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수집가>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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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희미하게 기억을 가르는 80년대 '미드'를 기억한다. '환상특급'이라는 이름으로 일요일엔가 방영되었던 작품이 있었다. 일요일 늦잠을 용납할 수 없게 만들었던 환상특급! 지금은 자세히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기이하고 조금은 허황된 그 이야기들속에 푸욱 빠졌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기담奇談 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때 그 '환상특급'이 떠오른다. 이상 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담奇談 이라고 하는데, 환상특급에 대한 기억도 바로 이상 야릇과 재미였던것 같다.
기담을 구합니다. 직접 겪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상당액의 보수를 드립니다. 다만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해당됩니다.
'에비스 하지메'라는 기담 수집가와 그의 조수 '히사카' 가 이끌어가는 기담, 아니 '사건' 보고서가 바로 이 책 <기담수집가>이다. 마치 미드 '레드 슈 다이어리'와 비슷한 형식이라고 할까? 이 '에로틱 미드'에서 얼굴 마담은 데이빗 듀코브니지만 편지속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식과 같은... <기담수집가>에서도 에비스와 히사카가 얼굴 마담을 하고 그들의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만 편지가 아닌 'Strawberry hill' 라는 바를 직접 찾아와서 말이다.
<기담수집가>에는 모두 일곱가지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진다. 그림자안에 숨어있는 뭔지 모를 존재와 그림자의 숩격을 다룬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한 골동품점 앞을 지나다 들여다본 가게 안의 한 소녀, 그리고 그녀가 그의 아내가 된 기묘한 이야기 [거울 속에 사는 소녀], 파리에서 만난 한남자와의 사랑, 죽음으로 부터 그녀를 구해준 그 마술사와 샹송가수의 이야기 [마술사의 슬픈 예언]... 그리고 에비스와 히사카를 쫓는 자유기고가의 마지막 기담이야기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에 이르기까지... 미스터리하고 이상야릇한 이야기들이 계속된다.

기담은 없다. 사건만 있다.
<기담수집가>속에 기담은 없다. 에비스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경험담은 모두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속에 진정한 기담은 들어있지 않다. 인상좋은 할아버지 같은 에비스는 좋은 기담이라며 매번 두리뭉실 하지만 그의 조수인 히사카에 의해 그 기담들속에 숨겨진 사건과 음모를 알아채게 된다. 기담을 다루는 책속에 진정 기담은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마지막 에피소드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를 통해 에비스와 히사카, 기담 수집가와 그 시종의 이야기가 기담이 되어버린다.
'에비스'라는 인물은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복을 불러오고 인간세상을 조롱하기도 하고 애환을 풀어주기도 하는 풍요의 신이라고 한다. 'Strawberry hill' 을 찾는 이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겪은 기묘한 일들로 인해 삶에서 무거운 짐을 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돈보다도 누군가를 통해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픈 의지를 갖게 되고 그 대상이 바로 에비스인 것이다. 풍요의 신 '에비스'를 통해서 무거운 짐을 벗고, 삶의 애환을 풀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옮긴이는 이 책에 공식이 있다고 말한다. 기담모집 광고를 보고, Strawberry hill을 찾고, 고객이 들려준 이야기를 에비스는 만족스러워하지만 조수 히사카는 허점을 지적하고, 결국 이야기는 괴담이 아니라 사건이 된다는 독특한 구조때문에 이 소설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반대다. 사실 에피소드마다 반복적으로 고객들이 Strawberry hill을 찾는 부분이나 에비스와 히사카를 묘사하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 기담으로 받아들이는 에비스와 교묘하게 허점을 찾아내는 히사카.... 이런 반복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드라마와 같이 일주일에 한두번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같은 책 속에서 에피소드마다 같은 내용이 매번 반복되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
히사카의 기담의 허점을 캐어 사건을 만들어내는 부분도 조금은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또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기담이라 확신하던 에비스가 히사카의 말을 듣고 급변하는 부분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작품의 장르를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담소설이라 해야할지,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 할지, 탐정소설이라 해야할지...'이거다' 라로 말하기 힘든 부족함들이 엿보인다. 히사카의 추리와 이에 대한 에비스의 대응이 조금은 서툴지만 그들을 찾아오는 고객들의 이야기는 그나마 기담으로써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기담수집가>속 여섯가지 이야기들은 마지막 에피소드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를 위한 떡밥 정도가 아니었을까? 마지막 에피소드를 통해 그나마 이 작품과 기담과의 연관성을 느낄 수 있기때문이다. 조금은 아쉬움이 더 큰 작품이다. 내용보다는 표지가 마음을 끌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