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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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서 동기

하이데거를 좀 배우고 연구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부족해서 교수님의 도움을 받고 싶었습니다.  


2. 구성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열 번의 강의를 하나씩 챕터로 만든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6장 "인간은 왜 불안을 느끼는가"와 8장 "언어란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6장은 존재와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고요. 8장은 후기 하이데거 철학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3. 장점

하이데거 철학을 참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답지 않게 쉽게 술술 잘 넘어가게 쓰셨습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예를 사용해서 설명을 도우셨고요. 하이데거의 철학은 어렵지만 이 책은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해서도 잘 풀어 놓으셨네요. 


4. 글쎄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이랑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이것은 물론 견해차일 수도 있고 제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 책을 통해 제가 확실히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하이데거는 이렇게 인생의 의미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있어서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는다'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이러한 독특한 존재 성격을 '실존'이라고 불렀습니다." (122)


- 인간 실존을 의미하는 말인 Dasein은 단어 자체의 의미로는 '거기 있음'의 의미입니다. 실존은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는 인간의 독특한 존재 성격의 의미보다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의 본질을 알 수 없다는 측면을 강조한 말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이데거의 스승인 후설에 대한 반항이기도 했고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철학의 역사 내내 철학자들이 인지하고 있었던 인간의 특성 아닌가요?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는 것이 하나도 독특하지 않은데 하이데거 철학의 특징으로 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앞에서 '세계와 사물 사이의 내밀한 통일성'을 하이데거가 '존재'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계와 사물 사이의 내밀한 관계로서의 존재는 우리가 세계와 사물을 지배하려는 의지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 자기를 드러냅니다." (191)


-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을 설명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일단, 세계와 사물 사이의 내밀한 통일성이라는 말 자체가 이해가 잘 안 되고요. 세계는 사물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사이의 내밀한 통일성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이데거가 워낙 존재라는 말 자체를 여러 의미로 사용했고 우리나라 말로 그냥 존재로 번역하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어로 말하면 존재가 Being 인지 혹은 being 인지에 따라서 뜻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자는 신과 의미가 비슷하고요. 후자는 인간 존재를 의미하겠지요. 제가 알기로 여기서 존재는 전자의 의미입니다. 물론 저자도 후자의 의미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자의 의미랑 아주 가깝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5. 그래서

역시나 하이데거의 책을 더 살펴봐야겠네요. 하이데거는 인간이 죽음 때문에 불안해 한다고 했는데요. 저는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죠. 그렇다면 인간이 죽음에 대한 불안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하이데거가 뭐라고 주장했는지 좀더 정확하게 알고 싶네요. 이 책에서는 죽음을 인지하면서 비교의식을 멈추고 삶에 대한 경이를 회복하고 모든 자연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라고 하이데거가 주장했다고 하는데 모호한 것 같습니다. 너무 종교적인 느낌도 강하고요. 하이데거는 좀더 치밀하고 철학적인 말들을 했을 것 같아요. 찬찬히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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