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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단순연애소설이 아니다. 그렇다고 연애지침서도 아니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보통은 다양한 지식과 철학적 사고를 이용하여 평범한 남녀의 심리를 너무나 공감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을 하는데 약자와 강자로 구분되어지는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까?
엘리스는 남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높이고자 했으므로 약자의 역할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위해 많은 생각들을 양보한다.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력에 휘둘림을 당하고 자기존중감을 내팽겨친다면 결국 불행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 읽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방황하고, 사랑에 아파하며, 어떤 사랑을 해야 할지 고민할 뿐 아니라 제일 중요하게도 자기 스스로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에게 가볍고도 적절한 책인것 같다.
- 아래 따옴표들은 책 내용 중 인용한 것이다. -
앨리스는 자기의 존재를 높이는 방식으로 쇼핑과 책,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용한다.
"자기 문제를 홀로 직시하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의 문제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더 혐오스런 일이 있을까?"
" 그녀는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했고, 자연히 외부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제공하는 상에 자기 자신을 맞추려 했다."
책을 읽는것조차 자기편견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나도 그러하지 않은가 싶다.
" 사람을 괴롭히는 글은 명료하게 술술 읽히는 글보다 왠지 그럴듯하고 더 심오하게 더 참되게 받아들여진다. 하이데거나 후설에게 빠진, 예민한 독자는 '이 글은 정말 심오하구나.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걸 보면 나보다 똑똑하구나. 이해하기 어렵다면, 틀림없이 이해할 만한 가치가 더 클거야." 라고 생각한다- 책을 내던지며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고 말하지 않고.
학구적인 자기학대는 은유적인 편견을 반영한다. 진실은 얻기 어려운 보물이며, 쉽게 읽고 배울 수 있는 것은 경박하고 중요하지 않다는 편견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다. 마음이 열려 있고, 명쾌하고, 예측 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인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
" 그 남자는 '나한테 화났어요?'라는 질문 - 잘못한게 없는, 착하고 상냥한 여자가 묻는-에 내포된 너그러움에 익숙하지 않앗다. 그 남자는 몹시 불퉁했고, 그걸 자책할 만큼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상대에게 책망을 받을 일이라는 것은 인식했다. "
"반면 앨리스는 그 남자가 변덕을 부려도 비위를 맞추려는 자기패배적인 성향때문에 스스로 고통을 받았다. "
"관계란 스스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원초적이고 잔혹한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
"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고통은 성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함께할 수 있는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한동안 합치되었던 것은, 넓고 갈림길이 많은 길에서 일어난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