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권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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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특집'을 통해서 또 한번 일본이란 나라의 다양성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설원 위 혹한기 체험으로 웃음을 주던 그들의 모습이 오호츠크해를 흐르는 신비로운 유빙과 더불어,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장관과 재미를 전해주기에 충분했던것 같다. 홋카이도, 우리에게 북해도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말 그대로 눈의 나라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온통 눈으로 눈을 뒤덮는 멋진 장관과 마주하고 싶어진다. 따뜻한 아열대 기후에서부터 온통 눈 덮힌 멋진 설원 풍경까지... 일본이란 나라의 이런 모습들이 문학이란 장르의 다양성으로 새롭게 태어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된다.

 

히간아레! 3월 즈음 일본에서 히간(춘분과 추분 중심으로 7일간)이라 부르는 기간 동안 북일본을 공습하는 폭풍우를 그들은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3월이 끝나갈 즈음 홋카이도를 집어 삼키는 폭풍설, 카와쿠보 아츠시 순사부장의 시모베츠 주재소에도 그 무섭고 세찬 찬바람이 불어닥친다. 다시 만나니 반갑다. 지난 3월 '제복수사'로 처음 만난 이후 카와쿠보 순사부장과의 두번째 만남이다. 아직까지 안타깝게도 작가 사사키 조와의 만남도 고작 두 번째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우리를 찾아온, 아니 우리가 다시 찾은 눈과 얼음의 땅 홋카이도, 시모베츠 주재소 작은 의자에 카와쿠보는 그렇게 앉아 있었다.

 

시모베츠 주재소에 전화벨이 울린다. 폭풍설이 몰아치기 시작하는 저녁, 다리를 지나가던 지역 사람이 죽은 사체 같은 물체가 보인다는 신고를 해 온 것이다. 최근 관내에서는 행방불명자에 대한 신고도, 별다른 특이사항도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각 전화를 끊자마자 수화물 택배용 경트럭 도난 신고가 접수된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라는 이렇게 투덜 거렸다는 작가의 투덜거림이 다시금 들리는 듯하다. 아니 투덜거림 끝에 또 다른 아이디어가 반짝 하고 떠올랐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이런 궁금함을 시작으로 히간아레의 폭풍설이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시모베츠를 뒤덮는다.

 

아내를 잃고 자식도 없는, 연대보증으로 돈을 날리고 위궤양에 걸린 남자 니시다 야스오에게 찾아든 돈의 유혹... 재미로 남자를 만났다가 헤어나오기 힘든 입장에 빠져버린 주부 사카구치 아케미... 야쿠자 조장의 집을 턴 사사하라 시로와 사토 아키라 콤비와 집을 지키던 조직원 아다치 카네오... 계부에게 성 폭력에 휘둘리는 소녀 사노 미유키... 히간아레의 폭풍설로 시모베츠라는 작은 동네에 갖혀버린 이들이 펜션 그린루프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제복경관 카와쿠보가 맞닥드린 살인 사건과 폭풍설로 갖혀 그린루프에 모여든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작고 평화로운 마을 시모베츠속에 감추어진 추악한 인간의 진실을 '제복수사'를 통해 그려냈던 사사키 조는 이번에도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보다 조금더 긴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재미를 선보인다. 전작이 다섯편의 단편들로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히간아레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조금더 짙고 깊고 커다란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폭풍설로 갖혀버린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 긴박하고 숨가쁘게 전개되는 사건의 진실... 폭풍설로 고립된 작은 마을 시모베츠 초에 불어닥친, 히간아레보다 냉혹하고 참혹한 현실... 마을과 사람들을 지키려는 카와쿠보 순사부장의 멋진 활약이 그려진다.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역시, 카와쿠보 순사부장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시모베츠초에 몸을 담게 된지 2년, 단순히 제복경관이란 한계를 가진 카와쿠보가 아닌 이번 작품에서 그는 도주중인 살인범과 맞닥드려 총까지 쏘며 대결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등 전작보다 조금은 더 적극적인 모습의 그와 마주할 수 있다. 그토록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를 고대하던 독자들의 기대치 그 이상을 충족시켜줄 재미와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의 구석에는 카타기리 노인의 보이지 않는 활약도 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前 강력계 형사와 35년 경력의 우체부였던 지역 정보통, 카와쿠보 순사부장과 카타기리 노인 콤비의 활약이 역시 돋보인다. 더불어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그려가는 갈등과 대결, 섬세한 심리와 상황 전개, 히간아레라는 폭풍설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작품을 이해하고 빠져드는데 더할 나위 없는 흡입력으로 다가온다. 홋카이도에 태어나 지금도 그곳을 지키고 있다는 사사키 조는 그래서인지 생생한 상황과 배경, 사건들을 독자들의 눈 앞에 펼쳐 놓는다. 실제 아동 20여명이 폭설에 희생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번 작품은, 이처럼 액자 안에 담긴 이야기처럼 더욱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미소를 머금고 사사키 조는 다시금 우리 앞에 이 책을 내려놓는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더욱 깊어진 사건들로 이야기는 더욱 강력해진 폭풍설처럼 독자들의 가슴속에 휘몰아친다.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그리고 주재경관과 지역정보통 할아버지가 펼쳐내는 이 색다른 이야기가 오래도록 사랑받고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직 시리즈 다음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는 그의 말은, 다음 이야기를 고대하는 독자들에게 오랜 기다림의 시간으로 다가올것 같다. 작지만 따스했던, 강하지만 조용했던 활약상을 보인 카와쿠보... 그것이 어떤 모습이건 독자들에게 그는 너무나 특별한 제복경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책을 내려놓자마자 다시금 그가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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