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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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파리~, 천둥벌거숭이!' 우습게 들리기도 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기도 하지만 무슨 뜻인지 낯설기만한 이 말들이 지칭하는 대상이 있다. 그건 바로 '잠자리'이다. 영어로 말하면, 드래곤플라이(Dragon fly)라고 하는데, 이 말은 과거 잠자리가 용과 닮았다고 생각했던데 기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드래곤플라이는 용이 날다, 혹은 'fly'가 '파리(파리는 큰범위의 곤충류를 일컫기도 함)'라는 뜻도 있으니, '용파리' 라는 말도 가능할 것 같다. 


'천둥벌거숭이'라는 순수한 우리말도 잠자리를 뜻한다. '두려움을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사람'을 뜻하는 천둥벌거숭이에서 '벌거숭이'는 '발가벗다'라는 의미가 아닌 '붉다'의 의미라고 한다. 천둥벌거숭이는 그래서 천둥이치는 날씨에 돌아다니는 붉은 잠자리를 뜻한다고 한다. 잠자리, 드래곤플라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았다. 오랫만에 만나는 임팩트 확실한 작가 가와이 간지의 소설의 제목이 바로 <드래곤플라이>이기에... '데드맨' 이후 3년여만에 만나는듯하다. 가부라기 데쓰오 경위 역시 그렇다. 오랫만이다!


'가부라기 특수반' 두번째 결성을 축하하며, 건배!  

서설이 너무나 길었던것 같다. 오랫만에 가부라기 경위를 만나 반가움이 커서 그랬을까? 어디서 만났던 듯한 익숙한 제목에, 수식을 조금 더 많이 붙이고 싶어서 였을까? 어쨋든 모든 것이 잠자리에서 시작한다. 이야기속으로 조금 들어가보자. '데드맨'이후 두 번째 가부라기 특수반이 뭉쳤다.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말그대로 미궁이다. 잠자리의 낙원으로 불리는 히류무라에서 시작하는 이즈미, 유스케, 겐의 유년과 프롤로그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인다. 현재는 27살이 된, 앞을 보지 못하는 이즈미와 30살 유스케, 겐의 히류무라에서의 어린시절 잠자리와의 추억!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좋았을 것이다. 셋이 함께 어른이 되어 사이좋게 나이를 먹어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강변에서 까맣게 불태워진 시신이 발견된다. 시신은 목에서 아랫배까지 일직선으로 갈라져 내장이 완전히 없어진채 흉측하게 발견된다. 바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가부라기 특수반이 다시금 나선다. 가부라기, 마사키, 사와다와 히메노가 오랫만에 사총사가 다시금 뭉쳤다. 타버려서 신원을 알수 없었던 시신은 목에 걸려있던 독특한 목걸이를 통해 유스케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과거 20년전 앞을 볼수 없는 이즈미의 부모가 죽음을 당한 강도살인사건과의 연관성에 가부라기는 관심을 갖게 된다. 그 무렵 히류무라의 댐건설과 이즈미와 친구들이 보았다는 1미터가 넘는 거대한 잠자리, 이즈미가 말하는 도.깨.비의 정체! 이런 다양한 미스터리에 가부라기 특수반은 서서히 진실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전작 '데드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감(두꺼운 페이지?)을 던져주는 <드래곤플라이>는 어쩌면 단순한 사건에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거의 주를 이루는 가부라기 경위의 시점에서, 혹은 이즈미, 유스케와 겐, 그리고 전지적 시점, 또 누군가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런 다양한 시점은 하나의 사건속에서 또 다른 일들과의 연관성을, 인물들과의 접점을 드러내며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간다. 가부라기 경위의 통찰과 사와다의 분석력, 그리고 마사키와 히메노의 현장을 가로지르는 발걸음이 합쳐져 가부라기 특수반의 특별함을 돋보이게 만들어낸다.


'데드맨'으로 정말 신인답지 않은 완벽한 즐거움을 전해줬던 가와이간지는 다시금 전작을 넘어서는 작품을 창조해냈다. <드래곤플라이>는 아쉽게도(?) 가와이 간지와 '데드맨'을 넘어섰다.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용의자X의 헌신'이, 미치오 슈스케에게 '해바라기 피지 않는 여름'이, 미나토 가나에에게는 '고백'이 있었지만 그 어떤 작품도 그 작품들을 뛰어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가와이 간지는 바로 그의 대표작 '데드맨'을 뛰어넘어버린것 같다. 바로 <드래곤플라이>, 아쉽게도(?) 가부라기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만에 말이다.


' "진실.....이라고요?" ... "이 세상에 진실 같은 건 없습니다." ... "진실 같은 건 없다. ......." ... "진실이 하나라면 수사만으로도 되겠죠. 재판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이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그 가운데 더 그럴듯한 진실을 선택하기 위해 재판을 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 - P. 290, 291 중에서 -
가독성 만큼은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전작 '데드맨' 역시 빼놓울 수 없이 쉽게 읽어내려간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5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스케일을 자랑하는데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힘이 느껴진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던 '데드맨'의 약간은 촘촘하지만은 않은 구성의 아쉬움을 사라지게 만드는 섬세함이 이 작품속에는 살아있다. 중간에 다다를때쯤 범인이 누구일까를 고민하다가, 중반 이후 범인의 윤곽이 다다르면 이제는 왜? 로 이어지는 범행의 이유에 골돌하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은 내려놓을 수 없는 재미를 선물해준다.


왜? 제목이 '드래곤플라이'일까? 생각해본다. 물론 잠자리의 낙원이 그 배경이라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앞서도 언급했던 '드래곤플라이'의 어원이 여러모로 떠오른다. 과거 용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잠자리처럼, 혼란스런 이 사회의 빛과 어둠의 혼돈이 그 하나의 이유일수 있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두려움을 모르고 날뛰던 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또 하나의 이유일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간만에 찾은 대표작을 뛰어넘은 또 하나의 대표작! <드래곤플라이> 이 겨울! 즐거움의 끝을 향해 이 작품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가와이간지! 또 한 명의 잊을 수 없는 작가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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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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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만났다.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을 영화로 먼저 만났다.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수 없고, 그들의 달달한 사랑 얘기에, 첫사랑을 지키기위한 분주함에 흠뻑 빠져 마지막까지 웃다가 울다가 행복한 미소로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랑, 사랑은 역시 그런 것이었어!' 하는 작은 감동이 가슴에 한참동안 울림을 전해주었다. 만남, 사랑, 첫사랑... 차가운 겨울, 싸늘한 가슴을 두드릴 사랑 이야기가 왠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이야기를 만난다.


'어느 작은 밤의 음악'! 읽기도 발음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에 담겨진 의미가 바로 '어느 작은 밤의 음악'이다. 차가운 겨울을 따스하게 녹여줄 작은 사랑이야기가 들려온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 조용히 나즈막히 들려오는 작은 음악소리처럼, 사르르 스며들듯 스치듯 흩뿌리는 사랑이야기가... 결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가 조심스레 그,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 결국 만남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 "그때는 뭔지 몰라서 그냥 바람 소리인가 생각했지만, 나중에 깨닫게 되는 거. 아~ 그러고 보니 그게 계기였구나 하고. 이거다. 이게 만남이다, 딱 그 순간에 느끼는 게 아니라, 나중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거." "작은 밤의 음악처럼?"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뮤지크>?" ' - P. 35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여섯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첫번째 단편이 '아이네 클라이네'를 시작으로 마지막 '나흐트무지크'로 마무리되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아내가 도망간 선배 직원의 실수로 스물일곱살 후배직원이 예기치않은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거기서 우연히 만난 명품가방을 들고 샴푸를 살 예정이었던 그녀와의 작은 인연을 잔잔하게 풀어놓는 이야기가 '아이네 클라이네'이다. '라이트헤비'는 미용실 단골 여성의 소개로 그녀의 동생과 만나게된 미용사 미타코의 사랑을 그려낸다.


5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운전면허 갱신 날 만나는 그녀와 통장에 남겨진 기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그리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특별한 인연을 그려내기도 한다. 사랑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도 하나 있다.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얄미운 여자를, 많은 시간이 흐른뒤 회사 프로젝트로 인해 갑의 위치에서 다시 만나게 된 상황을 그리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나흐트무지크'에서는 두번째 단편이었던 '라이트헤비'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미나코와 마나부가 중심이되서 나머지 이야기를 아우르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가 특별한 이유가 몇가지 있다. 사랑이야기이지만 전혀 자극적이지도 않고 사건을 주도하는 악인도 혹은 특별하다고 말할만한 억지스런 설정들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일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사랑에 필수요소인 막장 요소들을 어느 하나도 찾아볼 수 없으면서도 잔잔하게 가슴 떨림과 설레임을 선물한다. 작가가 말하는 '결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써내려가는 작가의 능력을 만끽할 수 있다.


두번째 특별함은 단편소설집이라는 것에 있다. 연작소설집이라는 말이 맞을 것도 같다. 이 작품의 처음 시작이된 첫 두단편 '아이네 클라이네'와 '라이트헤비'를 시작으로 해를 거듭하며 다음 단편들이 만들어지고 마지막 단편인 '나흐트무지크'를 통해 다른 나머지 단편들을 연결하고 흩어진 이야기를 아우른다. 각각의 단편들이 탄생한 시기와 배경들이 다르지만 결국 마지막 단편으로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특별함이 담겨지는 것이다.


이사카 고타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함은 바로 이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골든 슬럼버', '사신치바' 등 발표하는 작품들마다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많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그가 내어놓은 연애소설! 스릴러와 미스터리, 거기에다 엉뚱한 상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던 이사카 고타로가 연애소설이라니? 설렘과 상큼함 가득한 달달한 사랑이야기라니? 이사카 고타로가? 그 놀라움 자체가 바로 이 작품에대한 특별함으로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얼마전 만났던 기분좋은 작품, 모리사와 아키오의 '반짝반짝 안경'속에는 이런 말들을 들어있었다.


" '우연(偶然)'의 '偶'에서 사람인 변을 떼면 '만난다' 는 의미가 되고, 거기에 '然'을 붙이면 '우연'이라는 말이 된다. 즉 '우연'이라는 단어 안에는 '마땅히 만날 사람과 만난다'라는 '우연'과 정반대의 의미도 들어 있다. 말하자면 '우연'이란 곧 '필연'인 것이다. "


우연으로 시작하지만 필연처럼 다가오는 사랑의 모습이 이 말속에 그려진다. 우연처럼 마주한 그와 그녀들의 이야기에 우리의 가슴은 콩닥콩닥 셀렘으로 가득하다. 이사카 고타로라는 이름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달달하게 녹여버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사랑에 대한 작은 고민들을 눈 녹듯 사라지게하고, 잊고 있던 첫사랑의 속삭임을 떠올리게 만드는 특별한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어진다. '만남'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 이사카 고타로의 또 다른 얼굴을 본듯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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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치하야 아카네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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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색깔을 말하라면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색을 말할까? 사랑의 대표색? 개인적으로는 '핑크'색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위 우리가 사랑의 하트를 그릴때 대표되는 색이 바로 핑크색이기도 하고, 핑크는 어쩌면 순수한 사랑의 대표격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의 다양성은 색깔마저 다양하게 만들고만다. 순수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색이 핑크라면, 연인들의 진~한 사랑은 빨강, 우정과 같은 사랑은 파랑, 가족간의 사랑은 노랑, ... 뭐 이런 정도로 말이다. 물론 이것조차 기가막힌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


작고 예쁜 느낌을 담은 책 <흔적>을 앞에 두고 사랑의 색깔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잠깐 갖아보았다. 왜냐하면 이 책속에 등장하는 여섯명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그 사랑의 다양한 색깔들과 닮아있지 않았나 싶어서이다. 그 어떤 사랑의 이름도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소위 첫사랑의 '핑크'는 아닌걸로... ㅋㅋ 여섯가지 사랑의 속삭임이 담긴 에피소드들은 어쩌면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흔적>의 흔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의 불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어떤 형태를 만드는 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도 없었다. ... 눈을 감으면 사라지지 않는 멍이 보인다. 어둠 속, 멍은 맥박을 치고 불꽃처럼 흔들린다. 그것은 바래는 일이 없다. 오히려 원하면 원할수록 선명해졌다.' - P. 37, 38. <불꽃>中에서 


첫번째 에피소드 '불꽃'은 결혼을 앞둔 여자의 불륜, 작은 바람을 소재로 한다. 어쩌면 결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대표하는듯 흔들리는 불꽃같은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두번째 '손자국'은 첫번째 에피소드속에 등장하는 불륜남 남자와 같은 직장속 남자가 주인공이다. 아이에게 아내를 빼앗긴 남편, 가정에서 소외된 남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담아낸다. '반지'에서는 또 다시 바람이다. 두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의 아내의 의미심장한 불륜이 또 다시 그들을 위태롭게 한다. 에휴~~~





네번째 에피소드 '화상'에서는 예쁜 외모를 가진 혼혈 소녀가 주인공이다. 앞선 세개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얽혀있는것 같이, 이번 주인공 역시 그렇다.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남자와 동거하던 소녀가 등장한다. 사랑에 굶주린 소녀의 어긋난 사랑이 그려진다. 다섯번째 주인공은 '화상'의 소녀와 함께 사는 소년의 시점에서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그 소녀와 연결된 또 다른 여자가 주인공이다. 거짓말이 일상이된 여자가 가진 사랑의 흔적은 무엇일까? 누군가에서 또 누군가로, 서로 서로 연결되는 그, 그녀들의 사랑 이야기가 왠지모를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괜찮아. 설령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해도, 물고기도 사람도 분명 사랑을 할 테니까. 사랑하는 상대와 일 분 일 초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고 바랄 거야. 그건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서 당연한 생각이니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해도...... 이제 당신 마음에 솔직하게 살아. 당신이 음악으로 나에게 알려 준 거잖아.' - P. 212.  <음악>中에서 


사랑에 굶주리고, 사랑에 아파하고, 쉽게 사랑할 수 없는 그들의 위태로운 사랑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라했던가? 사실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아직 나의 사랑은 그들의 것처럼 흔들리지 않기에... ^^ 하지만 그들의 흔들리고 위태로운 사랑에 대한 섬세한 표현만큼은 '치하야 아카네'라는 조금은 낯선 이름의 작가가 가진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만났던 순수하고 달달한 사랑이야기 '반짝반짝 안경'의 여운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충분히 자극적이면서도 왠지 '사랑'이란 이름에 감동할 수 없었던 <흔적>, 반면 어떤 혼돈과 상처, 사랑이라는 이름의 칼날 없이도 왠지모를 감정의 동요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반짝반짝 안경'! 이런 차이점이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조금은 자극적으로 이 시대의 사랑을 그려낸 <흔적>을 좋아할 독자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사랑을 즐겨만나고 싶은 이들도 존재하리라 믿는다.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사랑의 색깔 만큼이나 또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또 다른 색깔을 내고 있는 것이다. 어쨋든 이렇게 추운 계절엔 사랑이 이야기가 제격임에 틀림없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다가오든지 사랑의 흔적을 가득담은, 그런 사랑이 가득한 책들로 얼마남지 않은 2016년의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아직도 주말의 촛불이 사그러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촛불의 그 모습 그대로 우리 사회, 우리 마음도 그 따스함으로 존해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사랑 가득한 2016년의 마지막 시간들을 조심스레 꿈꿔본다. 그렇게 메리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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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안경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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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운명, 사랑, 그리고 감동... <반짝 반짝 안경>을 내려놓으며 수많은 감정들이 가슴속을 회오리친다. 갑자기 차가워진 요즘 날씨, 한껏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은 기지개를 펼수 있을 따스함을 선물 받았달까? 왠지 모를 미소가 입가에 흐르고, 느릿했던 심장의 박동이 활력을 더해가는 그런 감동이 책 향기속에 묻어난다. 아케미, 아카네, 유지 그리고 야요이!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결국은 사각관계 였던가? 어쨌든 우리가 소위 드라마 속에서 담겨지는 피비릿내나는 사랑 쟁탈전이 아닌 가슴 따스한 감동의 러브 스토리가 오랫만에 순수한 감동을 일깨운다.


이제 그 감동의 첫 페이지를 열어 본다. 사실 책을 열자마자 사랑 이야기와는 맞지 않을 듯한 스릴러(?)의 향기가 흘러나왔다. 깊은 밤 삽을 들고 구덩이를 파헤치는 한 남자! ^^ 사실은 책의 표지를 장식한 고양이(아마도) 페로를 묻어주려는 아케미의 모습이다. 오랜시간 함께해 온 페로의 죽음으로 외톨이가 된듯 쓸쓸해하는 아케미,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페로와의 이별에 아파하던 아케미는 고서점에서 우연히 '죽음을 빛나게 하는 삶'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서 한탄스럽다면 스스로 인생을 사랑할 수 있도록 사는 수밖에 없다. 달리 뭘 할 수 있겠나?'   


책속에 빨간 펜으로 밑줄이 그어진 이 문장, 그리고 그 문장이 있는 페이지에 들어있는 '오타키 아카네'라는 명함 한 장!이 아케미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판지 가공회사 입사 3년차,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아케미는 명함에 있는 메일로 아카네에게 연락을 하게된다. 그리고 만나게된 아카네는 아케미보다 5살이 많다. 아케미는 첫눈에 아카네에게 호감을 갖게 되지만,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게된다. 아카네의 남자친구 유지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중이다. 한편 같은 회사 선배이자 1살 연상인 야요이는 반대로 순수한 청년 아케미를 좋아하지만 아케미의 마음을 아카네를 향한다.


'"성격을 일부러 바꿨나요?" ... "반짝 반짝 안경" ... "끼기로 했어. 딱 1년 전부터" ...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걸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 주는 안경."  ... "난 보고 싶은 사람은 만나고, 읽고 싶은 책은 읽고,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살거야. 그래서 얻는 감정은 하나하나 감사히 느끼려 해." ' - P. 140, 141 -​


<반짝 반짝 안경>은 이처럼 네 명 남녀들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참 흔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소위 우리가 보아왔던 빼앗기 위해 악랄하지도 않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도 않는다. 평범한 인물들이 물 흐르듯 순리와 흐름에 맞게 사랑을 찾고 깨닫고, 현실을 직시하고 고민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에 작은 감동을 선물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힘겹지만 지키려는 아케미, 자신의 굴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벗어나게 해주려는 유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굳건히 지켜주려는 아케미, 그리고 짝사랑이 아닌 사랑을 정정당당하게 찾아나선 야요이까지... 누구하나 부족함없이 사랑할 줄 아는 캐릭터로 충분히 사랑받을만 하다고 느껴진다.




" '우연(偶然)'의 '偶'에서 사람인 변을 떼면 '만난다' 는 의미가 되고, 거기에 '然'을 붙이면 '우연'이라는 말이 된다. 즉 '우연'이라는 단어 안에는 '마땅히 만날 사람과 만난다'라는 '우연'과 정반대의 의미도 들어 있다. 말하자면 '우연'이란 곧 '필연'인 것이다. " - P. 88 -  


우연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이 필연처럼 다가오기에 독자들은 감동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고, 특별한 갈등구조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에 굴곡을 만들어내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펜 끝이 그래서 놀랍고 놀랍다. '나쓰미의 반딧불이',  '쓰가루 백년 식당', '무지개 곶의 찾집' 에서 보여지는 따스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반짝 반짝 안경>에서도 고스란히 담겨져 감동의 하모니를 연주한다.


' "인생을 꽃에 비유한다면, '행운'은 화려한 장미이고, '불운'은 수수한 안개꽃이야. 양쪽을 같이 묶은 꽃다발이 얼마나 예쁜지 알지? 안개꽃이 장미를 돋보이게 하잖아." ... "불행도 인생의 소중한 요소라는 뜻,이,야." ' - P. 186 -


책속에는 참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도 등장한다. 행운과 불운, 그리고 우연과 필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짝 반짝 안경이 만들어내는 긍정의 세계들. 요즘처럼 힘겹기만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이런 반짝 반짝 안경의 존재는 필요해보인다. 어쩌면 이 시대를 밝히는 촛불이 그렇게 아름답고 환한 이유가 반짝 반짝 안경에도 담겨있는 긍정적인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상을 바꾸는, 바꾸어 버린 촛불의 위력, 그리고 우리 인생의 모습을 바꿀 반짝반짝 안경, 모두 빛나고 감동적이다.


기적같은 만남에서 시작해, 아프지만 결국 특별한 사랑의 이름을 완성했던 이 청춘들의 이야기가 이 차가운 겨울, 결코 작지 않은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어떤 사랑은 참 아프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참 감미롭기도 하다.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이별의 아픔으로 눈물 범벅이 되기도 하는게 바로 사랑이다. 인생에, 삶에 답이 없듯 사랑 역시 정답은 없어보인다. 옳은 것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만 그 작은 길이 보이는 것이다. 사랑도 인생도...


사백페이지 남짓한 <반짝 반짝 안경>이 선물해준 따스한 감동이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있을것 같다. 언제나 힘겨움의 연속인 우리 삶에서도, 곁에 언제나 존재하는 사랑속에서도 <반짝 반짝 안경>이 필요할 것 같아보인다. 오늘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어느새 학교라는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되는 우리 딸아이에게도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후에 삶을 살아가는 긍정의 방법, 반짝 반짝 안경을 선물해주어야 할 것 같다. 인생이 장미와 안개가 섞인 꽃다발임도 알려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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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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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유독 많은 비가, 아니 잦은 비가 내린다. 지난 여름에 좀처럼 들리지 않던 빗방울 소리들이 보상이라도 하듯 가을이 깊어가는 낙엽들의 시간을 가득 채운다. 오늘도 빗방울들이 잎을 떨구어버린 나뭇가지에 흩뿌린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오랫만의 여유로움 속에 작은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편의점 인간>,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작은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지 언듯 뇌리를 스친다. 왠지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청춘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저목만 보고 아직 책장을 넘기기도 전인데 말이다. ...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손님이 들어오는 차임벨 소리에, 가게 안을 흐르는 유선방송에서 신상품을 소개하는 아이들의 목소리, 점원들이 부르는 소리,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 바구니에 물건 넣는 소리, 빵 봉지 쥐는 소리, 가게 안을 돌아다니는 하이힐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뒤섞여 '편의점의 소리'가 되고 내 고막에 거침없이 와 닿는다' 


후루쿠라 게이코! 서른 여섯살, 자그마치 18년 동안 오로지 편의점 알바에 목숨을 걸어온 한 장인? 혹은 달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연애란 꿈두 꾸지 못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은 커녕 편의점을 삶의 현장으로 알고 살아온 이가 바로 게이코 였다. 알바인 자신보다 더 많은, 점장을 여덟번이나 바꾸며 일하게된 명실상부한 알바계의 산 증인 게이코! 이제 스스로를 '편의점 인간' 으로 여기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사회의 단면들이 잔상처럼 아른거린다. "어서 오십시오!" 게이코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나에게는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는 것이 최선의 방업이었고, 살아가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처세술이었다." - P. 17 -


처음부터 그녀가 이런 특별한 삶을 살게 된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조금은 달랐던 유년, 학창 시절을 거치며 그녀가 깨닫게 된 사실은 바로 '잠자코 있는것!' 이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무리수들을 깨닫고 어쩌면 평범함을, 보통 사람의 길을 선택한 방법이 어쩌면 지금의 편의점 인간 게이코를 창조해내게 된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행동할 수록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곤혹스러워했고, 슬퍼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 사실을 인지한 이후 그녀는 누군가의 지시만을 따르고, 스스로 행동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 P. 27 -


그런 의미에서 '편의점'은 그녀에게 최적화된 공간이자 일터였다. 완벽한 메뉴얼이 갖춰져 있고, 편의점이란 공간 안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신제품에 가격표를 붙이며, 꿈속에서도 '어서 오십시오!'를 읊조린다. 아침이 편의점 점원으로 세계의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가며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자격을 갖추게 되는것이다. 메뉴얼대로만 움직인다면 아무런 문제될것도 없고, 게이코 역시 평범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시간의 흐름은 또 다른 질물들의 공격을 받게된다. 취직? 연애? 결혼?... 평범한 사회의 조직원들이라면 갖게 되는 이런 이름들에 대한 굴레를 게이코의 주변은 역시 강요하는 것이다. 이제 게이코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은 마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에게 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건네졌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도 숫하게 만날 수 있는 편의점 알바생들의 모습들이 스치면서 주인공 게이코의 모습이 언듯 언듯 연상되기도 한다. 틀린것이 아닌 조금은 남들과 달랐던 소녀의 삶을 뒤바꾼건 어쩌면 잘못된 사회의 편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도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여진다. 보통 인간, 평범한 삶을 살기위해 편의점에 몸담아야 했던 그녀의 모습에서, 이제는 평범한듯 열정페이에 희생당하는 우리 청소년, 사회 초년병들의 안타까움이 연상됨을 어쩔수 없어보인다.


'지문이 묻어 있지 않도록 깨끗이 닦은 유리창 밖으로 바쁘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루의 시작. 세계가 눈을 뜨고, 세상의 모든 톱니바퀴가 회전하기 시작하는 시간. 그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어 돌고 있는 나. 나는 세계의 부품이 되어 이 아침이라는 시간 속에서 계속 회전하고 있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는 당일에도 편의점에서 알바를 마치고 왔다는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편의점 인간>은 소설의 내용에 담긴 사회성과 더불어 영롱한 언어와 표현들 사이에 담겨진 우리 사회의 모습, 사람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극대화된 소외, 상처, 쓸쓸함을 더해준다. 게이코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우리 사회에 있음직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그런 보통 사람들이기에 공감을 더할 수 있었다.


최근들어 '자괴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된 이 말은 인터넷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내가 이러려고 노트 만들었나"(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내가 이러려고 굿 해줬나"(최순실)... 하는 패러디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편의점 인간>은 '흑수저와 자괴감!'으로 대표되는 우리 청년층의 고단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어 많은 공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지난 주말 불타올랐던 100만의 촛불!이 희망의 작은 끈이 되어 고단한 우리 삶의 새로운 빛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편의점 인간>을 마무리하려 한다. 오늘도 슬프도록 진한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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