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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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한 두툼한 책 한권과 마주한다. 비채의 블랙&화이트 시리즈 그 스무번째(020) 작품인 이 책은 일본의 '신본격 추리소설'을 선두하고 있는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이다. 노리즈키 린타로, 신본격 추리소설... 일본 추리소설들을 즐겨 만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는 추리소설의 역사와 작가들에 대해 찾아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이 작품을 펼쳐들기 전에 먼저 갖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크게 본격파와 사회파 추리소설로 구분된다. 본격추리소설이 탐정이 등장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구성이라면 사회파, 혹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은 주로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는 내용들을 담아낸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전자에 속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그렇다면 노리즈키 린타로의 신본격 추리소설은 어떤 특징을 띄는 것일까? 신본격은 다시말해 독자와의 두뇌 싸움이 그 관건이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여러가지 트릭들을 통해 쉴새 없이 독자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퍼즐형 추리소설을 바로 신본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제5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에 빛나는, 신본격파를 선도하는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의 추리 소설의 첫장을 펼쳐 본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추리소설은 우선 그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작가 자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 자신이 주인공이 된다. 주인공인 그는 작가이자 탐정이라는 설정을 갖고 있는데 이는 미국 추리소설의 거장 엘러리 퀸의 스타일과 많이 닮아있다고 한다. 탐정인 노리즈키 린타로와 그의 아버지 노리즈키 경시가 풀어가는 사건과 사건의 진실. 이제 그 비밀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려본다.

 

사건은 어찌보면 단순한 구성을 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위 조각가인 가와시마 이사쿠는 라이프 캐스팅 작품인 '모녀상'시리즈로 유명한 작가다. 라이프 캐스팅이란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직접 석고를 발라 만들어낸 조각품을 말하는데... 오랫동안의 공백을 깨고 자신의 딸(에치카)을 모델로 신작을 만들고 있다는 그가 작품을 완성하자마자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장례식 직후 완성된 작품의 머리가 사라져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와시마 이사쿠의 동생으로 번역가 일을 맡고 있는 가와시마 아쓰시는 이 사건을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의뢰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와시마 가족들은 석고상의 머리가 사라진 것이 에치카 양의 살인 예고가 아닐까 걱정하게 되고, 노리즈키 린타로는 사라진 석고상의 머리와 연관된 인물들, 과거 사건들에 대한 다양한 추리를 시작하게 된다. 석고상의 머리를 가져간 인물을 누구이고 정말 그것이 에치카의 살인을 예고하는 범행인지... '모녀상' 연작과 에치카의 모습을 담은 가와시마 이사쿠의 유작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노리즈키 린타로는 하나하나 그 비밀을 파헤쳐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사건이 발행하게 되고, 사건은 점점 더 독자들을 미궁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과연 린타로는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죽은 가와시마 이사쿠의 추모전을 성공으로 이끌려는 큐레이터 우시마 쇼진, 사진작가 이면서 과거 에치카의 스토커 노릇을 했던 도모토 슌, 에치카의 아버지 가와시마 이사쿠의 비서이자 연인이었던 구니모토 레이카, 에치카의 생모인 리쓰코의 현남편인 가가미 준이치... 사건이 벌어지고 독자들은 노리즈키 린타로의 시선을 따라, 혹은 그 시선과는 별개로 범인이 누구인지, 자신만의 추리를 시작하게 된다. 가와시마 이사쿠의 유작이 사라진 이유와 범인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면 유작이 사라짐으로써 이익을 얻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니면 과거 원한에 의한 에치카에 대한 살인을 예고할 인물이 있는지...

 

사건이 벌어지고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되는 초반 노리즈키 린타로는 어쩌면 독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신본격 추리소설' 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이야기는 도전적으로 수많은 '트릭'을 통해 점점더 독자들의 추리를 혼란스럽게 하면서 게임을 즐기듯 더 많은 사건의 개연성과 다양한 추리를 만들어낸다. 사건과 연관 지어진 인물들의 대화속에서 독자들은 사건에 대한 실마리보다는 더욱 깊어가는 시름과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치밀하고 개연성있는 등장인물들의 주장과 추리가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을 일어났을까? 범인이 누구인지와 더불어 중요한 문제는 바로 왜?라는 물음일 것이다. 누구?를 쉴새 없이 쫓다가도 왜?라는 문제와 맞다아서는 또 다른 물음표들과 마주치게 된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는 그 물을표들을, 왜?라는 질문을 한순간 해결해주는 마지막 '반전'이 압권인, 살아있는 작품이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트릭, 그리고 반전... 책의 중반 독자들은 울상을 지으며 정말 잘린 머리에게라도 진실을 물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그 잘린 머리안에 그 대답들이 모두 들어있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가와시마 이사쿠는 자신의 딸을 모델로 삼은 작품에 왜 '모녀상'이란 이름을 붙이려고 했을까? 원래 가와시마 이사쿠의 작품에 머리가 없었다는 우시마 쇼진의 말은 사실일까? 우사미 쇼진에게 돈을 요구한 도모토 슌이 정말 범인? 마치다 시의 전화번호에서 산부인과를 찾던 에치카에게는 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책속에서 노리즈키 린타로가 그랬던것처럼 지금 전하는 이런 힌트들은 아마도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책과 만나는 시간동안 더 많은 물음표가 되어 되돌아올것이다.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 책의 마지막 기시 유스케와의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서 노리즈키 린타로가 써내려간 이 작품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읽으며 입속에 머물던 '오해' 라는 단어에 '아!' 하는 감탄사를 내려놓게 되었다. 또한 작품속에 뭍어있던 다양한 뒷이야기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사건과 단서들을 열거하고 하나씩 소거해가는 그만의 특별하고 인상적인 추리의 방식에 빠져들게 된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정말 이 미스터리...이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 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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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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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가 돌아왔다! 싱그러운 웃음과 재치, 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쾌한 웃음을 전해주는 그 이름이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최근 [오 해피데이]를 통해서 가족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전해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조금은 다른 스타일을 선보인다. 오쿠다 히데오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닥터 이라부인것처럼 기존의 그의 작품들은 독특하고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캐릭터보다 이야기에, 이야기속에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미된 조금은 오쿠다 히데오 답지 않은? 작품으로 그는 우리를 찾는다.

 

'이제부터 아주 좋은 일만 생길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스물네살이고, 전후 일본은 아직 스무살도 안 되었다. 주위의 모든것이 청춘인 것이다.' - P. 20 -

 

1964년! 오쿠다 히데오를 사랑하는 독자들중에는 소설의 배경이 된 그 시간,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을 듯도 싶다. 도쿄올림픽! 기억조차 없는 역사적 사건의 한가운데서 오쿠다 히데오는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올림픽의 몸값>, 제목이 참 독특하다. 올림픽의 경제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테고, 올림픽을 상대로 인질상황을 연출하는 것인가? 아니면??... 의문을 가득 담은 제목과 함께,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앞에 밀려오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쳐든다.

 

'나는 도쿄올림픽의 개최를 방해할 것이다. 며칠 안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요구는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 - 소카지로 -

 

전후 일본, 전쟁이 끝난지 20년이 채 지나지도 않은 1964년 일본에서는 올림픽이 개최된다. 올림픽 준비로 들떠있는 일본의 도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다. 경시청, 올림픽 경비본부 최고 책임자의 사저에서 발생한 이 사건을 시작으로 경찰학교에서 또 다른 연쇄 폭파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경시청으로 날아든 한통의 편지. 자신을 소카지로라고 말하는 범인은 올림픽의 개최를 방해할 것이며 계속된 테러를 예고하고 있다. 소카지로라는 인물은 올림픽이 있기 몇년전부터 연쇄 폭파사건을 일으킨 인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경시청은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특별 수사팀을 구성하게 된다.

 

<올림픽의 몸값> '4개의 시선'속에 이야기를 담아낸다. 소카지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시청 수사과 5계 형사인 마사오, 올림픽 경비를 맡은 스가 경시감의 둘째아들인 다다시, 형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도쿄 대학 경제학부 대학원생인 엘리트 구니오, 그리고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사건과 인물을 연결시키는 역할의 19살 회사원 요시코... 10월,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기 2달 전인 8월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방송국 PD인 다다시, 그와 도쿄대 동창이었던 구니오의 만남이 있었던 시간 즈음에 발생한 폭파 사건을 시작으로 해서 '소카지로 사건'으로 명명된 이 테러 사건이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웃음과 경쾌함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사회성 짙은 스토리, 서스펜스와 스릴 넘치는 이야기 구조가 색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축제를 통해 보여지는 화려하고 웅장한 외면, 그 속에 가려져있는 상처를 저자는 하나의 사건과 다양한 시선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것들을 가려갈수록, 고통 받고 신음하는 삶들이 더 많아진다. 우리에게도 그런 기억들이 남아있다. 벌써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올림픽과 아직도 생생한 월드컵의 기억들을 통해서 1964년 도쿄의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떠올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002년 월드컵과 88올림픽! 88올림픽은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어린 시절이었기에 특별한 경험이나 기억들이 흐릿하지만, 우리나라를 세계속에 알리고 세계에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첫발을 내딛게 된, 국제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닌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리고 올림픽을 위해 들였던 국민들의 땀과 노력, 하나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한듯 하다. 그리고 우리가 지니고 있던 순수한 열정과 에너지를 전 세계에, 아니 우리 자신에게 새롭게 보여 주었던 2002년 월드컵은 언제나 커다란 감동과 벅찬 기쁨이 되어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화려함 이면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눈물이 있었다.

 

88올림픽 고속도로주변에 자리하던 가난한 이들의 판자촌이 경관 개선이란 명목하에 철거당해야했고, 서울의 달동네에서 살던 많은 이들이 집을 잃고 신음해야했다는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화려함과 대의명분속에 가려져 당연한듯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고 희망이 되는 역사적 사건, 하지만 반대편에 선 누군가에게는 눈물이 되고 아픔으로 기억된다. 2002년 월드컵이 우리에게는 붉은 색으로 점철되는 열정과 환호가 가득한 시간이었다면, 서해교전에서 아들을 잃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슬픔과 눈물의 시간으로 기억 될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대의 명분속에 가려진 소시민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의 시선속에 새롭게 태어난다.

 

'문명에 있어서는 진보도 후퇴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문명은 전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서구사회에서 구조화된 가치관에 의해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 레비 스트로스 -

 

형의 죽음으로 인해 뛰어들게 된, 가난한 프롤레타리아 계급들의 삶속에 자신을 맡긴 전도 유망한 엘리트 청년. 그가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행사를 상대로 벌이는 투쟁이 그 시작을 알린다. <올림픽의 몸값> 1권에서는 소위 소카지로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이 4명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아니 아직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을 알리고 있지는 않다. 엘리트 청년은 왜 그런 일을 벌여야 했고, 소카지로 사건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사실, 모두가 생각하는 엘리트 청년인 그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것이 사실이다. 다만 과거의 행적을 통해 현재의 소카지로 사건을 설명하는 구조속에서, 두개의 시간적 흐름은 범인이 누구인지 어느정도 명백한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소카지로 사건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네명의 시선속에 담아 낸다. 특정한 날짜들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각 장들은 단순한 시간적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주인공들의 시선을 따라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란한 가정을 꿈꾸는 형사, 부르? 청년의 시선이 그려가는 도쿄올림픽과 1960년대 일본의 현실, 그리고 사건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게 될 것 같다. 마르크스주의와 프롤레타리아 계급 등 조금은 무거운 소재지만 오쿠다 히데오가 펼쳐내는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을 통해 재미를 더해준다.

 

올림픽을 앞둔 1964년 도쿄의 생생한 모습이 저자의 펜끝을 통해 보다 섬세하게 그려진다. 그런 섬세하고 사실감 넘치는 묘사는 우리의 과거 경험속에서 고스란히 찾을 수 있어 공감을 더해준다. 2002년 월드컵의 경제적 가치는 부가가치 유발, 국가브랜드 홍보,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 등 모두 합쳐 25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쿠다 히데오가 벌인 1964년 올림픽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책을 내려놓을 즈음 독자들은 아마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커다란 가치를 마음속에 품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가 말하려는 소중한 가치, 두 번째 책을 내려놓을때쯤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있을까?

 

오랫만에 만난 오쿠다 히데오! 그는 역시 오쿠다 히데오였다. 기존과는 조금 다르게 웃음끼를 빼버렸지만 이전의 매력을 뛰어넘는 스릴넘치는 구성과 퍼즐을 맞추는듯 즐거운 추리와 매력적인 이야기는 '역시!'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현 시점에서 나의 최고 도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던 오쿠다 히데오, 이제 그의 이런 다짐이 앞으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를 통해 온전히 완성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기대를 가져본다. 마지막으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과연 오쿠다 히데오, 그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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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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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설렘을 안겨주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오랫만에 그의 작품을 만난다. <교통경찰의 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자동차나 자전거, 도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다툼과 사고들을 히가시노 게이고 만의 섬세하고 색다른 시선으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만들어낸 여섯편의 이야기가 이 작품속에 들어있다. 10년전! 세상도 바뀌게 한다는 긴 시간, 그 시간을 거슬러간 작품인지라 자동차 운전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이 바로 '초보운전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집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금은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일것같은 이 작품과 만난다.

 

[천사의 귀]를 비롯해서 모두 여섯편의 단편이 담겨있는 이 작품은 교통사고가 일어난 상황에서 그 사고의 원인과 사고의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 형식을 띈다. 외제 승용차와 노란색 경차의 교차로 충돌사고, 중앙분리대를 넘어 사고를 낸 트럭사고, 초보운전자를 뒤에서 놀리다 사고를 내게된 남자이야기, 불법주차로 세워둔 차에 사고를 내고 도망친 남자, 몇일후 자신이 사고낸 당사자라고 밝히고 차를 수리해주겠다고 한다. 앞차에서 무심코 던진 빈캔이 만들어낸 사고, 한밤중 자동차와 자건거가 부딪혀 자전거 운전자가 죽게되는 사고 모든것이 명확한 이 사고에 숨겨진 비밀이....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고, 운전을 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종종 보아왔던 모습들이 책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사건 사고속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시각을 잃은 소녀의 천부적인 귀, 천사와 같은 귀에 감탄하지만 머지않아 멋지게 뒤통수를 얻어맞는 독자들... 빈 캔 하나 때문에 눈을 잃어버린 약혼자,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 남자는 결국 범인을 찾지 못하고 포기하지만 의도치도 못했던 행동이 통쾌한 복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설픈 초보운전자를 놀리던 뒷차의 테니스코치 대학생은 초보운전자의 완벽한 복수 앞에 꼼짝없이 살인자가 되어버리고, 교통사고와 그 처리과정속에서 드러나는 교통법규의 문제점, 그 문제점들이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을 자신의 몸을 내던져 풀어내려던 희생과 사랑의 이야기가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들을 죽게 만든 사람에 대해서 '용서'를 실천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다. 단순히 도로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선에 담긴 이야기들은 특별함이 되어 그의 펜끝에 되살아난다.



예측불허! 이 한마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보운전작인 <교통경찰의 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번 그의 작품들을 보면 영화 [데스티네이션]이 떠오른다. 평범하던 상황하에서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사건으로 확대되는 이야기들이 바로 이 영화를 떠오르게 만드는것 같다. 도로 상의 모든 것이 흉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얼마나 우리를 무섭게 만들고 아프게 만드는 괴물 같은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쉽게만 보아왔던 자동차와 도로,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쉽게 보아오던 일들이 누군가에겐 공포가 되고 아픔이 되어버린다.

 

교통사고라는 테마로 묶인 여섯가지 이야기. 각 단편속에는 서로 다른 교통경찰들이 등장한다. 교통사고라는 소재를 다룬 연작이기에 두명 정도의 경찰이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처리하고 그 문제를 풀어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고는 단순히 한 지역에서가 아니고, 그 문제를 처리하는 교통경찰들도 중복되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도 현실성을 그만큼 반영하기 위한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배려와 고민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보다 현실적인 교통사고라는 소재, 특정한 주인공을 없앰으로써 리얼리티를 더욱 살리려는 작가의 고민이 살짝 엿보인다.

 

<교통경찰의 밤>은 슬럼프에 빠져 있던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그리고 그를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특이한 이력답게... 공대를 다니고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을 가진... 그는 교통 사고의 원인과 범인을 찾는 과정속에서 섬세한 분석과 치밀함을 보여준다. 신호의 간격과 맹인들을 위한 신호기 멜로디 소리의 분석, 편의점 영수증을 보고 범인의 윤곽을 잡아내는 치밀함, 빈 캔을 던진 앞차의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섬세함... 그리고 모든 단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반전의 미학...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탄성이 여운처럼 남는다.

 

오랫만에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는 현재가 아닌 10년전 초보운전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 작품속에서 10년전 자신의 열정을 보았다고 말한다. 지금 그의 작품들이 조금더 찬란하고 화려하고 더욱 치밀하다면 10년전 그의 작품은 섬세함과 열정이 넘치는 매력으로 뭉쳐진듯하다. 단순한 도로위의 사건 사고들이 우리에게 가져올 수 있는 재앙과 공포에 대해 새삼 뜨겁게 느껴보는 계기가 된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보았을 만한 소재들이 다시는 누군가에게 비수처럼 다가오지 않기위해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이 작품은 전해준다. 열정으로 가득찬 초보운전자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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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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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즐거운 나의집], [바리데기], [남한산성]... 국내에서 사랑받았던 베스트셀러 소설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주로 가족과 사랑을 다룬 현대물과 역사팩션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사람들 특유의 끈끈한 '정情' 이나 '사랑'이 아니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불문율이 독자들의 선택에서도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일본 소설하면 생각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에서 코믹, 공포, 판타지를 넘나드는 다양성에 비해 한국 문학은 아직도 수평적 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사실이다.

 

독자들은 이제 새로운 것은 원한다. 누군가는 오늘도 일본소설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2006년 교보문고에 따르면 일본 소설은 시장점유율 31%를 기록하며 한국소설의 점유율을 추월했다고 한다. 2003년 15%에서 계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 일본소설은 조금 주춤한 정체현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작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등장으로 또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일본소설의 인기비결은 앞서 말했듯 다양한 소재와 인기작가들의 활약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천년의 침묵> 이제 우리가 원하던 그런 새로움이 찾아왔다. 우리의 역사가 아닌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 이선영 작가의 <천년의 침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a²+b²=c²' 학창시절 수도 없이 외웠던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바로 우리에게 새로움을 전해 줄 작품의 소재이다. 그리스 도시국가 크로톤, 바다에서 떠오른 시체, 죽은 디오도로스는 바로 현자 피타고라스 학파의 수제자 였다. 그의 죽음을 단순한 자살이라 치부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의 동생 아리스톤은 미심쩍은 형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학파에 입문하게 된다.

 

'지키고 싶은 것,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 많아지면서 현자의 눈은 한곳을 오래 바라볼 수 없는 눈이 되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남의 속내를 훑는 눈이 되었다. 손에 쥔 권력이 커질수록 무서운 것도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두려움 없는 눈이 무서웠다. 한때는 현자의 눈도 그랬으리라. 그러나 그 순수는 십여 년 전, 마지막 지식 여행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 P. 214 -

 

피타고라스, 히파소스, 아리스톤, 테아노, 킬론... 등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멋스러움과 현자라고 추앙받는 이의 추악한 이면, 모두가 수학이라면 머리아파했던 경험에서 벗어나 즐거운 수학여행과 추리를 가능케하는 추리소설의 묘미가 책속에서 샘솟는다. 형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아리스톤, 피타고라스와 연관된 음모와 또 다른 사랑의 이야기들이 쉴새 없이 독자들을 책속에 밀어넣는다. 그 누가 그 즐거움에서 쉽게 책을 놓아버릴 수 있을까....

 



지적 추리를 더욱 즐겁게하는 갖가지 도형과 서판, 지도와 도면들이 그 시대 기원전 5~6세기 고대 그리스라는 시대적 분위기와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려 멋스러움을 전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책이 전해주는 친절함이다. 외국소설을 읽을때 가장 어려운 점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알아가는 일이다. 익숙치 않은 이름들, 낯선 배경들이 가끔은 책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초반 등장인물들의 간략한 설명과 아카데미 내무 모습등을 자세하게 전해줘 보다 쉬운 책읽기를 가능하게 해준다.

 

낯선 시대, 새로운 인물들을 소설속에서 창조하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의 역사를 담은 작품들도 그럴진대 고대 그리스라는 소설적 분위기와 인물들을 묘사하고 기술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책의 마지막부분 그녀가 참고 했던 문헌들을 살펴보아도 이 작품을 기획하고 써내려가면서 흘린 땀의 양이 어느정도일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것 같다.

 

물론 다른 유명 작가들이 되살려낸 역사의 한장면과는 분명 아쉽고 부족한듯한 부분들도 눈에 들어온다. 조금더 세밀하고 그 시대를 연상시키는 보다 치밀한 묘사가 아쉽기도 하지만 첫 작품이면서 이런 특별한 소설을 우리에게 선물한 그녀의 노력만큼은 그 누구도 쉽게 볼 수 없으리가 생각된다. 불편한 몸, 하지만 장애가 아닌 오히려 더욱 넓고 광할한 상상의 세계를 창조해 낸 그녀의 꿈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늘날 그리스의 사모스 섬에는 신처럼 추앙받았으나 끝내 신이 되지 못한 현자 피타고라스의 동상이 직각삼각형 모양의 조형물과 함께 솟아 있다.' - P. 293 -

 

머리부터 아파했던 '수학' 이라는 이름! 하지만 이 작품 <천년의 침묵>과 마주하고는 조금은 친숙해지고 즐거운 수학이 되었을 줄 믿는다. 조금은 정체되어 있는 한국문학, 수평적이며 다양성을 잃어버린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력과 가능성을 열어준 이선영 작가의 열정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보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든다. '정情'과 '사랑'의 이야기 말고도 성공하고 사랑받는 다양성이 인정받는다면 다른 작가들의 또 다른 열정도 되살아나지 않을까? 이 한편의 지적 미스터리가 도미노처럼 한국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길 희망해본다.

 

사모스 섬의 피타고라스 동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직각삼각형을 완성하기 위해? 손을 길게 뻗고 있는 신이 되지 못한 현자의 모습...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문학도 이런 모습일지 모른다. 아직 이어지지 못한 한 선에 이선영 작가는 그 선에 다가가기 위해, 그 선을 연결시키기 위해 조심스레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조금더 한국문학을 연결시키고 완성시켜줄 그녀의 열정이 가득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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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낯선 세계로의 여행은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만남이라는 건강한 즐거움을 선물해준다. 과거 조폭이나 탐정, 최근들어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와 같이, 우리가 익히 접할 수 없었던 특별한 소재들이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뱀파이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독특한 소재이지만 식상할 수도 있었던 뱀파이어가 요즘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9년 영화로도 소개되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바로 매력적인 뱀파이어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뱀파이어라는 독특한 소재를 넘어 그 속에 로맨스가 결합되어 독자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전세계에 '뱀파이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올해는 [뉴문]으로 시선을 모으기도 했는데... 보다 젊어지고 새로워진 뱀파이어와의 만남, 단순한 뱀파이어를 소재로한 작품이 아닌, 판타지와 기존의 뱀파이어 이미지를 넘어서는 특별함을 전해주는 또 다른 한 작품이 2010년 우리를 찾아왔다. 더 매력적인 뱀파이어들, 더 화려하고 판타지를 자극하는 분위기, 더욱 강렬한 로맨스... 바로 <뱀파이어 아카데미>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뱀파이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사실 몇 가지가 있었다. 모로이는 살아있지만, 스트리고이는 죽지 않는다. 모로이는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스트리고이는 불멸이다. 그리고 모로이는 태어나지만, 스트리고이는 만들어진다.'  - P. 76 -

 

모로이, 스트리고이, 댐퍼.... 전혀 낯선 이름의 뱀파이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순히 인간의 피를 원하는 뱀파이어 이야기가 아니라 뱀파이어의 새로운 종족들에 관한 이야기가 <뱀파이어 아카데미>속에서 피어난다. 인간처럼 태어나고 자신들의 종족을 보존하려는 뱀파이어 종족 모로이, 모로이가 살아있는 뱀파이어라면 스트리고이는 죽은 뱀파이어다. 스트리고이는 모로이의 피를 먹으면 더욱 강해진다. 모로이와 스트리고이를 구분하는 요인중 하나는 마법의 사용유무이다. 모로이는 마법을 신의 선물로 여기며 아카데미를 통해서 마력의 사용방법과 통제 방법을 배우게된다.

 

댐퍼는 모로이와 인간들 사이에서 태어난다. 댐퍼끼리, 혹은 인간들과의 관계를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모로이가 없으면 종족을 보존해 나갈 수가 없다. 따라서 모로이의 생존이 댐퍼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렇기때문에 댐퍼들은 모로이의 수호인 역할을 해나가게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모로이들이 마실 혈액은 인간 혈액공급자들이 담당한다. 그들은 자원을 한 인간들이며 모로이는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것을 제공해준다. 마약 중독과 비슷하게 모로이의 침에 중독된 인간들은 계속 피를 제공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고 한다.

 

인간에 가까운 외모, 섹시한 몸매를 가진 19살의 댐퍼인 로즈. 모로이로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12왕족중 하나인 드래고미르 가문의 공주 리사. 2년전 아카데미를 탈출해 인간세상에서 숨어지내던 리사와 그녀의 수호인 로즈가 다시 아카데미로 소환된다. 가족이 몰살당하고 자신만 살아남은 리사는 최면 마법과 또 다른 특화마법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사고로 죽을뻔한 로즈를 되살린 이후부터 특별한 결속관계로 맺어진 로즈와 리사. 아카데미로 돌아온뒤 로즈는 수호인이 되기위한 특별한 훈련과 문제들이, 리사는 왕족으로써 갖게 되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그녀들의 앞에 놓이게된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두명의 소녀들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책속에 담긴 그녀들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로즈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리사의 감정을 읽고 그녀의 시선을 담아낼 수 있는 모로이와 댐퍼간 결속으로 연결된 로즈. 왕족이라는 특별한 위치에 대한 부담, 병을 치료하는 마법과 강력한 최면 마법을 가진 사람들의 비참한 운명 앞에선 리사. 그녀들 앞에 놓은 운명과 사랑의 이야기들이 섬세하고 재미있게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리사와 로즈, 이 매력적인 두 소녀 말고도 책속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로즈의 훈련교관이자 특별한 관계를 예고하는 디미트리, 부모가 스트리고이가 되어버렸지만 아직은 모로이로 존재하는 비운의 캐릭터 크리스티안, 베일에 쌓인 아카데미의 선생 카프, 그리고 빅토르 대쉬코프 왕자...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뱀파이어의 세계와 판타지로 연결된 세상의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재미와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돌연변이 늑대와 같은 프시하운드, 스트리고이를 죽이는 자연마법으로 만들어진 말뚝, 크리스티안의 불의 마법, 리사의 최면마법, 그리고 모로이와 수호인인 댐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로맨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뱀파이어 아카데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앞으로 펼쳐질 시리즈의 즐거움을 기대하게 만든다. 모로이와 댐퍼... 그 사이에서 싹트는 금지된 사랑과 숨겨진 비밀이 스콜피오 리첼 미드의 색다른 상상의 세계속에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를 만나면서 떠오른 작품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아마도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작품이기에, 아카데미라는 배경과 판타지적 소재들이 이 작품들을 연상시킨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히 두 작품을 모방하고 얼버무려 놓은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들을, 전혀 색다른 공간들을 창조해내 더 극적이고 강렬한 로맨스와 판타지를 선보인 작가의 상상이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댐퍼인 로즈가 바라본 모로이공주 리사의 이야기로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멋진 시작을 우리에게 알렸다. [새드 일루전], [섀도 키스]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들이 벌써 눈앞에 아른거린다. 단순히 소재와 제목때문에 기존의 작품들과 단순 비교하고 거부반응을 보일것이 아니라 전혀 색다르고 차원이 다른 특별함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과 함께하길 바래본다. 비교를 거부하는, 보다 강렬한 판타지와 로맨스의 세계, <뱀파이어 아카데미>시리즈가 그 목마름을 적셔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설레임과 기다림으로 이제 로즈와 리사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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