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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
김영봉 지음 / IVP / 2013년 5월
평점 :
내가 주기도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주기도문이 기독교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도이면서 동시에 매우 평가절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은 주기도문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한다. 일주일에 한 번만 하더라도 80년 동안 교회를 다니면 4,000번 같은 기도를 하게 된다. 같은 기도를 4,000번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반복하는 주기도문은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는 ‘사귐의 기도’로 유명한 김영봉 목사님이 주기도에 대해 한 구절 한 구절 설명한 책이다. 신약학자이면서 동시에 목회자인 저자의 설명은 깊이도 있고 보통 사람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잘 설명되어 있다. 주기도문은 열 문장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 주기도문을 설명한 책은 200쪽이 거뜬히 넘어 간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주기도문 자체가 어려운 점이 있기도 하지만 보통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에 설명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보통 학자가 쓴 글은 이렇게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기만 하고 자신의 주장이 무엇인지 논지를 흐리는 경우가 많고, 목회자가 쓴 글은 균형이 안 맞아 한쪽으로 치우칠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는 균형도 잘 잡혀 있고 논지도 뚜렷한 편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 한 가지는 주기도문이 기도하는 사람의 상황과 입장에 따라 똑같은 기도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해 달라는 기도는 기독교인이 할 때와 비기독교인이 할 때가 의미가 다르고 기독교인도 전도자의 입장에서 할 때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비슷하게, 한국 교인이 하는 주기도문과 미국 교인이 하는 주기도문은 그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외국 사람이 설명하는 주기도문 서적보다는 이 책이 우리에게는 주기도문의 의미를 훨씬 더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주기도문을 설명하는 책 딱 한 권만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물어보는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면 이 책은 후보에 올라가야 하는 책 중에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7. 땅에서 하늘처럼 산다”에서 믿음에 대한 테레사 수녀의 일화였다. 테레사 수녀가 한 말이다. “확실한 것은 당신이 추구할 것이 아니라 버려야 할 것입니다.” (p.135)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