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안경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기적, 운명, 사랑, 그리고 감동... <반짝 반짝 안경>을 내려놓으며 수많은 감정들이 가슴속을 회오리친다. 갑자기 차가워진 요즘 날씨, 한껏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은 기지개를 펼수 있을 따스함을 선물 받았달까? 왠지 모를 미소가 입가에 흐르고, 느릿했던 심장의 박동이 활력을 더해가는 그런 감동이 책 향기속에 묻어난다. 아케미, 아카네, 유지 그리고 야요이!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결국은 사각관계 였던가? 어쨌든 우리가 소위 드라마 속에서 담겨지는 피비릿내나는 사랑 쟁탈전이 아닌 가슴 따스한 감동의 러브 스토리가 오랫만에 순수한 감동을 일깨운다.


이제 그 감동의 첫 페이지를 열어 본다. 사실 책을 열자마자 사랑 이야기와는 맞지 않을 듯한 스릴러(?)의 향기가 흘러나왔다. 깊은 밤 삽을 들고 구덩이를 파헤치는 한 남자! ^^ 사실은 책의 표지를 장식한 고양이(아마도) 페로를 묻어주려는 아케미의 모습이다. 오랜시간 함께해 온 페로의 죽음으로 외톨이가 된듯 쓸쓸해하는 아케미,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페로와의 이별에 아파하던 아케미는 고서점에서 우연히 '죽음을 빛나게 하는 삶'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서 한탄스럽다면 스스로 인생을 사랑할 수 있도록 사는 수밖에 없다. 달리 뭘 할 수 있겠나?'   


책속에 빨간 펜으로 밑줄이 그어진 이 문장, 그리고 그 문장이 있는 페이지에 들어있는 '오타키 아카네'라는 명함 한 장!이 아케미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판지 가공회사 입사 3년차,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아케미는 명함에 있는 메일로 아카네에게 연락을 하게된다. 그리고 만나게된 아카네는 아케미보다 5살이 많다. 아케미는 첫눈에 아카네에게 호감을 갖게 되지만,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게된다. 아카네의 남자친구 유지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중이다. 한편 같은 회사 선배이자 1살 연상인 야요이는 반대로 순수한 청년 아케미를 좋아하지만 아케미의 마음을 아카네를 향한다.


'"성격을 일부러 바꿨나요?" ... "반짝 반짝 안경" ... "끼기로 했어. 딱 1년 전부터" ...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걸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 주는 안경."  ... "난 보고 싶은 사람은 만나고, 읽고 싶은 책은 읽고,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살거야. 그래서 얻는 감정은 하나하나 감사히 느끼려 해." ' - P. 140, 141 -​


<반짝 반짝 안경>은 이처럼 네 명 남녀들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참 흔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소위 우리가 보아왔던 빼앗기 위해 악랄하지도 않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도 않는다. 평범한 인물들이 물 흐르듯 순리와 흐름에 맞게 사랑을 찾고 깨닫고, 현실을 직시하고 고민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에 작은 감동을 선물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힘겹지만 지키려는 아케미, 자신의 굴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벗어나게 해주려는 유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굳건히 지켜주려는 아케미, 그리고 짝사랑이 아닌 사랑을 정정당당하게 찾아나선 야요이까지... 누구하나 부족함없이 사랑할 줄 아는 캐릭터로 충분히 사랑받을만 하다고 느껴진다.




" '우연(偶然)'의 '偶'에서 사람인 변을 떼면 '만난다' 는 의미가 되고, 거기에 '然'을 붙이면 '우연'이라는 말이 된다. 즉 '우연'이라는 단어 안에는 '마땅히 만날 사람과 만난다'라는 '우연'과 정반대의 의미도 들어 있다. 말하자면 '우연'이란 곧 '필연'인 것이다. " - P. 88 -  


우연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이 필연처럼 다가오기에 독자들은 감동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고, 특별한 갈등구조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에 굴곡을 만들어내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펜 끝이 그래서 놀랍고 놀랍다. '나쓰미의 반딧불이',  '쓰가루 백년 식당', '무지개 곶의 찾집' 에서 보여지는 따스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반짝 반짝 안경>에서도 고스란히 담겨져 감동의 하모니를 연주한다.


' "인생을 꽃에 비유한다면, '행운'은 화려한 장미이고, '불운'은 수수한 안개꽃이야. 양쪽을 같이 묶은 꽃다발이 얼마나 예쁜지 알지? 안개꽃이 장미를 돋보이게 하잖아." ... "불행도 인생의 소중한 요소라는 뜻,이,야." ' - P. 186 -


책속에는 참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도 등장한다. 행운과 불운, 그리고 우연과 필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짝 반짝 안경이 만들어내는 긍정의 세계들. 요즘처럼 힘겹기만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이런 반짝 반짝 안경의 존재는 필요해보인다. 어쩌면 이 시대를 밝히는 촛불이 그렇게 아름답고 환한 이유가 반짝 반짝 안경에도 담겨있는 긍정적인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상을 바꾸는, 바꾸어 버린 촛불의 위력, 그리고 우리 인생의 모습을 바꿀 반짝반짝 안경, 모두 빛나고 감동적이다.


기적같은 만남에서 시작해, 아프지만 결국 특별한 사랑의 이름을 완성했던 이 청춘들의 이야기가 이 차가운 겨울, 결코 작지 않은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어떤 사랑은 참 아프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참 감미롭기도 하다.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이별의 아픔으로 눈물 범벅이 되기도 하는게 바로 사랑이다. 인생에, 삶에 답이 없듯 사랑 역시 정답은 없어보인다. 옳은 것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만 그 작은 길이 보이는 것이다. 사랑도 인생도...


사백페이지 남짓한 <반짝 반짝 안경>이 선물해준 따스한 감동이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있을것 같다. 언제나 힘겨움의 연속인 우리 삶에서도, 곁에 언제나 존재하는 사랑속에서도 <반짝 반짝 안경>이 필요할 것 같아보인다. 오늘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어느새 학교라는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되는 우리 딸아이에게도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후에 삶을 살아가는 긍정의 방법, 반짝 반짝 안경을 선물해주어야 할 것 같다. 인생이 장미와 안개가 섞인 꽃다발임도 알려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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