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19세의 초상
시마다 소지 지음, 이하윤 옮김 / 해문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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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격 미스터리의 창시자'라 불리는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시마다 소지'이다. '점성술 살인사건'이나 '이방의 기사' 등으로 수없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마다 소지는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만나고 싶고,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가이다. 하지만 아직 그의 이런 대표작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는 모순에 봉착하는 괴로움이 마음 한구석을 옭죄어온다. 그와 처음 만난 작품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라는 작품이었다. 국내 독자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들추어내어 관심을 갖게 만들기도 했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데...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신본격 장르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가 사회파 미스터리와 접목을 시도했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작가로서의 양심과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해주어야할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시마다 소지식 미스터리! 독자들은 아마도 이런 매력때문에 그의 이름만으로도 설레임을 갖게되는 듯하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다시 시작된다. 이번에 그가 가지고 돌아온 작품은 청춘 미스터리라는 장르이다. <여름, 19세의 초상>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나오키상 후보에도 올랐다는 이 작품, 시마다 소지식 청춘 미스터리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그림책을 든 채 매장 한 구석에서 굳어져버렸다. 감개에 사무쳐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건 다름 아닌 내 청춘, 그 자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골짜기집과 똑같은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그건 지금도 내 가슴을 뛰게 만들고, 갈 곳 없는 생각에 머리를 감싸 안게 만드는, 괴롭고 안타까운 추억이다.' - P. 11, 프롤로그 중에서 -



15년전, 주인공 '나'의 열아홉살 여름의 특별한 추억에 대한 회상이 시작된다. 작가는 그 순간을, '여름 햇살 순간의 반짝임과도 닮은 위태로운 청춘'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 특별한 추억은 '나'에게 아픔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사고로 온몸을 깁스하고 2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지게 된 주인공은 병원 창문너머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창문 너머의 공사현장과 빌딩들 사이에 끼인듯한 2층집 단독주택을 바라보는 일이 일과가 되어버린 '나'. 그런 나의 시선속에, 골짜기 집이라고 부르던 2층집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한 여성을 발견하게 된다.

 

순식간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나'는 친구에게 쌍안경을 빌려 그녀와 그녀가 사는 골짜기집을 넘?보게 된다. 집주인인 남편은 일흔은 넘어보이고, 엄마인듯한 여자는 쉰 살, 그리고 자신의 또래인 '그녀'가 사는 집. 쌍안경으로 자세히 바라본 그녀는 바로 자신의 이상형이었다. 그렇게 관심 깊게 그녀를 감시?하던 '나'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어느날 그녀가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고, 어머니마저 남편에게 맞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후 아버지의 모습뒤에 보이는 검은 그림자의 그녀, 그녀의 손엔 식칼로 보이는 것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다음날, 골짜기집 옆의 공사현장에 그녀가 타나난다. 공사장 바닥 흙을 열심히 파기 시작하는 그녀, 그리고 커다란 짐가방을 그곳에 뭍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나', 하지만 주인공이 상상하는 그 잔인한 장면보다 그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강렬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그녀의 이름이 '코이케 리츠코'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녀를 미행해서 그녀가 일하는 리서치 센터를 찾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이제 서서히 미스터리가 진행된다. '네가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위험하다. 주의하라.'라는 엽서를 받게 된 '나'. 이런 협박이 시작되지만 '나'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이미 사랑에 빠져있었다.

 

앙케이트 조사일을 하게되면서 리츠코와 처음 대화를 나누고, 첫 데이트를 하는 사이로 조금씩 진전이 된다. 하지만 그녀와 만남이 이어지면서, 만난 리츠코에 대한 그녀 어머니의 히스테릭과 그의 방에 까지 침입한 협박장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특별한 결말을 예고한다. 어머니를 피해 집을 나온 리츠코,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의 비밀을 말해버리는 '나', 계속되는 정체 불명의 협박과 야쿠자들의 구타! 리츠코를 둘러싼 수많은 의문이 점점 깊어져만 간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향해 이야기는 달려간다.

 

사실 이 작품 <여름, 19세의 초상>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분류하는것 자체가 조금은 무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들기도 한다. 미스터리라는 장르 대신 그냥 청춘 소설 정도라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마지막 반전과 리츠코를 둘러싼 사건과 협박들로 미스터리적 요소들을 갖추어 가지만... 오히려 그 마지막 반전?을 통해서 이 작품이 청춘 소설로 불려야 할 이유를 독자들이 알게 될 것이기 때문니다. 시마다 소지라는 네임밸류 때문에 이 작품을 굳이 미스터리 장르속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할 이유는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작가에 데한 기대치와도 연관이 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청춘'이란 이름속에 담겨진 수많은 고민과 성장이라는 이름속에서 겪어야할 아픔, 상처들이 작품속에 드러난다. 그리고 또 다른 우리 사회의 아픈 이면까지도... 위태로운 청춘, 불 같이 타올랐던 첫사랑의 추억, 아픔보다 더 진한 빛깔로 기억될 청춘의 시간을 시마다 소지는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약간 도입해 우리에게 선물한다. 기존 시마다 소지식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다소 실망스런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미스터리라는 이름을 살짝 버리고 소설이란 이름으로 청춘의 시간을 추억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아마도 또 다른 시마다 소지의 작품세계를 만나는 즐거움과 함께 할 수 있을 줄 믿는다.

 

독자들에게 자신이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기를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젊음이 가득했던 열정의 그 시간을 꼽을 것이다. 반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마 비슷한 대답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춘의 열정과 뭐든 가능할 것 같은 도전과 실패의 시간들, 하지만 그 이면엔 입시지옥을 앞둔 청춘의 힘겨운 시간, 혼돈과 방황으로 가득한 행복하지만은 않은 그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추억과 아픔이 공존하는 그 시간, 시마다 소지는 그 특별한 시간들을 간직한 독자들에게 그 시간을 추억하게 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미스터리의 탈을 쓴 이 청춘 소설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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