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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
존 듀어든 지음, 조건호 옮김 / 산책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푸른 그라운드가 열리는 봄이 되면 개인적으로 TV시청을 즐겨하지 않지만 꼭 빼놓지 않고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비바 K리그] 다. 일주일간 열렸던 K리그를 중심으로 대표팀과 축구 관련 이슈들을 돌아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존 듀어든' 이라는 이름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한국을 사랑하는 영국인 저널리스트, 한국인 아내와 함께 한국 생활을 한지 벌써 8년이라는, 파란 눈을 가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가끔은 팬들에게 조차 무시당하고, 일반인들에게는 등한시되는 한국 축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칭찬, 양날의 칼을 담아내고 있다.
서형욱 축구 해설의원을 통해 엠파스 토탈사커로 한국에서 축구관련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는 존 듀어든은 그에 대한 고마움의 말을 전한다.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서형욱 의원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존 듀어든의 날카로운 펜끝은 그렇게 연필처럼 뭉툭해진 한국 축구 저널리즘에 신선하고 까칠한 자극을 주고있다'고 말이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치부되는 한국 축구의 좁은 지형도에서 푸른눈의 존 듀어든의 시선은 날카로움속에 따뜻함까지 담아내면서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존 듀어든,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든 사나이!
<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는 지금까지 그가 썼던 축구 관련 칼럼들을 모두 9가지 테마에 맞춰 책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그동안 한국축구에 대해서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아니면 알면서도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그는 서슴없이, 축구팬들을 위해, 한국 축구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이야기해왔다. 그 첫번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대표팀, 월드컵, K리그, 선수, 팬, 감독, 유럽축구, 축구, 그리고 마지막 축구행정에 이르기까지 한국축구사랑이 가득 담긴 섬세하면서도 거시적인 그의 시각이 보여진다.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원정경기를 앞둔 [허정무 감독의 맛있는 라면 끊이기]는 이미 이전에 그의 칼럼을 통해 만나보기도 했다. 그래서 진부하다는 것이 아니라 월드컵 진출을 이미 결정지은 이때에, 그때의 그 긴박했던 상황을 다시금 추억하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박지성의 은퇴 관련한 개인적인 견해, 이운재를 넘어서는 골키퍼를 키워야한다는 제언들도 그는 서슴치 않는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취재를 통해 느낀 점들을 통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존 듀어든만의 매력은 대표팀도 그렇고 월드컵도 그렇지만 K리그와 선수, 팬에 대한 그의 날카롭고도 따스한 열정이 아닐까 싶다. 작년 대단한 변화를 몰고 왔던 신생팀 강원 FC에 대한 희망적인 시도, 많은 축구 팬들의 염원인 TV 생중계와 관련된 견해, K리그 강등제의 필요성 등 지금 K리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그의 생각이 축구 팬으로써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불어 기성용 선수의 셀틱행을 반대해 이슈가 되기도 했던 그의 칼럼을 비롯해서 축구 선수와 팬, 응원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이 지금 우리 축구 현실에 절실히, 피부에 와닿는 현실감있는 비판 이기에 다시한번 무릎을 치게 만든다.
또 하나 이 책의 색다른 매력은 유럽축구와 축구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박지성을 통해 알게 된 프리미어 리그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와 맨유를 비롯한 클럽들, 선수들의 역사와 또 그들이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책속에 가득하다. 아름다운 축구,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아니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축구를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축구인들이 선수들이 배제해애 할 일들을 8장 축구미학...을 통해 이야기한다.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 바로 존 듀어든이 들고있는 양날의 칼 때문이리라.
한국 프로축구는 유럽 리그가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아직도 갖고 있다.
존 듀어든은 이렇게 말한다. 유럽 리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그 무엇' 이 우리 축구에 있다고... 과연 그가 말하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축구장에서조차 '정情''으로 통하는 우리의 고유한 응원문화가 그것일까? 아니면 유럽리그 같이 치열하고 훌리건의 폭력이 난무하는 형태가 아닌 순수하고 열정을 간직한 축구문화가 그것일지... <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 를 통해 존 듀어든과의 대화를 마칠때쯤에서는 그가 말하는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것이다.
한국 축구, 축구행정, 선수이적과 관련한 무능력한 에이전트, K리그 승격제도, 축구협회와 AFC와의 갈등, 심판과 감독들의 문제점... 등 다양하고 폭넓은 존 듀어든의 제언들속에서 진정 우리 축구가 걸어야 할 방향성을 인식하게 되고, 한국 축구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 듀어든의 섬세하면서도 거시적인 한국 축구 사랑과 제언들을 담아낸 이 작품은 과거 축구 관련 이슈들에 대한 추억을 선물해주기도 하고, 미래 우리 축구가 걸어갈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는 이중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방향성이 예측 가능한 축구공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럭비공과 같은 존 듀어든 그의 거침없는 칼럼들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한층 더 성숙한 한국축구와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