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나스다 준 지음, 양윤옥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린시절의 소중한 추억과 함께 동심이 자란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되었을 시간 즈음부터 동심은 조금씩 마음속에서 자리를 잃어가지만... 어느순간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을때, 어른들은 어린 시절 흑백 사진속 아이같은 수줍은 미소를 띄며 즐거워한다. 예전 물건들을 정리하다 발견한 한장의 사진속에서, 오랜 옛 친구를 만나 어린시절 추억의 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 하던 중에, 혹은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되살리는 작은 책을 통해서... 어른들은 그렇게 순수한 동심과 만난다.

 

별닦이가 필요하신 분~~!!

독일에서 전해져 내려온다는 '사랑나무' 전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랑나무의 빈 구멍이 사랑의 서신을 교환하는 우편함이 되었다는... 사스케도 심부름센터에서 가사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3 쇼타. 그는 아다치 선생의 집에서 일을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사랑나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다치 선생은 자원봉사를 나온 여학생들에게 사랑나무 전설을 들려주었고 아이들의 요청으로 히로마치 숲에 있는 신목으로 알려진 벚나무가 이런 사랑나무의 역할을, 아다치 선생은 아이들 사랑의 상담자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서 찾아온 토끼 신선'이라는 기묘한 이름과 함께... 거기에 쇼타는 정령의 조수 역할로 아르바이트를 하게된다.

 

'이 세상에 우연한 일이라는 건 없어.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 만날 만하기 때문에 만난 거야. 남자와 여자의 인연도 그렇고, 너와 아다치 선생도 그렇겠지? 만남이라는 것을 통해 인간은 뭔가를 배우게 돼. 가장 중요한 건 그런 때, 나중에 후회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냐?' - P. 162 -

 

<일억 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는 두 가지 커다란 사건을 소재로 삼는다. 하나는 독일에서 유학 온 마리라는 소녀가 아다치 선생의 손녀라는 사실, 그리고 선생의 아들이자 마리의 아빠 도시히코와 연결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사스케도 심부름 센터의 딸 케이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을 다루고 있다. 케이의 엄마 구미, 아빠 사스케와 독신녀인 요코, 그리고 아다선 선생의 아들 도시히코 사이에 복잡하게 연결된 사각관계속에서 케이의 진짜 아빠가 누구이고 그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더불어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들 사이에 싹터가는 '순수한 사랑'도 이야기의 커다란 축을 이룬다. 벚나무 신선과 사랑나무 소녀 사이에서 편지를 연결해주던 쇼타에게 조심스레 찾아오기 시작한 사랑이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첫사랑의 순수하고 청초한 향기와 모습으로 은은한 미소를 전해준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흑백사진으로 자리한 아름다운 우리의 추억을 떠올려보고 잠시 잃어버렸던 동심의 날개깃을 메만져보는 시간도 갖게된다.

 



 

사랑나무의 전설, 그리고 별닦이 토끼!

오케스트라에서 해고된 아빠가 걱정인 쇼타, 자신의 진짜 아빠가 누구인지 출생의 비밀때문에 고민하는 케이, 자신의 아빠를 찾아 일본으로 유학을 선택한 마리, 조심스레 케이에게 사랑은 고백하는 우에쿠사, 부모의 이혼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이 마사유키... 이 책속에는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 수많은 고민과 아픔을 겪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과거의 우리와 현재 시간속의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보게 된다.

 

<일억 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속에서 단연 빛나는 캐릭터는 바로 쇼타다. 쇼타의 섬세하고 치밀한 추리와 사건을 해결해가는 탁월한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야마자키씨의 돈을 훔쳐갔다고 누명을 쓴 마리의 사건을 사스케씨와 함께 해결하고, 사라진 마사유키를 찾아내고, 가출한 케이가 남겨둔 'again' 이란 글자로 그녀를 찾고, 그녀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는 등 쇼타의 종횡무진 활약은 한편의 추리소설을 보는듯 즐거움을준다.

 

테니스부원들은 코트에서 토끼뜀을 뛰고, 케이와 쇼타가 바라보던 하늘에는 토끼귀 모양의 빨간별이 있고, 사랑나무에는 토끼 신선이 살고, 도시히코씨가 쓴 방송극에는 별닦이 토끼가 등장하고, 케이가 돌려준 흰장갑에는 작은 토끼 그림이있다. 쇼타의 꿈속에, 현실의 환상속에도 별닦이 토끼가 간혹 모습을 보인다.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운 청소년기 아이들의 시간을 토끼라는 존재속에 투영하고 있는듯, 토끼는 아이들의 이야기속에 유쾌함과 어떤 삶의 이정표와 같이, 혹은 사랑의 매개체가 되어 뛰어 다닌다.

 

저자 나스다 준은 우리에게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한다. 주로 소년시절을 테마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독일에 거주한다고 한다. 이 작품의 주된 소재로 쓰인 '사랑나무와 별닦이 토끼'의 전설이 독일의 전설이라는 이유가 아마도 거기에 있는듯 하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어린 성인들이나 어른들이 읽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부담감없는 동화작가가 바로 나스다 준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제 아빠라는 이름을 얻게되는 시점에 만난 나스다 준이라는 작가, 그래서인지 더욱 관심이 가고 마음속에 자리한다.

 

'산타클로스의 존재 따위, 나는 이제 믿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계속해서 믿을 수 있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 P. 303 -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다는것은 이미 마음속에 동심을 잃어버렸다는 말일것이다. 아다치 선생이 들려주던 산타클로스와 루돌프가 요정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처음 듣는 이야기라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더이상 산타클로스를 믿지않는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 하지만 그들 조차도 산타클로스가 영원히 살아있기를 마음속으로는 바랄것이다. 입속에 넣은 캔디 한알이 샘솟게하는 달콤함처럼, <일억 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은 우리가 잊고 있던 추억속의 동심을 다시금 되살아나게끔 하는 '한알의 캔디' 같은 소설이다.

 

성장소설, 혹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일억 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는 우리에게 그렇게 잊혀진 순수와 동심을 선물한다. 어디선가 산타클로스는 아이들에게 전해줄 선물을 포장하고, 별닦이 토끼는 누군가의 사랑을 위해 오늘도 별을 닦고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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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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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2차 대전의 포화가 힘을 다해갈 무렵의 한 이탈리아의 수도원! 심한 화상을 입고 죽어가는 한 남자가 있다. 그리고 곁에서 정성을 다해 그를 돌보는 간호사의 모습이 보인다. 간호사 해나는 이름도 없고 기억도 불타버린 듯한 그 남자를 위해, 이미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온 힘을 다한다. 이 수도원에는 영국인 환자라 불리는 '잉글리쉬 페이션트' 알마시 와 간호사 해나 이외에도 독일군에 의해 손가락이 잘린 연합군 첩자 카라바지오, 인도인 공병 킵도 함께 한다.

 

1997년 세상을 감동시킨 한편의 영화가 있었다. 아카데미 12개부문 노미네이트, 9개부문 수상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의 원작 역시 부커상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국내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새롭게 우리를 찾아 온 이 원작 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던 원작 특유의 감동과 재미를 고스란히 전해줄 그런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쟁으로 상처입은 영혼들의 과거와 현재, 그 감동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요?... 지금요, 가장 불행했던 때는?... 지금'

저마다 가슴속에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간직한 네명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몸도 마음도 모두 불타버린 사막에 모든 것을 묻어둔 남자 알마시, 자신이 사랑한 모든 사람들을 전쟁의 폐허속에 묻은 여인 간호사 해나, 원치 않았던 전쟁으로 불구가 되어버린 연합군 스파이, 모르핀 중독자 카라바지오, 그리고 백인들의 전쟁에 참여한 인도인 공병 킵. 전쟁이 빚어낸 자신들만의 이야기, 그리고 상처를 간직한 이들의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에서 그 상처를 치유하는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신은 누구죠? 나도 몰라요. 당신은 계속 질문을 하는군요. 당신은 영국인이라고 하셨어요.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교차하고 뒤섞이는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와 과거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열려있다. 세계 제2차 대전이라는 운명적인 상처의 시간을 거쳐온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는 때론 사랑의 설레임으로 때론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그리고 때론 잔인한 아픔 그 자체로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각각의 주인공들이 가진 과거의 상처는 현실속에서 위로 받고 치유될 수 있을지...

 





 

상처입은 이들의 과거, 현실속에서 얻게 되는 그 상처의 치유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 아버지를 잃고 절망에 사로잡힌 여자, 손가락을 잃고 모르핀 중독자가 되어버린 또 다른 남자와 나라와 정신적 지도자를 잃은 남자.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주된 소재는 전쟁과 상실, 상처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거속에 묻어있던 상처를 꺼내 현실에서 그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는 주인공들의 감동적이고 잔잔한 이야기속에서 우리들은 가슴 설레이는 사랑도 경험하고, 각자가 가진 가슴 아픈 상처도 조금씩 치유됨을 느끼게 된다. 

 

사랑은 인내하는 것이다.

'patient' 라는 단어는 환자라는 명사의 의미를 가지면서도 형용사로 '인내심 있는, 끈기 있는'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영국인 환자가 들려주는 치명적이고 가슴 아픈 사랑의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불행의 징크스를 가진 여인 한나, 알마시가 들려주는 치명적인 사랑이야기가 징크스를 가진 현실의 한나에게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을 열어주게 된다. 한나는 과거의 시간속에 간직한 불행의 징크스를 깨어내고 인내를 통해 사랑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치명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로맨스 소설이자,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이야기하는 전쟁 소설, 알마시와 카라바지오 사이의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추리 소설.... 다양한 장르를 담아낸 이 작품은 사랑을 이야기 하면서도 전쟁의 참혹함과 추리소설의 섬세함이 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 마이클 온다치의 편안하고 서정적인 언어들이 이런 전쟁과 사랑이라는 극한적 상황에서의 감성을 더 세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한다. '시인의 심장을 지닌 소설가'라는 시카고 트리뷴의 표현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런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서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먼저 만나본 독자들이라면 영화와는 또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를 비교해가며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책을 먼저 만난 독자라면 영상이 전해주는 한계를 넘어 상상과 감동의 깊이를 더욱 크게 열어갈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전쟁과 사랑, 상처와 치유를 담아낸 로맨스 소설이 감동과 재미를 넘어, 현실의 아픔을 간직한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줄수 있을 것만 같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와 그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로맨스 소설의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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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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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웃음이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SF 판타지 장르도 그렇고, 코믹 장르로 대표되는 작가들의 이름도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온다 리쿠'라는 작가를 어떤 장르소설의 작가로 인식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아마 십중 팔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한낮의 달을 쫓다], [어제의 세계]속에서는 미스터리 장르로, [초콜릿 코스모스]에서는 오디션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심리소설을, [나비]에서는 호러와 판타지, [밤의 피크닉]이나 [네버랜드]에서는 청춘소설의 재미를 일깨워주었던 온다 리쿠, 이번에 그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바로 '웃음'이 들어있다.

 

[도미노] 그저 평범한 제목을 가진 작품이지만... 표지를 잠시 들여다보면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관동생명이란 간판과 나이트메어 4가 상영되는 극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경찰이 있고 차량이 터지고 헬기가 날아다니고... 온통 난장판인 건물과 거리가 표지속에 가득하다. 독특함을 책을 펼치자 마자 또 일어난다. '등장인물들의 한마디' 에서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대략 잡아도 6*4=24, 스물네명은 넘어보인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인지 궁금증만 더욱 커져간다.

 

7월의 계약 접수 마지막날을 맞은 관동생명 야에스 지사의 유코와 에리코, 관동생명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에미]라는 아동 뮤지컬 오디션장의 마리카와 레이나, 동일본 미스터리 연합회 소속의 하루나와 타다시, 농업에 종사하는 아즈마 순사쿠와 하이쿠 동료들, 테러리스트 조직 '얼룩 끈' 멤버 카와조에 켄타로, 그리고 아사다 카요코와 유키 마사히로...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들은 모두 도쿄 역을 중심으로 모여들게 된다. 계약접수문제, 미스터리 연합회 회장 선출 문제로, 뮤지컬 관련한 문제, 테러를 저지르려는 사람과 그것을 막으려던 하이쿠 동료들, 그리고 연인사이의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는 테러리스트 조직 '얼룩 끈'이 저지르려던 테러 사건과 그들이 가지고 있던 폭탄의 '시작품'이 담긴 '도라야' 종이봉투가 뒤바뀌고 엇갈리는데서 시작한다. 순사쿠 할아버지와 카와조에 켄타로 사이에서 처음 뒤바뀐 폭탄은 아이스크림을 사러갔던 관동 생명의 유코에게, 그리고 실연의 상처에 아파하던 카요코에게 옮겨 다니게 된다. 또 종이봉투 속에는 예상치 못했던 영화감독 필립 크레이븐의 애완동물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해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를 유발한다. 서로 다른 이유와 목적에 의해 도쿄 역에 모여든 사람들,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역까지 출동했던 경찰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가는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인생에서의 우연은 필연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 나름대로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품을 본적이 없는 듯하다. 등장인물들의 '인사'에서 부터 심상치 않았던 캐릭터들의 포스는 이야기를 진행되어 가면서 더 큰 재미와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면서도 어쩌면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성있는 모습들이 매력적이다. 조금은 어리숙한 테러리스트들, 영악한듯 귀여운 꼬마 숙녀 마리카와 레이나, 실연 당한 아사다 카요코의 웃음 넘치는 활약, 계약 마감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관동생명 야에스 지사 직원들... 사실 도쿄나 도쿄역을 가본적은 없지만 작가가 전해주는 도쿄역의 이미지는 책에 나오는 역주변의 지도와 더불어 어느정도 선명한 모습으로 머릿속을 채운다. 아니 굳이 사건?이 일어난 도쿄역 주변을 떠올리지 못한다해도 도미노 속에 빠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온다 리쿠라는 작가가 어떤 소설 장르에 탁월한가를 굳이 이 작품속에서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듯하다. 그녀의 펜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테니까... 쉴새 없이 터지는 우연한 사건들은 잠시도 우리에게 한눈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각각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캐릭터들이 주는 웃음과 재미 또한 책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작가가 말하려 하는 바는 무엇일까? 언제나 책을 내려놓으면서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독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을 무엇일까? 하는... 하지만 굳이 <도미노>를 내려놓으며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이 사람이 누구야? 하며 앞에 있는 등장인물들을 쉴 새 없이 들추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열심히 쌓아 놓은 도미노 블록을 넘어뜨리고 싶어 살며시 손 끝에 힘이 들어가는 그런 '재미'! 이 책이 전해주는, 작가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쉽고 재밌게 도미노 블록을 넘어뜨리듯 스릴넘치고 즐거운 게임이 이 책 <도미노>속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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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
존 듀어든 지음, 조건호 옮김 / 산책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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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그라운드가 열리는 봄이 되면 개인적으로 TV시청을 즐겨하지 않지만 꼭 빼놓지 않고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비바 K리그] 다. 일주일간 열렸던 K리그를 중심으로 대표팀과 축구 관련 이슈들을 돌아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존 듀어든' 이라는 이름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한국을 사랑하는 영국인 저널리스트, 한국인 아내와 함께 한국 생활을 한지 벌써 8년이라는, 파란 눈을 가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가끔은 팬들에게 조차 무시당하고, 일반인들에게는 등한시되는 한국 축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칭찬, 양날의 칼을 담아내고 있다.

 

서형욱 축구 해설의원을 통해 엠파스 토탈사커로 한국에서 축구관련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는 존 듀어든은 그에 대한 고마움의 말을 전한다.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서형욱 의원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존 듀어든의 날카로운 펜끝은 그렇게 연필처럼 뭉툭해진 한국 축구 저널리즘에 신선하고 까칠한 자극을 주고있다'고 말이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치부되는 한국 축구의 좁은 지형도에서 푸른눈의 존 듀어든의 시선은 날카로움속에 따뜻함까지 담아내면서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존 듀어든,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든 사나이!

<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는 지금까지 그가 썼던 축구 관련 칼럼들을 모두 9가지 테마에 맞춰 책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그동안 한국축구에 대해서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아니면 알면서도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그는 서슴없이, 축구팬들을 위해, 한국 축구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이야기해왔다. 그 첫번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대표팀, 월드컵, K리그, 선수, 팬, 감독, 유럽축구, 축구, 그리고 마지막 축구행정에 이르기까지 한국축구사랑이 가득 담긴 섬세하면서도 거시적인 그의 시각이 보여진다.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원정경기를 앞둔 [허정무 감독의 맛있는 라면 끊이기]는 이미 이전에 그의 칼럼을 통해 만나보기도 했다. 그래서 진부하다는 것이 아니라 월드컵 진출을 이미 결정지은 이때에, 그때의 그 긴박했던 상황을 다시금 추억하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박지성의 은퇴 관련한 개인적인 견해, 이운재를 넘어서는 골키퍼를 키워야한다는 제언들도 그는 서슴치 않는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취재를 통해 느낀 점들을 통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존 듀어든만의 매력은 대표팀도 그렇고 월드컵도 그렇지만 K리그와 선수, 팬에 대한 그의 날카롭고도 따스한 열정이 아닐까 싶다. 작년 대단한 변화를 몰고 왔던 신생팀 강원 FC에 대한 희망적인 시도, 많은 축구 팬들의 염원인 TV 생중계와 관련된 견해, K리그 강등제의 필요성 등 지금 K리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그의 생각이 축구 팬으로써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불어 기성용 선수의 셀틱행을 반대해 이슈가 되기도 했던 그의 칼럼을 비롯해서 축구 선수와 팬, 응원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이 지금 우리 축구 현실에 절실히, 피부에 와닿는 현실감있는 비판 이기에 다시한번 무릎을 치게 만든다.

 

또 하나 이 책의 색다른 매력은 유럽축구와 축구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박지성을 통해 알게 된 프리미어 리그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와 맨유를 비롯한 클럽들, 선수들의 역사와 또 그들이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책속에 가득하다. 아름다운 축구,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아니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축구를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축구인들이 선수들이 배제해애 할 일들을 8장 축구미학...을 통해 이야기한다.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 바로 존 듀어든이 들고있는 양날의 칼 때문이리라.

 

한국 프로축구는 유럽 리그가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아직도 갖고 있다.

존 듀어든은 이렇게 말한다. 유럽 리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그 무엇' 이 우리 축구에 있다고... 과연 그가 말하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축구장에서조차 '정情''으로 통하는 우리의 고유한 응원문화가 그것일까? 아니면 유럽리그 같이 치열하고 훌리건의 폭력이 난무하는 형태가 아닌 순수하고 열정을 간직한 축구문화가 그것일지... <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 를 통해 존 듀어든과의 대화를 마칠때쯤에서는 그가 말하는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것이다.

 

한국 축구, 축구행정, 선수이적과 관련한 무능력한 에이전트, K리그 승격제도, 축구협회와 AFC와의 갈등, 심판과 감독들의 문제점... 등 다양하고 폭넓은 존 듀어든의 제언들속에서 진정 우리 축구가 걸어야 할 방향성을 인식하게 되고, 한국 축구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 듀어든의 섬세하면서도 거시적인 한국 축구 사랑과 제언들을 담아낸 이 작품은 과거 축구 관련 이슈들에 대한 추억을 선물해주기도 하고, 미래 우리 축구가 걸어갈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는 이중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방향성이 예측 가능한 축구공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럭비공과 같은 존 듀어든 그의 거침없는 칼럼들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한층 더 성숙한 한국축구와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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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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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하면 떠오르는 엇갈린 두가지 기억이 있다. 몇년전인가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1등석에 당당히 자리 잡았으나 결국 몰려오는 졸음에 침까지 흘렸던 기억이 그 하나이고,  '클래식'이라는 좀처럼 가까워지기 쉽지 않았던 장르를 듣고 쉽게 이해하고 즐기는 음악으로 관심갖게 해 준, 보이지 않지만 한층 두터웠던 벽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바로 그것이다. 태교음악에서나 필요할 듯 하던 클래식이 이제 조금은 우리 가까이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드라마를 넘어 문학속에서 그 즐거움에 조금더 다가선다.

 

파가니니, 19세기 제노바 출신의 바이올린 천재... 그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천재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당대 그의 신기에 가까운 연주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라는 칭송?을 듣기도 했다는 그의 바이올린은 그를 비롯해 지금까지 적어도 여섯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최근 죽음을 맞이한 천재인 아네 라라사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과 죽음, 그것이 진정 우연인지 아니면 아니면 악마의 저주인지...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파가니니는 단절이자 심연이고, 공중 도약과도 같아요. 바이올린의 기나긴 역사에서 별안간 튀어나온 비약적인 도약과 같은 엄청난 사건이죠. 그는 발전이 아니라 혁명이에요.' - P. 14 -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서거 추모일인 5월 27일을 택해 연주회를 연 스페인의 바이올린 연주가 아네 라라사발, 그녀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제24번'을 연주하고는 코러스홀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의 가슴에는 '이블리스'라고 아랍어로 적혀있다. 무슬림들이 악마를 지칭하는 이름때문에 사건은 급진주의 이슬람교도들의 범행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살인사건과 함께 라라사발이 연주하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사라진다. 범인의 목적은 파가니니가 사용하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훔치기위해서 인지, 아니면 라라사발과의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인지...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아네 라라사발의 연주회에 아들과 함께 관람하던 페르도모 경위는 사건이 일어나고 가장 먼저 사건 현장을 확인하지만 사건은 또 다른 형사에게 인도되고만다. 사건을 쫓던 살바도르 경위가 어느날 원인모를 차량 폭발사고로 죽게되고 사건은 페르도모 경위의 손에 들어온다. 이 사건의 단서는 사라진 바이올린과 코러스 홀에 있던 라라사발의 악보, 그리고 그녀의 몸에 쓰여진 아랍어 '이블리스'가 전부이다. 페르도모 경위는 이 단서들과 그녀 주변의 인물들... 약혼자 레스칼리오,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호안 예도, 아네의 매니저인 동성애자 카르멘, 아네의 라이벌이었던 바이올린 연주자 산토리 고토... 등을 용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악마의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얽힌 전설은 이 사건과 연관성이 있을까? 



[악마의 바이올린]은 우리에게 클래식이라는 무겁고 약간은 어색한 음악장르에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갈 기회를 제공해준다. 악마의 얼굴이 새겨졌다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과 파가니니라는 천재 음악가의 삶과 관련해 클래식 역사가 담고있는 재미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 재미로 이끄는 하나의 힘은 바로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적인 매력일것이다. 살인사건과 사라진 유명 바이올린, 그리고 몇가지 단서들... 그것들을 쫓는 재미속에서 클래식의 매력에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는것이다.

 

아네의 죽음과 파가니니의 생애... 사건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더불어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을 오고간다. 초자연적인 힘과 사건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영매의 활약,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소유했던 이들과 5월 27일의 죽음이라는 우연성, 페르도모 경위가 느끼는 입면환각과 같은 특이한 증상들이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에 간혹 혼선을 주기도하고 우연이라 치부하기 힘든 필연과 같은 특수성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재미가 추리소설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 밤 나는 악마와 밀약을 맺는 꿈을 꾸었다. 내 영혼을 가져가는 대신 악마는 필요할 때면 언제나 내 곁에 있겠다고 맹세했다. 꿈인데도 갑자기 기지가 발동해 나는 악마에게 바이올린을 건네주며 음악을 연주해 보라고 했다. 놀랍게도 악마가 연주하기 시작한 음악은 더할 수 없이 절묘했고,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영감으로 가득했고, 아름다워 연주 내내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P. 255 ,주세페 타르티니의 [악마의 드릴]이라는 부제가 붙은 바이올린 실내악곡 -

 

[악마의 바이올린] 저주받은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얽힌 살인사건, 실제 인물들과 허구로 짜여진 인물들이 주는 재미와 환상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다만 이야기의 후반 갑작스런 범인의 자백에 가까운 사건의 해결에 다소 당황스러운것이 사실이다. 조금더 치밀하고 섬세한 마무리가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클래식을 통해 미스터리를 풀어가고 몇가지의 트릭들을 통해 사건 해결에 다가가는 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장치들의 매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의 저자인 조셉 젤리네크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라고 한다. 그런 그의 경력이 그가 창조해낸 미스터리 작품속에서 보다 치밀하고 음악적 교양과 재미를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직 조셉 젤리네크의 [10번 교향곡]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에 얽힌 비밀을 파헤친다는 이 작품도 꼭 만나보고 싶어진다. 미스터리가 가진 헤어나올 수 없는 즐거움에 더해, 클래식에 조금더 가까이 다가가고 친해질 수 있다는 두가지 매력을 가진 그의 작품세계에 빠져버린듯하다. [악마의 바이올린]을 통해서, 클래식 미스터리의 거장! 조셉 젤리네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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