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다 큰아들이 묻는다.
"엄마, 백제나 고구려도 제국주의 아니었어요?"
"뭐?"
"제국주의는 나쁜 것인데, 책을 보면 고구려도 백제도 제국주의 국가 아니었나요?"
"음..(순간에 머리를 굴리다 대답해줄 말이 생각이 났다..) 맞아, 고구려도 백제도 로마도 제국주의 국가였어. 그런데 18세기 이후의 제국주의 국가가 나쁘다는 것은 발전하는 역사에 비춰서 볼 때 시대착오적인 제국주의적인 행태를 보여준 게 나빴다는 거야."
아이는 우리 선조인 고구려, 백제가 제국주의(고전적인 의미의..)였다는 게 영 기분이 나쁜 듯해 보였다.
그럼.. 기분이 나쁘겠지.. 찬란하고 언제나 멋진 선조이기를 기대하는 게 후손의 바램이니까...
"아들아, 엄마는 네가 참 자랑스럽다. 그걸 어떻게 생각해냈니? 엄마도 한번도 그걸 궁금해한 적이 없는데.. 그걸 궁금해 하는 것 자체가 엄마는 너무 자랑스럽구나~!!!"
기뻐하는 얼굴이 보인다.
나이보다 독서연령이 높은 듯한 큰애가 자랑스럽다.
연령만 높은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사고하는 것도 따라서 자라주는 것 같아 보람도 느끼고 고맙기도 하다.
그런 아들한테, 특히 큰아들에게 난 무척 신랄하게 비난을 하곤 한다.
모자라는 부분이 있어도 그게 아들 탓이 아닐진데... 어찌 아들을 힐난하는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이건 아닌데... 아무 말도 못하고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만 하다.
이건 진짜 아닌데...
이러면 정말 안되는데...
시간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이 어찌 아들 탓인지...
(이 아이는 잠을 쉽게 자지 못한다. 한시간은 뒤척이는 듯 싶다....)
알면서도 보듬어 주지 않는, 못하는 내가 부모로서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