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개정증보판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8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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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실록.....

난 원래 <~하는 ~가지 방법>, <한권으로 읽는.... 어쩌구>, <뭘로 뭘 끝내거나 뽀개>는.... 책들의 이름에 대해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런데...

요즈음 조선왕조 실록을 한권으로 읽으면서 감동받고 있다.

난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해서 약간의 컴플렉스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단편 단편이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아도...

뭐가 어떻게 엮여있는 지에 대해서는 까막눈과 다르지 않았다.

마치 지하철을 많이 타고 다니는 내가 역 주변은 알아도,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르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지하철을 기다리면 꼭 지도를 보고 아 이동네와 이동네가 이렇게 붙어있구나...하고 감탄하고는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명회의 호를 딴 압구정동과 성종이 묻혀있는 선릉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했다.  :  한명회는 세종대왕의 둘째아들인 세조의 오른팔이었고, 성종은 세조의 손자이자 연산군의 아버지이며, 연산군은 대장금에서 임호가 연기하는 중종의 형님이다.)

이 책은 복잡하게 얽힌 왕가의 역사를 잘 담아내고 있다. 내가 그간 알던 단편적인 역사의 구슬들이 실에 꿰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만만하게 쓰여진 책이 아니며, 그래서 엄청 팔렸나 보다.

고등학교때 이책을 읽었더라면, 치졸한 말장난 하는 국사 문제에 고전하지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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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중독자
데이비드 L. 와이너 지음, 임지원 옮김 / 이마고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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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와이너의 권력중독자.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서점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Weiner라는 이름이 반갑고, 내용도 흥미로워서 거금을 주고 구매했습니다. Weiner씨가 지은 책을 교과서 삼아 배운적이 있었거든요. 

 내용은 제목 그대로 권력중독자(Power Freaks)에 대한 분석과 그들과 어떻게 지내야하는지에 대한 실전편으로 나뉘어 있는 책입니다.

 글도 재밌게 쓰는 사람에다가, 실제 조직(기업들)에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컨설턴트이기도 합니다.

에... 또..... 먼저 내용에 대해 조금 설명해 보면...

 먼저 권력중독자에 대해 분석합니다. 근데 분석이 다소 어설픈 면이 있습니다. 많은 부분 사회생물학 또는 진화심리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권력중독자들은 이성적인 부분인 대뇌피질과 생존에 관련된 부분인 변연계의 싸움에서 변연계의 정서-본능 시스템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합니다. 과거 동굴에 사는 원시인들에게 있어서 권력중독자들이 생존할 가치가 훨씬 높았으며, 이러한 특성이 현재에도 어느정도 유효하다는 겁니다. 물론 날이갈수록 그 중요성은 덜해지고 있지만요....

 이는 마치 과거 심리학의 주요 주제였던 '권위주의적 인간형'과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당시는 세계 2차대전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관심이 생긴 주제였고, 그 설명 방식도 네오 프로이디안들 답게 좀더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습니다만... 자세하게 따지고 보면 진화심리학적 관점도 프로이트의 에고-수퍼에고-이드의 설명방식과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드를 변연계에 수퍼에고를 대뇌피질에 비추어 본다면 말이죠...)

 사실 권력중독자의 원인을 동굴의 원시인들에게서 찾는다는 것은 다소 의아합니다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실체입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거든요. 누구에게나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려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남들을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끼고, 모든 모임에서 대장이 되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아주 지독한 사람들입니다.

 그러고 보면 프로이트가 말하는 항문기에 고착된 인간형이 또 여기에 속하는 군요. "나는 통제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말입니다.

 실전편에 들어가면, 이러한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세세하게 적어놓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역할 연기 등이 주요 핵심내용인데... 자기 자신이 권력중독의 소지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내용은 실천하기에는 상당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 내용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만, 지금 여러분이 권력중독자인 상사에게 휩쓸려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면, 한번 읽어봄직합니다. 그들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괜찮은 방식이 제시되어 있거든요. 그 내용들을 체득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책속에 나오는 '괴물'에 대한 분석에 자신을 괴롭히는 실제 '괴물'을 대입하고, 그들의 어리석음을 철저히 해부하는 과정을 거치면 적어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괴로워서 술마시는 거 보다 훨씬 현명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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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니다 - 프란츠 파농 평전
패트릭 엘렌 지음, 곽명단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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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섯에 산화한 불같은 사나이의 삶 
 
프란츠 파농.
 
그는 그의 형제들 중에서 가장 검은 피부를 가졌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속에 불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의 신체적 표현이 아니었을까?
 
 백혈병으로 불과 서른 여섯의 나이에 밝은 빛을 내며 산화한 그는 열정을 가지고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고, 환자들을 아끼는 정신과 의사였고, 알제리 독립을 위한 투쟁가였고, 아프리카의 단결을 요구하는 사상가였고, 사람들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전체로 보는 심리학자였다.
 
  그가 불과 서른 여섯의 나이에 이 모든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 외에는 어떤 것과도,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믿었고, 믿는 것은 반드시 실천했다.

 그는 힘을 추구했다. 그는 어떤 외적 조건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어떤 나약함도 배격했다. 그는 어떤 기득권도 원치 않았으며, 그것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갖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어깨에 지고도 꿋꿋하게 자신의 두 다리로 버틸 수 있는 강인함을 가졌던 그는 백혈병으로 스러졌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아프리카의 단결이라는 개연성으로, 수시로 권력과 돈과 안온한 삶의 유혹에 맞닥뜨리는 사람들에게 울리는 경종으로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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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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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 한참 되었는데... 문득 홀든 콜필드가 생각났다.

아마도 엇그제 내 사촌동생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했기 때문에...

나의 그 시절이 생각났던 것이 아닐까?

요즈음은 감기로 모든 감각이 예민해져 있다.

26층에서 내려갈 때도 귀가 빨리 멍멍해지고,

심지어 14층 사무실을 오르내릴 때 조차 유스타키오관이 반응한다.

이런 신체적인 민감함은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전화한통에 내 고등학교 시절과 홀든 콜필드를 생각한 거겠지.

콜필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면?

그러고 보면 한국 고등학생들... 아니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이거나 혹은 대단히 둔감해져 있는 사람들이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못견딜 것 같은 시간들이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분위기는... 어쨌든 학생을 학교에 붙잡아 놔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공부는 학원이나 과외선생에게서 배우는 것이라고 하던데...

난 학교에서 하루에 16시간을 보낸 것 같다.

학교 도서관에 가면 철창살이 되어있는 문을 거대한 자물쇠로 잠궜다.

감옥과 같았다.

실제로 개구진 친구들은 실톱으로 화장실 창살을 뜯고 영화를 보고,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다시 돌아오곤 했으니깐.

잠도 못자게 선생들이 감시를 하곤 했지만.... 선생들은 또 무슨죈가?

이 선생들이야 말로 호밀밭의 파수꾼들이었다.

우리 호밀들이 잘 자라게 병충해와 참새떼로 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파수꾼들.

샐린저고 콜필드고...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한번 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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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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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를 펼쳐, 세모를 타고 자연으로 가다....


 김훈의 자전거 풍륜(風輪)은 놀라운 성능을 지녔다. 그 이름처럼 바람바퀴를 굴려 공간(空間)을 누비고, 시간(時間)을 거스르고, 인간(人間)의 마음까지 자유로이 드나드니 말씀이다.

 풍륜은 흙이 가득한 바퀴로 내 방 침대로 들어오기도 하고, 지하철 의자에 걸터앉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잠깐씩 휴식을 베풀기도 하더니, 이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내방 책꽂이와 내 머리 속 대뇌피질 어딘가에 다소곳이 안착했다.
쉰두살 여름에 "겨우" 썼다는 자전거 여행기 !
 
 물좋고, 산좋은 곳을 속좋게 둥글둥글 굴려가면 좋았을 것을 쉰두살 작가는 마치 세모난 바퀴를 가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듯이 글을 쓴다. 세모난 모양을 바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여행은 힘껏 페달을 밟아 쿵! 하고 힘겹게 삼각형의 꼭지점을 굴리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산하의 정취를 표현하기 위해서 물속에서 가장 이쁜 조약돌을 고르듯 단어를 선택하고, 그곳에 얽힌 역사를 드러내기 위해 나무에 대패질하듯 문장을 다듬는다. 아름다운 나뭇결을 찾을 때까지....
 
 거대한 건물이 내뱉는 침과 같은 에어컨 폐수를 맞아야 하고, 아스팔트의 열기와 버스의 소음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도시생활자에게 자연과 곧바로 맞닿아 있는 그의 여행기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청량제처럼 가슴에 다가온다. 하루 하루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잊은 채 눈앞의 일거리에 매달리는 봉급생활자의 긴장된 근육에 있어 풍륜의 바퀴살이 전해주는 감성은 노곤한 이완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네모난 책을 펼쳐 떠나는 세모난 바퀴의 자전거 여행은 바쁜 삶의 곳곳에 숨어있는 일상의 여유를 여지없이 되살려 준다.
 

 이 여름의 끝자락에, 그의 자전거가 검박한 음식과 소박한 동심, 해박한 지식을 싣고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오래된 광고의 카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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