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19세의 초상
시마다 소지 지음, 이하윤 옮김 / 해문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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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격 미스터리의 창시자'라 불리는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시마다 소지'이다. '점성술 살인사건'이나 '이방의 기사' 등으로 수없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마다 소지는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만나고 싶고,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가이다. 하지만 아직 그의 이런 대표작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는 모순에 봉착하는 괴로움이 마음 한구석을 옭죄어온다. 그와 처음 만난 작품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라는 작품이었다. 국내 독자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들추어내어 관심을 갖게 만들기도 했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데...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신본격 장르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가 사회파 미스터리와 접목을 시도했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작가로서의 양심과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해주어야할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시마다 소지식 미스터리! 독자들은 아마도 이런 매력때문에 그의 이름만으로도 설레임을 갖게되는 듯하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다시 시작된다. 이번에 그가 가지고 돌아온 작품은 청춘 미스터리라는 장르이다. <여름, 19세의 초상>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나오키상 후보에도 올랐다는 이 작품, 시마다 소지식 청춘 미스터리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그림책을 든 채 매장 한 구석에서 굳어져버렸다. 감개에 사무쳐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건 다름 아닌 내 청춘, 그 자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골짜기집과 똑같은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그건 지금도 내 가슴을 뛰게 만들고, 갈 곳 없는 생각에 머리를 감싸 안게 만드는, 괴롭고 안타까운 추억이다.' - P. 11, 프롤로그 중에서 -



15년전, 주인공 '나'의 열아홉살 여름의 특별한 추억에 대한 회상이 시작된다. 작가는 그 순간을, '여름 햇살 순간의 반짝임과도 닮은 위태로운 청춘'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 특별한 추억은 '나'에게 아픔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사고로 온몸을 깁스하고 2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지게 된 주인공은 병원 창문너머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창문 너머의 공사현장과 빌딩들 사이에 끼인듯한 2층집 단독주택을 바라보는 일이 일과가 되어버린 '나'. 그런 나의 시선속에, 골짜기 집이라고 부르던 2층집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한 여성을 발견하게 된다.

 

순식간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나'는 친구에게 쌍안경을 빌려 그녀와 그녀가 사는 골짜기집을 넘?보게 된다. 집주인인 남편은 일흔은 넘어보이고, 엄마인듯한 여자는 쉰 살, 그리고 자신의 또래인 '그녀'가 사는 집. 쌍안경으로 자세히 바라본 그녀는 바로 자신의 이상형이었다. 그렇게 관심 깊게 그녀를 감시?하던 '나'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어느날 그녀가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고, 어머니마저 남편에게 맞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후 아버지의 모습뒤에 보이는 검은 그림자의 그녀, 그녀의 손엔 식칼로 보이는 것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다음날, 골짜기집 옆의 공사현장에 그녀가 타나난다. 공사장 바닥 흙을 열심히 파기 시작하는 그녀, 그리고 커다란 짐가방을 그곳에 뭍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나', 하지만 주인공이 상상하는 그 잔인한 장면보다 그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강렬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그녀의 이름이 '코이케 리츠코'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녀를 미행해서 그녀가 일하는 리서치 센터를 찾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이제 서서히 미스터리가 진행된다. '네가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위험하다. 주의하라.'라는 엽서를 받게 된 '나'. 이런 협박이 시작되지만 '나'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이미 사랑에 빠져있었다.

 

앙케이트 조사일을 하게되면서 리츠코와 처음 대화를 나누고, 첫 데이트를 하는 사이로 조금씩 진전이 된다. 하지만 그녀와 만남이 이어지면서, 만난 리츠코에 대한 그녀 어머니의 히스테릭과 그의 방에 까지 침입한 협박장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특별한 결말을 예고한다. 어머니를 피해 집을 나온 리츠코,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의 비밀을 말해버리는 '나', 계속되는 정체 불명의 협박과 야쿠자들의 구타! 리츠코를 둘러싼 수많은 의문이 점점 깊어져만 간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향해 이야기는 달려간다.

 

사실 이 작품 <여름, 19세의 초상>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분류하는것 자체가 조금은 무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들기도 한다. 미스터리라는 장르 대신 그냥 청춘 소설 정도라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마지막 반전과 리츠코를 둘러싼 사건과 협박들로 미스터리적 요소들을 갖추어 가지만... 오히려 그 마지막 반전?을 통해서 이 작품이 청춘 소설로 불려야 할 이유를 독자들이 알게 될 것이기 때문니다. 시마다 소지라는 네임밸류 때문에 이 작품을 굳이 미스터리 장르속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할 이유는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작가에 데한 기대치와도 연관이 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청춘'이란 이름속에 담겨진 수많은 고민과 성장이라는 이름속에서 겪어야할 아픔, 상처들이 작품속에 드러난다. 그리고 또 다른 우리 사회의 아픈 이면까지도... 위태로운 청춘, 불 같이 타올랐던 첫사랑의 추억, 아픔보다 더 진한 빛깔로 기억될 청춘의 시간을 시마다 소지는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약간 도입해 우리에게 선물한다. 기존 시마다 소지식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다소 실망스런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미스터리라는 이름을 살짝 버리고 소설이란 이름으로 청춘의 시간을 추억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아마도 또 다른 시마다 소지의 작품세계를 만나는 즐거움과 함께 할 수 있을 줄 믿는다.

 

독자들에게 자신이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기를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젊음이 가득했던 열정의 그 시간을 꼽을 것이다. 반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마 비슷한 대답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춘의 열정과 뭐든 가능할 것 같은 도전과 실패의 시간들, 하지만 그 이면엔 입시지옥을 앞둔 청춘의 힘겨운 시간, 혼돈과 방황으로 가득한 행복하지만은 않은 그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추억과 아픔이 공존하는 그 시간, 시마다 소지는 그 특별한 시간들을 간직한 독자들에게 그 시간을 추억하게 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미스터리의 탈을 쓴 이 청춘 소설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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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가득한 심장
알렉스 로비라 셀마.프란세스 미라예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비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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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입시를 앞두고 공부가 잘 안 될때면 운동장 먼 끝에 있는 등나무 계단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때는 참 별도 많았는데... 그 별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아마도 별들은 제 자리에서 빛나고 있겠지. 다만 현란한 도시의 불빛이 너무 강해서, 밤하늘 한번 올려다볼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공해로 찌든 이 도시의 하늘이 그 순수함을 가려버린 것이겠지.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전해주는 순수함, 어른들은 이 동화를 읽고 '어른이'가 된다. '어른이'는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잃어버린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잊고 있던 소중한 수많은 것들을 떠올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별이 가득한 심장>을 통해 다시금 그 순수한 열정과 소중한 사랑을 일깨운다.

 

슬롱스빌이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괴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얼마전부터 누군가에 의해 사람들의 옷이 찢기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범인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사각 별모양을 사람들의 옷에서 오려내기 시작한다. 우체국 직원을 시작으로 해서 은퇴한 회계사로 그 피해는 이어진다. 범인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설명에 의하면, 범인은 발까지 내려오는 낡아빠진 회색 외투를 입고 손에는 가위를 든 아홉살 짜리 소년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그 범인을 '가위소년'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 가위소년의 정체는 다름아닌 '미셸'이란 사내아이였다.

 

가위소년, 미셸의 이런 기이한 행동이 일어난 원인은 일주일전에 시작되었다. 슬롱스빌의 시립 고아원, 미셸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항상 행복이 넘쳐나는 아이였다. 그런 미셸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어릴때부터 단짝 친구인 소녀 '에리'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작스레 에리가 코마상태에 빠진다. 원인도 모르고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에리. 미셸은 정처없이 에리를 낳게 할 방법을 찾아 헤메지만 모두 소용없어 보인다. 그러던 소년에게 가난한 거지 할머니가 다가와 구걸을 하고, 미셸은 주머니속에서 1프랑을 건넨다.

 

에르미니아란 이 할머니는 미셸에게서 에리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사랑이 부족해서 심장이 아픈거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에리를 치료할 방법을 알려준다. 사랑 결핍을 낳게 할, 별이 가득한 심장을 짜기 위해서 슬롱스빌에서 열흘동안 서로 다른 사랑 아홉가지를 찾아, 그 사람들의 옷을 별 모양으로 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불어 열 번째 비밀의 별이 있어야 하는데... 이 마지막 비밀은 미셸 스스로 발견하게 될 거라고 덧붙인다. 그렇게 가위소년 미셸은 아홉가지 사랑을 찾아 이 작은 도시 슬롱스빌에서 머나먼 여행을 떠나게 된것이다.

 



 

 

'어린왕자'가 기나긴 여행을 통해 애타게 찾아 헤맨 소중한 것처럼, 미셸 또한 사랑하는 에리를 위해 우리 인생에서 필요한 아홉가지 소중한 사랑을 찾아 헤맨다. <별이 가득한 심장>이란 감미로운 제목처럼, 빨간 하트모양의 풍선을 손에 쥐고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의 모습이 담긴 감성적인 표지처럼,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황홀한 일러스트처럼, 이 작품은 사랑에 목마르고 인생의 소중한 열쇠를 찾는 수많은 이들에게 단비가 되어줄 '어른들을 위한 감성 동화'이다. 사랑의 비밀 열가지, 친절하게도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그 사랑의 별에 관한 명언들로 또 한번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저자인 알렉스 로비라 셀마의 딸아이와 네잎클로버를 들고 있는 곰 인형의 이야기, 그로 인해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감동이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아픔, 역경, 고통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자신이 지닌 최선의 것을 나누어 다른 이들에게 베풀줄 아는 그 수많은 이들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알렉스 로비라 셀마 자신이 받은 소중한 것들을 다시 되돌려 주는일, 부족하고 빈약한 가슴에 빛과 별을 가득 채우는 일,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수많은 독자들에게 그 특별한 일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불 속에 나무를 집어넣는 거야. 이렇게 해야만 불길을 계속 살릴 수 있으니까. 당연한 말 같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단다. 그래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연인들도 많은 거고.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면 이 말을 명심해라.' - P. 60 -

 

책속에는 정말이지 감동적인 말들이 너무나 많다. 열가지 사랑의 별, 그 중에서 위에서 말한 앙투안 아저씨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다.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불 속에 계속 나무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 누구나 알고 있지만, 무심결에, 혹은 귀찮아서 잊고 외면하고 있었던 소중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자세를 앙투안 아저씨는 분명히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나에게 사랑은 아내입니다' 라는 말을 또 잠시 잊고 있었다. 소중히 만들고, 간직하려 했던 사랑의 느낌표가 이 말속에 가득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사랑의 마지막 비밀인, 표현하는 사랑!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행동만 하고 말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행동하고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의 마지막 비밀이다. 심장 박동은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 P. 131 -

 

에르미니아 할머니는 우리에게 이런 말은 전해주었다. '인생에서 원하는 바가 있는 한 늘 희망은 있는 법이란다.' 희망은 우리에게 미래를 연결해주는 작은 끈이다. 사랑도 그렇고, 우리의 인생도 그 작은 끈 뒤에 매달려 있다. 사랑의 비밀을 찾아, 인생의 소중한 것을 찾아 떠난 한 소년의 뜨겁고 감동적인 여행을 통해 오늘을 살아갈 이유와 내일을 열어갈 희망을 배운다. 사랑! 오늘 당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이 말을 건네보자! 조금은 부드럽고, 조금더 열정적으로... 심장 박동은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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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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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는 기분이 착 가라앉는 놀이다. 특히 처음 접어보는 것일 때는 책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집중하다보면 머리가 텅 빈다.' - P. 106 -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아마도 <소란한 보통날>에서 화자인 '나', '고토코'가 말하는 '종이접기'와 닮아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기분이 착 가라 앉는, 처음 만나다보면 다소 지루하다거나 따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하지만 아마도 그것이 전부는 아닐것이다. 잔잔한 이야기들속에는 작가의 섬세한 감성들이 녹아 있고, 여성적이면서도 조금은 독특한 사랑의 방식들이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분함속에 개성 넘치는 그녀만의 색깔을 담아두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까.

 

6월말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태풍 메아리라는 녀석때문에 조금은 더 시끌벅적한 '비의 시간'이 시작된 셈이다. 지금도 창밖에는 빗방울들이 아직 끝나지 않은 비의 계절을 알리고 있다. 어둠이 가득한 정적속에 들리는 빗소리, 그 소리에 어울릴 에쿠니 가오리의 분홍빛 가족 이야기 <소란한 보통날>을 집어든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비오는 날은 왠지 쓸쓸하다'는 고토코의 말처럼 왠지 이 작품은 비오는 이런날 어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이든다.

 

미야자카 씨네 여섯 가족의 보통날이 에쿠니 가오리식 감성으로 그려진다. 평범한 회사원인 아빠와 계절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식탁을 꾸미고 '멋진'이라는 말을 너무 좋하하는 소녀감성의 엄마 유키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백조?인 열아홉살 '나' 고토코의 시선속에 평범한 이 가족들의 이야기는 그려진다. 작년에 결혼한 큰언니 소요, 직장을 다니는 작은 언니 시마코와 다소 여성적인 모습이 엿보이는 열다섯살 남동생 리쓰. 이렇게 여섯식구 사이에서 작고 사소하지만 소란한? 일들이 벌어진다.

 

'나는 감탄스러웠다. 남자 친구가 왼손잡이면 굉장히 편리하겠다 싶었다. 그런 감상을 말하자, 후카마치 나오토는 웃었다.' - P. 10 -

 

친구의 소개로 고토코는 열아홉의 마지막 사랑을 시작한다. '남자친구가 왼손잡이면 편리하겠다'고 말하는, 순수해 보이기만한 그녀가 만난지 얼마되지 않은 남자친구에게 육체관계를 갖자고 먼저 말을 꺼내는 당돌함에 우습기도, 낯설기도 하다. 고토코는 시마코 언니를 '묘하다'는 말로 표현한다. 월급날이면 가족 모두에게 어김없이 선물을 사오고, 사귀던 남자에게도 지극 정성을 다하는 시마코. 하지만 그녀의 선물은 조금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학창시절엔 따돌림의 대상이기도 했고 과거에는 남자 문제로 두번의 자살시도가 있기도 했던 시마코, 이번엔 어떤 소란한 일들을 만들어낼까?

 



 

어김없이 시마코에 의해서 소란은 시작된다. 가족들에게 소중한 손님을 초대했다는 시마코가 데려온 것은 다름아닌 여자였다. 독특한 성적 취향 때문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임신한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시마코. 이게 뭔 시츄에이션!!! 이 보통 가족에게 이런 몇가지 작은 소란들이 생겨난다. 작년에 결혼한 소요의 갑작스런 가출도 그렇고, 착하기만한 리쓰는 학교에서 정학을 맞기에 이른다. 아빠가 생일에 선물했던, 엄마가 그토록 원하던 햄스터 윌리엄은 엉뚱한 사고를 당하고...

 

<소란한 보통날>은 바로 '가족!'의 이야기이다. 무뚜뚝해 보이지만 자녀의 잘못된 결정에 걱정하고 고민하는 부모, 그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따스함을 간직한 딸. 크리스마스에 모여 앉아 만두를 빚고, 설날에는 축하주를 마시며 새해맞이 글쓰기를 연례행사로 하는 가족다운 가족. 어떤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 나무라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평범하지만 이 가족의 딸들은 여전히 위태롭게 흔들린다. 평범한 사랑을 찾지 못하는 시마코도,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린 소요도. 이제 스무살 새로운 '인생'과 사랑을 준비하는 고토코도 말이다.

 

'때로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 그동안에 생기는 일과 생기지 않는 일에 대해, 갈 장소와 가지 않을 장소에 대해 그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 대해. ... 내게 인생은 비스코에 그려진 오동통한 남재애의 발그레한 얼굴처럼 미지의 세계이며 친근한 것이었다. 내 인생. 아빠 것도 엄마 것도 언니들 것도 아닌 나만의 인생.' - P. 189 -

 

하지만 이들 가족 그 누구도 질책하고 힐난하지 않는다. 언제나 내 몸을 쉬고, 돌아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족들의 곁인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고, 따스한 시선을 던진다. 그들이 벌이는 소란은 소란이 아니라 단순히 작은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가족의 이야기 속에는 불륜도, 알고보니 아버지네 남매네? 하는 출생의 비밀도, 그 어떤 폭력도 담겨져 있지 않다.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간혹 평범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손끝의 떨림으로 더욱 긴장감 넘치고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가족이란 복잡기괴한 숲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란한 보통날>은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고토코의 시선속에 그려진 그들 가족의 일상과 과거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을 뒤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아쉬움속에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고만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청춘들에게 인생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은 어떤 색깔인지... <소란한 보통날>속 이 가족들의 작지만 소란한? 일상 속에서 유쾌하고 행복넘치는 진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분홍빛 가족이야기는 이 비(雨)의 계절에 쓸쓸, 아니 유쾌한 빗소리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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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아래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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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루 가쿠! 소년 범죄, 심신상실자 범죄 등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인 물음을 던졌던 작가 야쿠마루 가쿠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우리 사회에 놓여진 문제들에 대해 그의 시선이 머물렀을까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어둠아래>라는 제목이 가진 의미는 무엇이고, 표지속에 서있는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천사의 나이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기도 한 야무라무 가쿠는 앞으로도 이런 사회문제를 다룬 미스터리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그런 바램처럼 이번 작품 또한 그만의 색깔로 물들길 기대해본다.

 

'아동 성범죄 사건'이 바로 작가가 제기한 이 시대의 이슈이자 그가 던지는 물음표이다. 나영이를 기억하는가? 9살 소녀의 인생과 꿈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조두순 사건과 그 피해자 나영이.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그 참혹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생생하고, 우리 주변에서는 아직도 이와 같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길태라는 이름도 기억할 것이다.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 유기한 파렴치하고 잔혹한 인간의 모습이 바로 그 이름속에 있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런 사건들에 대한 관심은 피의자 신상공개와 관련 법률의 개정 등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도 쳇바퀴돌듯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하다.

 

최근에는 성폭력 범죄자 신상정보공개 및 고지명령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놓고, 범죄자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으로 소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범죄자의 인권 또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앞서 그런 폭력에 노출된 수많은 잠재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 또한 중요하다.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까지 거론되는 일련의 사건과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임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범죄자의 인권이냐, 다른 수많은 잠재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대답을 내어놓기 이전에, 이 작품 <어둠아래>를 먼저 만나보기를 권한다.

 

나이토 노부오라는 사내를 찾아온 '남자', 남자가 나이토를 살해하는 잔인한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잘못으로 소중한 여동생 에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사는 히다카 경찰서의 '나가세 카즈키' 형사는 마키모토 카나라는 어린 소녀의 죽음을 쫓고 있다. 그리고 또 한명 사이타마 현경 수사과의 '무라카미 코헤이'는 나이토를 비롯해 연쇄적으로 발생한 성폭력 전과자 대상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어둠아래>는 형사 나가세와 무라카미 그리고 그 '남자'의 시선을 교차하며 아동 성범죄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남자는 눈을 감았다. 사야, 미칠 만큼 널 사랑해. 어떤 짓을 해서든, 너를 더럽히려는 모든 위협으로부터 꼭 지켜낼께.' - P. 12 -

 

'남자'에게는 아내와 사랑하는 어린 딸 사야가 있다. '남자'는 자신의 딸을 이 폭력이 난무하는 어두운 사회에서 지켜내기 위해 성범죄 전과자의 살해를 통해 다른 범죄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려고 한다. '무라카미'에게도 어린 딸 히나코가 있다. 천사의 미소를 가진, 자신의 삶 모든것을 바꾸어버린 히나코. 하지만 성범죄 전과자들의 연쇄 살인을 막아야 하는 것 또한 경찰인 자신이 가진 의무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나가세'는 결혼을 했지만 동생 에미의 죽음에 대한 자책으로 아직까지 아이가 없다. 피해자 가족으로서 아동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고 새롭게 호흡하는 형사로서의 모습이 그에게 엿보인다.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은 계속이어지고 성범죄 전과자들을 처단하는 연쇄살인사건 또한 거듭된다. '남자'는 경찰과 언론에 나이토의 살해 DVD와 자신을 과거 파리의 사형집행인 가문인 '상송'의 이름을 달고 사법에 대신해 죄 지은 자들을 처단한다고, 아이들이 희생되는 범죄를 제지하기 위해서 살인의 계속하겠다는 범행성명문을 보낸다. 사형집행인 상송! 범죄자들의 목을 자르고, 복부에 상송이란 이름의 이니셜인 'S'자를 새겨넣는 연쇄살인범, 그 '남자'에 맞서는 무라카미와 나가세의 대결이 펼쳐진다.

 

'남자'의 수첩에 쓰여 있는 나이토와 키무라의 죽음, 하지만 이토라는 성범죄 전과자가 '남자'를 찾아오게 되고, 소녀 성범죄 사건을 맡고 있던 나가세가 전과자 연쇄살인사건을 담당한 무라카미와 콤비를 이루게 되면서 사건은 조금씩 그 실체를 내보이게 된다. 그 '남자'는 어떻게 성범죄 전과자들에게 그토록 쉽게 접근 할 수 있었을까? 나가세가 가진 끔찍한 과거의 상처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사형집행인 '상송'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고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서서히 그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다.

 

경찰의 체면을 위해 상송을 잡으려는 경찰, 어린 소녀들을 죽인 범인에 대해 분노와 증오를 통해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 그리고 사형집행인이란 명분을 걸고 언론과 사회에 살인을 예고하고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을 가진 살인범! 이 흥분되고 흥미로운 구성만으로도 독자들은 야쿠마루 가쿠가 추구하는 미스터리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된다. 작품의 중반 이후 '범인이 누구겠구나' 나름대로 추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준비해놓은 트릭에 독자들은 모두 뒤통수를 한방 얻어맞고 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범죄자의 인권인가, (잠재)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이제 나름의 대답을 풀어 놓을 시점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가세는 범죄자를 쫓는 경찰이란 신분과 성범죄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두가지 입장에 서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 안에도 상송이 있습니다.' 그 말의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딸 아이를 둔 아빠로써 수많은 공감과 고민들로 이 미스터리를 만나게 된다. 우리가 준비하고 대처해야할 문제는 무엇이고... 나라면 어떨까? 하는...

 

'내가 있는 이 세상을 내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걸까?' 무라카의 고민과 의문이 있다. 나가세의 아내 하루카는 남편에게 '남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 경찰이 되었으면 해' 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정말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시미즈의 이 물음이 더욱 커다란 목소리로 귓가를 울린다. 내 안 어느 한곳에도 상송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각각 캐릭터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트릭과 반전을 통해 미스터리의 묘미와 즐거움을,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정면으로 물음을 던지는 야쿠마루 가쿠의 특별한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들고 만다. 자극적인 소재, 하지만 지극히 내면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쓰여진 그만의 특별한 색깔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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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의 요리책
카를로스 발마세다 지음, 김수진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이 두 명을 살해해 인육과 피까지 먹은 '현대판 뱀파이어'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지난 28일 외신 보도에선 이런 경악할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뱀파이어라는 표현으로 조금은 순화된듯도 느껴지지만, 사실 살해하고 인육을 먹었다는 외트케라는 이 독일인의 이야기는 정말 소름을 돋게 할 만큼 아찔하기까지 하다.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피를 마셨고, 목부터 살점을 씹었다는 그의 자백을 듣고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어보인다. 아르헨티나에서 날아온 한권의 책을 앞에 두고 이 낯설지 않은 이야기에 조금은 더 귀를 쫑끗 거리게된다.

 

'세사르 롬브로소가 처음으로 인육의 맛, 그러니까 제 어머니의 살코기 맛을 본것은 태어난 지 7개월 정도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 P. 11 -

 

자기 어머니의 젖꼭지를 깨물어 통째로 뜯어낸 갓난아기, 심장마비로 숨진 어머니, 씹고 삼키고 또 씹어 배가 든든해진 아이는 잠이 들고, 하수구에서 올라온 쥐들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어머니의 시신을 가지고 만찬을 즐긴다. 백골로 남아버린 어머니의 시신, 배고픈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지쳐 또 잠이 든다. <식인종의 요리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세사르 옴브로소의 갓난 시절로 이야기는 말문을 연다. 너무 충격적인 묘사가 뱃속을 꼬이고 뒤틀리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가 식인종?....

 

<식인종의 요리책>은 아르헨티나의 레스토랑 '부에노스 아이레스 알마센'에 전해지는 '남부 해안지역 요리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 레스토랑 알마센과 롬브로소 가문의 100여년에 걸친 운명과도 같은 비극적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갓난 아기인 세사르의 충격적인 어린시절을 뒤로 하고, 지중해에서 이주한 루치아노, 루도비코 카글리오스트 형제가 지은 레스토랑 알마센 건물과 그들이 그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궁금의 맛을 담은 요리책과 관련한 가문의 역사가 1900년대 초부터 전해진다.

 

그리고 책의 전반을 장식했던 '알마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의문사 사건', 일명 '롬브로소 사건'과 그 사건을 담당했던 프랑코 루사르디 순경의 이야기가 꺼내어진다.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사르는 이 알마센을 유산으로 상속받게 되고 드디어 궁극의 맛을 창조해내는 롬브로소 가문의 요리책 '남부 해안지역 요리책'을 발견한다. 이 책의 첫장을 열자마자 세사르는 연금술과도 같은 이 경이로운 책에 매료되고 만다. 최고의 요리를 위해, 최고의 맛을 위한 재료와 도구, 크기와 무게까지 상세하게 기록된 이 요리책은 이제 세사르를 쾌락의 나락?으로 빠뜨리고 만다.

 



 

의도적이진 않더라도 세사르의 맛에 대한, 쾌락을 향한 질주는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 보인다. 우연한 사건들을 통해서 이 궁극의 맛을 간직한 요리책이 사용되고, 알마센만의 만찬!은 이어진다. 계속되는 행방불명 사건들을 추적하던 프랑코 루사르디 경관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름, 세사르 롬브로소. 하지만 루사르디 경관 마저도 알마센의 만찬을 위한 요리가 되어버린다. 종이모이자 연인이었던 베티나 역시 신인종들의 향연에 몸을 내어 놓게된다. 그리고 마침내 최고의 맛, 최고 요리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아기는 먹이를 쟁취한 거미처럼 차가운 쾌감을 느끼며 입안에 놓인 자그맣고 물컹물컹한 고깃덩어리를 잘근잘근 씹어 그 맛을 음미했다.' - P. 12 -

 

이 작품에 쓰인 '식인풍습'이라는 소재는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것을 노린 작가의 의도일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는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옮긴이의 말을 통해 그런 의도가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지만... 어찌 되었건 이런 식인풍습, 식인주의 속에 담긴 의미는 요리를 만들어가면서 드러나는 인간의 '폭력성'과 자신을 위해 타인을 짖밟는 인류의 역사, 혹은 '습성'을 드러내는 소재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아르헨티나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어서 스페인에 식민화되고, 내란과 숱한 아픔을 겪은 그들의 역사를 요리를 통해 투영하고 있다고 한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음식!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속에 잠재하고 있는 폭력과 잔혹성들이 지금의 아르헨티나, 혹은 우리 사회 현대인들의 모습속에 비추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피흘리게 만들고 또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내몰아 창조해낸 승리, 혹은 발전 자체가 바로 식인종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식인종의 요리책>은 단순히 세사르와 그의 가문을 둘러싼 요리책과 역사를 담은 이야기로 비추어도 좋겠고, 그 속에 담긴 깊이있는 의미들을 음미해도 좋을 작품이다.

 

<식인종의 요리책>을 펼치면, 우선 침이 꿀~떡 넘어간다. 잔인하면서도 너무나도 섬세한 묘사가 압권이기 때문이 그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자하니 어느새 급속한 배고픔이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름끼치도록 맛있고, 재밌고, 특별한 알마센의 만찬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탐욕과 쾌락이 지배하는 사회, 그 사회를 걷는 모든 이들에게 잠시 그 탐욕을 멈출 이 작은 요리책을 선물하고 싶다. 식인종과 다르지 않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줄 작은 거울과도 같은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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