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 떨림,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훈.양귀자.박범신.이순원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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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유시화님의 시(詩)가 있다. 항상 곁에 있지만 그래도 그대가 보고프고 그립고 만지고 싶은게 바로 사랑인가 보다. 이 책속 양귀자님의 말처럼 이 나이가? 되면 사랑이란 말을 사용할 일이 예전보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랑이란 말은 언제나 가슴 떨림과 설렘의 또 다른 표현이란 생각은 가슴속에서 먼저 샘솟는것 같다. 그것도 첫사랑, 잊혀지지 않고 추억으로 자리한 사랑,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었던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들이... 가을 흔적을 남기고 겨울로 내달리는 매서운 추위 때문일까? 사랑이란 말이 손을 녹여줄 화톳불처럼 따스하게 내 가슴을 녹인다.

 

사랑이란 말을 떠올리면 수식어처럼 따라오는 말들이 있다. '떨림', '설렘', '그리움'... 첫사랑의 떨림과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에 대한 설렘,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는 지속적인 그리움의 감정들이 바로 그것이다.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 <설렘>은 2007년 24명의 시인들이 이야기했던 사랑의 [떨림]에 이은 후속작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14명의 소설가들이 사랑을 말한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양귀자, 김훈, 박범신, 신이현과 같은... 그래서인지 미처 만나지못한 [떨림]을 뭐라 표현하긴 힘들겠지만 <설렘>은 '그와 그녀들의 소설같은 사랑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작가라는 이름을 만들게했고 그들의 감수성을 탄생시킨 사랑의 이야기들이 살며시 내려와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슴속에 따스함으로 간직된다.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미완이 주는 사랑의 설렘은 연애를 단순한 유치에서 끝내지 않고 찬란하게 만든다. 연애의 빛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건조한 흑백의  세상이 실체를 드러내겠지만 연애의 절정은 그래서 더욱 눈이 부시다. 그 찬연한 빛에 사랑하는 두 사람은 눈이 멀어 버린다... [P. 76 - 뾰요한 눈빛, 뾰요하던 사랑(김규나) - 中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면 무언가가 떠오른다'  [가지 않은 길...들]의 서하진은 그남자 M을 생각하면 긴 손가락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곁에 없는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 사랑의 추억은 무엇인가로 기억된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사랑의 추억이 '이정하'라는 시인의 이름으로 기억되듯 말이다. 그 사람의 손짓 하나, 혹은 그 사람이 즐겨찾던 곳, 그 사람이 좋아하던 커피향이 오래도록 그에 대한 추억이 되어버리듯... <설렘>속에는 14가지 사랑의 방식이 존재한다.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도, 지나치듯 흘러갔던 사랑의 흔적도, 누군가에게 듣게 된 가슴 찡한 사랑, 우리가 잊고 있었던 황혼의 사랑이 있는가 하면, 오래된 사랑의 메모장에서 발견한 몇가지 단어에서 찾아낸 사랑의 흔적도 있다.



 

<설렘>속에는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다가온 첫사랑과 사랑의 이야기들이 두드러진다. 김이은의 [1991년 겨울 프롤로그]도, [나와 귀뚜라미씨]의 김나정도 그렇다. 김규나의 [뾰요한 눈빛, 뾰요하던 사랑]도, 한차현의 [내게도 그런...], [가지 않은 길...들]의 서하진의 사랑도 그렇다. 작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써 사랑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그들의 모습이 친숙하다. 은미희의 [당신은 바람]을 읽고 있다보면 그녀의 이야기가 나의 그것과 닮아있기도 해서 놀라기도 한다. 물론 뒷부분에서 조금은 달랐지만.... 사랑은 그렇듯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서로에게 간직되는 것인가보다.  

 

양귀자의 사랑이야기속에는 김광석의 [그날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이 흘러나온다. 한차현의 [내게도 그런]속의 '대천의 가을밤'은 남자로서 20대 첫사랑과 벌였을 만한 실랑이를 추억하게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신이현의 [파리를 가져가버린 아마존 악어]에서는 서른즈음의 흘러가는 듯한 사랑이야기가 파리와 달팽이 요리속에 녹아든다. 솔직하고도 아련해보이던 옛 사랑을 우리의 눈앞에 데려다놓은 작가들의 당당함과 섬세함에 다시 한번 놀라움이 샘솟는다.

 

사랑의 불찰...은 바로 그런 순간에 오는 것이지요. 그의 웃음이 심심해지고, 그의 다정함이 구속으로만 여겨지고, 그의 행복이 나와는 무관한 듯 여겨지고, 저는 점점 건방져갔어요. 이런 사랑, 너무 흔해서 시시하다고, 이런 사랑, 너무 탈이 없어서 지루하다고... [P. 102 - 참 대책 없는 어떤 사랑(양귀자) - 中에서]

 

첫사랑, 오래되어 빛바랜 사랑이 어느날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놓쳐버렸기에 더 안타깝고 그때는 미쳐 몰랐던 사랑의 소중함을 뒤늦은 후회로, 아름답게 포장해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양귀자가 말한 '사랑의 불찰'에 대한 말이 바로 그런 지나간 사랑의 시간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다. 시시하고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사랑에 대한 후회가 그녀의 말속에 거울이 되어 돌아온다.

 

누군가의 사랑을 간혹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금 나의 사랑이 아프고,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되어 버렸을때, 그들은, 다른 이들은 이럴때 어떻게 했을까? 할까?를 잠시 엿보고 싶어진다. 오래된 사랑은 아름답지만 지금의 사랑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현실이란 이름과 맞닿아 있는 사랑을 '불찰'이란 이름으로 놓쳐버리지 않기 위해 그와 그녀들의 사랑의 추억이 잠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부르는 이름은 많지만, 사랑의 정답은 없어 보인다. 누군가의 사랑이 아름답다면 나의 사랑은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떨림과 설렘을 현실속에 간직하는 것이 우리가 사랑을 지키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곁에 있어도 항상 그대가 그리운 것처럼, 그들의 설렘과 떨림을 오래도록 내 가슴속에 간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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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인디스토리 엮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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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초 작은 영화 한편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들어왔다. 아버지의 거친손, 고향을 지키는 노부부와 가족이 되어 함께 묵묵히 걸어가는 일소, 그리고 잔잔히 펼쳐진 고향 풍경속에 울리던 경쾌한 워낭소리가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다. 왜 관객들은 말없이 눈물을 삼켜야 했을까? 아니 그들은 이 영화속에서 무엇을 찾아냈던 것인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저예산의 독립영화 한편이 대한민국에 불어 넣은 감동과 사랑의 메세지를 이제 작은 책속에서 다시금 되돌아볼 기회를 얻게된다.

 

독립영화의 기록을 한번 깨어보자고 개봉전 내기를 했다는 감독과 프로듀서. 10만, 20만... 그들이 예상했던 수치는 300만이라는 거대한 숫자 앞에 한없이 작게만 보인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300만 관객들을 매료시킨 워낭소리의 힘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이 작품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영화속 이야기들과 사진, 시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다. <워낭소리>에 담겨진 감동과 워낭소리를 사랑해준 수많은 관객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지금도 선명히 들려오는 듯한 워낭소리에서 우리가 배운 가르침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묵묵히 소처럼 일만 하다 쓰러졌다가도 아무 일 없는 듯 일어나 일상을 반복해야 하는 고된 노동 속에서, 그래도 그들은 땅처럼 건강했다. [P. 23]

 

<워낭소리>가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중에서 가장 큰 한가지는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것에 대한 깨달음과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이것을 [워낭소리가 우리에게 알려준 열 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조명해보고 있다. 우리시대 아버지의 의미, 우보천리(소처럼 묵묵히 욕심없이 꾸준히 간다는 뜻), 배려와 믿음속에 싹트는 삶의 동행,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가치, 어머니, 가족의 소중함, 나의 고향, 한없이 낮은 시선속 풍경 등 속도에 미쳐버린 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정적이고 사라져버린 소중한 가치와 모습들이 바로 그리움과 깨달음으로 우리곁을 찾아온 것이다. 

 

감독은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다른 방식을 찾으려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된 결론이 바로 '소리''관계'를 찍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이 보았던 것, 자신이 느꼈던 사실에 보편성을 살려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국내 300만 관객의 눈, 그리고 선덴스 영화제에서도 통할 수 있었던 추억과 향수, 관계속에 녹아든 정서와 감정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선명히 울려퍼진 워낭소리, 지치고 힘겨운 삶속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않는 할아버지와 소, 다투듯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묻어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사이의 관계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웃을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는 가끔 인터뷰 형식이 가미되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카메라속으로 보여지는 풍경과 소리,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였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일소를 사이에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화속에서 우리는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고향을 느낀다. "소가 중하니껴, 고추가 중하니껴?", "소가 중하지 뭐, 까짓 거 고추가 뭐?!" .... "라디오도 고물, 영감님도 고물"이라는 말에 미소짓던 할아버지의 모습... "팔아!" "안팔아!" 우시장에서 옥신각신하던 할아버지의 모습... "할마이 중한지는 모르고...." 달구지를 밀라는 할아버지를 보고 말하시던 할머니...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낯선, 한없이 낮아야지만 보이는 사랑과 향수 가득한 모습들이 가슴속에 잔잔한 일렁임으로 다가온다.

 

이 책 <워낭소리>속에는 워낭소리가 우리에게 알려준 열가지 이야기 끝에는 기형도와 문태준과 같은 시인들의 시들이 그 감동과 하나되어 더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책속에는 감독이 말하는 워낭소리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함께한다. 스무가지의 장면들을 떠올리다보면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이후의 남겨진 뒷이야기가 <워낭소리>가 가진 특별함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고스란히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고향을 닮아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푸근한 웃음, 힘겨워하는 소에게 막걸리를 건네는 할아버지의 따스했던 정, 티격태격 하면서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노부부의 고향생활, 욕심내지 않고 흐트러짐 없는 할아버지의 신념에 찬 삶... 추억과 향수가 가득한 영상을 이 한권의 책속에 가득담아낸 <워낭소리>는 영화의 감동, 재미,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뒷이야기들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독립영화 최고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 작품만이 가진 비밀이 무엇인지, 책을 내려놓은 후에는 단 몇글자 만으로도 충분히 대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들 고향을 벗어나 그렇게 먼 곳으로 가고 싶어 했으나 이상한 일이다. 그 길은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길이었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P. 67]

 

<워낭소리>의 키워드를 몇가지 적어보자면 배려와 믿음, 동행, 삶의 고집, 아버지, 가족, 느림의 미학...그리고 고향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고향'이라는 말속에 이 작품에 담긴 키워드들이 모두 함축된다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푸근함, 따스함, 가족과 아버지, 어머니의 품이 있는곳, 생의 마지막까지 찾고 싶어지는곳, 사람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것이 동행이 되는곳... 그곳이 바로 고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빠르고 높은 곳을 향해서 쉼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한없이 낮은 시선을 가져야만 볼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선물해준다. 선명하고 경쾌하게 귓전에 울리던 워낭소리의 선율과 할머니의 잔소리, 할아버지의 쓰러질듯 기우뚱거리는 뒷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될것이다. 언제라도 달려가 안기면 따스하게 품어줄 고향이 우리곁을 말없이 지키고 서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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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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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라는 말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 없이 말함'을 뜻한다. 그것은 신앙에 대한 것도 될 수 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토로도 될 수 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 죄에 대한 현실적 반성과 이후의 시간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고백'이라는 말이 죄와 잘못에 대한 진행형 혹은 미래형이라면 어떨까? 오싹한 공포와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우리 몸을 감싸고 말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고백'이라는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은 그처럼 진행형, '~Ing'적 고백을 그 소재로 삼고있다.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에 빛나는 <고백>은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려는 한 여교사의 가슴 찡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미혼모로서 어린 딸을 키우는 중학교 교사 유코, 하지만 미나미는 얼마전 학교 수영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그녀의 사인을 익사라고 말하지만 유코 선생은 미나미가 살해당했다고 선언! 한다. 그것도 자신이 교직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밝힌 그녀가 담임을 맡은 B반 아이들 앞에서... 그리고 그녀의 독백은 계속 이어진다. 

 

살의는 있었지만 직접 죽이지는 않은 A. 살의는 없었지만 직접 죽이게 된 B.

그렇게 미나미를 죽인 중학생 소년들, 유코 선생이 미나미를 죽인 범인이라 확신하는 A와 B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미나미를 죽게 만든, 주목받고 싶어했던 천재 과학소년 A와 불쌍한 소년? B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미혼모로 살아온 자신의 삶, 미나미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속에 미나미를 죽게만든 A와 B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아이들 앞에서 조용히 말하는 유코 선생.

 

제1장 [성직자]에서는 이렇듯 자신의 딸의 죽음과 그녀를 살해한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유코의 독백이, 그리고 이어지는 순교자, 자애자, 구도자, 신봉자, 마지막 전도자까지 총 6장에 걸쳐서 유코 선생의 반 학생인 미즈키, 미나미를 죽게 만든 나오키의 누나 마리코와 그녀의 엄마의 일기, 나오키, 슈야의 독백이 계속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사건을 정리 하는, 슈야에게 보내는 유코 선생의 편지가 [고백]을 마무리한다.

 



[고백]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을 독백이라는 형식을 빌어 써내려간 글이 아니다. 독백이라는 형식이 처음 이 책을 쉽게 읽어 나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주기도 했지만 화자가 바뀌면서 하나의 사건은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독자들에게 내보이게 되고 독자들은 쉴 새 없이 그들의 입장,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속을 오가며 숨가쁜 사건의 진실을 찾아 헤메이게 된다. 추리소설의 재미중 하나는 누가? 혹은 왜? 를 쫓는데 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전자 보다는 후자에 깊이를 둔다. 피해자의 가족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복수, 반면 가해자가 가진 아픔과 고통을 독자들은 인물들의 내면속에서 가슴 저미게 느낄 수 있다.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 에서도 그렇고, 미우라 시온의 [검은빛]에서도 그렇고 요즘 일본 추리소설 속에는 청소년 관련 사회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나미를 죽게 만든 나오키와 슈야가 가진 청소년기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되집어 보게 된다. 폭력과 가정문제가 그 시기의 대표적인 사회 문제들인데... 이 작품 <고백> 또한 가정문제가 또 다른 폭력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또한 공부와 결부된 청소년기의 스트레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처벌과 피해자와 그 가족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역시 아무리 잔인한 범죄자라도 제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결코 범죄자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재는 평범한 세상 사람들의 착각과 폭주를 막기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은... [P. 77~78, 순교자 中]

 

앞서 언급했듯이 <고백>이 '고백'의 형식만 빌었지 '복수'에 대한 폭로라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속에 담아내고 있다. 하나의 작은 '고백'으로만 생각했던 사건과 이야기는 잔인하고 치밀한 '복수'에 몸을 담고 마지막 반전을 향해 내달린다. 신예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의 치밀하고 세련된 이야기 구성과 빨아들인 듯한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왜?'속에 숨겨진 '또 다른 무엇!'을 쫓아 독자들은 책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추리 소설의 즐거움과 함께 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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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알라딘 3기 서평단 활동 안내





요술램프속 지니처럼 한주에 한번씩 찾아오는 알라딘의 책들이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책들일까? 기다림과 즐거움속에 책을 받아들고 

나면 어느새 책을 펼치고 그 신비스런 문학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은 아마 느껴본 사람들 

만의 특권이겠죠. 아쉽게도 그 길고도 짧았던 시간이 이렇게 마무리되네요. 

사실 일주일에 두권의 책을 읽는다는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꺼에요. 단지 알라딘의  

책들만이 아니라 꼭 읽고 싶었던 다른 책들과의 시간들도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알라딘의 요술 램프가 전해준 책과의 시간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는건 사실이겠죠? 

행복하고 즐거웠던 세달! 이제 그 시간을 마무리하며 함께 했던 책들을 뒤돌아 봅니다.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 ^^

 

•  서평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밀레니엄 3 - 스티그 라르손의 유작이기도 한 밀레니엄 시리즈의 완결편이죠. 정말 마지막까지 꼭 함께 하고픈 작품이었는데 좋은 기회를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시리즈는 기다리는 설렘과 즐거움의 기쁨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희열이지요.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책에서 느꼈던 재미가 흐트러질까봐 영화는 보지 않으려 합니다. 많은 작품들을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손꼽고 싶네요. ^^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오랫만에 만날 수 있었던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는 참 섬찟하면서도 가슴아픈 우리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많이 반성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는데요. 언론의 공지영 띄우기가 아니더라도 꼭 추천하고픈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지금 읽고 있는데요. 사실 서평은 아직 올리지 못했어요. 마지막에 받은 책이라 아직까지...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다는데요. 책과 어떻게 다를지, 장르적인 특성상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더군요. 

[노서아가비] 김탁환님의 작품, 역사속 시간을 특별한 감각으로 재해석 하시고 재미를 찾아내는 탁월함을 가진 그만의 작품이죠. 도대체 저 제목이 뭘 말하는 걸까? 책을 받고 궁금해하던 기억이 나네요. ^^ 

[그건 사랑이었네] 정말 우러러 보이는 그녀, 한비야님의 작품... 바람의 딸, 그녀의 감동적인 삶과 열정에 박수가 절로 나오는 작품입니다. 무릎팍..에서도 멋지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너무 좋았구요. 이 작품으로 해서 많은 분들이 봉사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롭게 느껴보는 계기가 된것도 같구요. 

[귀를 막고 밤을 달린다] 이시모치 아사미의 전작 [아직 문은 닫혀있는데]를 읽고 그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렸죠. 이 작품도 역시! 하는 말만 나오더군요. 알면 알수록 재밌어질것같은 작가가 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다섯작품 외에도 위에서 말한 밀레니엄3, 기담수집가, 사라진 원고 등도 참 기억에 남네요. ^^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한비야님의 [그건 사랑이었네] 중에서 ...

 '죽을 때까지 뭔가를 배우고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업데이트하며 살고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는 바람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녀의 이 말이 참 기억에 남고 가슴을 울립니다. 하루하루 쉽게 쉽게 시간을 낭비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에 고개가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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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먼트 - 5억년을 기다려온 생물학적 재앙!
워렌 페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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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호의 괴물 네시, 파나마 괴물로 불리는 괴생명체, 백두산 천지의 괴물, 그리고 종종 목격되고 있다는 늑대인간...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문명세계속에서 익히 볼 수 없었던 존재들을 우리는 종종 괴물이라고 통칭한다. 인간의 지각속에 인지되어있지 않은 새롭고 낯선 생명체들에 대해서 우리는 커다란 관심을 갖는듯하다. 최근 파나마 괴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은 동영상으로 시끄럽기도 했고, 쥐덫에 걸린 외계인의 모습이라는 사진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의 생명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영화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특별한 생명체들과 마주한다. 에어리언, ET 등과 같은 외계 생명체들에서 최근 트랜스포머의 로봇 생명체들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들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들도 종종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괴물]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고,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면 [워터 호스]와 같은 작품들이 있다. 인간과는 다른, 인간의 시각에서 볼 수 없었던 생명체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일상과는 다른 특별함을 원하는 관객과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아무리 사소하고 당시에는 눈에 띄지 않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일단 변경을 가하면 진화는 전혀 다른 경로로 단계적으로 이동한다.'

 

그런 괴 생명체에 대한 관심의 발로에서 [프래그먼트]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온다. 세계일주 리얼리티 쇼 '시 라이프' 는 이국적인 장소를 찾아다니는 TV 프로그램이다. 시청률로 고민하던 그들은 새로운 항해여행 속에서 긴급한 구조요청을 받게되고 신호를 따라간 트라이턴 호의 선원들과 프로그램 관계자, 과학자들은 그곳에서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괴생명체들의 공격과 마주하게 된다. 헨더스 섬에서 마주한 특별한 생명체들, 그리고 인간 사이에서 보여지는 스릴러와 과학의 절묘한 조화, [프래그먼트]는 평범한 시작에서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깊이있는 탐구로 우리를 매료시킨다.



프래그먼트 'fragment'라는 이 단어는 파편, 부서진 조각이라는 뜻을 갖는다. 우리가 살던 지구, 그리고 진화의 틀속에서 인간의 시각안에 담았던 생명체의 범위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생명체가 살아가는 헨더스 섬과 원반거미, 스피거, 헨더스 쥐, ... 지구를 위협하는 이들이 바로 부서진 조각, 프래그먼트인 것이다. [프래그먼트]는 테크노 스릴러라는 장르로 이야기된다. 진화론에 기반을 둔 과학적 지식을 전반에 깔고 괴 생명체들과의 사투 속에서 펼쳐지는 스릴러적 장르의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재미와 탐구의 시간을 선물한다.

 

[쥬라기공원]과 [로스트]를 모아놓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래그먼트>는 단순히 그런 수식어로만 표현하기가 아쉬운 작품이다. 작가 워레 페이는 이 작품의 생태계의 새로운 창조를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책의 뒷부분에 있는 원반개미, 헨더스 쥐에 대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리와 그들의 모습을 그려낸 삽화속에서 그의 노력이 어떠했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영화속에서 보고 느꼈던 캐릭터들이 있다. [스타워즈]속의 요다나 다스베이더, [슈렉]속 슈렉과 피오나 공주, 그리고 다양한 에어리언들이 그렇듯 그들은 영화속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각속에서 영원히 살아있고 함께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에게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다스베이더의 숨소리하나, 에어리언속 괴물이 흘리는 액체 하나하나까지 그리고 캐릭터들의 습관과 움직임 하나하나 작가와 감독이 땀으로 창조해낸 것이기에 별다른 꺼리낌없이 우리 곁에 오래도록 자리할 수 있는것이다.

 

[프래그먼트] 이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하고 느끼게 될것이다. 그 스케일도, 세세한 디테일, 등장인물과 괴생명체들의 모습, 그리고 전반적이 스토리 구성도 '글'이 아닌 영상속에서 어떻게 구현될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를 갖게 만든다. 트랜스포머, 디스트릭트 9, 터미네이터 4와 같은 SF장르의 작품들이 극장가를 휩쓴 2009년이었다. 외계생명체, 먼 미래가 아닌 우리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몰랐던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생명체들과의 위협적인 만남이 언제쯤 이루어질지 무척이나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그'의 책들을 만나는 것이 무척이나 반갑고 기쁘고 언제나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의 이름은 바로 '비채'이다. 오늘도 난 무거운 만큼 매력적이고 깊이있는 또 다른 비채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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