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네모를 펼쳐, 세모를 타고 자연으로 가다....


 김훈의 자전거 풍륜(風輪)은 놀라운 성능을 지녔다. 그 이름처럼 바람바퀴를 굴려 공간(空間)을 누비고, 시간(時間)을 거스르고, 인간(人間)의 마음까지 자유로이 드나드니 말씀이다.

 풍륜은 흙이 가득한 바퀴로 내 방 침대로 들어오기도 하고, 지하철 의자에 걸터앉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잠깐씩 휴식을 베풀기도 하더니, 이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내방 책꽂이와 내 머리 속 대뇌피질 어딘가에 다소곳이 안착했다.
쉰두살 여름에 "겨우" 썼다는 자전거 여행기 !
 
 물좋고, 산좋은 곳을 속좋게 둥글둥글 굴려가면 좋았을 것을 쉰두살 작가는 마치 세모난 바퀴를 가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듯이 글을 쓴다. 세모난 모양을 바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여행은 힘껏 페달을 밟아 쿵! 하고 힘겹게 삼각형의 꼭지점을 굴리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산하의 정취를 표현하기 위해서 물속에서 가장 이쁜 조약돌을 고르듯 단어를 선택하고, 그곳에 얽힌 역사를 드러내기 위해 나무에 대패질하듯 문장을 다듬는다. 아름다운 나뭇결을 찾을 때까지....
 
 거대한 건물이 내뱉는 침과 같은 에어컨 폐수를 맞아야 하고, 아스팔트의 열기와 버스의 소음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도시생활자에게 자연과 곧바로 맞닿아 있는 그의 여행기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청량제처럼 가슴에 다가온다. 하루 하루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잊은 채 눈앞의 일거리에 매달리는 봉급생활자의 긴장된 근육에 있어 풍륜의 바퀴살이 전해주는 감성은 노곤한 이완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네모난 책을 펼쳐 떠나는 세모난 바퀴의 자전거 여행은 바쁜 삶의 곳곳에 숨어있는 일상의 여유를 여지없이 되살려 준다.
 

 이 여름의 끝자락에, 그의 자전거가 검박한 음식과 소박한 동심, 해박한 지식을 싣고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오래된 광고의 카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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