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지나는 포즈를 취하고 환한 웃음을 짓고 앉아 있는 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일본 본격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요코미조 세이시! 그가 바로 이 간지 할아버지이다. 1981년 다시 흙으로 되돌아 갈때까지 수없이 많은 작품을 남겼고, 또 최고의 일본 미스터리 작가로서 추앙받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중 과도기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삼수탑>과 마주한다. '원념이라는 무대장치에서 완성된 최고의 미스터리' 라 불리는, 지금까지 읽어 왔던 그의 작품들과는 어떻게 다른 모습일지 <삼수탑>에 대한 궁금함을 감출 수 없다.

 

요코미조 세이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아마도 '이누가미 일족'일 것이다. 작품의 재미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들중 가장 인상적이고 멋진 표지를 가진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은... 1976년 영화로 소개되어 대성공을 거둔 이 작품으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요코미조 세이시를 다시금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 작품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소년 탐정 김전일'이 바로 그이다. 김전인, 일본 이름 긴다이치 하지메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긴다이치 고스케는 그렇게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이번 요코미조 세이시의 <삼수탑>은 앞서 언급했듯 그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중 과도기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격 추리 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이지만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조금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속에 몸을 맡겨보자.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미야모토 오토네! 열 세살 되던해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반년도 안 되어 아버지까지 돌아가시자 고아가 된 그녀. 우에스기 세이야 백부의 도움으로 그의 슬하에서 사랑받으며 어여쁘게 성장한 오토네가 한 남자와 삼수탑 앞에 서있다. 경찰에게 쫓기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한 남자에게 마음까지 빼앗긴 오토네,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오토네에게 행운과 불행이 동시에 찾아온다.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먼 친척인 겐조라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100억엔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은 유산으로 상속했다는 사실이 행운이라면, 겐조가 정해둔 정혼자와 결혼을 해야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불행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백부인 세이야의 환갑날 드디어 겐조의 유산과 관련해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다카토 슌사쿠, 오토네의 정혼자였던 그가 죽음을 당하게 된것이다. 이제 오토네의 유산은 그녀와 다른 혈육들에게 나누어지게 되는데... 그것이 또 다른 연쇄 살인 사건의 시작이 된다.

 



 

100억엔이란 거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연속적인 살육 게임, 이 사건에서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되어 쫓기는 오토네, 오토네에게 다가온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미스터리 한 남자, 그리고 한 발 뒤에서 그들을 주시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 유산 상속과 연결된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삼수탑을 찾은 그녀와 그 남자! 추악한 음모와 미스터리, 그리고 로맨스가 적절하게 어울린 독특한 미스터리 <삼수탑>의 묘미는 이제 요코미조 세이시, 긴다이치 고스케새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비밀은 비밀을 부르고 거기에서 거짓말이 태어난다.' - P. 109 -

 

<삼수탑>은 1955년 1년간 잡지에 연재된 작품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연재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래서인지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이렇듯 짧게 단락을 나누어 쉽게 읽혀지는 작품을 너무나 좋아한다. 조금 복잡한 구성을 띄는 작품들이라면 이렇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좋을거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을 포함한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특징은 미스터리라는 장르적인 특징에 더해 표지가 가져다주는 특별함이라 말하고 싶다. <삼수탑> 뿐만 아니라 표지만으로도 긴다이치 고스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적이면서도 강한 인상을 전해주는 표지의 마력! 그 특별함에 주목한다.

 

유산을 둘러싼 추악한 인간들의 다툼, 그 다툼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로맨스가 대조를 이룬다. 긴다이치 고스케의 등장으로 탐정소설로서의 매력을 가졌으되 로맨스와 스릴러적 요소가 강하게 도입되어 기존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과는 다른 작품을 창조해낸다. 하지만 그만이 만들어내는 색다르고 독특한 분위기, 긴박한 추리와 서스펜스, 반전과 사회상을 담아낸 요코미조 세이시만이 담아낼 수 있는 특유의 요소들은 역시 이 시리즈의 매력을 담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누가미 일족', '옥문도', '팔묘촌',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국내에 출간된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중 <삼수탐>을 비롯해 이렇게 5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악마의 공놀이', '밤산책', '여왕벌' 또한 머지않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아니 꼭 소장하고 싶어진다. 욕망과 죄악속에서 사랑과 로맨스를 꽃피운 조금은 독특했던 <삼수탑>! 일본 본격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의 매력을 흠뻑 전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그의 간지나는 포즈보다 더 간지나는 그의 작품들이 국내에서도 일부 매니아 층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비밀은 비밀을 부른다, 그리고 거짓을 양산한다. 더불어 작품속 이말처럼 ... 우리 사회에도 끊이지 않는 수많은 비밀과 거짓이 이 한마디를 끝으로 사라질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