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 슈트
스즈키 오사무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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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다. 아니 삶은 그 자체로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 시간에 일찍 일어날 것인가 늦잠을 잘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밥은 무엇을 먹을까? 와 같은 작고 일상적인 하나하나,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과 진로, 자신의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수많은 의사결정 앞에 놓이게 된다. 복권에 당첨되면 무슨 일부터 할까? 하는 허황된 상상에 슬며시 피어나는 미소가 있을 수 있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 조금은 초라한 모습의 자신과 맞닥드리면 여지없이 행복의 미소는 입가를 떠나버리고 만다.

 

더 잘생길 수 있다면, 더 멋진 삶을 살수 있지 않은까? 누구든 한번쯤 꿈꾸던 환상이 현실로 다가온다. '핸섬슈트의 사나이'의 이 이야기속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작은키, 0.98킬로그램 몸무게의 돼지만두 같은 얼굴에 들창코, 축쳐진눈의 다쿠로! 일품요리식당 '마음집'을 운영하는 다쿠로는 못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착하고 마음이 따스한 인물이다. 어느날 마음집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찾아온 호시노 히로코, 예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다쿠로는 힘겹게 고백을 한다. 하지만 히로코는 다음날로 가게에 나오지 않게 되고...

 

그것이 모두 자신의 외모때문이라고 생각한 다쿠로는 히로코에게 고백하기전 우연히 공원에서 만났던 '신사복 퍼펙트 슈트'라는, 인생을 바꿔준다는 가게를 찾게 된다. 핸섬슈트를 입은 다쿠로는 이전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핸섬가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외모의 변화가 가져다 주는 세상의 변화?와 마주하게된다. 한편 마음집에는 하시노 모토에라는 못생긴 아르바이트생이 새로 들어오게된다. 지못미 다쿠로에서 '안닝'이라는 이름의 핸섬가이가 된 다쿠로는 모델 에이전트 스카우트를 받게 되고 그곳에서 제2의 멋진 삶을 꿈꾸게 된다. 타쿠로와 안닝의 이중생활이 그렇게 시작된다.

 

"겁쟁이라야만 조그만 일들을 알아챌 수 있는 법이여. 그러니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것 아니여?"      - P.196 -

 

아직도 히로코를 가슴에 담고있지만, 다쿠로는 못생긴 아르바이트생 모토에에게 조금씩 마음이 끌리게된다. 하지만 그에게 또 다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물에 약한 기존의 핸섬슈트가 아닌 무결점의 퍼펙트핸섬슈트를 받아들고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한번 입이면 절대 벗을 수 없는, 추남 '다쿠로'로 남느냐, 핸섬가이 '안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된다. 다쿠로의 선택, 그리고 그의 사랑에 숨겨진 비밀들,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마지막 가슴 찡한 감동이 경쾌하게 이어진다.



못생긴 외모와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삶에서 손해보고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하는 다쿠로. 우리 사회의 모습도 결코 이런 모습들과 다르지 않다. 꽃남이 사랑받고, 너도 나도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을 쫓는 현실이 [핸섬슈트] 속에 녹아든다. '외모지상주의'의 현실속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보는 상상이 바로 핸섬슈트인 것이다. 닭가슴살이 인기란다. 예전에는 뻑뻑해서 손조차 대지 않았던 닭가슴살이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남자들의 근육만들기 열풍에 힘입어 최고 인기상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만든 또 하나의 웃지못할 이야기들이다.

 

이런 외모지상주의속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이 있다. 바로 축구선수 박지성이다. 객관적으로 그를 보고 잘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료들이 이번 한국 방문에서 '네가 한국의 왕이냐?'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그는 인기있고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의 외모가 아닌 축구라는 부문에서는 실력과 투지,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미소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된다. 외모가 아닌 또 다른 무엇인가가 그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인 것이다.

 

'하찮고 작은 행복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다쿠로는 그 어떤 행복을 만나도 질투나 선망을 느끼지 않았다. 행복을 발견함으로써 자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 P. 142 -

 

다쿠로와 모토에가 슈퍼에서 마음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했던 게임이 떠오른다. '행복을 발견하면 열 발짝씩 걸어가는 게임' 귀찮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다쿠로지만 그 게임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는 작은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의 행복을 진정으로 축하해주고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속에서 마음을 끄는 작은 이야기이다.

 

<핸섬슈트>를 내려놓으며 핸섬슈트나 호박슈트, 이제 그런것들은 과감히 벗어 버릴 수 있는 용기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고,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어렵지만 그 작은 실마리를 풀어 갈 수 있을것 같다. 외모가 아닌 나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행복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진정한 핸섬슈트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것도 같다. <핸섬슈트>는 시종일관 경쾌함속에 재미와 웃음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 속에 가슴따스한 감동이 있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스즈키 오사무라는 이름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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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를 리뷰해주세요.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 - 티베트에서 보낸 평범한 삶, 그 낯설고도 특별한 일 년
쑨수윈 지음, 이순주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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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 티베트! 2008년 올림픽으로 전세계가 서서히 달아오를때 즈음 티베트에서는 무력충돌이 벌어진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에게 잊혀졌던 서해대전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는 티베트의 독립을 외쳤고, 티베트인들이 흘린 피에 대한 중국정부에 대한 성을 촉구했다. 하지만...그렇게 시간은 또 티베트라는 이름을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게 만들었다. 
 

티베트는 중국의 자치구이다. 평균 해발 4000m 고원지대에 위치한 티베트는 많은 지하자원으로 경제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또한 인도와의 국경에 인접해 있어 군사적 완충지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더불어 고원지대에 위치해 군사 전략적으로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내 수많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요구에 비추어 티베트는 앞으로도 중국에 약이 될 지, 독이될지 모를 특별함을 간직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티베트라는 이름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역사왜곡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동북공정 그리고 서남공정... 2006년 하늘 길로 불리는 칭장철도의 개통으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중화작업으로 지금 티베트는 예전의 티베트가 아니라고 한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라마 조차 '이제 티베트에 티베트는 없다' 라고 한탄할만큼 중국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독립과 자유, 그들이 외치던 역사, 정치적인 티베트의 모습을 잠시 뒤로하고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는 티베트의 종교와 전통, 그리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중국인의 눈으로 담아보려한다.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에서는 오래전부터 티베트와 불교에 매료되었던 저자 쑨수윈이 영국 BBC의 의뢰로 티베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게되면서 촬영한 1년간의 티베트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티베트를 사랑하지만 중국과의 역사적, 정치적인 여러가지 상처를 앞에 둔 중국인으로써 바라본 티베트와 그들의 삶이 렌즈의 눈을 통해서 비쳐진다. [A Year in Tibet]이라는 이름의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에서도 [영혼의 땅 티베트]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고 한다. 꼭 한번 만나봐야할 것같은 느낌이든다. 


정치적인 티베트의 모습이 아닌 무당, 마을의사, 승려 등 평범한 티벳인들을 쫓아다니며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지극히 티베트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무당을 찾아가 병을 고치고, 그들만의 독특한 혼례식을 담아내기도 하고, 삼형제의 아내공유를 관찰하기도 하고, 중국어로 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건축업자, 해고당한 우박 방지사... 등 다양한 티베트인들의 모습과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오쩌둥 어록으로 우박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티베트의 개혁! 등 티베트의 과거가 묻어난 현재의 모습이 렌즈를 통해 비춰진다. 

'책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감정과 생각, 믿음과 과거에 대한 반성을 탐구하기에 훨씬 더 유용한 수단이다. 또한 책은 너무나 풍요로우면서도 복잡한, 그래서 다른 곳과는 동떨어진 사회인 티베트를 묘사하는데 특히나 중요한 수단이다.' 

티베트는 샹그릴라일까? 마지막에 저자는 이런 질문을 내놓는다. 하지마 그는 티베트가 낙원이 아니라고 답한다. 너무 가난하고 낙후되고 긴장과 통제가 심한곳이라 말한다. 티베트에서 보낸 일년중 무엇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까? 단연 그녀는 사람과 장소라고 답한다. 세상 어느 곳과도 다른 특별한 티베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10년후 티베트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티베트가 향후 어떤 모습이 되어갈지... 중국의 일원이 될지, 아니면 독립국가로서 새로운 모습이 되어 태어날지... 저자의 티베트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책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만 떠나는 발걸음 속에서도 묻어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다시 돌아올걸 생각한다는 쑨PD의 티베트 사랑이 향기처럼 피어난다. 
 

티베트인들의 삶의 모습과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난하고 미개하고 부족해도 그들의 문화는 '티베트'라는 이름과 함께 일 때 더 빛나게 될 것이다. 역사와 전통, 문화는 한 순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기치 아래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실패했음을 우리는 안다. 나라마다의 특별한 가치, 오래된 역사의 토대 아래 간직된 문화가 정치적, 군사적인 이유로 외면당하고 짖밟혀서는 안될것이다. 10년후, 티베트는 어떻게 될까? 그들의 문화와 전통은 그렇게 유지될 수 있을까? 변화의 압력을 그들은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티베트란 이름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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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여행
다나베 세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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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떤 색으로 표현될까? 10대, 첫사랑과 이성에 느끼는 설레임은 아마도 핑크빛이 아닐까. 그리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가득한 20대는 아마도 붉은 색, 그리고 중년의 사랑은 열정이 식어버린, 혹은 농익은 중후함이 묻어나는 주황색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황혼의 사랑은 옅은 회색?... 사랑을 시작한 여자의 가슴에 담겨졌던 무지개는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화려한 빛으로 속삭일까? 시간은 그렇게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의 색을 변화하게 만든다. 시간의 흐름과 사랑, 세대를 통해 흐르는 사랑의 이미지, 사랑의 색깔을 담아 짧은 여행을 떠나본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그리고 [아주 사적인 시간]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새로운 작품과 만난다. 다나베 세이코라는 이름보다 그의 작품들 이름이 너무 좋다. 제목 그대로가 끌림이다. 이번 그의 작품도 그렇다. <감상여행> 사랑과 여행, 그 사이에 놓여진 '감상'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사전속에서 '감상'은 이해관계나 손익계산을 떠난 관심, 즉 '무관심의 관심'으로 표현된다. 현실이 아닌 이상적인, 바로 보는것이 아닌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바로 감상일것이다.

 

<감상여행>은 표제작 [감상여행]과 함께 [당신이 대장], 그리고 [시클라멘이 놓이 창가] 이 세가지 단편이 묶인 책이다. 이 세 단편이 <감상여행>이라는 표제작으로 이어진 이유는 시간의 흐름속 사랑에 대한 느낌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들의 설익은 사랑부터 황혼에 다다른 60대 남녀의 사랑까지... 다나베 세이코의 다양한 시간과 사랑의 이야기들이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 넘친다.

 

'...히로시, 사랑이 뭐야? 사랑이란 거... 정말 있다고 생각해?.... 진정한 사랑은 그런게 아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것들이 사랑의 왕좌를 빼앗아 대신하는 걸까?...'     [P. 101]

 



표제작 [감상여행]은 자유연애자 37살 방송작가 유이코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다양한 남자 수집목록에 추가하지 않은 건 당원과 스님뿐이라는 그녀가 드디어 당원을 만나 마지막 사랑이라고 느끼며 그에게 빠져든다. 유이코보다 15세 연하인 히로시는 그런 그녀의 친구이자 공허한 사랑의 마지막 대상이 된다. 어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젊은 남녀의 진정한 사랑찾기, 사랑의 미로속을 헤메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두번째 이야기 [당신이 대장]에서는 화장대 하나 때문에 빚어진 특별한 중년부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흔히 있을만한 그런 이야기이다. 가풍이랄 것까지도 없는 평범함 서민 다츠노와 그의 아내 에이코. 소극적이면서 다츠노의 지시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순종적이던 아내의 일탈?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찻장을 사려고 들른 가구점,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화장대를 발견하고는 어린아이처럼 사달라고 조르는 아내 에이코, 그녀의 의견을 무시했던 다츠노에게 아내는 독립?을 선언한다. '내 물건은 내 손으로 사고싶어'라고 말하곤 직장을 알아보고 자신의 일을, 삶을 찾으려는 에이코의 모습을 보는 다츠노의 마지막 말이 바로 이 단편의 제목이 된다.

 

마지막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요즘 우리 사회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 노년의 사랑을 그린다. 철로변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에 사는 노년의 루니, 그녀에게 찾아온 한 남자 츠카다. 추억과 깊이있는 삶의 대화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만남과 아쉬운 이별. 잔잔한 여운이 그들의 시간속에 물결친다.  

 

앞서 사랑의 색깔이 어떻게 표현될지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다나베 세이코의 <감상여행>을 내려놓으며 나이와 시간의 흐름속에 그려진 사랑의 색깔을 바꿔보고 싶어진다. 황혼의 사랑은 시클라멘처럼 정열적인 붉은 색으로, 중년의 사랑은 조금은 더 느낌 좋은 보랏빛으로 , 청춘의 사랑은 종잡을 수 없이 흐려진 짙은 회색빛으로 표현하고 싶다. 사랑이라는 이름은 언제나 사람들의 가슴에 무지개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듯하다. 평이하면서도 깊이 있는 다나베 세이코의 사랑이야기를 통해서 사랑의 다양한 이름과 색깔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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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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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두 달여 전에 만났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걸작 단편 모음집 그 두번째 이야기 <수상한 사람들>을 만난다.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왜? 왜 그래야만 했는가?' 에 대한 인간 내면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였던 [범인없는 살인의 밤]에 이은 작품인것이다. 언제나 설렘을 주는 작가, 그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 [수상한 사람들]이라는 이름속에는 또 어떤 그만의 매력을 담아낼지 만남 이전부터의 설렘이 또 다른 기대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들을 만나러 간다. 우리 일상속에 존재하는 수상한 사람들을...

 

[범인없는 살인자의 밤]이 트릭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구성이 돋보인다면 <수상한 사람들>은 지극히 평이하고 일상적인 우리의 삶, 주변 사람들속에서의 이야기를 약간? 미스터리하게 풀어내는 형식을 취한다. 자신의 아파트를 회사 동료들의 욕망을 채우기위한 도구로 빌려주기 시작한 가와시마, 어느날 낯선 여자가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지 예상치 못했던 음모?!를 담아낸 [자고 있던 여자]를 비롯해서 이 책속에는 7가지 일상의 미스터리들이 소개된다.

 

어린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 유스케에 대한 열등감이 빚어낸 복수 [등대에서], 하야시다 계장의 죽음속에 숨겨진 직장 미스터리 [죽으면 일도 못해], 캐나다에서 본사 귀임을 앞둔 부부의 코스타리카 마지막 여행에서 만난 강도와 관련한 미스터리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판정 콜을 다시한번] 강도를 저지른 유타카,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 2년전 자신의 삶을 바꿔어 놓은 잘못된 판정을 한 심판 난바 가쓰히사와 마주하고 그에게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하라한다. 하지만..

 

<수상한 사람들>속에 나오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미스터리들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달콤해야 하는데]와 [결혼보고] 두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짧은 단편들의 틈속에서 그나마 [결혼보고]는 가장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도모미에게 날아온 한통의 편지와 그속에 들어있는 사진한장! 친구 노리코에게 결혼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편지지만 그속에 함께있는 사진속 인물은 친구의 모습이 아니다. 연락을 취해도 연결이 되지않고 결국 직접 친구를 찾아 나서는 도모미. 노리코의 남편과 옛애인, 그리고 노리코 사이에 연결된 문제들을 발견하게 되지만 사건은 예상치 못한 결말과 마주한다.



'상대방을 생각해서 한 행동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해 톱니바퀴가 거꾸로 돌고 마는 거지요. 그 톱니바퀴를 제자리로 돌리기란 어려워요. 왜나하면 그러려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 P. 146, [달콤해야 하는데] 中에서 -

 

[달콤해야 하는데]는 작년 이맘때쯤 만났던 일본 대표작가들의 단편소설 11편을 모아놓은 [기묘한 신혼여행]이라는 단편소설 모음집을 통해 이미 만났던 기억이 있다. 표제작인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묘한 신혼여행'의 원제가 바로 이 작품 '달콤해야 하는데' 이다. 전처의 죽음, 그리고 이어진 딸 히로코의 죽음. 몇년후 나오미와 재혼하고 신혼여행을 오게 된 나. 첫날밤, '네가 히로코를 죽인거냐?' 라며 나오미의 목을 조르게 되는데... 오해와 용서라는 테마에 반전과 미스터리를 교묘하게 접목한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매력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전에 만났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보다 가볍고 평이하다. 치밀하고 섬세하며 반전과 트릭이 용솟음치는 작품들은 아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평범의 눈으로 바라보던 일상이 어느 한 순간 전혀 다른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일상에 보내는 새로운 시선! 하지만 그 속에 참기 힘든 웃음과 일상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숨어있다. 일중독, 나의 잘못을 내가 아닌 외부의 것으로 돌리려는 나약한 인간의 심리, 진실을 외면하는 현대인들의 삶, 단순을 가장한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사건들...

 

작가의 초기작들을 모아놓은 작품들이라서 그런지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는 조금의 차이가 느껴지는 듯하다. 종종 단편들이기에 담아낼 수 없는 표현의 한계가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짧은 글들속에 담겨진 풍자와 유머, 그리고 미스터리의 형식속에 드리워놓은 잘못된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여지없이 작가에 의해 뒤틀려진다. 그러면서도 종종 작가가 드러내는 헌신적인 사랑관이 작품들속에 스며들어서 따스함을 전해준다. <수상한 사람들>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 가벼운 미스터리들이다. 재미와 함께 용서, 사랑, 자기반성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별한 메세지도 함께 만날 수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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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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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한비야가 돌아왔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열정과 도전, 희생과 사랑을 전해주었던 그녀가 우리곁에 돌아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의 던지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해 주었다. 그 시선은 어쩌면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커피 한잔에 우리를 초대한다. 도란도란 마주앉아 삶의 이야기들을, 미래의 꿈을, 사랑을, 도전을, 성공을 이야기한다.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돈키호테] 중에서...

 

'나'를 발견하고 '나'로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면서 고민을 듣고 그 고민을 함께 이야기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앞으로의 길을 묻는 젊음에게 그녀는 그녀의 작은 손을 내민다. 구호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속에서의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흔들리는 젊음에게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려 한다. 젊음이 흔들리는 이유는 수많은 변화속에서 그 만큼이나 많은 의사결정의 시간을 가지기 때문일것이다. 열정과 도전과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수많은 물음에 흔들리는 이들과의 차분하고 즐거운 대화가 그렇게 시작된다.

 

'걱정 가불' ... 현재를 즐기면서 살고 싶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것, 그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걱정 가불이다. 두려움과 걱정은 미래의 일이고 사랑은 현재의 일이다. 사랑을 통해 현재에 충실하다면 두려움은 그 자리를 잃을 것이다. 120살까지의 인생설계, 난 내가 마음에 든다는 자기 사랑 등 한비야는 두려움에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긍정과 사랑, 행복이라는 메세지를 선물하고 있다.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고 가는 것, 당신이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

                                                           [미국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



사랑은 무엇인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사랑하였음으로 행복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국 땅에서의 한국책 한권, 라면 한봉지가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그 긍정과 감사의 마음을 배운다. '슬픈 사람에겐 너무 큰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나만이 아닌 내 주변의 소외되고 힘겨워하는 이들에 필요한 따스한 시선과 조용한 응원의 한마디를 배운다. '두드려라 열릴때까지' 그녀의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을 통해 살아갈 용기와 미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그녀의 글쓰기와 책읽기의 비밀이다. 그녀는 좋은 글을 위한 기본적인 몸부림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첫번째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그리고 거기에 다록(多錄)을 꼽는다. 일기장과 메모수첩에 그리는 감정의 밑그림이 책을 쓰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글쓰기에 몰두하고, 먼저 말로 해보는 몸부림이 바로 그녀의 좋은 글쓰기비법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1년에 백권 책 읽기 성공비법을 전해준다. 첫째, 목표정하기, 둘째, 시작하는 날 정하기, 셋째, 읽을 책 구하기, 그리고 마지막 독서의 시간 확보하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책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보물은 바로 그녀만의 이런 Tip이 아닐까. 더불어 그녀가 권하는 24권의 종교, 고전, 구호개발분야의 책들을 만나보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을것 같다.

 

'죽을 때까지 뭔가를 배우고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업데이트하며 살고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는 바람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

 

끊임없는 도전속에 살았고 살고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길을 묻는 젊음에게 선뜻 차한잔을 내놓으며 고민을 듣고 친구처럼 즐거운 대화의 문을 그녀가 먼저 열어놓고 있다. 남아프리카에서, 파키스탄에서, 남부 수단에서, 소말리아에서... 그녀가 걸어온 길 속에서 우리는 미래를 향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찾을 수 있다. 사랑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손내밀 줄 아는, 언제나 성장이 멈추지 않는 그녀의 열정에 감동하며 그 열정을 내것으로 만들 용기를 얻게된다. 바람의 할머니로 성장하고 싶다는 그녀, 한비야와의 티(Tea) 타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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