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 Th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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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의 특징은, 

재료는 한국적이지만 내용은 세계적인 공감을 얻어 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보기에 다소 이질감을 느껴져서,

난해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그동안 보았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은

너무 난해하지도,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너무 과장하는 면은 있다.

 

제 6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진작에 봤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보았다.

나의 게으름을 탓 해야 하겠지만,

내 주위에 너무 많은 스포일러들의 말을 듣다 보니 안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보는 나로서 보지도 않고 영화를 평가 할 수는 없었다.

어떤 것에 궁금하거나 호기심이 생기거나 알고 싶다면 가서 직접 보면 된다.

그게 가장 좋다.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은 죽어가는 환자들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아쉬워 하며,

가톨릭 산하에 백신 개발 하는 연구소의 실험체로 자원하여 가게 된다.

죽기를 각오했기에 병의 아픔도 견뎌냈던 상현.

그러나 정말 죽을 지도 모를 위급한 상황에서 수혈 받던 피가 그를 살리게 된다.

자신이 뱀파이어인 것을 알게 된 상현은 한국에 돌아온 뒤 다시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고,

주위에서는 살아 돌아 온 그에게 신비한 효험이 있을 것을 믿고 신자들이 몰려든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친구인 강우와 그의 아내 태주를 만나고,

상현은 태주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피를 마시지 않으면 온 몸에 피부병이 생기는 상현은 밤마다 피를 찾으러 돌아 다니고,

태주는 상현에게 남편 강우를 죽이자고 말한다.

상현은 자신이 더이상 신부로서의 삶이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부끄러움 타는 사람이 아니예요."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세계는 인간의 본성을 극단적이거나 특이한 상황 속에서 성찰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은 컬트영화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을 컬트로만 보면 그의 영화들은 형편없고,

이것을 감독이 의도된 장치 중 하나로 보면 그의 영화들을 자세히 봐야 한다.

컬트로만 보는 사람들의 특징은 "박찬욱 감독이 왜 이런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느냐?" 일 것이다.

그러나 칸 영화제는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를 괜찮은 감독이라고 인정했다.

적어도 박찬욱은 쿠엔틴보다 내용 면에서는 알차다.

 

이제 송강호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을 극장으로 오게 만드는 배우가 됐다.

배우로서는 무한한 영광이자 몇 십만 영화팬들을 거느리는 회장님이다.

그의 말투는 눈 감고 들어도 알 수 있지만 그의 연기는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나중에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한국 영화계의 중흥기에 속해 있을 것이다.

 

별로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김옥빈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

과감한 노출연기보다 중견 배우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노련한 연기가 돋보였다.

여자 배우들이라면 한번쯤 '악녀'의 역할을 하고 싶을텐데,

그녀는 청순과 퇴폐의 양쪽을 넘나드는 귀여운 '악녀'였다.

쉬운 말로 <타짜>에서 보여준 김혜수 같은 '악녀'는 아니다.

 

현대 한국의 어머니 상으로 평가 받는 김해숙은 새삼 대단한 배우라는 것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연기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고 섬뜩했다. 

상현과 태주의 말과 행동을 듣고 보면서 울분을 참지 못 했고,

결국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은 것도 어떻게 보면 그녀의 복수의지가 실현된 것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배역이 한정적이지만 지금 젊었다면 최고의 여배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 <우리 형>, <웰컴 투 동막골>의 신하균은,

박찬욱 감독의 세 편의 영화에서 송강호와 함께 출연하였고 항상 송강호를 난처하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송강호를 무척이나 괴롭혔고 잔혹한 익살스러움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올드보이>, <방자전>의 오달수가 이렇게 평범한 역을 맡다니!

너무 평범했지만 오달수는 존재감은 늘 흥분유발 대기 중이다.

 

원로급 배우의 예우도 없이 박인환과 송영창은 둘 다 비참하게 죽어버렸다.

 



 

"너는 병균이다. 퉤!"

 

신부가 뱀파이어가 되는 설정은 조금 어색하다.

항상 신부는 뱀파이어를 잡으려는 사냥꾼이었고 멍청하게도 뱀파이어에게 비참한 죽임을 당한다.

한복집을 운영하는데 이름이 '행복'이라는 점이 재밌다.

영화를 다 본 사람들이라면 '행복'과 거리가 먼 집안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한복을 팔고 한국인들이지만 일본식 집에 살고 마작을 즐긴다.

즉 지하와 1층은 한국인데 2층은 다국적인 공간이다. 

 

이런 어색한 설정들이 영화의 배경이다.

그리고 어색한 설정들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매력이다. 

어색하지만 완전 어색하지 않는, 정상적이지만 비정상적인 사람들과 분위기.

나중에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어렴풋, 어느 정도 알게 한다.

그것도 정말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데, 충분히 몰입감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상현과 태주가 화장실에 나눈 모든 대화이다.

상현의 말처럼 신부든 뱀파이어든 뭐가 그리 중요할까?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사람들은 눈이 높은 게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다.

 



 

"자꾸 인간적으로 생각하지마, 인간도 아니면서."

 

"그럼 우리가 뭐야?"

 

진짜 뱀파이어의 피가 필요했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정말 필요했던 사람들은 노(老)신부와 라 여사였다.

그들은 둘 다 휠체어 신세였고 노신부는 스스로 신부직을 그만 두더라도 뱀파이어의 피를 원했다.

소경인 자신이 눈을 뜨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그 뒤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성례의식과 뱀파이어가 피가 거래되는 상황은 정말 역겨웠다.

그 역겨움은 신앙이 겉으로 아무리 숭고하다고 해도

인간 본성 앞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그건 분명 거짓된 신앙이고 잘못된 신앙이다.

 

상현은 누구도 자신의 피를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피를 태주에게 준다.

한 때 연인관계였지만 태주가 죽기를 원하자 진짜 죽여버리고

그녀의 피를 마시려 했던 상현이 도로 살린 것이다.

이후 폭주하는 태주를 막을 수 없었고 계속된 자기 합리화를 통해 태주를 설득하지만,

계속되는 살인과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확인 할 뿐이다.

상현은 태주를 설득하여 다시 사랑하려 했지만,

그건 상현의 소망이었고 태주는 뱀파이어의 피가 자신의 억눌렸던 감정과 본능의 출구였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말미에서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상현은 밤에 자신을 기다리는 신도들의 캠프로 가서

젊은 여신도 텐트로 들어가 강간하려는 듯 하지만,

발기가 된 상태도 아니었고 사람들이 나타나도 바로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애당초 강간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감독은 여기서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이 보여주는 본능적인 행동과

거짓되고 잘못된 신앙을 일삼는 자들의 실망감,

즉 온전한 신앙에서 비롯한 실망감이 아니라 신봉했던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다. 

좀 더 쉽게 그들은 예수를 보고 실망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제자들을 보고 실망했던 것이고,

그들의 탈선에 신앙을 버리거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예수보다 예수의 제자들을 더 사랑했던 것이니 온전한 신앙이라 할 수 없다.

 

신부는 평생 청빈, 독신, 순명의 세 가지 서원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그 세 가지를 지킬 수 없게 만든다.

그건 타 종교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몸에 가혹한 형별을 가하기도 하고 금욕주의를 외치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한다.

반면에 청빈, 독신, 순명의 세 가지 중 한 가지 이상 어기는 신부도 있을 것이고,

이것 역시 타 종교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요새는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누가 더 안 들키나에 따라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다.

버티지 못하고 들키면 바로 축출 당하고 다시는 종교인으로서 살 수 없다.

이 얼마나 살벌한가! 그들이 신도 아닌데..

사람들은 그들이 신의 자락에 머무르기를 강요한다.

 

사람은 신이 될 수 없다.

고전 신화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신이 되려 했다가 도리어 신의 저주를 받았다. 

온전한 신앙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때 시작된다.

기성 종교의 신앙원리는 신 앞에 한없이 겸손하고 연약한 인간의 엎드림이다.

신부든, 스님이든, 목사든, 랍비든 이것은 불변하다.

 

개인적으로 종교인이든 신도든 비종교인이든 이 점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종교는 생성된 원리와 원인만 있을 뿐이다.

그 원리와 원인이 바로 믿어야 할 대상이고 신앙이다.

그리고 종교인들은 그저 그 원리와 원인을 좀 더 잘 보존하고 신도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까지 신의 원리와 원인이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인간은 인간일 뿐이고 죽음 이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기독교는 천국에, 불교는 극락에 가길 원하고 비종교인들은 그저 좋은 곳에 가길 원한다.

 

신은 불완전한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고,

남용하면 남용할수록 추잡해지고,

억제하면 억제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은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자기 합리화에 스스로 신이 된다.

 

원수를 사랑하라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절대 쉬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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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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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냉정하게 자신을 살펴 보면 일관성은 전혀 없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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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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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주말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별 다른 약속이 없으면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아침이 굉장히 느려졌다.

그리고 책을 보는 시간보다 영화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하긴 너무 긴장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나오는 영화가 재밌어졌다.

시나리오를 잘 선택하는 재주가 있지만 가끔은 맡은 배역이 어색할 때도 있다.

분명 그는 성장 중이고 다양한 배역을 맡을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언젠가 그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믿고 볼 날도 올 것 같다.

 



 

"이거 현실이야?"

 

"아니, 그 여자는 여기 있어."

 

보스턴에 있는 셔터 아일랜드 정신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실종된 사건이 접수되어

연방수사국은 즉시 보안관 둘을 파견하고 평소에 이 정신병원에 흥미를 가졌던 테디도 포함된다.

정신병원에 도착한 테디는 관계자들과 정신병원 주변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에 들어간다.

수사를 할 수록 의심은 쌓여가지만 이렇다 할 물증이 없어 고심하던 중,

테디는 편두통과 정신적 압박 증세를 보이면서 잠이 들 때마다 악몽을 꾼다.

그리고 이 섬에 비극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건 널 위한 쇼야."

 

<타이타닉>,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했던 말을 취소해야 할 정도로 어색함 보다는 원숙함이 느껴졌다.

정말 그는 매력적인 배우이고 앞으로 출연 할 영화들도 기대된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그는 5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이후 6편을 계약하여 촬영 중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마크 러팔로(Mark Ruffalo)를 오랜만에 보았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럭키 넘버 슬레븐>, <페르시아의 왕자>의 벤 킹슬리(Ben Kingsley)가 출연한 영화를

올해 두 편이나 보다니! 2010년을 제외하면 난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의 배역이 악역일 때는 명백한 악역연기를 보여 주지만 왠지 의심이 들고,

선역일 때는 숭고한 연기를 보여 준다.

아쉽게도 난 그가 악역인 영화들을 더 많이 봤다.

 

<매치 포인트>의 에밀리 모티머(Emily Mortimer) 역시 오랜만에 보았다.

지금은 좀 늙었지만 난 이런 스타일의 서양 여자를 좋아한다.

 
<도슨의 청춘일기>의 미쉘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는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세계 영화계의 레전드 배우 막스 본 시도우(Max Von Sydow)를 본 것은 무척이나 영광이다.

 
<그랜 토리노>의 '이탈리안 X대가리' 존 캐럴 린치(John Carroll Lynch)는 꽤나 진지했다.

 
<택시드라이버>,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 등     

많은 문제작을 만든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이번 영화는 통속적인 사이코 스릴러였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나중에 이 거장의 발자취를 살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럼 넌 이 섬을 벗어날 수 없어."

 

<메멘토>, 얼마나 전에 봤던 <절규> 등 사람이 가진 자아와 또 다른 자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어떤 것이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마치 데카르트식 의문을 세뇌시키는 것처럼 "무엇 하나 의심할 수 없는 게 없다."

이런 실존적인 고민들은 사람을 혼란에 빠지게 하지만 꽤 건강한 고민들이다.

고민들 속에서 깨달음을 얻으면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고,

그렇지 못 하면 우울증이나 나태함에 빠진다.

 

영화에서 테디는 과거에 자신이 겪은 상처로 인하여 심각한 우울증을 가졌지만,

연방보안관으로서의 업무에 지장을 받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셔터 아일랜드 정신병원 관계자들과 척의 농간에 어느 순간 자신이 미치광이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 상황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친하게 만났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전부 당신이 미쳤다고 말하면서,

충분한 근거와 물증을 제시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당신 눈으로 확인한다면,

당신은 자신이 미쳤다는 거짓을 믿고 싶지 않아도 믿게 된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할 때, 아니라고 말하면 오히려 더 미쳐 보이지."

 

대학교 1학년 때 '사회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다.

그때 담당 교수님이 갑자기 앞에 앉아 있는 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난 너를 30분만에 성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너가 내 말을 잘 듣는다면!"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들은 기분이 불쾌했고 나 역시 썩 좋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교수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흉악 범죄의 가능성이 있으며 그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의 자아들이 숨어 있다.

다중인격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

좀 더 냉정하게 자신을 살펴 보면 일관성은 전혀 없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그 일관성이 없는 자신을 속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중하면서도 어설프고 속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잘 속는다.

사람들은 아는 척을 하지만 스스로에게 속는 중이다.

우리가 안 다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가 모른다면 얼마나 모르는가?

겉으로는 특별하거나 평범하더라도 인간의 보편적 특성은 숨길 수 없고,

보편적 특성은 여러 가지 자아들로 분류 되어 상황에 따라 나타난다.

게다가 자신만의 '특별함'이 더 해진다면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기에 사람과 동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진실보다 거짓을 말 하는 사람들을 더욱 많이 배치했다.

즉 아무리 진실을 알고 말하더라도 거짓이 월등하게 많다면 진실은 거짓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거짓을 받아 들이는 순간, '좀비'가 된다.

이미 세상에는 이런 좀비들이 많이 있다.

나도 어느 부분에서는 그 좀비 대열 앞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슬픈 일이다.

아무도 내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거나 알려줘도 내가 모른다면,

누가 내게 진실을 알려주고 알게 만들 것인가?

나는 이미 미치광이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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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 부럽다. 이런 영화들을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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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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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Works의 신작이 나왔다.

매 영화에서 풍자와 교훈이 어우러진 내용과

진보된 애니메이션의 기술력을 보여준 DreamWorks는,

이번에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원래는 2010년에 제작되어 미국에서는 이미 개봉을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늦게 개봉했다.

 



 

"나는 악당이 될 운명이었고,

 우리는 라이벌이 될 운명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외계 행성에서 어릴 때 지구로 보내진 메트로맨과 메가마인드.

둘은 선과 악의 라이벌 관계를 가지며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거대 도시 메트로 시티를

빼앗으려는 메가마인드와 지키려는 메트로맨의 싸움이 된다. 

매번 메트로맨에게 패했던 메가마인드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여 결국 메트로맨을 제압하고, 

승리한 메가마인드는 메트로 시티를 자신의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  

 



 

"아니, 아니, 아니, 넌 영웅이잖아!"

 

"영웅은 루저들이나 하는 거야!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만 해야 되는데 내가 왜?"

 

'메트로맨' 목소리로는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맡았는데 상대적으로 짧게 출연하였다.


'미니온' 목소리로는 데이비드 크로스(David Cross )가 맡았고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슈렉3>와 <마다가스카>의 톰 맥그라스(Tom McGrath)가 감독을 맡았는데,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답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 주었다.

 



 

"재미있게도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선택 하는 것이다."

 

DreamWorks의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연령층이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독특한 아이디어들과 섬세한 연출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DreamWorks는 이번에도 깨끗하고 디테일한 영상을 만들었는데,

특히 건물들이 붕괴될 때 세세한 잔해물들을 표현한 것이 눈에 띄었다.

또한 한스 짐머(Hans Zimmer)가 음악을 맡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가 작곡한 노래들이 아닌,

Elvis Presley, Guns N' Roses, Michael Jackson 등등.. 레전드 뮤지션들의 노래를 넣었다.

오랜만에 듣는 올드팝에 흥겨웠고 빈티지가 아닌 세련됨이 느껴졌다.

 



 

"착해지는 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외모지상주의나 엘리트, 특권주의는 DreamWorks가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선택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메트로맨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많은 사람들의 영웅으로 사는 것에 익숙했고,

악당 메가마인드는 그런 메트로맨을 보며 질투와 승부욕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메트로맨의 속내는 더이상 영웅으로 살고 싶지 않았고,

음악을 즐기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영웅으로서의 충분한 자질과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영웅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에 메가마인드는 어릴 때부터 원치 않게 악당의 역할을 맡아야 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악당의 운명을 받아 들여 메트로맨과 대립한다.

그리고 결국은 메트로맨을 제압하여 메트로 시티를 지배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허무함이 찾아 오고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하다.

그러던 중 메트로맨과 똑같은 능력을 가진 타이탄을 만들어 내어,

다시 악당 메가마인드로 살아가려 했지만,

영웅이 될 줄 알았던 타이탄은 도리어 자신보다 더 악랄한 악당이 된다.

보다 못한 메가마인드는 자신이 만든 타이탄을 제압하려 들고,

이 과정 속에서 메가마인드는 깨닫는다.

즉, 영웅과 악당은 시대나 상황,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삶을 선택하여 영웅이 되고 악당이 된다는 것을..

   

또한 선과 악의 대립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었는데,

선과 악은 서로가 대립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선하다면 선은 특별한 것이 아닌 익숙함이 될 것이고,

악도 마찬가지이다.

악은 선이 있기 때문에 극복되어야 하고,

선은 악이 있기 때문에 더욱 추구되어야 한다.

지상 낙원이라고 불리던 에덴동산에도 선과 악이 있었고,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 본성에도 선과 악이 있다고 말했다.

즉, 완전한 선과 악이 독보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천국에서도 악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고,

지옥에서도 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 부럽다.

이런 영화들을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볼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때는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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