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파리~, 천둥벌거숭이!' 우습게 들리기도 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기도 하지만 무슨 뜻인지 낯설기만한
이 말들이 지칭하는 대상이 있다. 그건 바로 '잠자리'이다. 영어로 말하면,
드래곤플라이(Dragon fly)라고 하는데, 이 말은 과거 잠자리가 용과 닮았다고 생각했던데 기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드래곤플라이는 용이 날다, 혹은 'fly'가 '파리(파리는 큰범위의 곤충류를 일컫기도 함)'라는 뜻도 있으니, '용파리' 라는 말도
가능할 것 같다.
'천둥벌거숭이'라는 순수한 우리말도 잠자리를 뜻한다. '두려움을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사람'을 뜻하는 천둥벌거숭이에서 '벌거숭이'는
'발가벗다'라는 의미가 아닌 '붉다'의 의미라고 한다. 천둥벌거숭이는 그래서 천둥이치는 날씨에 돌아다니는 붉은 잠자리를 뜻한다고 한다. 잠자리,
드래곤플라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았다. 오랫만에 만나는 임팩트 확실한 작가 가와이 간지의 소설의 제목이 바로
<드래곤플라이>이기에... '데드맨' 이후 3년여만에 만나는듯하다. 가부라기 데쓰오 경위 역시 그렇다. 오랫만이다!
'가부라기 특수반' 두번째 결성을 축하하며,
건배!
서설이 너무나 길었던것 같다. 오랫만에 가부라기 경위를 만나 반가움이 커서 그랬을까? 어디서 만났던 듯한 익숙한 제목에, 수식을 조금 더
많이 붙이고 싶어서 였을까? 어쨋든 모든 것이 잠자리에서 시작한다. 이야기속으로 조금 들어가보자. '데드맨'이후 두 번째 가부라기 특수반이
뭉쳤다.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말그대로 미궁이다. 잠자리의 낙원으로 불리는 히류무라에서 시작하는 이즈미, 유스케, 겐의 유년과
프롤로그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인다. 현재는 27살이 된, 앞을 보지 못하는 이즈미와 30살 유스케, 겐의 히류무라에서의 어린시절 잠자리와의
추억!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좋았을 것이다. 셋이 함께 어른이
되어 사이좋게 나이를 먹어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강변에서 까맣게 불태워진 시신이 발견된다. 시신은 목에서 아랫배까지 일직선으로 갈라져 내장이 완전히 없어진채 흉측하게 발견된다. 바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가부라기 특수반이 다시금 나선다. 가부라기, 마사키, 사와다와 히메노가 오랫만에 사총사가 다시금 뭉쳤다. 타버려서
신원을 알수 없었던 시신은 목에 걸려있던 독특한 목걸이를 통해 유스케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과거 20년전 앞을 볼수 없는 이즈미의 부모가 죽음을
당한 강도살인사건과의 연관성에 가부라기는 관심을 갖게 된다. 그 무렵 히류무라의 댐건설과 이즈미와 친구들이 보았다는 1미터가 넘는 거대한
잠자리, 이즈미가 말하는 도.깨.비의 정체! 이런 다양한 미스터리에 가부라기 특수반은 서서히 진실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전작 '데드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감(두꺼운 페이지?)을 던져주는 <드래곤플라이>는 어쩌면 단순한 사건에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거의 주를 이루는 가부라기 경위의 시점에서, 혹은 이즈미, 유스케와 겐, 그리고 전지적 시점, 또
누군가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런 다양한 시점은 하나의 사건속에서 또 다른 일들과의 연관성을, 인물들과의 접점을 드러내며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간다. 가부라기 경위의 통찰과 사와다의 분석력, 그리고 마사키와 히메노의 현장을 가로지르는 발걸음이 합쳐져 가부라기
특수반의 특별함을 돋보이게 만들어낸다.
'데드맨'으로 정말 신인답지 않은 완벽한 즐거움을 전해줬던 가와이간지는 다시금 전작을 넘어서는 작품을 창조해냈다.
<드래곤플라이>는 아쉽게도(?) 가와이 간지와 '데드맨'을 넘어섰다.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용의자X의 헌신'이, 미치오 슈스케에게
'해바라기 피지 않는 여름'이, 미나토 가나에에게는 '고백'이 있었지만 그 어떤 작품도 그 작품들을 뛰어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가와이 간지는 바로 그의 대표작 '데드맨'을 뛰어넘어버린것 같다. 바로 <드래곤플라이>, 아쉽게도(?) 가부라기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만에 말이다.
' "진실.....이라고요?" ...
"이 세상에 진실 같은 건 없습니다." ... "진실 같은 건 없다. ......." ... "진실이 하나라면 수사만으로도 되겠죠. 재판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이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그 가운데 더 그럴듯한 진실을 선택하기 위해 재판을 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
- P. 290, 291 중에서 -
가독성
만큼은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전작 '데드맨' 역시 빼놓울 수 없이 쉽게 읽어내려간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5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스케일을 자랑하는데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힘이 느껴진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던 '데드맨'의 약간은 촘촘하지만은 않은 구성의
아쉬움을 사라지게 만드는 섬세함이 이 작품속에는 살아있다. 중간에 다다를때쯤 범인이 누구일까를 고민하다가, 중반 이후 범인의 윤곽이 다다르면
이제는 왜? 로 이어지는 범행의 이유에 골돌하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은 내려놓을 수 없는 재미를 선물해준다.
왜? 제목이 '드래곤플라이'일까? 생각해본다. 물론 잠자리의 낙원이 그 배경이라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앞서도 언급했던 '드래곤플라이'의
어원이 여러모로 떠오른다. 과거 용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잠자리처럼, 혼란스런 이 사회의 빛과 어둠의 혼돈이 그 하나의 이유일수 있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두려움을 모르고 날뛰던 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또 하나의 이유일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간만에 찾은 대표작을
뛰어넘은 또 하나의 대표작! <드래곤플라이> 이 겨울! 즐거움의 끝을 향해 이 작품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가와이간지! 또 한 명의
잊을 수 없는 작가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