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색깔을 말하라면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색을 말할까? 사랑의 대표색? 개인적으로는 '핑크'색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위 우리가 사랑의
하트를 그릴때 대표되는 색이 바로 핑크색이기도 하고, 핑크는 어쩌면 순수한 사랑의 대표격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의 다양성은 색깔마저
다양하게 만들고만다. 순수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색이 핑크라면, 연인들의 진~한 사랑은 빨강, 우정과 같은 사랑은 파랑, 가족간의 사랑은 노랑,
... 뭐 이런 정도로 말이다. 물론 이것조차 기가막힌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
작고 예쁜 느낌을 담은 책 <흔적>을 앞에 두고 사랑의 색깔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잠깐 갖아보았다. 왜냐하면 이 책속에
등장하는 여섯명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그 사랑의 다양한 색깔들과 닮아있지 않았나 싶어서이다. 그 어떤 사랑의 이름도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소위 첫사랑의 '핑크'는 아닌걸로... ㅋㅋ 여섯가지 사랑의 속삭임이 담긴 에피소드들은 어쩌면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흔적>의 흔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의 불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어떤 형태를
만드는 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도 없었다. ... 눈을 감으면 사라지지 않는 멍이 보인다. 어둠 속, 멍은 맥박을 치고 불꽃처럼
흔들린다. 그것은 바래는 일이 없다. 오히려 원하면 원할수록 선명해졌다.' - P. 37, 38.
<불꽃>中에서
첫번째 에피소드 '불꽃'은 결혼을 앞둔 여자의 불륜, 작은 바람을 소재로 한다. 어쩌면 결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대표하는듯 흔들리는
불꽃같은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두번째 '손자국'은 첫번째 에피소드속에 등장하는 불륜남 남자와 같은 직장속 남자가 주인공이다. 아이에게 아내를
빼앗긴 남편, 가정에서 소외된 남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담아낸다. '반지'에서는 또 다시 바람이다. 두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의 아내의 의미심장한
불륜이 또 다시 그들을 위태롭게 한다. 에휴~~~
네번째 에피소드 '화상'에서는 예쁜 외모를 가진 혼혈 소녀가 주인공이다. 앞선 세개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얽혀있는것 같이,
이번 주인공 역시 그렇다.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남자와 동거하던 소녀가 등장한다. 사랑에 굶주린 소녀의 어긋난 사랑이 그려진다. 다섯번째
주인공은 '화상'의 소녀와 함께 사는 소년의 시점에서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그 소녀와 연결된 또 다른 여자가 주인공이다. 거짓말이 일상이된
여자가 가진 사랑의 흔적은 무엇일까? 누군가에서 또 누군가로, 서로 서로 연결되는 그, 그녀들의 사랑 이야기가 왠지모를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괜찮아. 설령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해도, 물고기도 사람도 분명
사랑을 할 테니까. 사랑하는 상대와 일 분 일 초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고 바랄 거야. 그건 뭔가를 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서
당연한 생각이니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해도...... 이제 당신 마음에 솔직하게 살아. 당신이 음악으로 나에게 알려
준 거잖아.' - P. 212.
<음악>中에서
사랑에 굶주리고, 사랑에 아파하고, 쉽게 사랑할 수 없는 그들의 위태로운 사랑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라했던가? 사실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아직 나의 사랑은 그들의 것처럼 흔들리지 않기에... ^^
하지만 그들의 흔들리고 위태로운 사랑에 대한 섬세한 표현만큼은 '치하야 아카네'라는 조금은 낯선 이름의 작가가 가진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만났던 순수하고 달달한 사랑이야기 '반짝반짝 안경'의 여운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충분히 자극적이면서도 왠지 '사랑'이란 이름에 감동할 수 없었던 <흔적>, 반면 어떤 혼돈과 상처, 사랑이라는 이름의 칼날 없이도
왠지모를 감정의 동요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반짝반짝 안경'! 이런 차이점이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조금은 자극적으로
이 시대의 사랑을 그려낸 <흔적>을 좋아할 독자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사랑을 즐겨만나고 싶은 이들도 존재하리라 믿는다.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사랑의 색깔 만큼이나 또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또 다른 색깔을 내고 있는 것이다. 어쨋든 이렇게 추운 계절엔
사랑이 이야기가 제격임에 틀림없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다가오든지 사랑의 흔적을 가득담은, 그런 사랑이 가득한 책들로 얼마남지 않은 2016년의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아직도 주말의 촛불이 사그러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촛불의
그 모습 그대로 우리 사회, 우리 마음도 그 따스함으로 존해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사랑 가득한 2016년의 마지막 시간들을 조심스레
꿈꿔본다. 그렇게 메리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