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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엔 웃음이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SF 판타지 장르도 그렇고, 코믹 장르로 대표되는 작가들의 이름도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온다 리쿠'라는 작가를 어떤 장르소설의 작가로 인식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아마 십중 팔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한낮의 달을 쫓다], [어제의 세계]속에서는 미스터리 장르로, [초콜릿 코스모스]에서는 오디션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심리소설을, [나비]에서는 호러와 판타지, [밤의 피크닉]이나 [네버랜드]에서는 청춘소설의 재미를 일깨워주었던 온다 리쿠, 이번에 그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바로 '웃음'이 들어있다.
[도미노] 그저 평범한 제목을 가진 작품이지만... 표지를 잠시 들여다보면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관동생명이란 간판과 나이트메어 4가 상영되는 극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경찰이 있고 차량이 터지고 헬기가 날아다니고... 온통 난장판인 건물과 거리가 표지속에 가득하다. 독특함을 책을 펼치자 마자 또 일어난다. '등장인물들의 한마디' 에서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대략 잡아도 6*4=24, 스물네명은 넘어보인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인지 궁금증만 더욱 커져간다.
7월의 계약 접수 마지막날을 맞은 관동생명 야에스 지사의 유코와 에리코, 관동생명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에미]라는 아동 뮤지컬 오디션장의 마리카와 레이나, 동일본 미스터리 연합회 소속의 하루나와 타다시, 농업에 종사하는 아즈마 순사쿠와 하이쿠 동료들, 테러리스트 조직 '얼룩 끈' 멤버 카와조에 켄타로, 그리고 아사다 카요코와 유키 마사히로...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들은 모두 도쿄 역을 중심으로 모여들게 된다. 계약접수문제, 미스터리 연합회 회장 선출 문제로, 뮤지컬 관련한 문제, 테러를 저지르려는 사람과 그것을 막으려던 하이쿠 동료들, 그리고 연인사이의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는 테러리스트 조직 '얼룩 끈'이 저지르려던 테러 사건과 그들이 가지고 있던 폭탄의 '시작품'이 담긴 '도라야' 종이봉투가 뒤바뀌고 엇갈리는데서 시작한다. 순사쿠 할아버지와 카와조에 켄타로 사이에서 처음 뒤바뀐 폭탄은 아이스크림을 사러갔던 관동 생명의 유코에게, 그리고 실연의 상처에 아파하던 카요코에게 옮겨 다니게 된다. 또 종이봉투 속에는 예상치 못했던 영화감독 필립 크레이븐의 애완동물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해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를 유발한다. 서로 다른 이유와 목적에 의해 도쿄 역에 모여든 사람들,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역까지 출동했던 경찰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가는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인생에서의 우연은 필연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 나름대로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품을 본적이 없는 듯하다. 등장인물들의 '인사'에서 부터 심상치 않았던 캐릭터들의 포스는 이야기를 진행되어 가면서 더 큰 재미와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면서도 어쩌면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성있는 모습들이 매력적이다. 조금은 어리숙한 테러리스트들, 영악한듯 귀여운 꼬마 숙녀 마리카와 레이나, 실연 당한 아사다 카요코의 웃음 넘치는 활약, 계약 마감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관동생명 야에스 지사 직원들... 사실 도쿄나 도쿄역을 가본적은 없지만 작가가 전해주는 도쿄역의 이미지는 책에 나오는 역주변의 지도와 더불어 어느정도 선명한 모습으로 머릿속을 채운다. 아니 굳이 사건?이 일어난 도쿄역 주변을 떠올리지 못한다해도 도미노 속에 빠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온다 리쿠라는 작가가 어떤 소설 장르에 탁월한가를 굳이 이 작품속에서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듯하다. 그녀의 펜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테니까... 쉴새 없이 터지는 우연한 사건들은 잠시도 우리에게 한눈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각각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캐릭터들이 주는 웃음과 재미 또한 책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작가가 말하려 하는 바는 무엇일까? 언제나 책을 내려놓으면서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독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을 무엇일까? 하는... 하지만 굳이 <도미노>를 내려놓으며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이 사람이 누구야? 하며 앞에 있는 등장인물들을 쉴 새 없이 들추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열심히 쌓아 놓은 도미노 블록을 넘어뜨리고 싶어 살며시 손 끝에 힘이 들어가는 그런 '재미'! 이 책이 전해주는, 작가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쉽고 재밌게 도미노 블록을 넘어뜨리듯 스릴넘치고 즐거운 게임이 이 책 <도미노>속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