니다.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타오르는 사랑이란 스치고 지나가는 열병 같은 것일뿐, 사랑의 끝에는 언제나 고독한 자기 자신만이 남는다는 비극적 진실에 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역자 후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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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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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한소녀가 당차게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당.차.다라는 표현이 혹시 나중에 읽었을때 그 단어로만 이해될 염려가 있어서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주인공 츠쿠미는 말괄량이에, 직선적이고, 속이 깊고, 마음속에 생각한것은 실천해야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을 알고 우정을 아는 아이다.

주인공 이름인 츠쿠미는 동음이의어로 티티새와 같다.
개똥지빠귀로 알려진 새..티티새..

여름 바닷가를 둘러싼 소녀의 삶과 죽음에 관한 성장소설인 듯한 이 소설속에서 츠쿠미는 강한 캐릭터로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개를 동네 불량배들이 죽여버리자 복수의 일환으로 땅을 파고 함정을 준비한다는 설정은 어린애같으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최근 느끼는 것이지만...무슨 일이든지 사랑하는것에는 집착이 필요한것 같다. 일이든..사랑이든..

티티새...제목도 맘에 들구 읽는내내 유쾌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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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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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유해 일본의 여자 하루키라는 평을 듣고 있는 작가이다.
바나나는 물론 필명이다. 

그녀의 초기 발표책인 키친을 읽고싶었지만, 절판이라서 이 책을 읽었지만 충분히 그녀의 느낌은 전해받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추리 형식으로 파헤쳐간 내용이다.

한 유명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번역자가 계속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과연 어떤 소설이기에 사람들을 허무에 빠뜨리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것일까?

예전에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근친상간이라는 소재에 무척이나 놀랐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이상하게도 근친상간이라는 주제가 끊임없이 소설속에 등장하게 되었다.

...........................................................................................

현대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의미와........................사랑에 대한 의미.......................그리고 삶.................

이런것들을 조금은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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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F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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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F는 Family, Father, Friend, Fight, Fragile, Fortune 그리고 Fiction이다.

책 표지가 넘 이쁘고 제목이 맘에 들어서 구입한 책..흐흐흐

전체 이야기는 7가지의 단편 소설로 이어진다.

아버지가 메인 모토인만큼 성장하는 아이들의 사춘기에 맞닥뜨리는 아버지의 당혹감..

집안에서의 아버지의 위치..

이런것들이 잘 그려져 있었던 것 같다.

일본소설인데도 국내소설과 정서가 그렇게 틀리지 않음을 느끼면서...

2003년을 정리하는 마지막 소설로서 따뜻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덧붙이면,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칼슘 같은 소설이 한편에 있다면 다른 한편에 비타민 같은 작용을 하는 소설이 있어도 좋지 않겠는가.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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