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종 잔혹사 -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나의 주된 관심사는 "신자유주의와 일상의 비루함"이다.

무슨 무슨 주의라는 거대한 이념이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에 구체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영향을 미치는가가 궁금한 것이다.

확실히 신자유주의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꾸어 놓았고, 정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일상은 비루해졌고, 우리의 정신은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14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열외인종 잔혹사"라는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나의 눈길을 끌었다.

비루한 일상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정신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는 바로 소설이다.

게다가 주인공들은 노숙자, 백수, 반공 보수 할아버지, 불량한 청소년 등 소위 말하는 사회의 주류에서 열외로 벗어난 사람들이란다.

이들이 엮어내는 아수라장을 한번 엿보고 싶은 마음에 냉큼 구매했다.

 

숨가쁘게 넘어가는 300여 페이지 속에 있는 기발한 구성과 독특한 상상력, 감칠맛나는 문장 구사능력.

상상을 극단으로 밀어부치는 자신감은 대단한 과장법으로 승화되었고, 일종의 컬트 소설로 완성되었다.

등장 인물들의 비루한 일상과 개연성 있는 에피소드가 1부를 구성하고 있고,

2부는 승자독식에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를 지독한 난장판으로 표현한다.

 

이런 구성과 내용은 김영하의 장편소설 <퀴즈쇼>와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퀴즈쇼>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고,

<열외인종 잔혹사>가 한겨레 신문사에서 상을 받고 한겨레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점은 유사한 점이자 서로 대비되는 차이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신문사의 선호를 떠나서 퀴즈쇼 보다는 열외인종 잔혹사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 속 분위기는 12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캐비닛>과도 유사하다.

 

이러한 다소 기괴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소설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수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자유로워야 할 소설가들의 정신에 억압적인 사회분위기가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독자들이 과장하지 않으면 반응하지 정도로 이상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일까?

하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짖굳은 아수라장은 2009년 여의도 모 처에서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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