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백'이라는 말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 없이 말함'을 뜻한다. 그것은 신앙에 대한 것도 될 수 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토로도 될 수 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 죄에 대한 현실적 반성과 이후의 시간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고백'이라는 말이 죄와 잘못에 대한 진행형 혹은 미래형이라면 어떨까? 오싹한 공포와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우리 몸을 감싸고 말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고백'이라는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은 그처럼 진행형, '~Ing'적 고백을 그 소재로 삼고있다.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에 빛나는 <고백>은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려는 한 여교사의 가슴 찡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미혼모로서 어린 딸을 키우는 중학교 교사 유코, 하지만 미나미는 얼마전 학교 수영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그녀의 사인을 익사라고 말하지만 유코 선생은 미나미가 살해당했다고 선언! 한다. 그것도 자신이 교직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밝힌 그녀가 담임을 맡은 B반 아이들 앞에서... 그리고 그녀의 독백은 계속 이어진다.
살의는 있었지만 직접 죽이지는 않은 A. 살의는 없었지만 직접 죽이게 된 B.
그렇게 미나미를 죽인 중학생 소년들, 유코 선생이 미나미를 죽인 범인이라 확신하는 A와 B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미나미를 죽게 만든, 주목받고 싶어했던 천재 과학소년 A와 불쌍한 소년? B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미혼모로 살아온 자신의 삶, 미나미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속에 미나미를 죽게만든 A와 B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아이들 앞에서 조용히 말하는 유코 선생.
제1장 [성직자]에서는 이렇듯 자신의 딸의 죽음과 그녀를 살해한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유코의 독백이, 그리고 이어지는 순교자, 자애자, 구도자, 신봉자, 마지막 전도자까지 총 6장에 걸쳐서 유코 선생의 반 학생인 미즈키, 미나미를 죽게 만든 나오키의 누나 마리코와 그녀의 엄마의 일기, 나오키, 슈야의 독백이 계속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사건을 정리 하는, 슈야에게 보내는 유코 선생의 편지가 [고백]을 마무리한다.

[고백]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을 독백이라는 형식을 빌어 써내려간 글이 아니다. 독백이라는 형식이 처음 이 책을 쉽게 읽어 나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주기도 했지만 화자가 바뀌면서 하나의 사건은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독자들에게 내보이게 되고 독자들은 쉴 새 없이 그들의 입장,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속을 오가며 숨가쁜 사건의 진실을 찾아 헤메이게 된다. 추리소설의 재미중 하나는 누가? 혹은 왜? 를 쫓는데 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전자 보다는 후자에 깊이를 둔다. 피해자의 가족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복수, 반면 가해자가 가진 아픔과 고통을 독자들은 인물들의 내면속에서 가슴 저미게 느낄 수 있다.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 에서도 그렇고, 미우라 시온의 [검은빛]에서도 그렇고 요즘 일본 추리소설 속에는 청소년 관련 사회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나미를 죽게 만든 나오키와 슈야가 가진 청소년기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되집어 보게 된다. 폭력과 가정문제가 그 시기의 대표적인 사회 문제들인데... 이 작품 <고백> 또한 가정문제가 또 다른 폭력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또한 공부와 결부된 청소년기의 스트레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처벌과 피해자와 그 가족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역시 아무리 잔인한 범죄자라도 제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결코 범죄자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재는 평범한 세상 사람들의 착각과 폭주를 막기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은... [P. 77~78, 순교자 中]
앞서 언급했듯이 <고백>이 '고백'의 형식만 빌었지 '복수'에 대한 폭로라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속에 담아내고 있다. 하나의 작은 '고백'으로만 생각했던 사건과 이야기는 잔인하고 치밀한 '복수'에 몸을 담고 마지막 반전을 향해 내달린다. 신예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의 치밀하고 세련된 이야기 구성과 빨아들인 듯한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왜?'속에 숨겨진 '또 다른 무엇!'을 쫓아 독자들은 책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추리 소설의 즐거움과 함께 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