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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기회 3C 혁명
강영우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강영우 박사가 연설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직접은 아니고, TV로... 분명히 별 말 안했는데, 그리고 영어도 서투른데 끝나고 나서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강영우 박사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소문만 들었는데, 더듬더듬 서투른 영어로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 뭐야? 이상한데.'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 연설 끝의 박수에서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머니가 목사님의 추천을 받아서 나에게 사라고 명령(?)하셔서 사게 되었다. 시각 장애인으로서 백악관 정책 차관보가 된 사람이 저자이고 책의 제목이 '도전과 기회'라면 안 읽어도 뻔한 스토리가 아닌가? 책의 제목 밑에 '3C 혁명'이라고 쓰여 있는데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책을 조금씩 읽어가면서 내 예상은 빗나갔다. 차라리 '3C혁명'이라는 제목만 가지고 나왔다면 내가 오해하지는 않았으리라.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적인 요소가 다분히 들어있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 미국의 최고의 공직자 선정 기준인 최고의 능력, 최고의 도덕성, 최고의 전문성을 교육학적으로 Competence(실력), Character(인격), Commitment(헌신)로 바꾸어서 설명하고 그 기준에 따라 살 것을 독려하는 책이다.
저자의 환경이나 가지고 있는 조건 때문에 편견 없이 책을 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이 책은 교육학 박사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또한 '우리의 자녀들, 후배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가적인 식견을 적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논리적이고 정교해서 빠져나갈 틈이 없는 그런 류의 책이 아니다. 그리고 학술적인 자료나 분석적인 설명도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문체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식의 독자들의 거부감을 줄이는 문체가 아니다. '이거다', '저거다' 이렇게 딱 잘라서 이야기한다. 사실, 그래서 나도 좀 거부감이 있었다. 아마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이 책은 더 큰 거부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무슨 토를 달 수 있으랴. 그가 바로 그런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마, 누구보다도 포기할 만한 환경에 있었던 사람이 강영우 박사였을 것이다. 중학교 때 시력을 잃고, 그 충격으로 홀어머니도 돌아가시고 강박사를 포함한 세 명의 고아는 뿔뿔이 흩어졌다. 이 정도면 인생 종친 것이다. 그러한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의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이유가 실력과 인격과 헌신이라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라고 손을 들 수가 없었다.
카리스마는 하늘이 내려주시는 능력이 아니다. 바로 강영우 박사의 연설을 보라. 정말 어줍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의 말 한 마디에 한 마디에 힘과 진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론이 아니라 그의 경험이고 인생이다.
솔직히 나는 잘난 사람들의 글을 잘 안 읽으려 한다.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꼭 이런 책을 읽으면 저자의 나이를 유심히 본다. 몇 살에 박사 학위를 받았고, 몇 살에 차관보가 되고... 그리고 내 나이를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꼭 이렇게 생각한다. '아... 늦었구나.' 훌륭한 사람들은 뜻도 일찍 세우고 배우기도 일찍 배우고 그러는데, 그래야 성공하는 것 같은데 '나는 늦었네' 이렇게 생각한다.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작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내 생각을 뒤집을 힌트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Compassion', 즉 남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마음이다. 내가 지금 가장 평범한 사람 중에 하나라는 것이 스스로를 작게 느끼고 뒤처진 자라는 느낌을 줄 때가 많지만, 바로 내가 느끼는 것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Compassion을 가지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영우 박사. 나는 그가 부럽다. 무엇보다 그의 카리스마가 부럽다. 말 한 마디에 담겨져 있는 힘을 느끼게 하는 넘치는 카리스마. 인생을 누구보다 진실하게 살아온 그의 정직함이 부럽다. 나도 그의 나이 때 쯤이면 그런 카리스마를 갖게 되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