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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ㅣ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병원과 의사들의 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은 언제나 독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매력적인 캐릭터, 병원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일들, 그리고 그것이 추리 미스터리라는 장르와 만나기라도 한다면 말이 필요없을 정도의 재미는 보장되어 있으리라. 이런 것들이 바로 의학소설이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하얀 거탑'이라는 작품속 '장준혁'이란 캐릭터, 오래전 드라마 '종합병원'이란 이름을 가진 공간, 가이도 다케루란 이름과 '나전미궁'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 그리고 의학이라라는 소재가 담아내는 특별한 재미, 여유와 유머가 넘치는 순정만화 같은 한편의 소설과 만난다.
'카르테(Karte)'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사용하는 진료카드를 뜻한다. 그렇다면 <신의 카르테>란 이름을 한 이 작품, 그 속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 구리하라 이치토는 혼조 병원에서 근무한지 5년째인 내과의사이다. '환자를 끌어 당기는 의사'답게 책의 시작에서도 그렇듯, 당직을 서는 날이면 중증환자로 잠시 쉴 시간도 없이 분주하다. 응급실 간호사들에게 요주의 인물이 된 이치토 이지만 유머러스하고 엉뚱하기도해서 괴짜로 통하지만 병원 사람들에겐 인기남이기도 하다. 더불어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꿈꾸는 진정한 의사이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 하지만 무엇이 좋은 의사를 만드는가. 이는 내 머릿속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지상 최대의 난제이다.' - P. 61 -
'환자를 끌어당기는 의사' 답게 병원으로 몰려드는 환자들로 아내와의 결혼기념일까지 깜빡해버린 이치토의 병원 풍경을 시작으로 <신의 카르테>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진 작가이기도 한 아내 하루나는 그런 이치토를 따스하게 감싸주고 버팀목이 되어준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끌어가는 원동력은 아마도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혼조병원과 다세대 주택 '온다케소', 이치토를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속에서 진정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유쾌하고 따스한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지방 작은 병원을 벗어나 대학 의국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고 고민하는 이치토와 그의 열악한 병원생활, 온다케소에 포함된 친구들과 하루나를 포함한 자신의 가정생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일흔 두 살의 아즈미 할머니...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지만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들을 요약해 보자면 위의 3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을것 같다. 특히 아즈미 할머니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다가오는 뭉클한 감동은 좋은 의사를 꿈꾸던 이치토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가슴도 일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한 여성과 하얀 가운을 입고 책 한권을 손에든 한 남자! 이치토와 하루나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보고는 예쁜 연애소설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호화 캐스팅으로 벌써부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는데... 화려한 캐스팅이 아니더라고 독자와 관객을 끌어들일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 없어 보여 더욱 영화에도 기대가 된다. 일본의 전국 서점인들이 뽑은 '가장 팔고 싶은 책'이라는 타이틀도 이 작품에 시선이 모아지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서점 대상 2위 등 다양한 타이틀은 선듯 책을 집어 들기를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기적처럼 다가올 이 작품의 진정성을 알리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으로 마법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난 그 발밑 흙덩어리 아래, 처음부터 묻혀 있는게 아닐까.' ... '어느 사이에 발밑의 보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먼 곳을 바라보거나,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만이 옳다고 퍼뜨리는 세상이 된 것일까. ... 강을 막고 산을 깎아 돌진하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 여기 저기 묻혀 있는 소중한 것들을 정성껏 파내어 쌓는 것 또한 인생이다.' - P. 257 -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발 밑에 묻혀있는 보물을 잊고 살아간다. 산을 깎고 강을 막는 것만이 인생이라 여기는 어리석음을 한번쯤은 겪고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가훈이란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집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욕심을 내리면 행복은 커진다!' 내려놓을때, 비로소 작은 것이 더 커지고 잊고 있던 것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리 인생이 본디 이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 진정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놓여져 있다. 이미 그래왔고 앞으로도 거기에 놓여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잊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고, 하찮게 여기는 것 또한 자신이다.
삶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한 한 괴짜의사의 발걸음이 가볍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괴짜 의사 이치토와 수많은 엉뚱 캐릭터들이 전해주는 웃음으로 한층 밝고 재밌게 책속에 몰입할 수 있었다. <신의 카르테>, 그 속에는 단순히 환자의 신상과 증세가 담겨져 있지 않아 보인다. 환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삶의 즐거움 행복을 위한 처방이 거침없이 쓰여져 있다. 인생의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의 손이 아닌 인간의 따스한 가슴임을 이 작품을 다시한번 통해 느끼게 된다. 인생의 소중함과 보다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의학 소설, 그것이 바로 <신의 카르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