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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 문학의 한반도 공습?은 일본이란 나라가 모든 문화부문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듯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진행되어 왔고 그것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스터리 추리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 문학이다. 그리고 우리의 또 다른 가까운 이웃, 잔뜩 웅크린 중국 문학이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고? 있다. 어느새 G2 라는 경제적 발전과 맞물려 문학계에서의 중국의 성장과 도전은 우리 문학계의 과제이자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다양성을 경험하는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위화, 모옌, 리얼과 같은 조금은 낯선 중국 작가들의 활동에 중국 문학은 거세게 기지개를 피고 있다. 아니 한반도 대공습을 예고 하고 있을지도...
그리고 또 한명의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쑤퉁'이다. 중국 문학의 상징적인 존재로 불리는 쑤퉁!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를 2010년 '측천무후'라는 작품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다. 중국 문학이 국내에도 서서히 소개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많은 시선을 모을 만한 작품과 현대 작가를 알지는 못했는데 쑤퉁이란 작가를 통해 중국 문학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쩌면 낯선 중국 문학의 재미를 알게 되었기에 깊은 인상이 남았는지도 모를것이다. 이제 중국 문학과 쑤퉁이란 이름은 등호로 각인되어 있을 정도이다.
'세 개의 큰 굴뚝은 성북지대(城北地帶)의 상징이다'
<성북지대>는 그런 쑤퉁과 반년만의 재회인 셈이다. 지난번 작품이 역사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성북지대라는 개발이 빗겨지나간 암울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책의 표지와 제목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70년대 작은 변두리 도시를 떠올리게도 만드는 작품이다. 개발의 차디찬 바람이 빗겨지난 황량하지만, 따스한 정이, 사람이 있는 그런 공간말이다. 간혹 삐딱한 등장인물 하나가 사건을 만들기도 하는.... 보통은 이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쑤퉁은 그런 우리의 기대를 과감히 짖밟아 버린다.
까칠한 불량 청소년들과 비정한 어른들로 넘쳐나는 작은 도시가 바로 '성북지대'이다. 강간과 불륜, 도둑질에 자살까지 막장을 치닫는 이 도시의 슬픔은 왠지 우리의 그 시대를 그린 이야기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몇년전 독일 프랑크 푸르트 국제 도서전에 참석했던 쑤퉁은 지금의 중국을 이런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중국의 너무도 빠른 변화는 기억을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그리고 작가의 입장에서 이런 변화들이 조금은 천천히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가슴 아프고 암울하기만한 사건들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그의 <성북지대>는 아마도 이런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난히 많은 죽음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청소년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우리 사회에서도 그렇듯 소외되고 외면받은 작은 소도시, 빈민가에서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다. 그것은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닐것이다. 청춘의 시선속에서, 청춘 소설이 그렇듯 그 속에는 '성장'이라는 주제가 보여진다. 또한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지만 그들만의 추억과 기억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이미지들로 이내 그리 많은 공감이 담겨질 순 없을 거라 생각되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과 살아온 환경이 많이 반영 되었다고 한다.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던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자면 어디까지가 자신의 경험인지, 단순히 그가 바라봐왔던 시선들을 또 하나의 상상의 틀 속에 메어놓은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쑤퉁, 그는 역시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탁월해 보인다. 또한 현실 비판적이면서도 그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데에도 능수능란하단 느낌을 갖게 한다. 음울한 도시, 황량한 이야기들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가득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빗방울은 텅펑의 종이우산 위로 떨어지고, 우리들의 참죽나무길 위로도 떨어졌다. 성북 일대의 날씨는 잠시잠깐 시원하고 상쾌할것이다. 그러나 장마는 서둘러 왔다가 서둘러 가리라는 것을 누구나가 알고 있다.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려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장마가 지나고 나면 무더운 여름이 또 찾아올 것이고, 한 해가 지나고 또 다음 해가 와도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은 늘 찾아오는 것을.' - P. 398 -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 자라면서 보아왔던 서민들의 생활을 오롯이 담아내고 싶었다. 삶의 무게에 탄식하면서도 고난과 불행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 대한 그들의 질긴 애증과 고독이 잘 표현되기를 바란다.' 고 말한다. 책을 내려놓을 때쯤 충분히 작가가 담고자 했던 것들을 찾아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중국의 변화를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고독과 애증을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많은 중국문학을 접해보지 못해서인지 책을 쉽게 읽어 내려갈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조금은 어렵고 낯선 지명과 인명, 우리와는 약간은 다른 정서, 섬세하지만 다소 직설적인 표현들... 처음 일본 문학을 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듯 말이다. 하지만 그 낯설음을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싶다. <성북지대>는 예전에 만났던 역사소설 '측천무후'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는 작품이다. 곧 바로 만나게 될 쑤퉁의 또 다른 작품 '화씨비가'는 이들 작품과 또 어떻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