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달여 전에 만났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걸작 단편 모음집 그 두번째 이야기 <수상한 사람들>을 만난다.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왜? 왜 그래야만 했는가?' 에 대한 인간 내면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였던 [범인없는 살인의 밤]에 이은 작품인것이다. 언제나 설렘을 주는 작가, 그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 [수상한 사람들]이라는 이름속에는 또 어떤 그만의 매력을 담아낼지 만남 이전부터의 설렘이 또 다른 기대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들을 만나러 간다. 우리 일상속에 존재하는 수상한 사람들을...

 

[범인없는 살인자의 밤]이 트릭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구성이 돋보인다면 <수상한 사람들>은 지극히 평이하고 일상적인 우리의 삶, 주변 사람들속에서의 이야기를 약간? 미스터리하게 풀어내는 형식을 취한다. 자신의 아파트를 회사 동료들의 욕망을 채우기위한 도구로 빌려주기 시작한 가와시마, 어느날 낯선 여자가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지 예상치 못했던 음모?!를 담아낸 [자고 있던 여자]를 비롯해서 이 책속에는 7가지 일상의 미스터리들이 소개된다.

 

어린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 유스케에 대한 열등감이 빚어낸 복수 [등대에서], 하야시다 계장의 죽음속에 숨겨진 직장 미스터리 [죽으면 일도 못해], 캐나다에서 본사 귀임을 앞둔 부부의 코스타리카 마지막 여행에서 만난 강도와 관련한 미스터리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판정 콜을 다시한번] 강도를 저지른 유타카,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 2년전 자신의 삶을 바꿔어 놓은 잘못된 판정을 한 심판 난바 가쓰히사와 마주하고 그에게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하라한다. 하지만..

 

<수상한 사람들>속에 나오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미스터리들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달콤해야 하는데]와 [결혼보고] 두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짧은 단편들의 틈속에서 그나마 [결혼보고]는 가장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도모미에게 날아온 한통의 편지와 그속에 들어있는 사진한장! 친구 노리코에게 결혼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편지지만 그속에 함께있는 사진속 인물은 친구의 모습이 아니다. 연락을 취해도 연결이 되지않고 결국 직접 친구를 찾아 나서는 도모미. 노리코의 남편과 옛애인, 그리고 노리코 사이에 연결된 문제들을 발견하게 되지만 사건은 예상치 못한 결말과 마주한다.



'상대방을 생각해서 한 행동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해 톱니바퀴가 거꾸로 돌고 마는 거지요. 그 톱니바퀴를 제자리로 돌리기란 어려워요. 왜나하면 그러려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 P. 146, [달콤해야 하는데] 中에서 -

 

[달콤해야 하는데]는 작년 이맘때쯤 만났던 일본 대표작가들의 단편소설 11편을 모아놓은 [기묘한 신혼여행]이라는 단편소설 모음집을 통해 이미 만났던 기억이 있다. 표제작인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묘한 신혼여행'의 원제가 바로 이 작품 '달콤해야 하는데' 이다. 전처의 죽음, 그리고 이어진 딸 히로코의 죽음. 몇년후 나오미와 재혼하고 신혼여행을 오게 된 나. 첫날밤, '네가 히로코를 죽인거냐?' 라며 나오미의 목을 조르게 되는데... 오해와 용서라는 테마에 반전과 미스터리를 교묘하게 접목한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매력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전에 만났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보다 가볍고 평이하다. 치밀하고 섬세하며 반전과 트릭이 용솟음치는 작품들은 아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평범의 눈으로 바라보던 일상이 어느 한 순간 전혀 다른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일상에 보내는 새로운 시선! 하지만 그 속에 참기 힘든 웃음과 일상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숨어있다. 일중독, 나의 잘못을 내가 아닌 외부의 것으로 돌리려는 나약한 인간의 심리, 진실을 외면하는 현대인들의 삶, 단순을 가장한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사건들...

 

작가의 초기작들을 모아놓은 작품들이라서 그런지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는 조금의 차이가 느껴지는 듯하다. 종종 단편들이기에 담아낼 수 없는 표현의 한계가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짧은 글들속에 담겨진 풍자와 유머, 그리고 미스터리의 형식속에 드리워놓은 잘못된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여지없이 작가에 의해 뒤틀려진다. 그러면서도 종종 작가가 드러내는 헌신적인 사랑관이 작품들속에 스며들어서 따스함을 전해준다. <수상한 사람들>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 가벼운 미스터리들이다. 재미와 함께 용서, 사랑, 자기반성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별한 메세지도 함께 만날 수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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