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갓파더 - The Last Godfa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심형래 감독의 신작 <라스트 갓파더>가 개봉했다.

사실 개봉 첫 날 보러가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다음 날로 예매를 했다.

이 영화는 홍보전략이 돋보였는데 개봉 하기 약 한 달 전부터 유명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했고,

심형래 감독이 직접 홍보전선에 뛰어 들면서 바람몰이를 했다.

나도 예고편을 몇 번 봤는데 묘한 기대감이 들었다.

어릴 때 '영구'는 그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캐릭터였다.

 

수요일 밤 9시 25분표로 구로CGV에서 보았다.

혼자 보는 것으로 예매를 했기에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내 양 옆은 커플과 친구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앉았다. 

영화 상영 전 광고를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여자들을 위한 광고들이 너무 많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쉽다.

 



 

"무엇보다 가족이 중요해."

 

뉴욕의 마피아 대부 돈 카리니는 자신이 은퇴 할 때가 되었음을 조직원들에게 알리고,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아들의 이름은 "영구", 한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중 생긴 아들이었다.

영구는 성인이 되어 뉴욕으로 왔고 대부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조직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영구에게 마피아의 대부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느꼈고,

급기야 라이벌 세력인 본판테의 딸 낸시와 사랑에 빠져 곤란한 상황들을 만든다.

이런 영구의 특이한 행동에 조직을 맡기려던 돈 카리니는 고민하게 된다.

 



 

"영구씨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2007년 <디워>로 화려한 영화계 복귀를 한 심형래 감독.

그 당시 논란도 많았지만 그 해 청룡영화제에서 최다 관객상을 받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들고 나온 신작은 SF가 아닌 코미디 영화,

그것도 자신의 전성기 때의 캐릭터 "영구"였다.

어릴 적 향수가 느껴져서 굉장히 기대했고,

그가 가장 잘 하고 아는 장르이기에 어느 정도 대중성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직 그에게 감독의 자리는 어색하다.

 

<델마와 루이스>, <시스터 엑트>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하비 케이텔(Harvey Keitel).

나는 그가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영화를 보면서 마피아의 대부 역으로 범죄 영화에 나오면 진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이제 연륜이 담겨져 있고 분위기도 그럴 듯 하다.

 

<첫 키스만 50번째>의 블레이크 클락(Blake Clark)과

<페이스 오프>의 폴 힙(Paul Hipp)을 오랜만에 보았다.

 



 
"이 바닥은 베푸는 것보다 무조건 빼앗아야 해!"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 <슈퍼 홍길동>, <티라노의 발톱> 등등..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심형래 감독은 개그맨에서 배우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 "영구"는 모든 세대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그가 진정한(?) 감독으로 다가온 영화는 아마 <용가리> 때부터 인 것 같다.

이미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을 감독하고 제작했지만,

우리나라 배우들이 아닌 외국배우들을 출연시키고

국내에선 보기드문 SF 장르의 영화를 제작하여 해외로 수출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질라>를 본 세계 영화팬들이 <용가리>를 보며 감탄할 수는 없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외 영화계에서는 해마다 코미디 영화가 끊이질 않고 개봉되고 있다.

멜로와 액션이 섞여서 코미디를 더욱 돋보이게 하거나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정통 코미디는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좋아야 하거나 캐릭터가 신선해야 한다.

<미스터 빈>이 성공한 것은 캐릭터와 시나리오 둘 다 통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라스트 갓파더>는 둘 다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국내 영화팬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런지는 좀 지켜봐야 겠지만,

<미스터 빈>을 비롯한 어느 정도 코미디 영화들을  본 해외 영화팬들은, 

<라스트 갓파더>에 좋은 평가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여자는 알 수 없어."

 

영화를 보는 동안 소리내어 웃을 수 없었다.

주변에 있던 몇몇 관객들은 소리내어 웃기도 했지만 나는 별로 웃기지 않았다.

내가 웃는 타이밍을 놓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늙은 것일까?

어릴 때는 TV에 영구와 맹구만 나오더라도 웃음이 항상 대기중이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영구도 웃길 타이밍을 놓쳤고 나도 웃을 타이밍을 놓쳤다.

영구도 늙었고 나도 늙었다.

 

고등학교 때 방송국 PD파트의 한 선배가 방송제를 준비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을 웃기는 대본을 쓰는 것은 정말 힘들어." 

그 때 나는 선배의 말을 듣고 지나친 겸손이라 생각했다.

선배는 지역에서도 소문난 재치 넘치는 PD였고 방송제를 할 때마다 그의 프로그램은 최고였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다.

대본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게 쉬웠다면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개그 프로그램을 경쟁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유머에 관한 책들이 출판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쯤 난 자연스럽게 박장대소하며 웃어 볼까?

사람마다 웃는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웃음을 내기 힘들고 어렵다.

2010년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코미디 영화지만 크게 웃을 수 없었다.

2011년에는 나를 웃게 할 영화와 웃음을 서로 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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