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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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유독 많은 비가, 아니 잦은 비가 내린다. 지난 여름에 좀처럼 들리지 않던 빗방울 소리들이 보상이라도 하듯 가을이 깊어가는 낙엽들의 시간을 가득 채운다. 오늘도 빗방울들이 잎을 떨구어버린 나뭇가지에 흩뿌린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오랫만의 여유로움 속에 작은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편의점 인간>,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작은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지 언듯 뇌리를 스친다. 왠지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청춘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저목만 보고 아직 책장을 넘기기도 전인데 말이다. ...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손님이 들어오는 차임벨 소리에, 가게 안을 흐르는 유선방송에서 신상품을 소개하는 아이들의 목소리, 점원들이 부르는 소리,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 바구니에 물건 넣는 소리, 빵 봉지 쥐는 소리, 가게 안을 돌아다니는 하이힐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뒤섞여 '편의점의 소리'가 되고 내 고막에 거침없이 와 닿는다' 


후루쿠라 게이코! 서른 여섯살, 자그마치 18년 동안 오로지 편의점 알바에 목숨을 걸어온 한 장인? 혹은 달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연애란 꿈두 꾸지 못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은 커녕 편의점을 삶의 현장으로 알고 살아온 이가 바로 게이코 였다. 알바인 자신보다 더 많은, 점장을 여덟번이나 바꾸며 일하게된 명실상부한 알바계의 산 증인 게이코! 이제 스스로를 '편의점 인간' 으로 여기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사회의 단면들이 잔상처럼 아른거린다. "어서 오십시오!" 게이코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나에게는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는 것이 최선의 방업이었고, 살아가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처세술이었다." - P. 17 -


처음부터 그녀가 이런 특별한 삶을 살게 된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조금은 달랐던 유년, 학창 시절을 거치며 그녀가 깨닫게 된 사실은 바로 '잠자코 있는것!' 이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무리수들을 깨닫고 어쩌면 평범함을, 보통 사람의 길을 선택한 방법이 어쩌면 지금의 편의점 인간 게이코를 창조해내게 된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행동할 수록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곤혹스러워했고, 슬퍼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 사실을 인지한 이후 그녀는 누군가의 지시만을 따르고, 스스로 행동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 P. 27 -


그런 의미에서 '편의점'은 그녀에게 최적화된 공간이자 일터였다. 완벽한 메뉴얼이 갖춰져 있고, 편의점이란 공간 안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신제품에 가격표를 붙이며, 꿈속에서도 '어서 오십시오!'를 읊조린다. 아침이 편의점 점원으로 세계의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가며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자격을 갖추게 되는것이다. 메뉴얼대로만 움직인다면 아무런 문제될것도 없고, 게이코 역시 평범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시간의 흐름은 또 다른 질물들의 공격을 받게된다. 취직? 연애? 결혼?... 평범한 사회의 조직원들이라면 갖게 되는 이런 이름들에 대한 굴레를 게이코의 주변은 역시 강요하는 것이다. 이제 게이코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은 마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에게 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건네졌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도 숫하게 만날 수 있는 편의점 알바생들의 모습들이 스치면서 주인공 게이코의 모습이 언듯 언듯 연상되기도 한다. 틀린것이 아닌 조금은 남들과 달랐던 소녀의 삶을 뒤바꾼건 어쩌면 잘못된 사회의 편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도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여진다. 보통 인간, 평범한 삶을 살기위해 편의점에 몸담아야 했던 그녀의 모습에서, 이제는 평범한듯 열정페이에 희생당하는 우리 청소년, 사회 초년병들의 안타까움이 연상됨을 어쩔수 없어보인다.


'지문이 묻어 있지 않도록 깨끗이 닦은 유리창 밖으로 바쁘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루의 시작. 세계가 눈을 뜨고, 세상의 모든 톱니바퀴가 회전하기 시작하는 시간. 그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어 돌고 있는 나. 나는 세계의 부품이 되어 이 아침이라는 시간 속에서 계속 회전하고 있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는 당일에도 편의점에서 알바를 마치고 왔다는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편의점 인간>은 소설의 내용에 담긴 사회성과 더불어 영롱한 언어와 표현들 사이에 담겨진 우리 사회의 모습, 사람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극대화된 소외, 상처, 쓸쓸함을 더해준다. 게이코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우리 사회에 있음직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그런 보통 사람들이기에 공감을 더할 수 있었다.


최근들어 '자괴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된 이 말은 인터넷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내가 이러려고 노트 만들었나"(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내가 이러려고 굿 해줬나"(최순실)... 하는 패러디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편의점 인간>은 '흑수저와 자괴감!'으로 대표되는 우리 청년층의 고단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어 많은 공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지난 주말 불타올랐던 100만의 촛불!이 희망의 작은 끈이 되어 고단한 우리 삶의 새로운 빛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편의점 인간>을 마무리하려 한다. 오늘도 슬프도록 진한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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