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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여행
다나베 세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은 어떤 색으로 표현될까? 10대, 첫사랑과 이성에 느끼는 설레임은 아마도 핑크빛이 아닐까. 그리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가득한 20대는 아마도 붉은 색, 그리고 중년의 사랑은 열정이 식어버린, 혹은 농익은 중후함이 묻어나는 주황색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황혼의 사랑은 옅은 회색?... 사랑을 시작한 여자의 가슴에 담겨졌던 무지개는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화려한 빛으로 속삭일까? 시간은 그렇게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의 색을 변화하게 만든다. 시간의 흐름과 사랑, 세대를 통해 흐르는 사랑의 이미지, 사랑의 색깔을 담아 짧은 여행을 떠나본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그리고 [아주 사적인 시간]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새로운 작품과 만난다. 다나베 세이코라는 이름보다 그의 작품들 이름이 너무 좋다. 제목 그대로가 끌림이다. 이번 그의 작품도 그렇다. <감상여행> 사랑과 여행, 그 사이에 놓여진 '감상'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사전속에서 '감상'은 이해관계나 손익계산을 떠난 관심, 즉 '무관심의 관심'으로 표현된다. 현실이 아닌 이상적인, 바로 보는것이 아닌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바로 감상일것이다.
<감상여행>은 표제작 [감상여행]과 함께 [당신이 대장], 그리고 [시클라멘이 놓이 창가] 이 세가지 단편이 묶인 책이다. 이 세 단편이 <감상여행>이라는 표제작으로 이어진 이유는 시간의 흐름속 사랑에 대한 느낌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들의 설익은 사랑부터 황혼에 다다른 60대 남녀의 사랑까지... 다나베 세이코의 다양한 시간과 사랑의 이야기들이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 넘친다.
'...히로시, 사랑이 뭐야? 사랑이란 거... 정말 있다고 생각해?.... 진정한 사랑은 그런게 아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것들이 사랑의 왕좌를 빼앗아 대신하는 걸까?...' [P. 101]

표제작 [감상여행]은 자유연애자 37살 방송작가 유이코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다양한 남자 수집목록에 추가하지 않은 건 당원과 스님뿐이라는 그녀가 드디어 당원을 만나 마지막 사랑이라고 느끼며 그에게 빠져든다. 유이코보다 15세 연하인 히로시는 그런 그녀의 친구이자 공허한 사랑의 마지막 대상이 된다. 어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젊은 남녀의 진정한 사랑찾기, 사랑의 미로속을 헤메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두번째 이야기 [당신이 대장]에서는 화장대 하나 때문에 빚어진 특별한 중년부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흔히 있을만한 그런 이야기이다. 가풍이랄 것까지도 없는 평범함 서민 다츠노와 그의 아내 에이코. 소극적이면서 다츠노의 지시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순종적이던 아내의 일탈?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찻장을 사려고 들른 가구점,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화장대를 발견하고는 어린아이처럼 사달라고 조르는 아내 에이코, 그녀의 의견을 무시했던 다츠노에게 아내는 독립?을 선언한다. '내 물건은 내 손으로 사고싶어'라고 말하곤 직장을 알아보고 자신의 일을, 삶을 찾으려는 에이코의 모습을 보는 다츠노의 마지막 말이 바로 이 단편의 제목이 된다.
마지막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요즘 우리 사회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 노년의 사랑을 그린다. 철로변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에 사는 노년의 루니, 그녀에게 찾아온 한 남자 츠카다. 추억과 깊이있는 삶의 대화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만남과 아쉬운 이별. 잔잔한 여운이 그들의 시간속에 물결친다.
앞서 사랑의 색깔이 어떻게 표현될지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다나베 세이코의 <감상여행>을 내려놓으며 나이와 시간의 흐름속에 그려진 사랑의 색깔을 바꿔보고 싶어진다. 황혼의 사랑은 시클라멘처럼 정열적인 붉은 색으로, 중년의 사랑은 조금은 더 느낌 좋은 보랏빛으로 , 청춘의 사랑은 종잡을 수 없이 흐려진 짙은 회색빛으로 표현하고 싶다. 사랑이라는 이름은 언제나 사람들의 가슴에 무지개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듯하다. 평이하면서도 깊이 있는 다나베 세이코의 사랑이야기를 통해서 사랑의 다양한 이름과 색깔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