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비가
쑤퉁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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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두 가지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 하나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욕구랄까? 전혀 새로운 나를 꿈꾸게 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다른 하나는 경험과 도전에 대한 욕망일 것이다. 물론 앞선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할지 모르지만 일상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누구나 가슴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욕구 행동이 가장 잘 표현되는 몇가지가 있는데.... 전혀 낯선곳으로의 여행이나 색다른 영화를 즐기려는 심리, 혹은 책속에 빠져 다른이의 삶을 살아보고 내가 그 안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등의 경험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여행과 문화 여가 생활에 대해 애착을 가진다. 여행의 과정 혹은 결과나, 영화와 소설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기분 좋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과는 다른 경험과 도전,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삶을 걸어보는 즐거운 여행! 하지만 현실로 되돌아 온다면 그것은 단지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절실히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영화에서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결과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음에 좌절한 경험이 한두번쯤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전지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허구 문학이, 현실과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관점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관객의 눈에 비춰주기에 이야기는 더욱 감동적이고 따스하다. 하지만 현실과는 점점 더 괴리된다.

 

'허구는 가장 치열한 현실이다. 난 현실의 강한 힘을 믿는다.'

 

최근 두 권의 책을 집어들었다. 가깝지만 문학적으로는 낯선 나라 중국 문학, 그나마 쑤퉁이란 이름이 조금은 익숙하달까? 그리고 '성북지대'를 만난 후 곧바로 <화씨비가>를 만났다. 현실!! 중국 현대 문학의 상징적인 존재라는 이 작가의 작품의 포인트는 바로 '현실'이다. 가장 치열한 허구의 세계를 현실로 그려넣는 작가 쑤퉁과의 세번째 만남을 시작한다. '화씨 집안의 슬픈 노래' 정도로 번역 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의 제목에서 보여지듯 이 작품은 한 집안의 침울하고 비정한 현실을 쑤퉁의 필치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아내의 자살로 복수심에 불타 아내가 다니던 공장에 불을 지르고 아내를 뒤따라간 '화진더우'라는 가난한 한 노동자 가족의 모습이 이 작품 주요 소재가 된다. 죽어서도 남아 있는 네 딸과 아들 때문에 망령이 되어 그들 곁을 맴도는 화진더우의 시선속에 작가는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보통 이런 안타까운 사연으로 떠도는 망령이 등장할 정도라면 남아있는 아이들이 고생을 하더라도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게 당연한듯 보인다. 하지만 쑤퉁은 현실 작가! 답게 단호히 그런 희망을 부정한다. 비정하고 냉정한 현실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더욱 비정하고 잔혹한 현실속에 성장하는 아이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이들의 고모 또한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망령으로 떠도는 아버지 화진더우는 그 모습들을 고스란히 바라볼 수 밖에,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말 그대로 '비극' 그 자체인 <화씨비가>는 서글픈 현실의 무게를 독자들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내려놓는다. 고독과 상처라는 이름으로 앞선 작품 '성북지대'의 배경이던 1970년대를 현실적을 그려낸다. 쑤퉁의 작품을 읽고 있자면 너무 가슴이 아파온다. 현실이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아래로 무너져 내릴듯 아프다. 간혹 이렇게 무너져 내릴듯 현실의 무게에 힘겹다가도 쑤퉁이 던져주는 작은 웃음 하나가 마음을 조금은 쓸어내리게 만들기도 한다.

 

책을 선택할때 가장 먼저 만나는 첫인상! 그것은 아마도 표지와 제목일 것이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그리로 표지, 바짝 말라버린 지져분한 두 손에 끼어진 붉은 실! 현실을 어루만질 수 없는 한 아버지의 거친 손인지, 그 비참하고 냉혹한 현실을 살아야만 하는 아이들의 슬픈 손인지 알 수 없을 모습이 책을 내려놓을 즈음에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가슴이 먹먹하다.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하나 만질수도 변화 시킬 수도 없는 아버지의 안타까움과 상처, 고독하게 아이들을 키워야했더 화진더우 누이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현실은 이런 모습이다. 가난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고통을, 가진자에게는 끝없는 즐거움 제공하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작가는 관찰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인공을 가하지 않은 하나의 시선 그대로 말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옮긴이의 말에서 그 작은 답을 찾는다. 힘들고 비정하기만한 현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물론 이런 이야기를 꺼내어 놓고 있지는 않지만, 그런 현실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가슴속엔 아마도 그런 느낌이 다가왔을 것이라 믿는다.

 

'쑤퉁은 믿기지 않는 현실을 그려 보이는 일에 탁월한, 이 시대 최고의 작가이다.' - 대련일보 -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이 시대 최고의 작가 쑤퉁! 이렇게 그와의 세번째 만남을 마무리한다. 최근 재미 위주로 만나왔던 장르 소설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느낌을 가진 작품들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수많은 작가들이 중국 문학을 이끌어 가고 있다니 부럽기도 하고 또한 즐겁기도 하다. 문학은 뿌리가 있어야 더욱 굳건하고 깊이 있고 풍성해진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쑤퉁과 그의 동료 작가들이 중국 문학의 뿌리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중국 문학들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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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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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문학의 한반도 공습?은 일본이란 나라가 모든 문화부문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듯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진행되어 왔고 그것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스터리 추리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 문학이다. 그리고 우리의 또 다른 가까운 이웃, 잔뜩 웅크린 중국 문학이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고? 있다. 어느새 G2 라는 경제적 발전과 맞물려 문학계에서의 중국의 성장과 도전은 우리 문학계의 과제이자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다양성을 경험하는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위화, 모옌, 리얼과 같은 조금은 낯선 중국 작가들의 활동에 중국 문학은 거세게 기지개를 피고 있다. 아니 한반도 대공습을 예고 하고 있을지도...

 

그리고 또 한명의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쑤퉁'이다. 중국 문학의 상징적인 존재로 불리는 쑤퉁!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를 2010년 '측천무후'라는 작품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다. 중국 문학이 국내에도 서서히 소개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많은 시선을 모을 만한 작품과 현대 작가를 알지는 못했는데 쑤퉁이란 작가를 통해 중국 문학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쩌면 낯선 중국 문학의 재미를 알게 되었기에 깊은 인상이 남았는지도 모를것이다. 이제 중국 문학과 쑤퉁이란 이름은 등호로 각인되어 있을 정도이다.

 

'세 개의 큰 굴뚝은 성북지대(城北地帶)의 상징이다'

 

<성북지대>는 그런 쑤퉁과 반년만의 재회인 셈이다. 지난번 작품이 역사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성북지대라는 개발이 빗겨지나간 암울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책의 표지와 제목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70년대 작은 변두리 도시를 떠올리게도 만드는 작품이다. 개발의 차디찬 바람이 빗겨지난 황량하지만, 따스한 정이, 사람이 있는 그런 공간말이다. 간혹 삐딱한 등장인물 하나가 사건을 만들기도 하는.... 보통은 이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쑤퉁은 그런 우리의 기대를 과감히 짖밟아 버린다.

 

까칠한 불량 청소년들과 비정한 어른들로 넘쳐나는 작은 도시가 바로 '성북지대'이다. 강간과 불륜, 도둑질에 자살까지 막장을 치닫는 이 도시의 슬픔은 왠지 우리의 그 시대를 그린 이야기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몇년전 독일 프랑크 푸르트 국제 도서전에 참석했던 쑤퉁은 지금의 중국을 이런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중국의 너무도 빠른 변화는 기억을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그리고 작가의 입장에서 이런 변화들이 조금은 천천히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가슴 아프고 암울하기만한 사건들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그의 <성북지대>는 아마도 이런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난히 많은 죽음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청소년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우리 사회에서도 그렇듯 소외되고 외면받은 작은 소도시, 빈민가에서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다. 그것은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닐것이다. 청춘의 시선속에서, 청춘 소설이 그렇듯 그 속에는 '성장'이라는 주제가 보여진다. 또한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지만 그들만의 추억과 기억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이미지들로 이내 그리 많은 공감이 담겨질 순 없을 거라 생각되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과 살아온 환경이 많이 반영 되었다고 한다.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던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자면 어디까지가 자신의 경험인지, 단순히 그가 바라봐왔던 시선들을 또 하나의 상상의 틀 속에 메어놓은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쑤퉁, 그는 역시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탁월해 보인다. 또한 현실 비판적이면서도 그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데에도 능수능란하단 느낌을 갖게 한다. 음울한 도시, 황량한 이야기들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가득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빗방울은 텅펑의 종이우산 위로 떨어지고, 우리들의 참죽나무길 위로도 떨어졌다. 성북 일대의 날씨는 잠시잠깐 시원하고 상쾌할것이다. 그러나 장마는 서둘러 왔다가 서둘러 가리라는 것을 누구나가 알고 있다.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려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장마가 지나고 나면 무더운 여름이 또 찾아올 것이고, 한 해가 지나고 또 다음 해가 와도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은 늘 찾아오는 것을.' - P. 398 -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 자라면서 보아왔던 서민들의 생활을 오롯이 담아내고 싶었다. 삶의 무게에 탄식하면서도 고난과 불행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 대한 그들의 질긴 애증과 고독이 잘 표현되기를 바란다.' 고 말한다. 책을 내려놓을 때쯤 충분히 작가가 담고자 했던 것들을 찾아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중국의 변화를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고독과 애증을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많은 중국문학을 접해보지 못해서인지 책을 쉽게 읽어 내려갈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조금은 어렵고 낯선 지명과 인명, 우리와는 약간은 다른 정서, 섬세하지만 다소 직설적인 표현들... 처음 일본 문학을 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듯 말이다. 하지만 그 낯설음을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싶다. <성북지대>는 예전에 만났던 역사소설 '측천무후'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는 작품이다. 곧 바로 만나게 될 쑤퉁의 또 다른 작품 '화씨비가'는 이들 작품과 또 어떻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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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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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의사들의 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은 언제나 독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매력적인 캐릭터, 병원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일들, 그리고 그것이 추리 미스터리라는 장르와 만나기라도 한다면 말이 필요없을 정도의 재미는 보장되어 있으리라. 이런 것들이 바로 의학소설이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하얀 거탑'이라는 작품속 '장준혁'이란 캐릭터, 오래전 드라마 '종합병원'이란 이름을 가진 공간, 가이도 다케루란 이름과 '나전미궁'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 그리고 의학이라라는 소재가 담아내는 특별한 재미, 여유와 유머가 넘치는 순정만화 같은 한편의 소설과 만난다.

 

'카르테(Karte)'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사용하는 진료카드를 뜻한다. 그렇다면 <신의 카르테>란 이름을 한 이 작품, 그 속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 구리하라 이치토는 혼조 병원에서 근무한지 5년째인 내과의사이다. '환자를 끌어 당기는 의사'답게 책의 시작에서도 그렇듯, 당직을 서는 날이면 중증환자로 잠시 쉴 시간도 없이 분주하다. 응급실 간호사들에게 요주의 인물이 된 이치토 이지만 유머러스하고 엉뚱하기도해서 괴짜로 통하지만 병원 사람들에겐 인기남이기도 하다. 더불어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꿈꾸는 진정한 의사이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 하지만 무엇이 좋은 의사를 만드는가. 이는 내 머릿속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지상 최대의 난제이다.' - P. 61 -

 

'환자를 끌어당기는 의사' 답게 병원으로 몰려드는 환자들로 아내와의 결혼기념일까지 깜빡해버린 이치토의 병원 풍경을 시작으로 <신의 카르테>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진 작가이기도 한 아내 하루나는 그런 이치토를 따스하게 감싸주고 버팀목이 되어준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끌어가는 원동력은 아마도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혼조병원과 다세대 주택 '온다케소', 이치토를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속에서 진정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유쾌하고 따스한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지방 작은 병원을 벗어나 대학 의국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고 고민하는 이치토와 그의 열악한 병원생활, 온다케소에 포함된 친구들과 하루나를 포함한 자신의 가정생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일흔 두 살의 아즈미 할머니...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지만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들을 요약해 보자면 위의 3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을것 같다. 특히 아즈미 할머니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다가오는 뭉클한 감동은 좋은 의사를 꿈꾸던 이치토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가슴도 일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한 여성과 하얀 가운을 입고 책 한권을 손에든 한 남자! 이치토와 하루나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보고는 예쁜 연애소설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호화 캐스팅으로 벌써부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는데... 화려한 캐스팅이 아니더라고 독자와 관객을 끌어들일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 없어 보여 더욱 영화에도 기대가 된다. 일본의 전국 서점인들이 뽑은 '가장 팔고 싶은 책'이라는 타이틀도 이 작품에 시선이 모아지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서점 대상 2위 등 다양한 타이틀은 선듯 책을 집어 들기를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기적처럼 다가올 이 작품의 진정성을 알리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으로 마법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난 그 발밑 흙덩어리 아래, 처음부터 묻혀 있는게 아닐까.' ... '어느 사이에 발밑의 보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먼 곳을 바라보거나,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만이 옳다고 퍼뜨리는 세상이 된 것일까. ... 강을 막고 산을 깎아 돌진하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 여기 저기 묻혀 있는 소중한 것들을 정성껏 파내어 쌓는 것 또한 인생이다.' - P. 257 -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발 밑에 묻혀있는 보물을 잊고 살아간다. 산을 깎고 강을 막는 것만이 인생이라 여기는 어리석음을 한번쯤은 겪고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가훈이란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집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욕심을 내리면 행복은 커진다!' 내려놓을때, 비로소 작은 것이 더 커지고 잊고 있던 것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리 인생이 본디 이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 진정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놓여져 있다. 이미 그래왔고 앞으로도 거기에 놓여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잊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고, 하찮게 여기는 것 또한 자신이다.

 

삶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한 한 괴짜의사의 발걸음이 가볍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괴짜 의사 이치토와 수많은 엉뚱 캐릭터들이 전해주는 웃음으로 한층 밝고 재밌게 책속에 몰입할 수 있었다. <신의 카르테>, 그 속에는 단순히 환자의 신상과 증세가 담겨져 있지 않아 보인다. 환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삶의 즐거움 행복을 위한 처방이 거침없이 쓰여져 있다. 인생의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의 손이 아닌 인간의 따스한 가슴임을 이 작품을 다시한번 통해 느끼게 된다. 인생의 소중함과 보다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의학 소설, 그것이 바로 <신의 카르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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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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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죽음에 대해 떠올려보면 수많은 생각의 가지들이 자라난다. 항상 곁을 지켜주시던 부모님과의 이별, 가족처럼 지내던 애완동물들의 죽음, 청춘을 함께 했던 친구와 또 다른 지인들과의 헤어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죽음의 이미지는 안타까운 눈물이다. 이별이 담고 있는 아픔과 슬픔이 죽음이란 한 단어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겉으로 보이는 죽음의 또 다른 이미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삶이다. 누군가를 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열혈 청년의 이야기도, 식물인간 상태의 한 남자가 자신의 장기로 여러 사람에게 새 생명을 전해주고 떠난 이야기는 단순히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삶이라는 이름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직도 '눈물'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엄마의 죽음이 어쩌면 내가 겪은 죽음의 시작이었다. 오랜 시간을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을거란 믿음도 잠시, 엄마는 너무 쉽게 내 곁을 떠났다. 갑자기 쓰러지시고 열흘! 그렇게 끝이었다. 갑작스럽다는 말은 아마도 이런때를 두고 하는 말일거라는 생각이 스친 그 시간들.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아픈 슬픔이 이별을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벌써 10여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잊혀지진 않았지만 죽을 만큼 아팠던 가슴의 상처는 어느덧 새살이 돋아나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지도 꽤 오래다. 하지만 그때 그 시간의 죽음이란 말은 영원한 이별이란 이름으로 아직도 눈물이다.

 



 

'나는 죽음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면 좋겠어'

 

'더'는 저기, 저편의 라는 뜻을 가진다. 책속에서는 '슬픔도 헤어짐도 잊힘도 없는 불멸 천국' 이란 의미를 고하지만... 1억원 고료의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욘더>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가상의 미래세계,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낸 또 다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동극 성우였던 아내,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아가던 아내 '이후'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알코올 중독으로 치닫던 남자 '김홀'은 2년여의 시간후에 그 아픔을 딛고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홀은 아내 이후에게 한통의 메일을 받게된다. '여보 나야 잘 지내?'...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까 사이버 경찰대에 신고하려던 홀은 문득 아내가 추억을 정리하고 있었단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바이앤바이 닷컴! 홀을 찾아온 한 여인은 아내가 이곳에 꼭 남기고 싶은 기억들을 남겨놓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내가 건네준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아바타를 만날 수 있다는 말도... 그렇게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 홀은 아내의 아바타를 만나게 되고, 또 그곳에서 만난 피치라는 소녀와 '피치의 방' 사람들을 알게 된다. 피치를 비롯해 이유 없이 이어지는 죽음들, 홀은 '욘더' 라는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 죽음이 갈라놓은 그들의 사랑,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놓을 만큼 소중한 사랑의 진실이 미래의 가상공간에서 색다르게 그려진다.

 

<욘더>는 204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래소설이다. 초반 이후의 죽음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이어진 미래사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작품 곳곳을 장식한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고통을 통제하는 '브로핀 페인 디스트갯션 프로그램', 사이버네틱 스페이스 같은 가상 공간, 잠시 들른 편의점의 문은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다. 인공지능 아바타, 하이브리드 사이보그와 핸디라는 네트웍 수단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그리는 미래세계는 지금까지 국내 소설이 담아내던 단편적 미래의 모습을 뛰어넘는다. 눈에 잡히는 듯 어렵지않고 친숙한 이런 모습들이 이야기속에 독자들을 쉽게 동화시킨다.

 



 

아내 에우리디케를 잊지 못해 명계로 들어가는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욘더'는 그리스로마 신화속 그들의 이야기 마지막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에게 한 '이제 최후의 이별입니다. 안녕히~' 라는 말처럼 마무리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는 남자, 남자를 위해 영원한 소멸을 선택하는 여자. 이들의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는 미래라는 가상의 시공간속에서 더욱 선명한 빛을 내며 피어난다. 주인공과 다양한 등장인물, 미래 가상 공간속에서 우리는 현재와 다르지 않은, 변치 않는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된다.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전 엄마와 이별했던 그 시간, 그렇게 아프고 힘겹던 시간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아마 나는 지금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잊혀짐! 망각이 현실의 행복을 만든다는 말이 바로 이런 의미를 가질것이다.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이별을, 아픔을 잊어야만 새로 나아갈 힘을, 삶의 이유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메세지를 작가는 전하는 듯하다. 사랑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접근,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작가는 작품 깊숙히 녹여놓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이는 미래의 시간과 공간속에, 더할 수 없이 따스한 사랑을 그려낸 작가의 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욘더> 아쉬움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김장환 작가의 도전과 열정에 진정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내 소설이 담당? 해왔던 현실의 사랑, 가족, 역사소설의 한계를 뛰어 넘어 다양한 영역과 소재로 빚어낸 철학적 로맨스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순한 휴대폰, 태블릿 PC 하나가 세상을 바꾸듯, 예전의 과거나 현재처럼 미래는 좀처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 역시 차가운 쇠와 금으로 영혼을 살 수 없음을 확실할 것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걸어야 할 길에 내려놓으면 안되는 것들이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그들의 아바타를, 불멸의 천국 '욘더'를 꿈꾸어 보고 싶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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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1-03-1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반토막님

반토막 2011-03-18 00: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러브캣님! 여기서 뵙네요~ ^^
 
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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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나는 포즈를 취하고 환한 웃음을 짓고 앉아 있는 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일본 본격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요코미조 세이시! 그가 바로 이 간지 할아버지이다. 1981년 다시 흙으로 되돌아 갈때까지 수없이 많은 작품을 남겼고, 또 최고의 일본 미스터리 작가로서 추앙받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중 과도기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삼수탑>과 마주한다. '원념이라는 무대장치에서 완성된 최고의 미스터리' 라 불리는, 지금까지 읽어 왔던 그의 작품들과는 어떻게 다른 모습일지 <삼수탑>에 대한 궁금함을 감출 수 없다.

 

요코미조 세이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아마도 '이누가미 일족'일 것이다. 작품의 재미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들중 가장 인상적이고 멋진 표지를 가진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은... 1976년 영화로 소개되어 대성공을 거둔 이 작품으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요코미조 세이시를 다시금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 작품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소년 탐정 김전일'이 바로 그이다. 김전인, 일본 이름 긴다이치 하지메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긴다이치 고스케는 그렇게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이번 요코미조 세이시의 <삼수탑>은 앞서 언급했듯 그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중 과도기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격 추리 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이지만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조금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속에 몸을 맡겨보자.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미야모토 오토네! 열 세살 되던해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반년도 안 되어 아버지까지 돌아가시자 고아가 된 그녀. 우에스기 세이야 백부의 도움으로 그의 슬하에서 사랑받으며 어여쁘게 성장한 오토네가 한 남자와 삼수탑 앞에 서있다. 경찰에게 쫓기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한 남자에게 마음까지 빼앗긴 오토네,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오토네에게 행운과 불행이 동시에 찾아온다.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먼 친척인 겐조라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100억엔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은 유산으로 상속했다는 사실이 행운이라면, 겐조가 정해둔 정혼자와 결혼을 해야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불행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백부인 세이야의 환갑날 드디어 겐조의 유산과 관련해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다카토 슌사쿠, 오토네의 정혼자였던 그가 죽음을 당하게 된것이다. 이제 오토네의 유산은 그녀와 다른 혈육들에게 나누어지게 되는데... 그것이 또 다른 연쇄 살인 사건의 시작이 된다.

 



 

100억엔이란 거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연속적인 살육 게임, 이 사건에서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되어 쫓기는 오토네, 오토네에게 다가온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미스터리 한 남자, 그리고 한 발 뒤에서 그들을 주시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 유산 상속과 연결된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삼수탑을 찾은 그녀와 그 남자! 추악한 음모와 미스터리, 그리고 로맨스가 적절하게 어울린 독특한 미스터리 <삼수탑>의 묘미는 이제 요코미조 세이시, 긴다이치 고스케새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비밀은 비밀을 부르고 거기에서 거짓말이 태어난다.' - P. 109 -

 

<삼수탑>은 1955년 1년간 잡지에 연재된 작품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연재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래서인지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이렇듯 짧게 단락을 나누어 쉽게 읽혀지는 작품을 너무나 좋아한다. 조금 복잡한 구성을 띄는 작품들이라면 이렇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좋을거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을 포함한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특징은 미스터리라는 장르적인 특징에 더해 표지가 가져다주는 특별함이라 말하고 싶다. <삼수탑> 뿐만 아니라 표지만으로도 긴다이치 고스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적이면서도 강한 인상을 전해주는 표지의 마력! 그 특별함에 주목한다.

 

유산을 둘러싼 추악한 인간들의 다툼, 그 다툼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로맨스가 대조를 이룬다. 긴다이치 고스케의 등장으로 탐정소설로서의 매력을 가졌으되 로맨스와 스릴러적 요소가 강하게 도입되어 기존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과는 다른 작품을 창조해낸다. 하지만 그만이 만들어내는 색다르고 독특한 분위기, 긴박한 추리와 서스펜스, 반전과 사회상을 담아낸 요코미조 세이시만이 담아낼 수 있는 특유의 요소들은 역시 이 시리즈의 매력을 담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누가미 일족', '옥문도', '팔묘촌',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국내에 출간된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중 <삼수탐>을 비롯해 이렇게 5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악마의 공놀이', '밤산책', '여왕벌' 또한 머지않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아니 꼭 소장하고 싶어진다. 욕망과 죄악속에서 사랑과 로맨스를 꽃피운 조금은 독특했던 <삼수탑>! 일본 본격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의 매력을 흠뻑 전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그의 간지나는 포즈보다 더 간지나는 그의 작품들이 국내에서도 일부 매니아 층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비밀은 비밀을 부른다, 그리고 거짓을 양산한다. 더불어 작품속 이말처럼 ... 우리 사회에도 끊이지 않는 수많은 비밀과 거짓이 이 한마디를 끝으로 사라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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