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 이런 책은 직접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그리고 읽는 사람들도 한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책이야말로 딱딱한 느낌 너머에 있는 양식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자"라는 심정으로 읽는다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 동양에 <시경>이 있다면 서양에는 <시학>이 있다. 과연 서양에서 보는 시는 무엇일까? 그것도 윤리학의 아버지이자 철학의 대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간을 초월하여 알려준다면 안 볼 수가 있나? 

 

 

- "아름다움이란 뭘까?" 이 고민은 우리 시대 언론매체와 사람들에게 질문되어져야 한다. S라인과 얼짱이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아름다움'의 의미는 너무 한정적이다. 서울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답을 알려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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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5주



 

  영화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간접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같은 고민과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에는 다양한 인간들의 삶이 녹아 있고,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소통이 있다. 그러니 영화는 계속 제작될 것이고 사람들은 계속 영화를 볼 것이다. 또한 영화산업은 선진국의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이고, 그 나라의 문화 수준과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난 영화와 함께 살아왔다. 보는 것을 비롯하여 만들었고, 출연하기도 했다. 나는 비극이든 희극이든 영화 같은 삶을 살기 원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아니, 나는 지금 내 영화의 주인공이다. 혹시 내가 죽고 난 다음에 사후세계에서 내 삶을 스크린 통해 볼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

 

  매년 많은 영화들을 보았지만 올해처럼 10편을 선정한 적은 없었다. 영화도 책처럼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잊혀지기 마련인데, 다행이 내가 본 영화들 대부분을 블로그에 정리해 두었고 이렇게 인상적인 영화들을 선정하여 그때의 감동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선정해 보니 대부분 올해 개봉한 영화들이고 간혹 고전이 된 영화들도 있다. 특히 올해는 우리 나라 영화들이 인상적이었고, 좋아하는 감독들의 신작도 많았다. 선정된 영화들 외에도 인상적인 영화들이 더 있는데 자리가 부족하여 못내 아쉽다.

 

  10편의 순위는 없으나 평점은 블로그 리뷰에 기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평점을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매긴 평점이라 상관은 없겠지만, 그 평점이 아직 선정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편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정리하는 순서대로 소개했기에 부득이 하게 번호를 달았다. 또한 어디까지나 올해 보았던 영화들이니 이미 고전이 영화들을 보며 오해가 없길 바란다. 내년에도 많은 영화들을 보고 연말에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1. 아바타 - 제임스 카메론 감독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 불만인게 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작품' 이라 하지 않고, '<타이타닉> 감독 작품' 으로 카피를 적었는지 모르겠다. 내 짐작이 맞다면 이것은 진짜 영화팬들을 우롱하는 상업적 카피일 것이다. 순간 화가 났지만, 상영되는 모든 영화들의 간판을 내릴 수도 있는 포스를 가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가 개봉했다는 것은 내게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터미네이터>시리즈,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은 역시 대작이었다.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력에 카메론 감독의 연출과 기획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상황설정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카메론식 SF물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좀 특이한 것은 <터미네이터>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기계들에 제압당하는 인간들의 연약함이, 자연을 사랑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나비족을 침범하는 욕심많고 무자비한 인간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문득 이 영화의 주연배우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영화제에서 <아바타>는 많은 상을 받을텐데, 배우들에 관련된 상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연배우들은 컴퓨터그래픽 기술에 재료에 였으니까. 카메론 감독에 의하면 속편이 나온다고 하니 다음은 어떻게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2.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이준익 감독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님은 먼 곳에>의 이준익 감독. 개인적으로 나는 그가 감독한 사극을 좋아하는데,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들을 선택하여 시대적 상황과 지금 시대적 상황을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개인적으로 그가 정극보다는 사극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많이 제작했으면 좋겠다. 영화평을 보니 관객들이 이번 영화가 전작 <황산벌>, <왕의 남자>보다 공감하기 어렵다는 평이 있지만, 이준익 감독 특유의 사극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었다.

 

  영화는 꿈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세상을 바꾸려는 자와 만들어 가는 자가 대립한다. 이몽학은 대동계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꿈을 가지고 한양으로 진격한다. 황정학은 대동계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이상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견자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고 이몽학을 뒤쫓지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죽은 꿈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는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여 현실을 깨려하고, 세상을 만들어 가는 자는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지만 더 나은 현실을 위해 부조리를 수정하려 한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기에는 기존의 반대세력을 이기기가 만만치 않고, 세상을 이상사회로 만들어 가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지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뜻도 못 펼친다. 이는 항상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세(大勢)라는 것이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대세를 반대하는사람들보다 인정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꿈이 있어도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꿈이 없어도 얼떨결에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시대의 섭리(攝理)라고 할 수 있다. 

 

 



 

3. 시 - 이창동 감독

 

  <오아시스>, <밀양>의 이창동 감독은 깐느 영화제와 인연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분명한 것 같다. 그 이유로 그의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항상 결론이 명확하지 않다. 다르게 말하면, 영화의 결론이 관객들의 상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한편의 '시' 같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 그의 영화는 곳곳에 함축적인 의미가 숨어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간다면, 그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는 그의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 이었다. 특히 배경음악 없이 순수 자연음을 사용한 것은 또다른 '의미' 가 있다.

 

  우리 주변의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전부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위해 살아간다. 누구도 사회와 상황 속에서 고결한 희생이나 사과내지 용서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낭만과 순수를 말하는 시를 비롯한 문학들이 설 곳이 없다. 시를 써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고, 글을 써도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시를 쓰거나, 글을 쓰는 사람도 사라져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의 아름다움 속에 죽어갔는가. 시를 가장 시답게 만드는 것은 인간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깨끗한 몸에서 깨끗한 마음이 나오듯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시가 나온다.

 

 



 

4. 이끼 - 강우석 감독

 

  윤태호 작가의 동명만화인 <이끼>를 원작으로 제작한 강우석 감독의 <이끼>. 강우석 감독의 영화는 2000년대 이전과 2000년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이전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하며 현실 사회를 풍자했다면, 2000년대 이후는 우리 사회 내의 부조리와 숨겨진 역사들을 영화로 고발했다.

 

  나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투캅스>의 향수를 느낀다. 대표적으로 그가 2000년대 이후의 영화들 중 <공공의 적>시리즈는 <투캅스>의 외전에서 가깝다는 느낌이 강하고 스토리도 단조롭다. 반면에 <실미도>와 <한반도>같은 영화들은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을 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바꾸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이런 강우석 감독의 노력이 <이끼>에서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보면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는데, 그 이유는 이미 스토리를 알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본 <이끼>는 원작과 비슷한 흐름이지만, 강우석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을 되새겨보니 기존의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원작을 충분히 이해하여 각색에 좀 더 신경을 쓴 면이 영화에서 많이 보였다. 나는 이것이 강우석 감독의 새로운 변화이고, 앞으로 제작될 그의 영화들이 기대되는 이유가 되었다

  

  영화에 나타난 다양한 배역들이 서로 간의 소통을 중시했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을 조종했던 보이지 않는 손에 놀아나는 결과도 없었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 개인과 집단의 욕심과 명예추구는 소통의 단절을 이끌고, 소통의 단절은 개인과 집단의 극단적인 행동을 유발하여, 사회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로 치닫는다. 우려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누군가가 계획한 바보놀음이라면 더욱 비참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근래에 보았던 영화들 중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5.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

 

  1930년에 개봉한 흑백영화를 지금도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그리고 영화사의 명작들은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루이스 마일스톤(Lewis Milestone) 감독에게 이 영화는 첫 유성영화였다.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클로즈업과 전쟁영화 치고 컷이 길면서 정지영상이 많은데, 아무래도 배우들의 대사가 관객들에게 더 잘 들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촬영한 것 같다. 마일스톤 감독의 또 다른 영화로 1960년에 개봉한 <오션스 일레븐>이 있는데, 이 영화는 2001년에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1930년대 만들어진 전쟁영화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의 구성의 탄탄함이다. 일단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제작된 전쟁영화들의 교과서와 같다. 전쟁의 참상과 병사들 개개인이 바라보는 전쟁의 회의적 시각, 비극을 짐작하게 하는 복선 등. 이 영화에는 전쟁영화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정확하게 담겨져 있어 더욱 실감난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었고, 특히 그들이 말한 대사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특히 주연급 배우들은 거의 첫 데뷔작일 듯 싶은데, 전쟁과 어울리지 않는 꽃미남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1930년대 배우들이라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이 없다. 이외에도 긴장감을 주는 배경음악과 타격감이 느껴지는 효과음은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6.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 박광수 감독

 

  <칠수와 만수>, <그 섬에 가고 싶다>, <여섯개의 시선>의 박광수 감독. 그는 이 영화로 춘사대상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청룡영화제에서는 감독상을 받았다. 197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상과 전태일의 삶을 교차 편집하면서, 흑백과 칼라로 과거와 현실을 구분했고, 나중에는 흑백을 칼라로 전환하면서 강렬한 이미지를 주었다. 빠른 전개로 지루하지는 않았으나 책의 내용이 많이 요약된 것 같아 아쉽다. 최근에 신작 소식이 없는데 그의 근황이 궁금하다.

 

  영화를 보다가 나는 몇 번이나 울분을 참지 못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사회에 외쳤는데,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압박, 거짓된 위로였다. 그래서 자신의 온 몸을 불태우며 죽음으로써 부당함을 알린 그의 모습에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을 흘렸다. 22살의 청년은 이 시대 억압 받는 사람들을 위해 싸웠고, 불꽃처럼 온 몸을 불태우며 그들을 위해 죽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말하면서..

 

 



 

7. 그린 존 - 폴 그린 그래스 감독

 

  <본 슈퍼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플라이트 93>의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감독. 나는 그의 사회성 짙은 문제의식과 실화 같은 연출력이 마음에 든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연출력은 빛을 발했고, 다소 많은 이야기를 꺼내 정리가 잘 안 된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수작이다. 그는 9.11테러 이후의 미국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가졌고, 앞으로 1~2편 더 이에 관련된 영화가 제작될 것 같다.

 

  '명분 없는 전쟁'이라고 평가되는 이라크 전쟁의 실상을 영화가 잘 보여준다.대량살상무기를 찾으려 했지만 없었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사실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전쟁을 유도한 것도 언론매체의 호들갑 때문이었다. 정말 어디에 근거한 정보인지는 모르나, 석유와 사원(temple)뿐인 중동지역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란이 핵보유를 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사실로 받아 들여졌지만,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은 솔직히 별 다른 언급이 없었다. 다만 부시 부자는 이라크를 무척이나 싫어했고 전쟁의 명분은 거기에 있었다.

 

  만약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당시와 이후라도 이점을 좀 더 생각했다면, 이라크 포로들에게 행한 만행과 무분별한 폭격사고, 이라크 국민, 국론분열은 지금보다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와 신뢰가 실추되어, 중동지역과 유럽지역 나라들의 관계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미국이 말하고 지향하는 세계 평화는 무엇일까?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 내에서도 이것에 대해 고민하고 소신 있는 발언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있다는 사실이다.

 

 



 

8. 부당거래 - 류승완 감독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등등.. 우리나라 액션영화의 젊은 거장 류승완 감독. 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화려하고 리얼한 액션에 눈이 즐겁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정두홍 무술감독이 늘 함께하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반적으로 액션영화들이 그렇지만, 스토리가 단순하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내용도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류승완 감독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면을 보였다. 스토리도 괜찮았고 전달하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자기 계발과 고뇌한 흔적도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었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정의롭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정의를 지켜줘야 할 사람들이 불법과 폭력을 사용한다면, 신호등 없는 도로처럼 무법천지가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어찌하다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를 탓할 수 없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린 모두 공범이고 일정한 책임을 나눠 가지고 있다.

 

 



 

9. 세 얼간이 - 라쿠마르 히라니 감독

 

  예전에는 인도영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요새는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나름 흥미롭다. 그만큼 인도영화도 세계 영화계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췄다는 증거일 것이고, 실제로 영화를 보면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 아쉽게도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영화들의 주제가 비슷하다는 경향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제작의 아이디어는 수준급 이상이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인도영화를 보면 순수함이 느껴진다. 할리우드나 우리 나라 영화계에서 느껴지는 심각함이나 복잡함보다는, 단순하고 거부감 없는 주제를 같은 주제의 다른 나라의 영화들보다 훨씬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딱 보면 인도영화라고 느껴질 만큼의 제작과 연출은 정말 강점이다. 아직까지는 인도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본 인도영화들은 대체로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인도 사회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유지될 만큼 신분제 사회이다. 그리고 신분제 사회의 문제점은 불평등과 치열한 신분상승욕구일 것이다. 영화 한 편만을 보고 그 사회의 문제점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영화는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도 사회는 변화의 시기에 있는 것 같고, 우리 나라와 비슷하게 교육열과 성공주의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다. 그만큼 인도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장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10. 작은 연못 - 이상우 감독

 

  <칠수와 만수>,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죽이는 이야기> 등 개성있는 연출가 이상우는, 거의 50세가 되어서 이 영화로 첫 감독 데뷔를 했다. 영화에서 피난 가는 장면과 미군의 무차별 사격을 받고 난 후 장면에서, 감독은 마치 바다 속을 유영하는 듯 한 고래와 고래 새끼를 삽입했는데,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과 묻혀진 진실의 역사를 살리고자는 상징적 의미를 담은 것 같다. 다작의 연출가는 아니기에 그의 작품을 언제 또 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사람들은 반미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반미감정보다 인간의 연약함과 비정함을 보았다. 연약한 인간들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것과, 공동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비정한 선택을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사실은 인류 문명을 오늘까지 이끌었고, 세계 역사의 글귀마다 기록되어 있다. 

 

  역사는 남겨진 자들이 평가하지만, 왜곡된 사실과 거짓된 역사들은 남겨진 자들도 때론 지나쳐 폐기처분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근래에 이 영화를 비롯한 '진실을 밝히려는 영화'들의 등장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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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갓파더 - The Last God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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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도 웃길 타이밍을 놓쳤고 나도 웃을 타이밍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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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갓파더 - The Last God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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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의 신작 <라스트 갓파더>가 개봉했다.

사실 개봉 첫 날 보러가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다음 날로 예매를 했다.

이 영화는 홍보전략이 돋보였는데 개봉 하기 약 한 달 전부터 유명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했고,

심형래 감독이 직접 홍보전선에 뛰어 들면서 바람몰이를 했다.

나도 예고편을 몇 번 봤는데 묘한 기대감이 들었다.

어릴 때 '영구'는 그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캐릭터였다.

 

수요일 밤 9시 25분표로 구로CGV에서 보았다.

혼자 보는 것으로 예매를 했기에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내 양 옆은 커플과 친구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앉았다. 

영화 상영 전 광고를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여자들을 위한 광고들이 너무 많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쉽다.

 



 

"무엇보다 가족이 중요해."

 

뉴욕의 마피아 대부 돈 카리니는 자신이 은퇴 할 때가 되었음을 조직원들에게 알리고,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아들의 이름은 "영구", 한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중 생긴 아들이었다.

영구는 성인이 되어 뉴욕으로 왔고 대부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조직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영구에게 마피아의 대부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느꼈고,

급기야 라이벌 세력인 본판테의 딸 낸시와 사랑에 빠져 곤란한 상황들을 만든다.

이런 영구의 특이한 행동에 조직을 맡기려던 돈 카리니는 고민하게 된다.

 



 

"영구씨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2007년 <디워>로 화려한 영화계 복귀를 한 심형래 감독.

그 당시 논란도 많았지만 그 해 청룡영화제에서 최다 관객상을 받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들고 나온 신작은 SF가 아닌 코미디 영화,

그것도 자신의 전성기 때의 캐릭터 "영구"였다.

어릴 적 향수가 느껴져서 굉장히 기대했고,

그가 가장 잘 하고 아는 장르이기에 어느 정도 대중성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직 그에게 감독의 자리는 어색하다.

 

<델마와 루이스>, <시스터 엑트>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하비 케이텔(Harvey Keitel).

나는 그가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영화를 보면서 마피아의 대부 역으로 범죄 영화에 나오면 진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이제 연륜이 담겨져 있고 분위기도 그럴 듯 하다.

 

<첫 키스만 50번째>의 블레이크 클락(Blake Clark)과

<페이스 오프>의 폴 힙(Paul Hipp)을 오랜만에 보았다.

 



 
"이 바닥은 베푸는 것보다 무조건 빼앗아야 해!"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 <슈퍼 홍길동>, <티라노의 발톱> 등등..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심형래 감독은 개그맨에서 배우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 "영구"는 모든 세대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그가 진정한(?) 감독으로 다가온 영화는 아마 <용가리> 때부터 인 것 같다.

이미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을 감독하고 제작했지만,

우리나라 배우들이 아닌 외국배우들을 출연시키고

국내에선 보기드문 SF 장르의 영화를 제작하여 해외로 수출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질라>를 본 세계 영화팬들이 <용가리>를 보며 감탄할 수는 없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외 영화계에서는 해마다 코미디 영화가 끊이질 않고 개봉되고 있다.

멜로와 액션이 섞여서 코미디를 더욱 돋보이게 하거나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정통 코미디는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좋아야 하거나 캐릭터가 신선해야 한다.

<미스터 빈>이 성공한 것은 캐릭터와 시나리오 둘 다 통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라스트 갓파더>는 둘 다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국내 영화팬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런지는 좀 지켜봐야 겠지만,

<미스터 빈>을 비롯한 어느 정도 코미디 영화들을  본 해외 영화팬들은, 

<라스트 갓파더>에 좋은 평가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여자는 알 수 없어."

 

영화를 보는 동안 소리내어 웃을 수 없었다.

주변에 있던 몇몇 관객들은 소리내어 웃기도 했지만 나는 별로 웃기지 않았다.

내가 웃는 타이밍을 놓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늙은 것일까?

어릴 때는 TV에 영구와 맹구만 나오더라도 웃음이 항상 대기중이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영구도 웃길 타이밍을 놓쳤고 나도 웃을 타이밍을 놓쳤다.

영구도 늙었고 나도 늙었다.

 

고등학교 때 방송국 PD파트의 한 선배가 방송제를 준비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을 웃기는 대본을 쓰는 것은 정말 힘들어." 

그 때 나는 선배의 말을 듣고 지나친 겸손이라 생각했다.

선배는 지역에서도 소문난 재치 넘치는 PD였고 방송제를 할 때마다 그의 프로그램은 최고였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다.

대본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게 쉬웠다면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개그 프로그램을 경쟁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유머에 관한 책들이 출판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쯤 난 자연스럽게 박장대소하며 웃어 볼까?

사람마다 웃는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웃음을 내기 힘들고 어렵다.

2010년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코미디 영화지만 크게 웃을 수 없었다.

2011년에는 나를 웃게 할 영화와 웃음을 서로 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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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미슐레의 자연사 1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소설책인 줄 알았다. 디자인부터 묵직함 보다는 가벼운 느낌이 들었고 뭔가 동화틱한 문학류인 줄 알았지만 읽어보니 큰 착각이었다. 바다를 보고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쓸 수 있다니! 저자의 탁월한 관점과 식견에 놀라울 따름이다. 더구나 근대는 해상무역이 얼마나 활발했던 시기인가? 바다 근처의 나라들마다 배를 만들어 미지의 땅을 찾거나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근대인으로 본 바다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바다는 복잡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뚜렷하게 진지한 말을 한다. 하지만 사람은 경박하고 세속적이며, 나른하고 지치는 소음 때문에 시끄러운 해변에 도착해서도 바다의 그런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 고상한 생명의 감각은 만물의 영장에게서도 저하되었다. 그 감각은 사람을 기피한다. 무엇에 사로잡혔을까? 자연일까? 아직 아니다. 순진한 아내와 포근한 가족에 느긋해진 남편은 우선 사람들 일에나 관심을 둔다. 이때, 남녀에 따라 아주 다르게 느낀다. 여자는 바다에 더욱 감동한다. 그 무한한 시에. 하지만 남자는 뱃사람처럼 그 위험한 매일매일의 드라마와 가족의 풍파에 마음이 움직인다. 비록 개별적 불행에 온정을 보인다 해도, 여자는 계급에는 진지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일하는 남자는 대개 바닷가에서 일하는 사람, 어부와 선원, 그 험난하고 소득도 변변치 않은 생활에 우선 관심을 갖는다.  <351p> 

  바다는 과학에서 생명의 원천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은 바다에서 태어나 육지로 옮겨졌고 지금도 심해에서는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생겨나길 반복한다. 반면 인간들은 바다 위를 주로 항해하면서 바다 속은 위에 비해 그다지 알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바다 위만 다닐 뿐 바다 속은 진정 알지 못하므로 바다를 안다고 할 수 없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를 비교하며 바다를 대하는 관점을 서술했는데 무척 재미있는 비유이다. 그렇다. 바다 속은 여자이고 바다 위는 남자인 것이다. 바다 속은 끊임없이 생명을 잉태하고 거두어 들인다. 반면 바다 위는 또 다른 생명이 바다 속의 질서를 깨면서 생명을 섭취한다. 바다 위는 항상 투쟁이고 바다 속은 항상 사랑과 공존이 가득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둘 다 생명을 위한 활동이다. 그러므로 바다는 오늘도 유유히, 때로는 급하게 흐르면서 인간들에게는 생명을 공급하고 지속적으로 생명을 낳는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고 이 외에도 독특한 저자의 관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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