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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ㅣ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유시환님의 詩가 떠오르는 한 이름이 있다. '스티그 라르손' 이라는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우연히 스치듯 만났던 그 이름처럼 오랫동안 마음을 울리고 흔들고 사로잡은 경험이 없었던듯하다. 스티그 라르손, 그래서 그 이름은 언제까지이고 나에게 그리움과 같은 단어로 기억 될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인 '밀레니엄'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책 출간 6개월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간, 불멸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수식이 필요없는 그런 작가이다! 그 어느 소설보다 더욱 극적인 生을 살았던 그, 그 삶보다 더욱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 <밀레니엄> 시리즈. 이제 그 새로운 시작과 마주한다.
봄이라는 계절과 어울리게 새로운 옷을 차려입은 이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는 그 부제까지도 약간 바뀌어진듯하다. 문신을 한 소녀와 또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했던 이전 시리즈의 겉모습과는 다르게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진속 여인의 인상이 강인하게 느껴진다.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라는 부제에서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이름으로 갈아 입었다. 이 부제의 변화만으로도 리스베트의 이미지가 독자들에게 새롭게 각인 되지 않았을까 싶다. 불멸이 되어버린 스티그 라르손, 밀레님엄, 그 특별한 여정속에 몸을 맡길 준비가 되었는가?
밀레니엄 1부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미카엘과 리스베트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앞세워 밀레니엄의 장엄한 시작을 알렸다면, 이제 그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그 캐릭터들의 인상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 궁금했던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연결하는 색다른 구성으로 재미와 사회성을 모두 갖추어 독자들에게 빠져나올수 없는 매혹적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1부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끌고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미는 수준이었다면,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닐까싶다. 이제부터 미스터리한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섹스 마피아와 관련해 밀레니엄 특집호를 준비하던 미카엘은 그와 함께 취재를 하던 다그 스벤손, 미아 베리만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리스베트의 후견인인 비우르만 변호사 역시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게 되고, 이와 관련해 리스베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당해 경찰에 쫓기게 된다. 미카엘과 아르만스키는 그녀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여러가지 정황들은 리스베트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둘러싼 숨겨진 비밀, 그녀의 가슴속에 숨겨져 있는 수수께끼같은 비밀들, 2부에서는 이처럼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위한, 그녀를 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불란스키 형사, 막예 룬딘, 살라, 금발 거인 니더만...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리스베트를 향해 돌진한다. 그녀가 '모든 악'이라 부르는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밀레니엄 2권,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의 부제속에는 어떤 의미들이 숨겨져 있을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불리는 방정식의 비밀은 무엇인지, 리스베트를 쫓이 이들, 쫓기는 그녀는 어떻게 문제들을 풀어 갈 수 있을지... 빠르고 흥미진진한 전개와 절묘한 구성,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시간의 흐름속에 점점 독자들을 밀레니엄의 '늪' 속으로 밀어 넣는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라며 쉴새 없이 내달리는 리스베트,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그녀의 뒤를 지키는 미카엘, 그리고 곳곳에서 도사리는 사악한 눈동자들...
얼키고 설켜있는 퍼즐들이 하나둘씩 그 자리를 찾아갈 즈음, 독자들은 국가와 사회 권력앞에 한없이 나약할 수 밖에 없는 한 여인의 아픔과 마주할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리스베트 살란데르 이기에 다행이란 생각이든다. 그 어떤 남자보다 강하고 천재적인, 매력적인 그녀이기에... '모든 악'과 정면으로 맞서는 리스베트의 당당한 모습에 짜릿한 쾌감마져 전해져온다. 재미만이 아니라 그 내면에 담긴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이 작품속에서 들린다. 변호사, 언론인, 정치인 들에게서 느끼는 우리의 시선은 이 작품속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밀레니엄>이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언론이 가져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도 새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문학의 힘은 단순한 언어적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독자의 정서에 울림을 주는 파도와도 같은 것이다. 단순한 언어의 힘이 순간적이라면 문학의 힘은 오래 오래 지속되는 정서적인 힘인 것이다.'
재미는 물론이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쫓았다면 이 작품 <밀레니엄>과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작가에 사람들은 그처럼 열광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파도와 같은, 문학의 힘이 그 속에, 마지막 작품을 남기고 떠난 작가의열정속에 가득했던 것이다. 순간순간의 즐거움도 그렇지만, 오래도록 그리움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름이 바로 문학의 힘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가 아닐까싶다. 매력적인 그녀, 그들의 거칠것없는 질주는 그렇게 계속된다.
손을 놓을 수 없다. 눈을 뗄 수 없다. 처음 이 작품을 만나고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 작품을 만난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지 않을까싶다. 다음이 기대되고 또 그 시간이 그립고,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매력에 푸욱 빠져든 그 시간이 또 그립다. 재미와 함께 문학적 가치와 정서를 전해주는, 그 이름처럼 '천년의 소설'이 되어버린 불멸의 문학! <밀레니엄>. 아직까지도 이 특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와 만나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당장 서점으로 발길을 옮기라고 권하고 싶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녀의 전쟁, 그 마지막 이야기와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