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이야기
고정욱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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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아이들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보면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과 닮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자처럼 맛갈스럽게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상투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여러 위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덕목들을, 단지 많이 듣고, 여러사람이 강조하고, 옛날부터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리 몰아붙일 것만은 아니겠지요.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들은 인류가 살아가는 내내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 교육되고 강조되어야 할 내용들이니까요.

 저자의 작품중에 '가방들어 주는 아이'를 처음 대했을 때는 저자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품에 담긴 저자의 진실보다는 모 신문 기사에서 읽었던 어린이 책에 담겨진 부조리함들에 대한 지적이 더 앞선것이 사실이었지요. 당시 기사에서는 '아무리 몸이 불편한 친구지만 한 아이에게 1년간을 아침저녁으로 가방을 들어주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언급되었던 기억인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 지적이 맞지만, 그 1년을 견딘 주인공은 아마도 그가 시간적으로 잃은 것보다는 더 많은 인생의 보화를 1년동안의 그의 삶에서 얻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그런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실없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그리고 저자가 얼마전에 쓴 책을 보면서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의 글에 배어있는 장애에 대한 날카롭지만 따스한 시선이 곧 그의 삶 자체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그의 글에 담긴 한 장애인의 삶을 읽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에 대한 관심이 다른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는 또다른 면이 있다고 해야겠지요. 이렇게 여러 동화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이리 직접적으로 아이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들려주고 싶어한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과 내용에 대한 관심이 책을 받아드는 내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습니다. 저자가 하고 싶어하는 특별한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지요. 

 책 제목의 첫단추의 의미처럼 '인생에 있어서의 첫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서 필요한 조언들'..... 이 책에 대해서 부제를 달아보라고 한다면 이리 달겠습니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선인들의 삶에서 힌트는 얻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첫단추를 끼우는 청소년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사랑과 용기, 긍정적인 마음가짐, 노력등의 가치를 통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다음은 외국어 공부와 독서, 상상력과 창의력, 예의와 호기심, 다른이에 대한 배려 등을 예로 들면서 '어린시절부터 시작하면 좋은 습관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지막 단원에서는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친절과 유머, 리더십과 존엄성, 겸손과 부조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어른인 나를 먼저 부끄럽게 만드는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각 단원의 각 이야기마다 내용과 어울리는 위인들의 실화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좀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서겠지요.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들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번쯤 고민하고 난감해 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을 뿐이지요. 그리고 저자의 그런 소박한 바람과 차분히 들려주는 스물 아홉편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 책의 은은한 향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것도, 자극적인 것도, 아주 특별한 그 무엇도 아니지만, 눈앞에 두고 조용히 읽어가노라면, 어려움을 겪는 아이의 인생 어느 한 구석에서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그 마음을 격려해 줄만한 향기로움은 지녔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한번뿐인 인생이 중요한 만큼 첫 단추를 잘 잠그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첫 단추가 잘못끼워져 있더라도 그걸 깨닫는 순간 다시 처음부터 단추를 다시 채울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알도록 아이를 인도하는 것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이 책의 이야기에 귀기울인 아이라면 그러한 지혜도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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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백만장자 - 적게 일하고 인생을 두 배로 즐기는
마크 피셔 지음, 신윤경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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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Lazy Millionaire 게으른 백만장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결합해서 책제목을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야릇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듯 합니다. '게으른데 백만장자라..... 소설이라면 뭐 재산 몽땅 물려받은 재벌2세 이야기쯤으로 치부해도 되겠지만, 명색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자기계발 전문가가 쓴 책이라면 분명 다른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게으르다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백만장자들의 삶의 철학이나 방식에 대한 외적이고 피상적이랄 수 있는 방식의 표현일 뿐입니다. 아마도 책을 대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강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충격요법 비슷한 용어선택이라고 해야 할 듯 한데, 실제로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요점은 효율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니까요. 똑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더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한다거나, 많은 일들중에 꼭 자신이 처리해야할 일을 제외하고는 과감히 위임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자신의 일을 함에 있어서 시간과 정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줄 아는 백만장자라는 의미에서의 게으름을 말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면이 있기도 하지만 '돈이 돈을 번다'거나 '선진국 사람들이 보통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수입과 휴식시간을 챙긴다'는 사실 등과도 통하는 면이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열심히 일하지만 부자가 되지 못하거나, 열심히 일해야만 부자로서의 위치를 겨우 지켜나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인생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으로 책의 처음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보내지만 정작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저자 나름의 몇가지 이유들을 들려줍니다. 자신의 실제 능력보다 적게 받는 임금이 문제일 수도 있고,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고 등등 11가지의 이유를 제시하는데, 그에 대한 해법으로 들려주는 11가지 노하우가 이 책의 중심내용입니다.

 1. 차별비용의 법칙 - 돈이 돈을 벌게 하여 소극적 수입이 총지출을 초과하게 한다.        

 2. 멘토십의 법칙 - 훌륭한 스승에게 배우고, 그것을 바로 실천한다. 
 3. 스나이퍼의 법칙 -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 특정한 금액이나 기간을 명확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원하는 '만큼'을 분명히 한다
 4. 20/80의 법칙 -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효율적인 시간관리 등을 통해 적게 일하고 많이 즐긴다
 5. 파킨슨의 법칙 -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에 대해서 '나만의 마감시간'을 재정의한다
 6. 위임의 법칙 - 자신이 꼭해야 할 일은 챙기지만, 맡길 수 있는 사안은 일하지 않고 시킨다
 7. 긍정의 법칙 - 칭찬과 격려로 주위를 밝히는 낙관주의자의 삶을 산다
 8. TPA의 법칙 - 자신에게 주어진 일중에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한다
 9. 최저가격의 법칙 - 물건값은 깎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않고 무조건, 최대한 깎는다
 10. 블링크의 법칙 - Think!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상식보다 직감을 믿는다
 11. 재충전의 법칙 - 여러가지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서 최소한 일하고 최대한 즐긴다

 저자가 말하는 백만장자들이 게으르게 사는 11가지 방법입니다. 위의 11가지 법칙과 저자가 말한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저자가 말하는 게으르다는 의미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때우는 나태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일하는 시간이나 활동성 면에서 게으르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위의 여러 원칙들에 근거를 둔 효율적인 시간관리와 일에 대한 에너지를 배분할 줄 안다는 의미에서의, 그래서 일할 때와 해야할 일은 철저하게 하지만 쉬고 즐겨야 할 시간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개념을 가지고 실천할 줄 아는, 영리하게 일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재산을 축적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인생의 마지막까지 부지런한 가난뱅이로 남아서 일의 노예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슬픈 자화상이 아닌, 효율적인 삶의 방식을 익히고 순간순간 의미있는 시간들을 지나쳐 보내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 한번쯤 스스로 돌이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꼭 현재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위의 법칙들을 삶에 응용한다면 삶이 주는 풍요를 미루지 않고 순간순간 누리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 그리고 결국에는 물질적으로도 부자인 사람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보기도 합니다. 11가지 다는 아니더라도 하나 또는 두가지 만이라도 내 삶에 습관이 되게 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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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열전 -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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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전'이라 함은 '여러 이야기를 차례로 벌여서 기록하였다'는 문자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나무열전>이라함은 문자그대로 '여러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벌여서 기록하였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기인열전, 여인열전, 효부열전 등등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전'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처음에는 <나무열전>이라는 제목을 보며 어떤식으로 내용을 써내려갔나 하는, 작가의 상상력에 대한 호기심이 앞선 책이었습니다. 책 소개에서 본, 각 나무들의 한자이름을 사용한 2부 부분은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지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나무에 대한 작가 나름의 독특한 시각과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는 기대가 컷던 것이지요.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먼저 첫 단원에서는 나무 일반에 대한 내용입니다. 나무에서 시작하여 줄기와 가지, 잎과 꽃과 열매 등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을 풀어갑니다. 하지만 단순한 나무에 대한 과학적 상식이나 그동안의 연구결과나 감상 따위를 내용으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독특한 방식인데, 바로 한자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나무를 바라본다는 것이지요. 수천년 동안 형성되어온 표의문자인 한자를 사용하여 나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먼저는 단순히 나무자체에 대한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연구결과나 감상 등의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즉 사람들이 수천년동안 쌓아온 나무와 인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라 할 수 있는 한자라는 수단을 사용한 것이기에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유산의 일부-또는 의식의 일부-로서의 나무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관점이나 해석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이것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용어로 말한다면 '식물의 인문학'이나 '나무의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부에서는 각개 나무를 나타내는 한자어를 중심으로 그 나무에 관련된 이야기,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나무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용하였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참으로 적절하게 나무의 특징을 표현한 한자도 있고, 사람의 상상력이 더 빛을 발하는 한자도 있고, 나무자체보다는 쓰임의 유용성에 촛점이 맞춰진 한자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에 그 한자어를 본다면 음으로 읽지는 못하더라도 뜻으로는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마지막 3부에는 나무의 죽음과 목재로서 그리고 집을 지을 때 그 일부가 되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둥이 되고, 서까래가 되고 문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 내용은 단순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자라는 틀을 통해서 본 나무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한자를 통해 보는 나무의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는 방대한 '나무 목'변을 부수로 갖는 한자들의 이야기, 나무의 이야기, 그리고 나무와 연관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페이지를 더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아마도 저자는 모든 '나무 목'변을 가진 한자에 대해서 논할 수도 있을 듯 하다는 경의를 표할 정도로 방대한 자료와 노력과 열정을 기울인 흔적이 가득합니다. 차분히 이야기하는 내용속에 방대한 자료를 적절히 조화시켜서, 나무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독자들로 하여금 느끼고 맛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허락합니다. 저자 스스로 '나무에 미친' 나무 박사라고 하였는데, 정말로 나무에 미친 사람, 그리고 한자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책을 구상하지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저자의 안보이는 열정과 꿈이 담긴 책이기도 할거라는 생각입니다. 모처럼 장인정신(?)이 담긴 책을 대면한, 기분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작가가 풍부한 상상력과 자료들로 빚어낸 독특한 시각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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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넘어서 베틀북 창작동화 7
황선미 지음, 한병호 그림 / 베틀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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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자주 책을 읽는 편입니다.-지금은 아이들이 혼자 볼 수 있는 나이인지라 직접 읽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가 있는 책보다는 내용이 있는 -나름대로 읽을 가치가 있다거나 의미가 있는 또는 세상살이에 대한 따뜻함이 담긴 등등의 의미에서- 책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읽도록 강요(?) 하는 편이구요. 한데 그런 책들의 대부분은 어른인 내가 먼저 감동을 받거나 세상살이의 깨달음을 얻는 것들입니다. 그런 책들을 대할때면 매번 '아이들 책이 단순하기는 하지만 더 진한 감동과 인간미가 넘쳐흐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하지요. 그런 감상이 나의 단순함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느끼는 어른들의 가식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이 책에는 네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시골로 전학을 가야하는 단짝이던 친구와 서먹해진 관계를 다룬 <코딱지만한 괴물>, 김네티라는 삽살개를 통해 세상을 살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서로 존중하며 사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는 <울타리를 넘어서>, 새로 이사간 동네에서 만난 낯선 아이를 통해서 알아가는 서로 다르다는 것의 의미와 친구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앵초의 노란 집>, 닫힌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고 살만한 곳으로 가꿀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괭이 할아버지>. 각각의 이야기는 아이와 아이사이, 사람과 동물사이, 아이와 어른사이, 가진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의 마음의 울타리와 그것이 현실의 벽으로 표현되는 갈등과 다툼과 두려움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견고해 보이던 울타리라는 것이, 어떤 계기를 통해서 마음을 열고 그 너머를 바라보게 되면 너무도 쉽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뒤이어 현실의 벽도 사라져버리는 따뜻한 결말로 이야기를 마치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현실에서의 그런 모습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그래서 세상이라는 것이 살만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의 벽이나 울타리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는, 열리지 못하고 나만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으로 인한 것 뿐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마음에 쳐진 울타리를 살짝 젖히고 그 너머를 관심있게 보아주는 것이라는 사실이 저자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메시지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도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읽도록 강하게(?) 권한 책이었습니다. 자라는 나의 아이들이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였으니까요. 모두 함께사는 세상, 그 안의 한사람 한사람에게 막힌 부질없는 울타리들이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들에서처럼 서로에 대한 따뜻한 관심속에 무너져 내려, 포근한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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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
고전연구회 사암 엮음 / 포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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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는 책이 귀한 시절이었습니다. 학교 도서관도 변변챦았고, 그곳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도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책을 빌리러 가면 공부를 하지 않고 책이나 본다고 타박을 맞던 시절이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어린 마음에 이런 저런 읽을 거리들이 재미있었고, 특히 친구중에 누가 만화책 -월간잡지-이라도 가지고 나타나면 서로 보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시절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딱히 누가 더 책을 많이 읽고, 누가 독서를 좋아한다고 따질 일도 별로 없었던 기억입니다. 그러던 내가 자라면서 마음 한 구석에 나만의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 아마도 대학생때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방 하나에 책을 몽땅 쌓아놓고, 그것들 속에 묻혀 살고 싶다는 것을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듯 합니다. 어떤 책에선가 일본인이 자기 집과는 별개로 온통 책만 쌓아놓고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 나가는 이야기를 대하고 나서는 나도 아예 그런 공간을 하나 가지고 싶다는 조금은 허황된(?) 꿈으로 발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것들이 아직도 마음속에 꿈으로만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내 앞에 현실이 되리라고 믿는 마음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니 벌써 방 한구석을 메우고 있는 책장과 쌓인 책들이 내 꿈의 한 단면을 이루어 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서재>라는 이 책을 대하기 전까지는 소박하게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조선 선비들의 서재를 소개한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내게 있었던 꿈이란 단순히 책을 쌓아두는 책방을 갖고 싶어하는 그러한 욕망에 지나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지 책을 쌓아두고 혼자서 틀어박혀 그것들을 읽는다는 것외에는 아무 의미나 마음이나 목적을 담지 못한 공간에 대한 욕심만이 내게 있었다는 자각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서재란 단순이 책이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였습니다. 하면 '옛 선비들에게 서재란 어떤 공간이었을까?'에 대한 탐구가 이 책의 목적이고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는 30곳에 달하는 옛 선비들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이야기 곳곳에는 선비의 곧은 절개와 심성이 담겨 있고, 하늘이 내린 순수한 본성을 지키고자 자연의 덕성을 담고 있는, 그리고 선비로서 자신들이 바라고 찾았던 삶과 마음이 담겨 있는 서재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서재란 자신을 수양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치열한 지적활동이 전개되던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서재에 자신이나 또는 스승의 뜻을 담아 새길만한 이름을 지어 걸었고, 그에 합당한 서실에 부치는 글을 구하여 간직하기도 하였습니다. 고협재, 소완정, 명경신당, 통곡헌..... 연서당, 입암정사, 돈간재, 독락당..... 삼사재, 삼환재, 억만재, 취몽재, 구서재..... 의미는 다르지만 각각의 이름속에는 선비로서의 지조와 절개, 그리고 품격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멋스럽게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과 모습을 그대로 담고 또한 행하기 위한 의지를 담고 있는 이름들입니다. 그래서 각각의 서재에 부치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글쓴이의 소원만이 아니라 서재 주인의 품성과 삶의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서재의 화려함이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서재 주인의 삶과 정신이라는 사실이겠지요. 살아숨쉬는 서재를 느낀다는 표현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서재에 대한 감상을 그리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요즈음은 책읽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해도 될 듯 합니다. 물론 많은 부분은 아이들이나 학생들의 교육이나 논술에 대한 관심의 간접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책에 대해서 -여전히 책을 멀리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도 늘고 있겠지요. 이러한 독서에 대한 관심을 계기가 어떻게 되었든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러한 모습에 좀더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단순한 독서의 즐거움이나 논술등의 공부를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옛선비들처럼 책읽기를 통해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에 대한 자각을 가지고 자신을 수양하고 자신의 뜻을 다듬어가는 지혜도 함께 키워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내 책방에 내 삶과 마음을 담은 이름하나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멋진 이름이 아니더라도 내 삶이라고 다른이들이 인정하고 끄덕여 줄 수 있는그런 이름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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