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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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 라는 이름과 처음 만난 것은 늦었지만.. 작년 이맘때 즈음 [이누가미 일족]이라는 매혹적인 표지를 선보였던 작품을 통해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소설, 특히 추리소설에 마음을 뺏앗겨가고 있는 최근 몇년사이 책의 표지와 제목이 주는 느낌으로 읽고 싶은 작품들을 선택하는 개인적인 취향에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 이 작품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긴다이치 고스케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에도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요코미조 세이시, 긴다이치 고스케, 그리고 추리소설... 다시금 그때의 그 설렘을 꺼내며 그와의 만남을 준비한다.

 

[이누가미 일족]이 그랬던것 처럼,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또한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이 무첫이나 마음을 끈다. 일본 전통의 문양들이 달 속에 스며들고, 악마의 모습을 한 인물이 피리를 부는 모습이 기괴함을 넘어 왠지 모를 끌림으로 다가온다. 악마의 모습은 종전의 피폐하고 혼란한 시대 상황과 귀족계급이 몰락한 일본의 현실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실제로 요코미조는 패전 직후 전쟁기간 동안 절필을 강요당했다가 다시금 글을 쓸 수 있게되어 환호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들이 이 시기를 작품의 배경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악마...> 또한 종전직후의 어수선하고 '혼란'을 넘어선 '혼돈'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를 찾아온 스무살 전후의 한 여인. 츠바키 히데스케 자작의 무남독녀인 미네코의 의뢰로 그녀의 아버지 츠바키 자작과 연결된 비밀의 문에 들어서는 긴다이치 고스케, 그의 추리가 시작된다. 그의 앞에 놓인 엽서 크기의 사진 한장과 히데스케가 마지막으로 작곡하고 연주한 한장의 레코드는 이 음침하고 비밀스런 사건의 시작을 알린다.

 

그해 1월 15일 발생한, 청산가리로 13명의 사상자를 낸 보석상 천은당 사건, 그리고 50일이 지난 3월 5일 무서운 3중 살인사건의 전주곡인 츠바키 자작, 히데스케의 실종사건이 벌어진다. 유서도 없지만 가족들은 그가 자살했을 것이라 단정한다. 그리고 실종 45일후 츠바키 자작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렇게 이 사건은 종결되는듯 했지만 사건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아버지는 이 이상의 굴욕, 불명예를 참을 수가 없다. 유서 있는 츠바키 가문의 이름도 이것이 폭로되면 수렁에 빠지고 만다. 아아.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그날까지 살 수 있을 수가 없다. 미네코야 아버지를 용서해라.'



 

뒤늦게 아버지의 유서를 발견한 미네코, 아버지가 말한 굴욕과 불명예는 무엇이고, 악마는 또 누구란 말일까? 한편 앞서 말한 천은당 사건의 몽타주는 아버지를 닮아 있고, 유서있는 츠바키 가문과 자작의 아내 아키고의 신구가문, 그리고 아키코의 외외종조부 다마무시 가문에 얽힌 비밀은 무엇인지 날카로운 긴다이치 고스케의 추리는 빛을 발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긴 츠바키 자작의 플루트곡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의 레코드와 츠바키 자작의 환영이 계속 이 가족들을 쫓는다. 도대체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것인가? 그들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이어지는 살인사건의 범인은? 츠바키 자작이 말한 굴욕, 불명예, 악마는 도대체 누구인가? 숨가쁘게 긴다이치 고스케의 시선은 사건의 핵심속으로 파고든다.

 

50여년이 지났지만 고루하고 현실과 괴리된 그런 느낌이 없는 살아있는 느낌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이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누가미 일족]을 읽고 그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봐야 겠다는 다짐은 시간이 한참 흐른후에야 이렇게 성사되었다. [팔묘촌]이나 [옥문도]도 꼭 만나봐야 하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을 두루두루 만나보지 못했기에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중 일곱번째로 이 작품을 꼽았다는 사실이 그만큼 작가 자신으로서나 독자들에게도 사랑받을 충분한 이유가 되리라 생각되지만....

 

전체적의 분위기는 이전 읽었던 작품이 그렇듯, 전후의 어둡고 혼란한 그림자가 자리한다. 작가가 책의 앞부분에 서술했듯이 작가의 공상에 의해서 그려진 작품이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전후 실제 있었던 '제국은행 사건'을 이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혼란에 휩싸이 전후 일본의 상처와 일본인들의 아픔을 담아내고 그들의 머리위를 날아다니는 어두운 그림자, 내면에 자리하던 악마의 모습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끌어내어 놓는다. 과장인지도 모르지만... 이런 힘겨운 산고의 고통을 통해서 지금의 발전된 일본이, 재미와 감동을 두루 갖춘 추리소설이 태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표지와 제목이 주었던 첫인상처럼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검은 그림자속에 뚜렷이 드러난 두 눈동자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었다. 우리 내면속에 잠재해 있는 악마의 본질, 어그러진 사회가 담아낸 악마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추리, 긴다이치 고스케라는 전대미문의 멋쟁이 캐릭터의 활약이 다시금 돋보이는 그런 작품이다. 요코미조 세이지, 그의 이전 작품들을 휴가기간중 꼭 만나보려한다. 언제나 그랬든 책과 함께하는 '북캉스' 기간 동안 '긴다이치 고스케' 그와의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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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벳 - 어느 천재의 기묘한 여행
레이프 라슨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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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따스했던 손을 꼭 잡고 자장면 한그릇에 온 정신이 팔려 발걸음도 가볍게 시내에 나가던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집에서 가장 멀리 떠나본 기억이라곤 그렇게 문득 문득 떠오르는 자장면에 대한 시간뿐이다. 열두살, 시골 초등학교에 다니던 나로서의 세상은 그리 크지도 넓지도 않은 시골 마을에 한정되어 있었다. 또래 친구들과 산에 오르고, 들에 나가 뛰어놀고, 물가에서 수영을 하던 기억. 하지만 그런 기억속에서 우리집은 언제나 나의 시선 안에 자리했다. 멀리 나는 새, 높이 오르는 새는 결코 아니었단 말이다.

 

열두살, 테쿰세 스패로 스피벳! 스피벳의 모험, 그것은 집에 고무줄이라도 매어놓은듯 생활하던 나로서는 거의 상상하지 못할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장장 1800마일, 약 2896㎞에 이르는 거리. 약 3천Km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400~500Km정도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힘겨운 거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게 테쿰세 스패로 스피벳의 모험은 시작된다. 북위 45도 49분 27초, 서경 114도 44분 19초, 몬태나주 디바이드의 코퍼톱 목장의 스피벳의 방이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통의 전화, 스피벳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평범하던, 아니 천재적인 이 소년의 삶을 전혀 색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스피벳은 길을 잘못 든 곤충학자라고 어머니를 소개한다. 아버지 테쿰세 엘라이야 스피벳은 과학과는 조금은 먼 조용하고 생각많은 조마사이다. 그리고 누나 그레이시, 동생(동생 레이턴은 얼마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과 함께 평범한 중학생으로 살아간다. 평범하지는 않은 듯하다. 어머니의 과학적 유전자?로 인해 작은일, 사소한 것들, 물건뿐만이 아니라 감정과 일상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스미스 소니언협회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 그의 친구인 몬태나 주립대학의 곤충학교수 욘박사가 스피벳의 나이를 속이고 그의 동료 교수인양 1년전부터 협회에 보낸 일러스트가 과학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으며 저명한 베어드상 수상자로 스피벳이 선정되었던 것이다. 누구도 이 기막힌 일러스트와 도해를 열두살 꼬마의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상식에 참석해 달라는 협회의 요청으로 스피벳은 기나긴 여정에 몸을 싣게 된다.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백과사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책의 두께에 놀라고 두께를 가득 메우고 있는 방대한 지식과 하나하나 표현한 섬세한 일러스트가 백과사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테쿰세 스패로 스피벳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얻게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책의 사이드바를 차지하는 사물, 사건, 생각, 생물.... 등 수많은 도해들은 정말 섬세하고 정성스럽기까지 하다. 독특하다는 수식을 넘어 특별한 소설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듯하다.

 

하지만 단순히 백과사전식의 딱딱함만이 존재하는 작품은 아니다. 이 열두살 천재 소년의 모험속에는 아이에서 겪어야하는 고민과 갈등을 풀어내는 성장의 찬란한 기록과 감동이 함께한다. 스피벳이 겪은 아버지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 동생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 소년의 괴로움과 고민, 여행을 통해 겪게 된 세상에 대한 이미지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의 감성이 섬세한 일러스트처럼 분명하고 세심하게 표현되어진다. 백과사전식 딱딱함은 그렇게 소년의 성장이라는 감동속으로 부드럽게 동화되어 간다.

 

'터널이 오르막이 되자 나도 모르게 이 지하세계가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렇게 아버지와 나란히 영영 걷고 싶었다.'  [P. 481]

 

과학이라는 전반적인 틀속에 자리하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속에 묻어나는 주된 향기는 '따스한 가족애'가 아닐까 싶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자책을 가지고 있던 스피벳, 아버지에 대해 자신이 가졌던 오해를 풀어내고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마지막 부분이 이런 사실을 잘 말해준다. <스피벳>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겪게되는 여러가지 관계속에서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기 자신이 조금더 커질 수 있는 계기를 일상속 과학과 예술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다. 따스한 감동이 있어 더욱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이다.

 

'백과사전'이라는 이 작품에 대한 수식어 자체로도 <스피벳>의 특별함을 대변하지만 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진 기존의 틀을 깨는 신예작가의 참신함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동이 길고도 험난한 여정속에 숨어든다. 거친듯 부드럽게 감동과 모험이 공존하고, 멋스럼움과 여운이 있는, 과학과 예술속에서 매혹과 열정이 함께하는 스피벳의 특별한 모험은 이렇게 짙은 향기로 가족의 품으로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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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소여 비행 클럽 -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
하라다 무네노리 지음, 임희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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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소년기의 방황을 다른 말로 표현 한다면 바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 사회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가정과 친구 등 관계에 대한 수많은 고민들이 함께하는 시기이다. 거기에 입시라는 무거운 굴레에 메여 돌아가는 시계바늘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비슷한 생활들을 반복하게 된다. 일탈 혹은 모험은 바로 '모험'의 시간속에 놓여진 청춘들이 취할 수 있는 두가지 태도가 된다. 여기 그런 청소년기의 방황과 혼돈속에 놓인 세명의 젊은 청춘들이 있다.

 

복숭아처럼 멍이든 청춘들이 있다. 의지할곳 없어 서로 기대어 있다보니 귀퉁이에 멍이들어버린 세친구가 있다. 중학교에 들어갈때 즈음 자신의 손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노무라 노부오, 수학천재로 알려져있고 자신이 '수학'이라 불리길 좋아하는 듯한 가부라기, 그리고 가부라기의 곁에 있던 예쁜 여학생 기쿠치. 이들의 특별한 만남과 이들이 써내려가는 스릴 넘치는 모험, 혹은 일탈이 펼쳐진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에게 바치는 신주쿠발(發) 오마주

<톰소여의 비행클럽>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어린 시절 친구였던 톰소여의 모험을 떠올릴듯한 일상 대탈출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노무라는 소매치기를 통해 용돈을 조달한다. 그러던 어느날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던중 학교에서 '수학'이라 불리는 가부라기가 말을 걸어온다. 노무라의 소매치기 실력을 인정한다며 자신의 계획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 아니 강요한다. 그 계획은 다름 아닌 대입 시험지를 훔치는, 아니 강탈하는 것이다. 그 계획에 있어 꼭 필요한 노무라의 초능력과 같은 특별함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가부라기와 함께 나타나던 명문사립고의 기쿠치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노무라. 그렇게 그들 세친구는 시험지 강탈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한다. 뒤이어 전철속에서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천부적인 노무라의 소매치기를 알아챈 타짜? 할머니 센나미 치사토도 그들이 계획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시험지를 강탈하려는 대상은 다름 아닌 야쿠자였다. 절대 쉽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그들의 모험.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그들은 계획을 무사히 실행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꿈과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그들의 모험은 일탈이 아닌 모험으로 끝날 수 있을까?



도쿄의 한복판 신주쿠에서 톰과 허클베리핀의 모험이 펼쳐진다. 모험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일상에 대한 일탈이라는 표현이 보다 잘 어울리는 듯하다. 노무라, 가부라기, 기쿠치... 이 세 친구들의 가정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일탈'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엄마는 사이비종교의 광신도가 되어 대학에 목말라?하는 노무라의 가정. 양친부모는 돌아가시고 의붓 아버지가 재산을 가로챈 가부라기 역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복수의 심정으로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기쿠치 역시, 젊은 남자만을 사냥?하는 엄마에 대한 증오, 기성세대에 대한 증오가 이런 일탈을 만들어낸 듯 보인다.

 

일본과 한국, 지리적 위치는 다르지만 그들, 청소년들의 일상에는 그다지 커다란 차이가 없어보인다. 일류만을 쫓는 입시교육의 현실은 자식 교육을 위해 대입 시험지를 빼돌리려하고, 아이들은 또 그것을 강탈하려 하기에 이른다. 청소년들이 쫓는 반항, 일탈속에서 그들은 섹스, 대마초, 소매치기, 절도 까지도 서슴지 않는 모습에 놀라면서도 우리 사회속 아이들의 현실 역시 다르지 않음에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수험생한테 대학입시라는 거이 분명 하나의 모험일지 모르지만 우리 세 사람은 훨씬 힘든 난관을 우리의 힘으로 뚫고 왔다.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섬에 상륙한 것이다. 합격이라는 것은 그 섬에 나 있는 과일과도 같다. 손이 닿으면 따서 먹으면 된다. 하지만 그 과일을 먹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이 아르마운 섬에는 훨씬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들이 어딘가에 틀림없이 있을 테니까.' [P. 442]

 

어찌보면 평범하지 않은 소재들이 마음을 어지럽게도 하지만 픽션이라는 장르가 내려놓은 상황과 현실인식속에 이야기는 속도감 있고 흥미롭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다만 톰소여의 모험이 주로 인디언 조의 살인사건을 밝히는 내용이고, 허클베리핀의 모험이 흑인노예 짐과의 일상탈출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때 <톰소여 비행클럽>이 책의 제목은 <허클베리핀 비행클럽>이라고 붙여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했다.

 

세 친구들은 모험, 일상탈출을 통해서 그 결과가 어찌 되었건 진정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조금은 허황된 계획을 통해 그들의 그 시기에 꼭 필요한 우정과 사랑을 꽃피워 나간다. 조금은 당황스런 장면과 상황들도 많았지만 모험이라는 측면에서, 픽션이라는 측면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돌아보게도 되고, 그렇게 만든 어른들의 잘못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청소년기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경험이 아닐까싶다. 직접 부딛혀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깨달아야 한다. 다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불필요한 청춘의 덫?은 과감히 제거되어야 하겠다. 그들의 열정을 불사르고 진정한 사회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는데 요구되는 시야와 경험의 장을 제공하는 일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면 그 나머지가 아이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열정과 경험, 그리고 깨달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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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닉 혼비.조너선 샤프란 포어.닐 게이먼.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이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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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제목을 가진 독특한 작품들이 있다. 소설로서는 온다리쿠의 2008년작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가 문득 생각나고, 영화로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라는 아주 긴 제목의 중편 영화가 떠오른다. 이처럼 긴제목은 작품의 내용을 짐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자나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기막히게 긴 제목의 소설과 마주한다. 픽션, 이란...

 

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이 제목은 닉혼비를 비롯한 쟁쟁한 작가들의 10개의 단편을 고스란히 나열하고 있다. 아니 그 제목들을 통해서 제법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 작품인지까지 짐작 할 수도 있을것 같다. 닉혼비의 [작은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로 있는 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횡단하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나라, '챔피나'의 이야기이다. 7살 스테판의 엄마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고 스테판은 얼떨결에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된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라스파프, 겁나 소심한 아버지이자 남편]은 어느날 갑자기 집에 불이 난 라스파프라는 남자의 소심한 삶으로의 변화를 통해서 사랑에 대해서 두려움과 삶에 대한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카울릭에서 벌어진 시합]은 무슨 우화소설을 읽는 듯하다. 보안관이 낚시를 간 사이 들이닥친 돼지뼈 일당을 맞아 지혜롭게 대처하는 월리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시무어의 마지막 소원]은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괴물 엄마, 그리고 요정을 만나 세가지 소원을 빌게되는 시무어의 이야기다. 조금은 낯설고 일상적인 우리의 정서가 아니란 느낌을 받는 단편이다. [그림블]은 제멋대로인 아빠와 엄마와 떨어져 있는 열살쯤 먹은? 그림블의 일상을 재밌게 그려낸다.



이 외에도 다섯명의 미식가 클럽 떼거리를 다룬 [태양새], 개들의 고통을 찾아내는 전화기와 소년의 이야기 [이상한 전화], 뉴욕에 있었다는 6구 이야기 [여섯번째 마을], 캠핑을 떠난 아이들의 모험, 제임스 로빅의 이야기 [괴물] 등... 다양한 소재와 일러스트가 어울리는 작품들이 줄지어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작품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그렇다고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할 만한 작품도 없어보인다.

 

<픽션>에서 눈에 띄는것을 몇가지 꼽자면 표정 그대로 '허걱~~' 이랄까 하는 표지속 남자의 표정이 시선을 끈다는 사실과 '허걱~' 할 정도로 긴 제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영화 [위험한 대결]로 익숙한 레모니 스니켓이 쓴 서문과 닉 혼비, 조너선 사프란 포어, 닐 게이멈과 같은 쟁쟁한 작가들의 이름이 시선을 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재밌고 특색있는 일러스트는 마음에 든다. 이런 소설의 내용 외적인 것들을 제외한다면 <픽션>은 그다지 독자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레모니 스니켓의 서문은 참 마음에 든다. 그것도 전체가 아닌 앞부분 정도이지만... 서문이 약병에 붙은 주의사항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읽으려 드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더러 안에 위험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안 순간에 이미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책속에 들어 있는 조금은 긴 단편들의 내용들 보다도 인상적이다. 더불어 마지막에 실린 옮긴이의 글도 레모니 스니켓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간결하면서도 시선을 끈다. 옮긴이의 글은 신문에 끼워진 백화점 전단지 간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신문을 두껍게 만드는데 기여하지만,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인 전단지와 같다고... 이처럼 서문과 옮긴이의 글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고 기억되는 글이라는데 조금 마음이 무거워진다.

 

조금은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다. 인상적인 작품이 될거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읽는 이가 작가들의 특별한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가장 필요한 한가지는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책을 계속 넘길 수 있게끔 만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다. 표지와 제목, 작가와 일러스트를 제외하고 인상적인 부분이나 재미는 빠져있는 듯한 작품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소설이라는, 픽션이라는 새로운 창조물을 탄생시킨 그들의 열정과 노력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속에 지속적으로 시선이 머물수 있게 하는 '재미'가 빠져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이 백화점 전단지와 같다는 느낌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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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수집가>를 리뷰해주세요
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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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기억을 가르는 80년대 '미드'를 기억한다. '환상특급'이라는 이름으로 일요일엔가 방영되었던 작품이 있었다. 일요일 늦잠을 용납할 수 없게 만들었던 환상특급! 지금은 자세히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기이하고 조금은 허황된 그 이야기들속에 푸욱 빠졌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기담談 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때 그 '환상특급'이 떠오른다. 이상 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담談 이라고 하는데, 환상특급에 대한 기억도 바로 이상 야릇과 재미였던것 같다.

 

기담을 구합니다. 직접 겪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상당액의 보수를 드립니다. 다만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해당됩니다.

 

'에비스 하지메'라는 기담 수집가와 그의 조수 '히사카' 가 이끌어가는 기담, 아니 '사건' 보고서가 바로 이 책 <기담수집가>이다. 마치 미드 '레드 슈 다이어리'와 비슷한 형식이라고 할까? 이 '에로틱 미드'에서 얼굴 마담은 데이빗 듀코브니지만 편지속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식과 같은... <기담수집가>에서도 에비스와 히사카가 얼굴 마담을 하고 그들의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만 편지가 아닌 'Strawberry hill' 라는 바를 직접 찾아와서 말이다.

 

<기담수집가>에는 모두 일곱가지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진다. 그림자안에 숨어있는 뭔지 모를 존재와 그림자의 숩격을 다룬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한 골동품점 앞을 지나다 들여다본 가게 안의 한 소녀, 그리고 그녀가 그의 아내가 된 기묘한 이야기 [거울 속에 사는 소녀], 파리에서 만난 한남자와의 사랑, 죽음으로 부터 그녀를 구해준 그 마술사와 샹송가수의 이야기 [마술사의 슬픈 예언]... 그리고 에비스와 히사카를 쫓는 자유기고가의 마지막 기담이야기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에 이르기까지... 미스터리하고 이상야릇한 이야기들이 계속된다.



기담은 없다. 사건만 있다.

<기담수집가>속에 기담은 없다. 에비스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경험담은 모두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속에 진정한 기담은 들어있지 않다. 인상좋은 할아버지 같은 에비스는 좋은 기담이라며 매번 두리뭉실 하지만 그의 조수인 히사카에 의해 그 기담들속에 숨겨진 사건과 음모를 알아채게 된다. 기담을 다루는 책속에 진정 기담은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마지막 에피소드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를 통해 에비스와 히사카, 기담 수집가와 그 시종의 이야기가 기담이 되어버린다.

 

'에비스'라는 인물은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복을 불러오고 인간세상을 조롱하기도 하고 애환을 풀어주기도 하는 풍요의 신이라고 한다. 'Strawberry hill' 을 찾는 이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겪은 기묘한 일들로 인해 삶에서 무거운 짐을 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돈보다도 누군가를 통해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픈 의지를 갖게 되고 그 대상이 바로 에비스인 것이다. 풍요의 신 '에비스'를 통해서 무거운 짐을 벗고, 삶의 애환을 풀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옮긴이는 이 책에 공식이 있다고 말한다. 기담모집 광고를 보고, Strawberry hill을 찾고, 고객이 들려준 이야기를 에비스는 만족스러워하지만 조수 히사카는 허점을 지적하고, 결국 이야기는 괴담이 아니라 사건이 된다는 독특한 구조때문에 이 소설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반대다. 사실 에피소드마다 반복적으로 고객들이 Strawberry hill을 찾는 부분이나 에비스와 히사카를 묘사하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 기담으로 받아들이는 에비스와 교묘하게 허점을 찾아내는 히사카.... 이런 반복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드라마와 같이 일주일에 한두번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같은 책 속에서 에피소드마다 같은 내용이 매번 반복되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

 

히사카의 기담의 허점을 캐어 사건을 만들어내는 부분도 조금은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또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기담이라 확신하던 에비스가 히사카의 말을 듣고 급변하는 부분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작품의 장르를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담소설이라 해야할지,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 할지, 탐정소설이라 해야할지...'이거다' 라로 말하기 힘든 부족함들이 엿보인다. 히사카의 추리와 이에 대한 에비스의 대응이 조금은 서툴지만 그들을 찾아오는 고객들의 이야기는 그나마 기담으로써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기담수집가>속 여섯가지 이야기들은 마지막 에피소드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를 위한 떡밥 정도가 아니었을까? 마지막 에피소드를 통해 그나마 이 작품과 기담과의 연관성을 느낄 수 있기때문이다. 조금은 아쉬움이 더 큰 작품이다. 내용보다는 표지가 마음을 끌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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