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명탐정 덴카이치와 반조 경감, 카와쿠보 순사부장, 요시키 형사... 최근에 만났던 형사와 탐정들의 이름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저주'속에서, 사사키 조의 '폭설권과 제복수사', 그리고 시마다 소지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속에서 등장한 이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과 스타일로 사건을 풀어가며 멋진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경찰 소설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린 요즈음 또 다른 스타일을 가진 형사와 만남을 갖는다. 노나미 아사의 신작! 경찰 소설의 백미!라는 수식이 담긴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경찰 소설의 재미에 빠져들것 같다.

 

'형사 도몬 고타로'를 등장시킨 이 작품 <자백>은 '자백의 달인'이라 불리는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을 담은 수사기록이다. 1960~80년대를 배경으로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경찰소설은 기존에 만났던 경찰소설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자백>이라는 제목답게 형사 도몬 코타로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건을 고민하고 풀어간다. 어쩌면 영화 '살인의 추억'이 지배?했을 그 시대 일본의 경찰들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스타일로 사건들을 해결했을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먼저 도몬 코타로의 형사로서의 신조를 듣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자백의 달인' 형사 도몬 코타로의 신조!
첫째, 사건의 전체적인 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라.
둘째, 현장의 분위기와 주변 정황 등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라.
셋째, 수집해 온 증거와 정보를 빠짐없이 상세히 기록하라.
넷째, 육감이란 없다. 이치와 논리를 따져가며 생각하라.
다섯째, 자백을 강요하지 않는다. 묻고 들어주기를 반복하라.


 

자백의 달인, 베테랑 형사 도몬 코타로가 가장 먼저 만난 사건은 살인청부와 관련된 사건이다. 젊은 남자에게 살인 청부를 제안하는 중년의 주부, 그리고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낡은 부채'. 두 사건속에는 어떤 연관이 있고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지... '돈부리 수사'는 한 택시기사의 변사체에 관한 사건을 그린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는 조금 과거로 되돌아가 신참 도몬 고타로 형사를 만나게 된다. 빈집털이 연인을 쫓는 도몬과 그의 가정이야기가 풋풋한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벌거벗겨져 죽어있는 여인의 변사체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밝히는 '아메리카 연못'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도몬 고타로 형사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많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노나미 아사'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낯설다. '얼어붙은 송곳니'로 나오키 상까지 수상했고, 온다 리쿠나 미야베 미유키 등과 어깨를 견주며 일본 대중 문학을 이끌어 간다는 그녀, 노나미 아사... 늦게나마 그녀의 이름과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기쁨을 감출수 없다. 굳이 그녀의 이번 작품을 일본 미스터리 장르속에 가두어 틀을 나누자면 사회파 미스터리라 분류할 수 있을것 같다. 본격 미스터리에서 담아내는 트릭과 반전의 묘미와는 다른, 사회가 가진 차가운 상처와 잔상들을 베테랑 형사의 시선속에 담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청부, 가정불화, 외국인 문제, 빗나간 치정관계 등 <자백>에서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을 소재로 삼고 베테랑 형사 도몬 코타로의 열정과 능숙함으로 사건을 풀어낸다. '과학수사'라는 이름이 흔해진 요즘으로 보자면 도몬 고타로 형사의 아날로그식 수사방식과 사건해결은 진부해보이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기존에서 벗어난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작은 실마리로 사건을 풀고 용의자를 검거하는 형사 도몬 코타로의 활약은 트릭과 반전이 난무하는 요즘 경찰 소설과는 다른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주기에 충분해보인다. 더불어 치밀하고 정교한 심리묘사! 사람들이 노나미 아사라는 이름앞에 붙이는 이런 수식에 고개가 끄덕여짐을 독자들은 깨닫게 될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몇몇 형사와 탐정들중에서 굳이 <자백>의 베테랑 형사 도몬 코타로 형사와 비슷한 스타일을 꼽자면 <폭설권>의 '카와쿠보 순사부장'을 들수 있을것 같다. 거창하고 화려한 사건과 수사 스타일은 아니지만 작은 사건속에서도 치밀하고 꼼꼼하게 사건을 풀어가는 베테랑 형사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따스한 가슴으로 문제에 다가서고 해결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백의 달인'이라는 수식을 갖게 만든 도몬 코타로가 가진 가장 커다란 강점이 바로 그의 신조인 '묻고 들어주기' 같은 따스한 가슴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용의자의 뒤엉키고 찢겨진 아픔과 상처까지 감싸줄 수 있는 따스한 인간미가 바로 형사 도몬 코타로식 경찰 소설의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그 점이 바로 카와쿠보 순사부장과 닮은 점이다.

 

현장과 경험이 중시되는 수사 방식이 익숙한 1960~80년대를 배경으로 따스한 인간미를 가진 형사, 그리고 치밀하고 정교한 묘사가 돋보이는 노나미 아사식 경찰 소설과의 색다른 만남이었다. 트릭과 반전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한 박자 느리게 걷는 아날로그식 경찰 소설이 바로 <자백>이 아닐까싶다. 최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특별한 느낌과 스타일을 가진 색다른 경찰 소설과 만난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는, 가슴 큰 남자 도몬 코타로 형사의 특별한 수사일지를 만난다. 작은 점에서 선과 면을 찾아내는, 용의자의 마음을 운직이는 고몬 고타로 형사의 따스함에 감동하고, 사회를 향해 던지는 그들의 목소리에 그렇게 다시한번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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