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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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덴카이치와 반조 경감, 카와쿠보 순사부장, 요시키 형사... 최근에 만났던 형사와 탐정들의 이름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저주'속에서, 사사키 조의 '폭설권과 제복수사', 그리고 시마다 소지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속에서 등장한 이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과 스타일로 사건을 풀어가며 멋진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경찰 소설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린 요즈음 또 다른 스타일을 가진 형사와 만남을 갖는다. 노나미 아사의 신작! 경찰 소설의 백미!라는 수식이 담긴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경찰 소설의 재미에 빠져들것 같다.

 

'형사 도몬 고타로'를 등장시킨 이 작품 <자백>은 '자백의 달인'이라 불리는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을 담은 수사기록이다. 1960~80년대를 배경으로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경찰소설은 기존에 만났던 경찰소설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자백>이라는 제목답게 형사 도몬 코타로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건을 고민하고 풀어간다. 어쩌면 영화 '살인의 추억'이 지배?했을 그 시대 일본의 경찰들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스타일로 사건들을 해결했을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먼저 도몬 코타로의 형사로서의 신조를 듣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자백의 달인' 형사 도몬 코타로의 신조!
첫째, 사건의 전체적인 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라.
둘째, 현장의 분위기와 주변 정황 등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라.
셋째, 수집해 온 증거와 정보를 빠짐없이 상세히 기록하라.
넷째, 육감이란 없다. 이치와 논리를 따져가며 생각하라.
다섯째, 자백을 강요하지 않는다. 묻고 들어주기를 반복하라.


 

자백의 달인, 베테랑 형사 도몬 코타로가 가장 먼저 만난 사건은 살인청부와 관련된 사건이다. 젊은 남자에게 살인 청부를 제안하는 중년의 주부, 그리고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낡은 부채'. 두 사건속에는 어떤 연관이 있고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지... '돈부리 수사'는 한 택시기사의 변사체에 관한 사건을 그린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는 조금 과거로 되돌아가 신참 도몬 고타로 형사를 만나게 된다. 빈집털이 연인을 쫓는 도몬과 그의 가정이야기가 풋풋한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벌거벗겨져 죽어있는 여인의 변사체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밝히는 '아메리카 연못'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도몬 고타로 형사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많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노나미 아사'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낯설다. '얼어붙은 송곳니'로 나오키 상까지 수상했고, 온다 리쿠나 미야베 미유키 등과 어깨를 견주며 일본 대중 문학을 이끌어 간다는 그녀, 노나미 아사... 늦게나마 그녀의 이름과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기쁨을 감출수 없다. 굳이 그녀의 이번 작품을 일본 미스터리 장르속에 가두어 틀을 나누자면 사회파 미스터리라 분류할 수 있을것 같다. 본격 미스터리에서 담아내는 트릭과 반전의 묘미와는 다른, 사회가 가진 차가운 상처와 잔상들을 베테랑 형사의 시선속에 담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청부, 가정불화, 외국인 문제, 빗나간 치정관계 등 <자백>에서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을 소재로 삼고 베테랑 형사 도몬 코타로의 열정과 능숙함으로 사건을 풀어낸다. '과학수사'라는 이름이 흔해진 요즘으로 보자면 도몬 고타로 형사의 아날로그식 수사방식과 사건해결은 진부해보이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기존에서 벗어난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작은 실마리로 사건을 풀고 용의자를 검거하는 형사 도몬 코타로의 활약은 트릭과 반전이 난무하는 요즘 경찰 소설과는 다른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주기에 충분해보인다. 더불어 치밀하고 정교한 심리묘사! 사람들이 노나미 아사라는 이름앞에 붙이는 이런 수식에 고개가 끄덕여짐을 독자들은 깨닫게 될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몇몇 형사와 탐정들중에서 굳이 <자백>의 베테랑 형사 도몬 코타로 형사와 비슷한 스타일을 꼽자면 <폭설권>의 '카와쿠보 순사부장'을 들수 있을것 같다. 거창하고 화려한 사건과 수사 스타일은 아니지만 작은 사건속에서도 치밀하고 꼼꼼하게 사건을 풀어가는 베테랑 형사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따스한 가슴으로 문제에 다가서고 해결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백의 달인'이라는 수식을 갖게 만든 도몬 코타로가 가진 가장 커다란 강점이 바로 그의 신조인 '묻고 들어주기' 같은 따스한 가슴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용의자의 뒤엉키고 찢겨진 아픔과 상처까지 감싸줄 수 있는 따스한 인간미가 바로 형사 도몬 코타로식 경찰 소설의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그 점이 바로 카와쿠보 순사부장과 닮은 점이다.

 

현장과 경험이 중시되는 수사 방식이 익숙한 1960~80년대를 배경으로 따스한 인간미를 가진 형사, 그리고 치밀하고 정교한 묘사가 돋보이는 노나미 아사식 경찰 소설과의 색다른 만남이었다. 트릭과 반전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한 박자 느리게 걷는 아날로그식 경찰 소설이 바로 <자백>이 아닐까싶다. 최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특별한 느낌과 스타일을 가진 색다른 경찰 소설과 만난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는, 가슴 큰 남자 도몬 코타로 형사의 특별한 수사일지를 만난다. 작은 점에서 선과 면을 찾아내는, 용의자의 마음을 운직이는 고몬 고타로 형사의 따스함에 감동하고, 사회를 향해 던지는 그들의 목소리에 그렇게 다시한번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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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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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게 열정, 독자에겐 애정이 되는 추리소설! 지난해 한 권의 책을 만난후 그 책을 이 짧은 글로 표현한 적이 있다. '명탐정의 규칙'이라는 제목,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언제나 가슴이 떨리게 만드는 이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속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탐정소설이 가진 고정정인 패턴, 일정한 틀에 얽매인 추리소설계의 일반적인 관행들을 실랄하게 풍자, 비판하고 있었다. 덴카이치라는 명탐정과 오가와라 반조 경감을 통해서, 어디에서 한번쯤은 봤음직한 탐정소설이 가진 일정한 패턴들을 희화적으로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반을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더불어 작가 자신과 후배 작가들에게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계의 제왕이 던지는 반성이자 새로운 다짐이 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명탐정의 저주>는 바로 이 '명탐정의 규칙'에 이어지는 시리즈 연작이자, 이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전편에 등장했던 명탐정 덴카이치와 반조 경감이 등장해 사건을 풀어가지만... '명탐정의 규칙'과는 180도 달라진 색다른 작품의 분위기와 구성에 약간은 당황스럽기까지 한 것도 사실이다. '본격 추리'에서 다루는 트릭과 복선, 고정적인 추리물의 패턴들을 희화시켜가며 과감하고 용기있게 쏘아붙이던 일본 미스터리계의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모습이 <명탐정의 저주>속에 고스란히 담겨진다. 웃음끼를 쏘~옥 빼어버린, 작가적 고민과 독자의 흥미를 배가시킨 특별한 추리소설이 다가온다.

 

'핵 잭(jack)'이라는 소재로 작품을 준비하는 한 소설가가 자료 수집을 위해 찾은 도서관에서 길을 잃게 된다. 잠시후 어렵사리 길을 찾아내어 만난 작은 소녀, 미도리는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을 마중나왔다고 말한다. 그를 '덴카이치 탐정'이라 부르는 미도리. 도서관에서 길을 잃고 전혀 낯선 마을로, 어느 한 순간 명탐정이 되어버린 소설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도리는 덴카이치가 된 소설가를 자신의 아빠인 시장에게 인도하고 시장은 덴카이치에게 마을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마을은 과거가 없고 기억을 잃어버린 마을이라고... 전설처럼 전해지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얼마전 '크리에이터의 집'인 마을의 기념관에서 지하실이 발견되었고, '비밀의 문'이 열렸다는...

 



 

'WHO DONE IT?, 살인범은 누구인가?'

비밀의 문안에서 발견된 오래된 미라, 하지만 시장이 덴카이치를 부른 이유는 지하실에서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지하실과 미라의 존재가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가 들어와 사각형의 구멍을 남기고 무엇인가를 가져갔고,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달라는 것이다. 학자와 지식인 일곱명으로 구성된 '기념관 보존 위원회'와 미도리 만이 지하실의 존재를 알고 있고, 위원회 멤버중 시장과 쓰키무라 박사만이 물건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는 상황. 머리에 구멍이 뚫려 살해된, 150년전 에도시대에 살았던 인물로 추정되는 미라와 비밀의 방, 그곳에서 사라진 물건은 과연 무엇일까? 마을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 크리에이터의 후예를 자청하는 사람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무엇인가?

 

덴카이치는 보존 위원회 인물들을 하나씩 만나며 수사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자신을 크리에이터의 후예라 자청하는 마을 제일의 자산가 미즈시마 유이치로를 만나려 그의 저택을 찾는다. 하지만 덴카이치를 기다리는 건 '밀실 살인'으로 죽어버린 유이치로의 모습뿐이다. 비밀의 문에 얽힌 사건을 시작하기도 전에 살인사건에 휘말린 덴카이치, 또 다른 보존 위원회 인물인 소설가 히다 슌스케는 덴카이치가 방문한 자리에서 살해당하게 된다. 덴카이치와 소설가의 문하생이 있던 자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감쪽같이 범인이 사라져버린 인간소실사건... 덴카이치와 일행을 태운 자동차는 사고를 당하고, 어둠의 그림자는 덴카이치에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다'라는 경고를 전해온다.

 

'죄는 죽은 자의 책속에 있다'

계속 이어지는 살인사건과 비밀의 문안에 숨겨진 마을의 진실... 시장의 산장에서 나머지 보존 위원회 사람들과 미도리, 덴카이치가 초대되지만, 저주 가득한 피의 얼룩은 이곳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비밀의 방에서 사라진 물건과 미라의 정체, 살인사건의 비밀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덴카이치가 된 소설가의 이야기도 서서히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과거가 없는, 기억을 잃어버린 저주받은 마을과 크리에이터의 비밀, 덴카이치 탐정의 활약속에 마을의 비밀과 저주는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낸다. 오가와라 반조 경감의 뛰어난? 조연 역할도 빼놓을 수 없지만, 역시 매력적인 명탐정 덴카이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은 단순히 본격 추리가 전해주는 트릭과 반전,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명탐정의 규칙'을 만나본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색다른 인상, 아니 약간은 충격적이기까지도 한 작품이다. 뻔한 트릭과 반전, 추리소설의 규칙을 희화해 웃음을 전해주던 '명탐정의 규칙'에서, 웃음기를 쏘옥 빼고 조금더 진지하게 본격추리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명탐정의 저주>는 시리즈 연작이라고는 하지만 전작과 비교해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격 추리를 손에서 놓아버렸다고 생각했던 미스터리의 제왕이 예상치 못했던 본격추리의 진정한 재미, 트릭과 반전의 묘미를 다시한번 전해준다. 명탐정의 규칙을 비판하던 작가가 다시한번 본격추리의 세계속으로 들어가, 자신이 했던 그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과 비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듯한, 작가적 고뇌가 가득 담겨진 환상과 추리가 버무려진 독특한 재미를 가진 작품이 바로 <명탐정의 저주>인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가도 가도 계단이 나타나지 않는다. ... 마치 미로속에 빠진 느낌이다. 사람들에게 얘기 했다가는 웃음거리가 될것이다. 책으로 밥벌이 하는 작가가 책속에서 길을 잃었다. 농담도 이보다 썰렁한 농담이 없다.' - P. 13 -

 

'그래 여기는 책의 묘지야'

도서관에서 길을 헤메이는 소설가, 그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책들의 묘지가 되어버린 도서관, 살인사건으로 죽어버린 소설가의 집을 찾아 소설원고를 찾아 헤메는 편집자의 모습... 소설가와 책, 단순한 작가적 고뇌와 현실, 그리고 본격 추리에 관련되어 자신이 추구했던 작가적 양심과 행동에 대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시한번 생각하고 반성하는 계기를 갖는 작품이 바로 <명탐정의 저주>인 것이다. 책의 중반(P. 111) 본격미스터리를 대표하는 뻔한 '밀실 살인'의 유형 일곱가지를 설명하는 덴카이치의 모습, 사라진 범인과 폐쇄된 산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들은 '명탐정의 규칙'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의 마지막 본격추리소설?

본격추리에 대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애증! 독설을 쏟아내었던 전작과 비교해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본격추리에 종언을 고하는 듯하다. 작가라는 이름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작가적 고뇌, 장르적 고민과 비판에 대한 애증을 쏟아내는 <명탐정의 저주>는 본격추리의 재미와 더불어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여운을 가져다주는 작품이다. 덴카이치와 반조 경감 콤비와도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해야할 것 같다. 명탐정은 사라졌지만 '교통 경찰'이 앞으로도 허전한 독자들의 빈 가슴을 채워줄거란 기대와 함께, 묘한 느낌을 가진, 애증이 교차하는 이 독특한 작품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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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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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가 실종된지 얼마나 됐습니까?'

독일의 수학자인 베른하르트 리만(Georg Friddrich Bernhard Riemann)과 그가 제기한 '리만의 제타함수'라는 가설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독특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사실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이 작품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을 한계지을 수는 없을 것도 같지만 말이다. 아버지가 실종된 지 나흘째, 경찰서를 찾은 그의 딸과 경찰의 대화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딸은 아버지의 실종신고를 하고 아버지의 컴퓨터에서 찾게 된 일기와도 같은 문서들을 경찰에 건넨다. 그녀의 아버지는 수학교수이다. 십대인 딸 빌데, 아들 크리스티안, 아내 카린. 평범해보이는 가정, 자신의 일과 삶에 충실했던 이 남자는 왜, 어떻게 사라져버린 것일까? 이제 그 비밀이 시작된다.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은 노르웨이의 한 수학교수가 리만의 전기를 집필하게 되면서, 천재학자 리만의 기념비적인 업적과 그의 삶, 그리고 리만의 전기를 준비하는 동안 변화되는 자기 자신의 일상을 적어내려간 일기 형식의 작품이다. 리만의 가설은 '현대 수학에서 히말라야의 처녀봉과 같은 위상' 이라고 한다. 짧게 쓰여진 공식과 설명만으로 리만의 가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가설이 우리에게 익숙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놀라운 가설이자 수학적 발견인지 알 수 있을것도 같다. 어찌되었건 중년의 이 노르웨이 수학교수는 리만을 연구하고 그의 평전을 준비한다.

 

'리만의 삶은 짧고 특색이 없다. 그러나 그의 발견은 영원성을 지닐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가난하고 의기소침하며 서툰 왼손잡이에 폐병까지 걸린 사람이 쓴 가설이 후세에 미칠 영향력과 파급력을 그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심지어 그 자신조차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P. 111 -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토대가 된 제타함수, 아직까지 그 누구도 이 가설을 증명하지 못해 세계 7대 난제로 불리기도 하는 이 가설은 이미 전설이 되어버렸다.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은 중년의 수학교수의 작업노트이자 은밀한 일기장이다. 이 작업일지겸 일기장은 세가지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리만의 가설을 기초로 한 수학적 조사, 가난하고 피폐했던 리만의 가정사와 삶, 그리고 리만 평전의 기획과 집필에 관련한 수학교수 자신의 은밀한 이야기로 말이다. 평범해보이는 가정의 가장이자, 수학교수로서 만족스런 삶을 살아가는듯 보이던 그의 일생에 찾아온 변화는 무엇이고 그가 실종된 이유는 무엇인지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 하나씩 하나씩 비밀이 그 속살을 내어보이게 된다.

 

마흔 세살의 중년, 과학적 글쓰기에 익숙한 수학교수 평전 집필! 이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교수는 주말을 이용한 작가 입문 강좌에 참여하게 되고, 리만의 평전 집필을 하나하나 진행해 나간다. 처음 순조로워 보이던 이 작업은 같은 강좌에 다니던 독일어 강사 잉빌드와 사랑에 빠지면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빠져들과 만다. 첫번째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온 딸에게 알 지 못할 질투를 느끼게 되고, 아들은 점점 비행을 일삼고 반항적으로 변해간다. 아내와는 사소한 다툼이 늘어가고... 대수학자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중년에 다다른 수학교수의 일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독특한 수학체계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색다르고 독특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불운한 삶을 살았던 한 천재 수학자의 일생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삶의 의미, 자기 자신이 걸어가는 발자욱을 돌아보는 한 중년이란 이름의 수학교수의 은밀한 일상이 대비된다. 리만이란 수학자의 비밀스러움보다 더 은밀하고 비밀스런 그의 작은 노트는 읽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은 일상이란 평범함에, 자신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한번쯤 고민할 시계의 추 끝에 놓여진 이들의 촉수를 건드리는 작품이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을 가둘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리만이란 19세기 천재수학자의 일생처럼, 그의 그림자를 쫓는 중년의 수학자의 은밀하고 내밀한 일상이 단순히 미스터리의 틀 속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이 이렇게 낭만적인지 미처 몰랐어. 당신이야 말로 위대한 발견을 한 천재가 자연과 세상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고 있어.' - P. 111 -

 

소수 [小數, decimal] 에 대해 관심이 컸던 수학교수. 0과 1사이의 실수를 말하는 소수는, 수학교수 자신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극히 미미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이 작은 숫자들과 자신의 존재 의미를 매칭시키는, 그는 어쩌면 리만을 만나 그런 자신의 삶을 극복해나간다. 아니 평범한 일상에 던져버린 작은 돌 하나로 그의 일상은 일탈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은밀하고 비밀스런 삶속에서 그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이란 느낌있는 제목과 손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고 아담한 이 책은 처음 생각했던 내용을 담아내고 있지는 않다. 물론 리만이란 천재 수학자가 등장하고 그가 중심이 되지만, 작품의 전반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수학교수, 그의 삶이고 일상, 일탈이다.

 

수학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역사, 수학자들, 수(數)와 연관된 독특한 이야기들이 또 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 과거 19세기 천재수학자 리만의 특별한 가설을 녹여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런 평범하고 정형화된 이야기의 틀을 벗어나 우리 일상과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색다른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바로 이 작품이 담고있는 특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천재 수학자의 모습을 통해 수학(數學)이라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름이 전혀 다른 느낌, 조금더 부드러운, 이야기가 담긴 낭만으로 다가온다는 점도 이 작품에서 놓칠 수 없는 점이다.

 

'존재감이 미미한 소수처럼은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라는 외침은 단지 그만의 이야기가 아닐것이다. 천재 수학자 리만의 삶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다시금 독특하게 풀어낸 노르웨이 작가 아틀레 네스의 이 작고 조그만 책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은 일상속에서, 지친 그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평범하고 틀에 박힌 소설에 싫증난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주기에 충분해보인다. 노르웨이에서 날아온 이 은밀하고 비밀스런 지적 소설은 그렇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특별함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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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권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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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특집'을 통해서 또 한번 일본이란 나라의 다양성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설원 위 혹한기 체험으로 웃음을 주던 그들의 모습이 오호츠크해를 흐르는 신비로운 유빙과 더불어,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장관과 재미를 전해주기에 충분했던것 같다. 홋카이도, 우리에게 북해도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말 그대로 눈의 나라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온통 눈으로 눈을 뒤덮는 멋진 장관과 마주하고 싶어진다. 따뜻한 아열대 기후에서부터 온통 눈 덮힌 멋진 설원 풍경까지... 일본이란 나라의 이런 모습들이 문학이란 장르의 다양성으로 새롭게 태어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된다.

 

히간아레! 3월 즈음 일본에서 히간(춘분과 추분 중심으로 7일간)이라 부르는 기간 동안 북일본을 공습하는 폭풍우를 그들은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3월이 끝나갈 즈음 홋카이도를 집어 삼키는 폭풍설, 카와쿠보 아츠시 순사부장의 시모베츠 주재소에도 그 무섭고 세찬 찬바람이 불어닥친다. 다시 만나니 반갑다. 지난 3월 '제복수사'로 처음 만난 이후 카와쿠보 순사부장과의 두번째 만남이다. 아직까지 안타깝게도 작가 사사키 조와의 만남도 고작 두 번째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우리를 찾아온, 아니 우리가 다시 찾은 눈과 얼음의 땅 홋카이도, 시모베츠 주재소 작은 의자에 카와쿠보는 그렇게 앉아 있었다.

 

시모베츠 주재소에 전화벨이 울린다. 폭풍설이 몰아치기 시작하는 저녁, 다리를 지나가던 지역 사람이 죽은 사체 같은 물체가 보인다는 신고를 해 온 것이다. 최근 관내에서는 행방불명자에 대한 신고도, 별다른 특이사항도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각 전화를 끊자마자 수화물 택배용 경트럭 도난 신고가 접수된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라는 이렇게 투덜 거렸다는 작가의 투덜거림이 다시금 들리는 듯하다. 아니 투덜거림 끝에 또 다른 아이디어가 반짝 하고 떠올랐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이런 궁금함을 시작으로 히간아레의 폭풍설이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시모베츠를 뒤덮는다.

 

아내를 잃고 자식도 없는, 연대보증으로 돈을 날리고 위궤양에 걸린 남자 니시다 야스오에게 찾아든 돈의 유혹... 재미로 남자를 만났다가 헤어나오기 힘든 입장에 빠져버린 주부 사카구치 아케미... 야쿠자 조장의 집을 턴 사사하라 시로와 사토 아키라 콤비와 집을 지키던 조직원 아다치 카네오... 계부에게 성 폭력에 휘둘리는 소녀 사노 미유키... 히간아레의 폭풍설로 시모베츠라는 작은 동네에 갖혀버린 이들이 펜션 그린루프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제복경관 카와쿠보가 맞닥드린 살인 사건과 폭풍설로 갖혀 그린루프에 모여든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작고 평화로운 마을 시모베츠속에 감추어진 추악한 인간의 진실을 '제복수사'를 통해 그려냈던 사사키 조는 이번에도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보다 조금더 긴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재미를 선보인다. 전작이 다섯편의 단편들로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히간아레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조금더 짙고 깊고 커다란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폭풍설로 갖혀버린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 긴박하고 숨가쁘게 전개되는 사건의 진실... 폭풍설로 고립된 작은 마을 시모베츠 초에 불어닥친, 히간아레보다 냉혹하고 참혹한 현실... 마을과 사람들을 지키려는 카와쿠보 순사부장의 멋진 활약이 그려진다.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역시, 카와쿠보 순사부장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시모베츠초에 몸을 담게 된지 2년, 단순히 제복경관이란 한계를 가진 카와쿠보가 아닌 이번 작품에서 그는 도주중인 살인범과 맞닥드려 총까지 쏘며 대결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등 전작보다 조금은 더 적극적인 모습의 그와 마주할 수 있다. 그토록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를 고대하던 독자들의 기대치 그 이상을 충족시켜줄 재미와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의 구석에는 카타기리 노인의 보이지 않는 활약도 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前 강력계 형사와 35년 경력의 우체부였던 지역 정보통, 카와쿠보 순사부장과 카타기리 노인 콤비의 활약이 역시 돋보인다. 더불어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그려가는 갈등과 대결, 섬세한 심리와 상황 전개, 히간아레라는 폭풍설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작품을 이해하고 빠져드는데 더할 나위 없는 흡입력으로 다가온다. 홋카이도에 태어나 지금도 그곳을 지키고 있다는 사사키 조는 그래서인지 생생한 상황과 배경, 사건들을 독자들의 눈 앞에 펼쳐 놓는다. 실제 아동 20여명이 폭설에 희생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번 작품은, 이처럼 액자 안에 담긴 이야기처럼 더욱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미소를 머금고 사사키 조는 다시금 우리 앞에 이 책을 내려놓는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더욱 깊어진 사건들로 이야기는 더욱 강력해진 폭풍설처럼 독자들의 가슴속에 휘몰아친다.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그리고 주재경관과 지역정보통 할아버지가 펼쳐내는 이 색다른 이야기가 오래도록 사랑받고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직 시리즈 다음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는 그의 말은, 다음 이야기를 고대하는 독자들에게 오랜 기다림의 시간으로 다가올것 같다. 작지만 따스했던, 강하지만 조용했던 활약상을 보인 카와쿠보... 그것이 어떤 모습이건 독자들에게 그는 너무나 특별한 제복경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책을 내려놓자마자 다시금 그가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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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유시환님의 詩가 떠오르는 한 이름이 있다. '스티그 라르손' 이라는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우연히 스치듯 만났던 그 이름처럼 오랫동안 마음을 울리고 흔들고 사로잡은 경험이 없었던듯하다. 스티그 라르손, 그래서 그 이름은 언제까지이고 나에게 그리움과 같은 단어로 기억 될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인 '밀레니엄'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책 출간 6개월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간, 불멸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수식이 필요없는 그런 작가이다! 그 어느 소설보다 더욱 극적인 生을 살았던 그, 그 삶보다 더욱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 <밀레니엄> 시리즈. 이제 그 새로운 시작과 마주한다.

 

봄이라는 계절과 어울리게 새로운 옷을 차려입은 이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는 그 부제까지도 약간 바뀌어진듯하다. 문신을 한 소녀와 또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했던 이전 시리즈의 겉모습과는 다르게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진속 여인의 인상이 강인하게 느껴진다.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라는 부제에서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이름으로 갈아 입었다. 이 부제의 변화만으로도 리스베트의 이미지가 독자들에게 새롭게 각인 되지 않았을까 싶다. 불멸이 되어버린 스티그 라르손, 밀레님엄, 그 특별한 여정속에 몸을 맡길 준비가 되었는가?

 

밀레니엄 1부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미카엘과 리스베트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앞세워 밀레니엄의 장엄한 시작을 알렸다면, 이제 그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그 캐릭터들의 인상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 궁금했던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연결하는 색다른 구성으로 재미와 사회성을 모두 갖추어 독자들에게 빠져나올수 없는 매혹적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1부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끌고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미는 수준이었다면,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닐까싶다. 이제부터 미스터리한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섹스 마피아와 관련해 밀레니엄 특집호를 준비하던 미카엘은 그와 함께 취재를 하던 다그 스벤손, 미아 베리만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리스베트의 후견인인 비우르만 변호사 역시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게 되고, 이와 관련해 리스베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당해 경찰에 쫓기게 된다. 미카엘과 아르만스키는 그녀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여러가지 정황들은 리스베트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둘러싼 숨겨진 비밀, 그녀의 가슴속에 숨겨져 있는 수수께끼같은 비밀들, 2부에서는 이처럼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위한, 그녀를 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불란스키 형사, 막예 룬딘, 살라, 금발 거인 니더만...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리스베트를 향해 돌진한다. 그녀가 '모든 악'이라 부르는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밀레니엄 2권,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의 부제속에는 어떤 의미들이 숨겨져 있을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불리는 방정식의 비밀은 무엇인지, 리스베트를 쫓이 이들, 쫓기는 그녀는 어떻게 문제들을 풀어 갈 수 있을지... 빠르고 흥미진진한 전개와 절묘한 구성,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시간의 흐름속에 점점 독자들을 밀레니엄의 '늪' 속으로 밀어 넣는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라며 쉴새 없이 내달리는 리스베트,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그녀의 뒤를 지키는 미카엘, 그리고 곳곳에서 도사리는 사악한 눈동자들...

 

얼키고 설켜있는 퍼즐들이 하나둘씩 그 자리를 찾아갈 즈음, 독자들은 국가와 사회 권력앞에 한없이 나약할 수 밖에 없는 한 여인의 아픔과 마주할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리스베트 살란데르 이기에 다행이란 생각이든다. 그 어떤 남자보다 강하고 천재적인, 매력적인 그녀이기에... '모든 악'과 정면으로 맞서는 리스베트의 당당한 모습에 짜릿한 쾌감마져 전해져온다. 재미만이 아니라 그 내면에 담긴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이 작품속에서 들린다. 변호사, 언론인, 정치인 들에게서 느끼는 우리의 시선은 이 작품속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밀레니엄>이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언론이 가져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도 새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문학의 힘은 단순한 언어적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독자의 정서에 울림을 주는 파도와도 같은 것이다. 단순한 언어의 힘이 순간적이라면 문학의 힘은 오래 오래 지속되는 정서적인 힘인 것이다.'

 

재미는 물론이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쫓았다면 이 작품 <밀레니엄>과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작가에 사람들은 그처럼 열광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파도와 같은, 문학의 힘이 그 속에, 마지막 작품을 남기고 떠난 작가의열정속에 가득했던 것이다. 순간순간의 즐거움도 그렇지만, 오래도록 그리움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름이 바로 문학의 힘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가 아닐까싶다. 매력적인 그녀, 그들의 거칠것없는 질주는 그렇게 계속된다.

 

손을 놓을 수 없다. 눈을 뗄 수 없다. 처음 이 작품을 만나고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 작품을 만난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지 않을까싶다. 다음이 기대되고 또 그 시간이 그립고,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매력에 푸욱 빠져든 그 시간이 또 그립다. 재미와 함께 문학적 가치와 정서를 전해주는, 그 이름처럼 '천년의 소설'이 되어버린 불멸의 문학! <밀레니엄>. 아직까지도 이 특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와 만나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당장 서점으로 발길을 옮기라고 권하고 싶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녀의 전쟁, 그 마지막 이야기와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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